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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연극감독, 충실한 개와의 기억 8
작성일 : 18-11-26 08:29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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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 사무실과의 라니의 두 번째 협상은 순조롭게 끝난 듯이 보였다. 라니는 조용조용 비스 사무실의 비서에게 안되는 사유를 설명하였고, 관련 규정에 의해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말을 하며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라니가 이토록 죄송함을 표했던 것은 비스 사무실에서 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니의 의사에 수긍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비스 사무실에서 라니의 의사에 수긍한 것인지 라니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한가지 라니에게 불안함과 비슷한 약간의 걱정을 안겨주었던 것은 라니가 반대의 의사를 표명하였을 때, 비스 사무실의 비서가 비스는 정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을 하냐고 물어보았던 것이다. 라니는 대답할 수 없었다. 라니는 기계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협상을 이끌어 갔다. 결론은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라니는 이제 더이상 자신이 비스 사무실의 사안에 대해서 머리를 싸맬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규정을 다시 찾아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라니의 생각에는 이제 모든 일이 종결 된 것이었다. 라니는 마음이 후련하였다. 협상은 종료되었다. 라니는 눈알을 조금 굴려 감독관을 훔쳐보았는데, 감독관도 몹시 안심하고, 만족해하는 눈치인 것 같았다. 라니가 마음을 제대로 놓을 수 있었던 것은 감독관을 보고 난 후였다. 이제 정말 안심할 수 있었다. 라니는 비스 사무실의 사안에 집중하느라 그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서류 작업에 착수하였고, 라니는 다른 이유로 다시 바빠졌다. 물론 라니가 바쁘게 일한다고 해도, 라니를 인정해준다거나 힘든 것을 알아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라니의 업무는 고상한 서류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감독관 뉴크는 휴가를 사용하여 일터에 나오지 않았다. 뉴크가 휴가를 사용한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뉴크는 이러한 상황이 끝나기를 바라고 휴가를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이 사안에 대해 여태 뉴크가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라니와 감독관의 착각이었다. 소규모의 일터는 몇십년동안 함께 근무해온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소문을 전하는 것이었다. 일터의 일이 보잘 것 없으니 근무자들에게는 그러한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근무자들은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다. 남의 이야기를 옮기는 것은 자신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매우 흥미를 끌 수 있고 재미를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옮겨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항상 몰랐다. 근무자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옮기는 것은 험담이나 뒷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은 다만 일터에서 요즘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일터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고, 아마 근무자들이 생각하기에는 이런 이야기들은 남 욕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절대로'아니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동향 파악이자 정보 수집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 정보 수집은 아주 신성한 것이어서 그 당사자가 들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동향이라는 것은 일터의 근무자들에게, 오래된 근무자들에게, 감독관들에게, 오래된 감독관들에게, 결국에는 최고감독관 뉴크에게도 이르게 된 것이다. 뉴크는 동향을 듣고, 라니가 자신에게 찾아왔던 일을 조심스럽게 회상하였다. 감독관을 거치지 않고도 말해야 하는 것은 바로 비스 사무실의 신청 건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난 후 뉴크가 불안해 하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비스는 조마조마해졌다. 아직 자신에게는 비스 측에서 연락을 취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아직 라니는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닌 것인가? 자신도 생각하기를 라니가 어떻게 할 것인지는 몰랐다. 뉴크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려던 라니의 말을 끊고 감독관과 상의를 하라고 돌려 보냈었기 때문이다. 뉴크는 뒤늦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약간 후회하였다. 뉴크가 만약 라니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더라면 자신이 지금 이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권위를 챙기고자 한 것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뉴크는 라니를 불러서 이야기를 해보고 생각을 확인해볼까 하는 결심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뉴크는 그때 자신이 라니를 돌려보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위치에 대해 다시 숙고하였다. 뉴크는 최고감독관이었던 것이다. 또한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뉴크가 생각하기에 담당 감독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라니를 직접 불러서 의견을 확인하는 것은 최고감독관이 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최고감독관이 나설 만한 일이 아니라고 뉴크는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아니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남들이 눈치채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뉴크는 다만 최고감독관으로서 멀쩡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 처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사람처럼, 일이야 어찌 되든 감독관과 라니가 해결할 일이고 그에 따른 책임은 최고감독관 뉴크에게 없는 것이었다. 뉴크는 모르고 있으면 책임이 없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뉴크는 이 사안에 대해 아는 척 이야기를 꺼내지도, 라니와 감독관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도 않았고, 뉴크는 하루 휴가를 냈다. 뉴크의 계산 속에서 할 수 있던 최고의 행동이었다. 뉴크는 하루 휴가를 냄으로써 자신은 이 중대한 사항에 대해 알고있지 못하였으며, 그 사안은 담당 감독관과 라니가 알아서 조율한 것이라고 바깥에 비추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 휴가를 보내는 것은 그렇게 유쾌하고 홀가분한 휴가가 아니었다.

 

 

 

 홀가분하지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는 최고감독관 뉴크가 바랐던 것은 휴가 하루동안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보내는 것이었다. 뉴크는 자신을 찾는 이가 오늘 하루 만큼은 아무도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특히 비스의 사안으로 인해 자신을 찾는 이는 더더욱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최고감독관 뉴크는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이판사판으로 마음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어떻게 되든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일이야 라니와 감독관이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었다. 뉴크는 어디까지나 근무자와 감독관의 직접 보고를 받지 못한 부실한 근무자들의 대처 탓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피해자이자 희생자인 것이다. 뉴크는 이렇게 마음의 안정을 겨우겨우 되찾았다. 남은 하루도 지금처럼 고요하게 마무리 되었으면 하였다.

 

 

 

 비록 뉴크의 바람은 고요와 평화였을 지라도, 비스의 사무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비스의 사무실은 라니의 검토결과가 '위원회 구성 불가'로 내려진 것을 순순히 수긍할 수 없었다. 비스 사무실은 몇가지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어떠한 골치아픈 일이 벌어지면 최대한 비서들 사이에서 해결을 보고, 비스에게 중간 보고를 하여 머리 아프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급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기특한 비서들이 또 있을까? 비스 사무실의 직원들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재빠르게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 말한 규칙은, 사소하고 소소한 골칫거리로 상급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비스 사무실의 비서들은 고작 위원회 허가를 두 번 시도한 끝내 허가를 받지 못한 것을 비스에게 아직은 보고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또 고작 이러한 것으로 보고를 했다가는, 보고를 하는 행위 자체가 '해결을 못하겠으니 해결을 도와주십사' 간청하는 것과 마찬가지 였다.. 그것은 맡겨진 일을 처리할 역량이 부족함을 나타내기까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규칙은 비스 사무실에서 위원회 허가와 같이 어떤 기관이나 사람의 협조를 얻거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두어번의 시도에 성공하지 못하였을 때, 그에 대해 쓰는 압박 정책이다. 비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압박정책은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 것이었다. 비스 사무실에서는 누구를 자극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누구를 건드려야 상황을 움직일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있었다. 라니의 사무실의 조직을 꿰고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라니의 윗사람들은 바로 위의 감독관과 그위의 최고감독관, 그 위로는 총괄감독관이있는 것이었다. 총괄감독관 위로는 또 총감독관이 있고, 그 총감독관이 없을 경우, 총감독관을 대신하는 부총감독관이 있었다. 비스 사무실은 이 사실을 라니에게 처음 허가 요청을 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비스 사무실의 압박전략은 다양하고 복잡하였지만, 위원회 허가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쓸 전략은 아주 쉽고 간단한 것이었다. 조직의 위를 조금 흔들면 아래는 동요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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