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지? 일단 물러날까?'

　무덤에서 나오기 시작한 폰틴은 머리에 쓴 검은 투구 너머로 붉은 안광을 뿜으며 그레이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잡고 싶어. 싸워보고 싶어. 경험치랑 돈 분명 많이 주겠지? 하지만....'

　그레이스는 지금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시야를 원활하게 확보해 줄 수 있는 빛도 없었다.

　지금 네임드와 싸우는건 말 그대로 자살행위

　죽으면 분명 경험치가 돈을 잃을게 분명했다.

　'좋아... 일단은 물러나자'

　그렇게 생각한 그레이스가 조심스럽게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가지 마십시오 여신님... 그대의 충성스러운 종이 여기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그레이스의 귀에 들린것은 좀비들의 '그르릉' 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분명하고 또박또박한 문장이었다.

　'역시 네임드몬스터라 다르긴 다른건가?'

　뒤로 물러나던 그레이스가 생각했다.

　종류는 다르지만 스켈레톤 중에서도 하급 스켈레톤은 지능이 없지만, 고위급 스켈레톤은 '리치'라고 해서 지능과 자아가 있지 않은가?

　'어라? 잠깐만...'

　그러다가 문득 그레이스는 방금 전 자신에게 저 좀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여신님....?'

　방금 전 분명 저 폰틴의 묘에서 일어난 좀비가 자신을 그렇게 불렀었다.

　그리고 묘비에 똑똑히 써 있던 글귀

　- 악신의 창 폰틴 -

　'악신이라면 아카네 여신님을 부르는 칭호잖아. 그렇다는건 이 사람....'

　그레이스는 뒷걸음치던 발걸음을 멈췄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 앞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이 좀비. 자신을 아카네 여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덤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폰틴은 좀비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외견의 소유자였다.

　온 몸에 검게 빛나는 갑옷을 두르고 머리에는 붉은 안광이 흘러나오는 검은 투구를 쓴 기사의 모습

　'흑기사' 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릴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철컥 -철컥 하는 무거운 판금갑옷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무덤에서 일어난 폰틴이 그레이스에게 다가왔다.

　"전쟁의 여신의 명예로운 첫번째 창 폰틴, 여신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그레이스의 앞에 무릎을 꿇는 폰틴

　그레이스는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가면때문에 그 모습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죄송하지만, 저는 아카네님이 아닙니다."

　오해를 이용해 사건을 굴리다보면 언젠간 큰 벽이되어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그레이스는 그런 경험을 많이 해봤고, 많이 봐왔었다.

　때문에 아닌것은 확실히 아니라고 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하늘에 뜬 달을 잘못 볼 수는 있어도, 제가 아카네님을 잘못 볼리가 없습니다. 여신이시여. 저의 창은 죽어서도 당신을 위한 창입니다."

　폰틴은 무릎을 꿇을채 고개를 숙였다.

　충의를 맹세하는 기사의 자세였다.

　"그러니까 저는 아카네님이 아니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제 여신님입니다."

　"아니~! 제 이름은 그레이스예요. 여신님이 아니라니까요?"

　답답한 심정에 살짝 언성을 높인 그레이스였다.

　"저를 시험하지 마십시오 여신이시여.

　죽음에 가리워도 당신을 보는 제 눈만은 어둠에 잠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말에도 눈 앞에 흑기사는 자신의 의견을 전혀 굽힐 생각이 없어보였다.

　"잘 봐요~! 여신님이 이렇게 생겼었어요?!"

　그레이스가 얼굴에 쓴 '아카네의 가면'을 벗으며 맨얼굴을 보이며 말했다.

　폰틴의 붉은 안광이 잠시 그레이스의 얼굴을 보더니 흠칫 놀라며 땅에 머리를 조아렸다.

　"살아생전에 뵙지 못했던 여신님의 옥안을 이렇게 뵐 수 있다니..

　여신님의 첫번째 창 저 폰틴, 여신님의 과분한 사랑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 말이 안통해~'

　그레이스는 자신이 얼굴에 쓴 아카네 여신의 가면 때문에 폰틴이 사람을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면을 벗어도 이런 반응이라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문제인지 그레이스는 알 방도가 없었다.

