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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키스 안해봤습니까?
작성일 : 18-11-25 19:30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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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조급해질수록 엘리베이터가 느려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중간에 누가 타기라도 한다면...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멈추지 않고 14층에 도착했다. 효성의 집 현관은 활짝 열려있었다.

 

 다나는 야구선수가 슬라이딩 하듯 캐리어와 함께 집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 순간 눈앞이 번쩍, 했다.

 

 아아, 이 느낌. 이제 익숙해지려고 해.

 

 “다나씨, 간신히 도착했군요.”

 

 이미 다나의 몸으로 바뀌어 헐렁한 양복을 입은 효성이 신발장 앞에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의원님도, 아직 옷, 안 갈아입으신 걸 보니 방금 도착하셨나 봐요.”

 

 “무슨 소립니까. 전 십 분 전에 도착했는데 다나씨가 올 기미가 안 보여서 옷도 ‘못’ 갈아입고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은 왜 안 받습니까?”

 

 “이 안에 있거든요.”

 

 다나가 눈으로 캐리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으니 옷부터 갈아입으시죠. 저한테도 편하게 입을 옷 좀 주시구요.”

 

 다나는 거실 입구에 걸터앉아 캐리어를 열었다. 솔기가 뜯어진 치마 아래로 가지런히 털이 난 길고 건강한 다리가 보였다. 그걸 보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오늘은 반드시 점집을 찾아야 할 텐데.

 

 “여기요.”

 

 다나는 분홍색 반팔 티셔츠와 회색 트레이닝 바지 속에 브래지어와 팬티를 넣고 돌돌 말아 그에게 건넸다.

 

 “분홍색 말고... 다른 색은 없습니까?”

 

 “그냥 입으세요. 다 비슷하니까.”

 

 “그럼 티셔츠는 그냥 제걸 입겠습니다.”

 

 효성이 돌돌 말아놓은 티셔츠를 펼쳐 다나에게 돌려주는 바람에 그 안에 있던 속옷들이 발밑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이것도... 입어야 합니까?”

 

 효성이 브래지어를 주워들고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요.”

 

 그의 입에서 으으, 비슷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저도 앞트임 있는 사각팬티 입는 거 싫거든요.”

 

 “이해합니다.”

 

 “제가 입을 건요?”

 

 “화장실에 가보세요. 준비해 놨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니 베이지색 티셔츠와 검정 트레이닝 바지가 놓여있었다.

 

 보풀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전문가의 세탁 솜씨 같았다. 혼자 사는 남자 의원이니 집안일을 해주는 가사 도우미가 있을 지도.

 

 옷을 갈아입고 나와 오늘 메고 갔던 가방 안을 뒤졌다. 그런데 가방을 탈탈 털어 봐도 핸드폰이 없었다.

 

 캐리어를 뒤엎어 봐도 핸드폰은 나오지 않았다.

 

 정말 회사에 두고 왔나.

 

 효성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려는데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그가 한참 지나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다나는 효성의 방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의원님, 아직 멀었어요?”

 

 “저기... 잠깐 좀 들어와 보시겠습니까?”

 

 다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효성이 상반신 누드로 브래지어를 들고 있었다. 물론 민망함은 다나의 몫이었다.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다나는 얼른 돌아서서 말했다.

 

 “이걸 입는 방법을 잘 몰라서요.”

 

 “아, 됐어요. 못하겠음 하지 마세요.”

 

 “하지만 조금 전에는 입어야 한다고...”

 

 “의원님 티셔츠는 사이즈가 넉넉할 테니까 브래지어는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다나는 도망치듯 방에서 나왔고 잠시 후 효성이 흰색 후드 티와 회색 바지를 입고 나왔다.

 

 후드 티가 어찌나 큰지 다나가 그 안에 한 명 더 들어가도 될 것 같았다.

 

 “의원님, 저 핸드폰 좀 빌려주세요.”

 

 “왜요?”

 

 “저한테 전화 좀 걸어보게요. 아무래도 잃어버린 거 같아서요.”

 

 효성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주고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다나는 자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마침내 수화기 너머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오다나씨 핸드폰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세욱이었다.

 

 “이 비서님?”

 

 - 아, 오 비서님.

 

 “제 핸드폰 갖고 계세요?”

 

 - 네, 사무실에 두고 가셨길래 혹시나 해서 챙겼어요.

 

 “아아, 다행이다.”

 

 - 배터리 빵빵하게 충전해서 갖다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오늘 의원님 서류도 전해주시고, 이래저래 신세만 지네요.”

