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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춘희, 겨울에 피는 꽃
작가 : 최선영
작품등록일 : 2018.11.17

1950년대 '여성국극'이라는 가장 핫한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그 중심에 당대 최고 스타였던 한 여성 남장배우가 있었다.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던 한국근대사처럼 그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했다.
60여년 만에 도착한 편지를 따라서, 사랑과 질투 그리고 여성국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01. 피처럼 붉디붉은 동백꽃(1)
작성일 : 18-11-26 11:24     조회 : 428     추천 : 2     분량 : 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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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종로구 돈의동의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은 오래된 한옥. 그 마당에 피처럼 붉디붉은 동백꽃이 흠뻑 피어 있다.

 

 이때, 다다다 마루를 구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미닫이 유리문이 드르륵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핸드폰을 한 쪽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며 나온 유진은 한쪽 팔을 코트에 채 끼워 넣지도 못하고 가방을 마루에 내려놨다.

 

 그런데 지금 제 눈에 보이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유진은 제가 통화 중이었다는 것도 잊은 채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마당을 하얗게 뒤덮고도 예쁜 꽃송이마냥 떨어지는 눈송이가 마당에 핀 빨간 동백꽃잎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온통 하얀 세상에 저 홀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빨간색이 아찔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 피디님! 듣고 계세요?

 

 “어, 계속해.”

 

 유진은 저를 부르는 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통화에 집중을 했다. 그러다 핸드폰을 다른 손에 고쳐 잡은 유진이 핸드폰 너머의 상대에 대뜸 소리를 질렀다.

 

 “뭐? 지금 장난해? 갑자기 편성이 바뀐다는 게 말이 돼? 그걸 왜 지금 얘기해.”

 

 통화를 이어가면서 겨우 코트에 나머지 팔을 끼워 넣은 유진은 마루 밑에 놓인 신발을 신으려 발을 내리려다 운동화에 소복이 쌓여 있는 눈에 짜증이 일었다.

 

 신경질적으로 마루 밑으로 손을 뻗어 다른 신발을 찾던 유진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서릿발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됐고. 우선 김국장 위치 파악해 놔. 그리고 대표님한테는 나 지금 넘어간다고 해.”

 

 이때, 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계속 신발을 찾고 있지만 나오라는 신발은 나오지 않고, 초인종만 계속 울려대자 유진은 점점 예민해져 갔다.

 

 “알았어. 지금 넘어간다고. 일단 끊어.”

 

 유진이 나오지 않는 신발에 흰 눈 위로 맨발을 내린 채 허리를 숙여 마루 밑을 살피지만 이내 다시 울리는 초인종에 신경질적으로 허리를 펴고 섰다.

 

 “아이씨, 아침부터 누구야?”

 

 마루에 올려놓은 가방을 낚아채듯 어깨에 둘러메고는 미닫이문을 닫은 유진은 눈이 쌓인 운동화를 미처 털지도 못하고 발을 우겨 넣었다.

 

 “나가요.”

 

 운동화 안까지 밀려들어간 차가운 눈에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한 유진은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가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유진이 문을 여니, 낯선 사내가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여기가 임춘희 씨 댁 맞습니까?”

 

 유진은 처음 보는 사내의 모습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겨보다 대답대신 물었다.

 

 “누구세요?”

 

 누구냐고 되묻는 말이 대답이 되었는지 사내는 다시 유진에게 정중히 물었다.

 

 “임춘희 씨 계신 가요?”

 

 사내가 주머니에서 빛바랜 편지봉투를 꺼내 유진에게 내밀며 말을 꺼냈다.

 

 “이걸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유진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고 하는데 그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사내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챈 유진은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왜, 또! 뭔데?”

 

 이때, 핸드폰 너머로 생각지 못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여전히 바쁘구나?

 

 유진은 그제야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내어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다. 장호였다. 유진은 다시 핸드폰을 귀에 대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 …….

 

 유진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장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를 기다리지 못한 유진이 먼저 말을 이었다.

 

 “나 바빠.”

 

 그제야 장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우리 이혼하자.

 

 유진은 너무 기가차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나 바쁘다고.”

 

 - 유진아.

 

 유진은 이혼하자는 말보다 너무도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부르는 장호의 목소리에 화가 났다.

 

 “당신은… 그 말을 꼭 지금, 이렇게 전화로 해야 했어?”

 

 - …….

 

 다시 장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후우. 됐어, 다음에 얘기해. 나 정말 바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유진은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대문을 세게 닫았다. 방금 전까지 얘기를 나누었던 사내는 잊은 듯, 습관적으로 대문 앞에 주차된 차에 올랐다.