　'으.... 이렇게 된거 나도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그렇게 생각한 그레이스가 가면을 다시 얼굴에 착용했다.

　"좋아요~ 폰틴, 그대의 변함없는 충성심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레이스가 태도를 180도 바꿔 한껏 거만하고 오만한 목소리를 내었다.

　가면을 통해 딱 한번 마주했던 자신의 모습을 한 아카네 여신님을 만났을때, 그때 아카네님은 분명 이런 느낌이었다.

　"영광입니다. 여신이시여"

　땅에 완전히 머리를 조아린 폰틴

　그런 폰틴의 머리를 그레이스가 사정없이 짓밟았다.

　몇 레벨인지, 어떤 위험도가 있는 몬스터인지도 모를 네임드 몬스터에게 가하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순식간에 돌변해서 폰틴이 공격해올지도 모를만큼 건방진 행동

　하지만 폰틴은 그런 그레이스의 발길질에 더욱 머리를 조아렸다.

　"자~ 그럼 제 충실한 종 폰틴~ 절 위해 뭘 할 수 있죠?"

　지금까지의 예의바르고 깍듯했던 그레이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서큐버스의 유혹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을 건방지면서도 치명적인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족한 이 몸이 여신님께 드릴거라곤 이 몸뚱이 하나뿐입니다. "

　"아~ 그래요? 그럼 어서 당신의 몸을 저에게 바치세요. 폰틴~

　당신이 가진 돈! 당신이 가진 아이템! 당신이 가진 경험치!....가 아니라

　충성을 제게 보이란 말입니다!"

　"분부대로...."

　철컥, 철컥 하는 철갑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폰틴의 손에는 어디서 꺼냈는지 알 수 없는 손잡이부터 창 끝까지 온통 검은색의 장창 한자루가 쥐여져 있었다.

　창에는 마치 사람의 혈관처럼 붉은 선이 여기저기로 그려져 있었으며, 붉은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듯 붉은 빛이 창의 무늬를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붉은빛이 맴도는 그 검은창은 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가리켰다.

　푸욱~!

　달을 찌르던 검은 창이 포물선을 그리며 폰틴의 왼쪽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붉은 피는 한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다만 심장이 있던곳에 창이 박힌 폰틴은 검은 재가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내 목숨을 여신님께..."

　폰틴의 검은 투구로 흘러나오던 붉은 안광이 힘읋 잃고 사라져갔다.

　심장에서부터 점점 재가되어 사라지던 폰틴의 몸은 이윽고 완전한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 있는 한가지 물건

　그레이스는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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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신의 창 - 폰틴의 맹세의 반지 - 반지 (에픽) ]

　악신 아카네를 섬기던 7 기사 중 한사람인 폰틴이 지니고 있던 반지입니다.

　힘 : 100 민첩 : 80

　지능 : 50 정신력 : 50

　행운 : 10

　전용효과 : '악신의 창- 폰틴'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소환된 폰틴이 적대적일지 호의적일지는 폰틴의 충성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충성도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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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픽 반지!'

　폰틴이 주고 간 반지는 무려 에픽등급

　방금 전 만났던 폰틴을 부를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반지였다.

　물론 아카네의 칠흑의 가면에 비하면 능력치 자체는 현저하게 떨어졌지만말이다.

　'소환마법이 걸려있는 반지라... Overmind 에서도 이런 기능이 있는 아이템이 간혹 있었지'

　전에 했던 게임에서도 간혹 있던 효과의 아이템이었다.

　그레이스 본인도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소환물의 효율이 너무나 낮아 써먹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었다.

　반지에 붙어있는 충성도 시스템

　이건 아마 아이템을 얻자마자 폰틴을 부릴 수 없도록 걸어놓은 제약인 모양이었다.

　쉽게 말해 아카네에게 맹세한 충성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으면, 소환된 폰틴이 소환자를 공격한다는 설정

　하지만 그레이스를 아카네라고 생각했던 폰틴의 충성도는 얻자마자 100%

　폰틴에게 공격당할일 따위 그레이스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 테스트해볼까?"

　반지를 집어든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에 조심스럽게 반지를 끼었다.

　흑진주같이 검게 빛나는 보석이 달빛을 받아 빛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