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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의 재등장은 우리들 덕분.
작가 : 아니펜
작품등록일 : 2018.11.12

소꿉친구였던 3명의 소년소녀가 의문의 석판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5. 과거, 화해
작성일 : 18-11-26 18:29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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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꼭 가는 거야?"

  "알았다니까."

  "진짜 재밌겠다!"

 

 

  내가 12살이던 해. 우리는 약속을 했다. 언젠가 셋이서 떠나 켈리나 대륙의 모든 장소를 모험하자고. 켈리나 대륙을 전부 돌아보면 바다 너머의 개척 대륙까지 가자고. 어린아이들다운 약속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약속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분위기에 맞춰 동조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힐 약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귀염성 없는 꼬맹이네. 나.

  2년이 흘러 14살의 겨울. 집에 우편 한통이 도착했다. 나의 왕립대학 입학시험 결과 통지서였다. 후다닥 봉투를 뜯어 접힌 종이를 펼쳤다. 온갖 미사여구가 가득 담긴 문장을 건너뛰고, ‘왕립대학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통지서 발송일인 경칩(驚蟄)의 월(月)의 첫째 날로부터 2주 후인 경칩의 월(月)의 열네 번째 날에 왕궁소속 마차부가 파견되어 합격자분들의 자택으로부터 왕립대학까지 수송합니다. 대학에 도착한 후엔 바로 기숙사에 입실함으로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장을 찾아 읽기까지 2초. 머릿속에 넣기까지가 2초. 말뜻을 이해까지 3초.

 

  “돼, 됐다아아아아아아!!!”

 

  벅차오르는 기쁨에 집이 떠나가라 환호를 질렀다. 가족들은 내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다음날부터 어머니는 내 합격소식을 온 마을에 부지런히 퍼다 날랐다. 길을 가다 만나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축하인사를 받을 때마다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기쁘고 우쭐했다.

 

  다음날,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한적한 마을공터 구석, 나무에 기대 서있는 베니가 보였다. 합격 통지서를 받은 이후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베니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베니와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다. 베니는 평소에도 표정변화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고 있는 그녀의 옆얼굴엔 명백한 우울함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정면에 설 때까지 내가 다가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베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내가 말을 걸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베니는 슬픈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수도로 간다며?”

 

  내 합격을 축하해 주려는 것일까? 하지만 분위기로 보아 그건 아니었다. 뭐지? 난 찝찝한 기분으로 대답했다.

 

  “응. 그렇게 됐어.”

  “그러면 우리 약속은 어떻게?”

  “약속?”

 

  예상치 못한 단어에 머리가 멍해졌다. 약속? 무슨 약속을 말하는 거지?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보내 머릿속의 기억을 마구 헤집었다. ‘이건가?’ 싶은 몇 가지를 간추려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을 입 밖으로 냈다.

 

  “언젠가 다 같이 모험하자고 했던 걸 말하는 거야?”

  “그것 말고 뭐가 있는데?”

 

  흔치않은 베니의 날이 선 말투에 움찔했다. 동시에 의아했다. 어릴 적 했던 그 장난스러운 약속이 왜 지금 나오는지 이해가 안됐다. 설마 베니는 아직도 그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에이, 설마.

  하지만 베니의 진지한 눈빛을 보니 설마가 사람을 잡아버린 것 같았다. 얌전한 성격의 베니가 이런 표정을 짓다니.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좀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거... 어릴 때 흘러가는 장난인 게 당연하잖아?”

 

  내 대답을 들은 베니의 눈이 빠져나올 것처럼 동그랗게 뜨였다. 그리곤 고개를 숙였다. 허벅지 옆 꽉 쥐어진 그녀의 오른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보였다. ...내가 좀 심하게 말한 건가? 설마 우는 건 아니겠지?

  걱정되는 마음이 베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베니 설마 울”

 

  짝.

 

  시야가 돌아갔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뇌가 멈춰버리기라도 걸까?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 머릿속의 정보들을 짜 맞추려 애썼다. 갑자기 돌아간 고개. 얼얼한 왼뺨. 정면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들어온 눈물을 글썽이는 베니의 얼굴. 눈물길이 그려진 왼뺨 언저리에 자신의 오른손을 띄워 놓은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거라니. ...나는, 나는.”

 

  나 뺨 맞았구나.

  사실을 인지한 머리가 한없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점점 끓어올랐다. 결국, 폭발했다.

 

  “뭐하는 거야?! 갑자기 왜 때려! 아프잖아!”

  “바보!!! 멍청이!!!”

 

  내게 지지 않겠다는 듯 핏대를 세우며 고함친 베니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

 

  “야! 잠...”

 

  잡을 새도 없이 멀어지는 베니를 보며 따라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따라가지 않았다. 뺨까지 맞았으면서 먼저 말을 붙이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래 가라 가. 나도 화났다 이거야.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아오, 아파.”

 

  화끈거리는 볼을 문지르며 집으로 돌아가자 시로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오빠, 볼 왜 그래? 누구랑 싸웠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넘어진 거야.”