 

 사내는 유진의 사나운 기운에 차마 잡지도 못하고, 저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떠난 유진의 차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차에 오른 유진은 소복이 쌓인 눈을 좌우로 밀고 있는 와이퍼가 남긴 자국에 화가 났다. 히터 레벨을 조정하고는 오디오를 켜 볼륨을 크게 높였다. 그리고는 냅다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아아악. 뭐? 이,혼? 아아악!!! 아이씨, 망할 방송국! 눈은 또 왜 내리고 지랄이야.”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하고 싶었다. 2년 동안 공들인 다큐멘터리가 편성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편성이 취소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 상황에 남편이란 작자는 이혼을 하자고 한다.

 

 물론 별거를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욱하는 성격 때문이란 걸 아는 유진이었지만, 그래도 그 때는 충분히 예민해 있던 자신이 화를 낼만한 상황이었다.

 

 편성 때문에 재편집을 해야만 했고, 그 와중에 할머니인 임춘희 여사가 갑작스런 환우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으며, 게다가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떠나신 잘난 부모님덕분에 아픈 임여사의 간호는 고스란히 자신의 차지가 돼야만 했던 때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있던 장호가 직장동료인 윤영과의 사이를 의심하자 유진은 소리를 질러댔다.

 

 사람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장호였지만 그도 유진의 그런 성격에 지쳤는지, 평소와 다르게 유진에게 잠시 떨어져 있자고 먼저 말을 꺼냈었다.

 

 그래서 유진은 짐을 싸서 임춘희 여사의 간병을 핑계로 할머니가 살고 계신 돈의동 한옥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런데 연애 8년, 결혼 2년, 도합 10년의 세월을 함께했는데, 고작 3개월 떨어져 놓고는 이혼을 하자고 한다. 그것도 편성이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은 이 때 말이다. 유진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유진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어수선한 가운데서 유진을 발견한 조감독 기주가 뛰쳐나왔다.

 

 “피디님, 오셨어요?”

 

 “대표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김국장은?”

 

 “아직…이요.”

 

 대표실로 빠르게 걷던 유진의 걸음이 뚝 멈췄다. 제 뒤를 쫓아오며 대답하는 기주를 향해 뒤돌아섰다.

 

 “뭐? 나랑 통화한지가 언젠데 아직이야?”

 

 “대놓고 피하느라 연락 끊고 숨었는데 어떻게 찾아요? 방송국에서도 다……”

 

 서슬 퍼렇게 저를 노려보는 유진의 시선에 기주가 말끝을 흐렸다.

 

 “네, 알았어요. 지금 나가요, 나가.”

 

 잽싸게 밖으로 나가는 기주를 쳐다보던 유진이 대표실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얘기를 나누고 있던 윤영과 대표가 유진을 쳐다봤다. 유진은 인사도 없이 제 말 먼저 꺼냈다.

 

 “뭐에요?”

 

 “일단, 임피디 자리에 앉아서 얘기해.”

 

 대표가 유진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끌어당기자, 유진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윤영을 쳐다봤다.

 

 “이감독, 네가 얘기 해. 뭐야?”

 

 윤영은 유진의 말에 제 앞에 놓인 TV리모컨을 잡으며 여상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우선, 이것부터 봐.”

 

 윤영이 TV를 켜자 TV에서는 속보라는 자막과 함께 북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 정인철이 망명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거 뭐야?”

 

 “오늘 아침 한국으로 넘어왔다더라.”

 

 유진은 오늘따라 차분한 윤영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하아, 참. 아주 기가 막힌 우연이네.”

 

 잔뜩 꼬인 유진의 목소리에 대표가 유진을 불렀다.

 

 “저기, 임피디.”

 

 하지만 유진은 대표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제 할 말만 하고 있었다.

 

 “이거 김국장도 알고 있던 거야? 그래서 계속 편집 갖고 트집 잡았던 거야? 그래?”

 

 “저기, 임피디."

 

 “왜요? 이번에도 참으라고요?”

 

 유진은 이제 자신의 옷까지 잡으며 부르는 대표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대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후우, 아니. 우선 전화부터 받아. 급한 전화일지도 모르잖아.”

 

 유진은 그제야 핸드폰 벨소리가 들리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았다.

 

 “네, 임유진입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유진의 얼굴이 점점 더 험악하게 굳어지더니 급기야는 창백해지고 있었다. 유진은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슨 날인 것 같다. 누가 지금 저 하나를 죽이기 위해 사주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안 그러면 일이 이렇게 한꺼번에 터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작가의 말
 

 시작 합니다. 두근두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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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5-24 12:14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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