  “흐음... 아닌 것 같은데.”

 

  쓸데없이 예리하기는.

  그 뒤로 계속 베니와 만나지 않았다.

  사실 머리 식힌 채로 생각했을 때 베니의 행동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약속을 한 건 사실이고, 나에겐 별거 아닌 약속이 그녀에겐 소중한 약속일 수도 있는 일이다. 상대방이 약속을 함부로 어기면 화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뺨까지 때린 건 좀 너무했다. 이제 곧 이 마을을 떠나는 만큼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 먼저 사과할까 하다가도 뺨 맞은 것만 생각하면 몹쓸 자존심이 방해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수도로 출발하는 날이 되었다. 아버지와 악수하고. 어머니와 포옹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시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긴 작별인사를 했다. 집 밖으로 나서자 마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중년의 마차부가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해서 나도 허둥지둥 허리를 숙였다. 그는 온화하게 웃으며 마차의 문을 열었다.

 

  “타시죠.”

  “아, 네.”

 

  왕궁 사람들은 다 이렇게 예의 바른 건가? 대학에선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어색한 기분으로 마차에 올랐다. 마차부도 조종석에 올랐다. 고삐를 바로잡은 그가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잊은 건 없으시죠?”

 

  ‘잊은 건’ 이라는 단어에 울먹이며 달아나던 베니의 뒷모습이 스쳤다. 결국 마지막까지 제대로 인사도 못했구나.

 

  “아, 마차부님. 잠시...”

  “예, 예 뭔가 빠트리셨나요? 수도까지는 길이 머니 도중에 다시 돌아오기는 힘듭니다. 천천히 생각해주세요.”

  “...아니에요. 가주세요.”

 

  ...난 그때 왜 그냥 가자고 했던 것일까? 몹쓸 자존심? 사과해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봐? 그것도 맞다. 하지만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귀찮음이었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 기대하고 걱정하기에 바빴고, 무엇보다 인연의 소중함을 알기엔 너무 어렸다.

 

  * * *

 

  눈을 뜨자마자 전신을 덮쳐오는 찌뿌둥함에 신음을 흘렸다.

 

  “아이고오...”

 

  역시 사람은 집에서 자야 한다. 야영 같은 거 다시는 하나 봐라.

  텐트를 나가니 돌덩이를 의자 삼고 앉아 아몬드를 먹고 있는 베니와 시로아가 시야에 들어왔다. 시로아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잘 잤어?”

  “그래. 덕분에 아주 잘 잤다. 이 자식아. 하아...”

  “개울가에서 세수라도 하고 와. 못 봐주겠다.”

  “어느 방향이더라?”

  “어제 갔다 왔잖아?”

  “기억이 안 나는 걸 어떻게.”

 

  시로아가 대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베니가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어. 응. 고마워.”

 

 

  깜짝 놀라 눈을 껌벅이며 베니를 쳐다봤다. 어제 화해를 하긴 했으니 이제는 서로 대화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몇 개월간 의식적으로 날 피하던 베니가 내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해줬다는 사실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시로아도 어지간히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니를 쳐다봤다.

  베니는 자신에게 집중되는 시선에 당황했다. 그리곤 볼을 붉힌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뭐.”

  “어, 아니야. 고마워. 다녀올게.”

 

  베니가 가리킨 방향으로 걷자 나무에 가려져 있던 개울이 보였다. 개울가에 쪼그려 앉아 얼굴을 물로 적셨다. 얼음장 같은 물이 멍해진 머리를 깨웠다.

  다행히도 어제 새벽의 대화는 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응어리 진 체 많은 시간이 지난 만큼 예전처럼 허물없는 사이가 되기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걸음 정도는 땠다고 봐도 되겠지. 시로아에겐 감사해야겠는걸.

  텐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던 중, 베니와 시로아의 대화가 들렸다.

 

  “도대체 내가 모르는 새에 두 분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이러실까~?”

 

  놀릴 생각 가득한 시로아에게 베니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아니아니. 내가 언니랑 오빠를 몰라? 절대 그냥 마음을 풀 사람들이 아니야. 인간관계 서툴기로는 누구한테 절대 않지는 사람들이니까. 말해 달라고? 언니 오빠 다시 친하게 하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난 못 봤으니까 아마도 새벽에 무슨 일이... 아. 잠깐 언니. 미안 잘 못 했...”

 

  숲을 나오자 시로아의 정수리를 뚫을 듯이 주먹을 비벼대는 베니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시로아가 보였다.

 

  “끼야아아!!!”

 

  시로아의 비명에도 베니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대신 주먹에서 뾰족하게 빼낸 중지 관절로 정수리를 뚫을 듯이 눌렀다. 아니 저런 끔찍한...

 

  “꺄야아아아아아악!!!!!!”

 

  쭉쭉 뻗는 비명에 놀란 새들이 하늘로 날아갔다. 미안 새들아. 내 동생이 좀 시끄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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