 

 - 뭘요. 이렇게 후식도 적립하는 거죠.

 

 “네?”

 

 - 서류배달 건으로 밥 사주신다고 했으니, 이번엔 커피도 사달라구요.

 

 “아하, 네. 그럼요.”

 

 - 그럼 편히 쉬시고 내일 봬요.

 

 “네, 내일 봬요.”

 

 전화를 끊자 효성이 못마땅한 얼굴로 다나를 봤다.

 

 “왜요?”

 

 “다나씨 핸드폰을 같은 방 직원이 갖고 있는 겁니니까?”

 

 “그렇다네요.”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요?”

 

 “사무실에 두고 갔으면 그냥 둬도 될 텐데...”

 

 효성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사실 다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차피 사무실에 두고 문을 잠그면 들어올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충전을 해준다고 했지만, 약간은 과잉친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안 잃어버린 게 어디에요.”

 

 다나의 말에 효성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점집 찾을 수 있을까요?”

 

 다나가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그래야겠죠.”

 

 “의원님도 어제 점집 찾고 있었던 거죠?”

 

 “으응?”

 

 효성의 콧구멍에 힘이 들어갔다. 항상 냉정하던 말투와 다른 반응이었다.

 

 딱 걸렸어.

 

 다나는 효성이 당황하는 틈을 타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그냥 솔직히 말하세요. 우리 이제 한 배를 탔으니까요.”

 

 “맞아요. 월요일 저녁에 저도 점집에 갔었습니다.”

 

 효성은 뜸도 들이지 않고 의외로 싱겁게 자백했다. 이럴 거였다면 처음부터 솔직히 말했으면 될 것을.

 

 “소원 빈 잘생긴 총각, 맞죠?”

 

 “맞습니다.”

 

 “근데 어제는 왜 시치미 뗐어요?”

 

 “다나씨한테 굳이 말할 필요 없을 것 같아서요.”

 

 “아니 왜 말할 필요가 없어요. 의원님도 거기 갔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얽힌 걸 수도 있을 텐데.”

 

 “글쎄요. 그건 아닌 것 같지만.”

 

 “의원님은 무슨 소원 빌었는데요?”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아 시치미 뗐습니다.”

 

 “왜요? 최연소 대통령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아닙니다.”

 

 “에이, 가르쳐주지.”

 

 “그러는 다나씨는요?”

 

 “저요?”

 

 “다나씨는 무슨 소원 빌었는데요?”

 

 “그, 그건... 비밀인데요.”

 

 진보당 보좌직원인 주제에 벌레 나오는 반지하 원룸이 싫어 Y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소원을 빌었다는 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저도 비밀입니다. 그러니까 소원의 내용을 말하지 않는 걸로 합시다.”

 

 “그래요, 뭐.”

 

 가만,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내 소원은 이상한 모양새긴 하지만 이뤄졌는데, 그럼 강효성의 소원도 이뤄진 걸까?

 

 궁금했지만 물어봐야 가르쳐 주지도 않을 것 같고, 소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 편이 피차 좋을 것이다.

 

 “그럼 할머니가 의원님한테도 주의사항 같은 거 말해줬어요?”

 

 “아니, 그런 건 없었습니다.”

 

 “어, 그럼 나한테만 말해주신 건가.”

 

 라고 말하는 순간, 소원은 하루에 한 사람만 들어주기 때문에 안 된다던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이 사단은 자신이 소원을 빌겠다고 조르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효성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옷도 갈아입었으니 슬슬 점집 찾으러 갑시다.”

 

 “그럽시다.”

 

 다나는 효성의 말투를 흉내 내며 따라나섰다.

 

 

 

 잠시 후, 효성과 다나는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빵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었다.

 

 “역시 사라져버렸군요.”

 

 “이제 어떡하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일단 온 김에 빵이나 사가는 걸로 합시다.”

 

 “이 집 꽈배기랑 도넛 종류하고 버터크림빵 맛있어요.”

 

 결국 점집은 찾지 못하고 꽈배기, 도넛, 버터크림빵에 소보루까지 사서 집에 돌아왔다.

 

 우유와 빵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나서 두 사람은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의원님,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말씀하시죠.”

 

 “의원님이나 저나 매일 일곱시 반까지 집에 올 수는 없잖아요. 국정감사 준비하려면 매일 야근해야 할 텐데.”

 

 “안 그래도 저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지만 장기화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점집도 사라졌으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생각해 봤는데 저녁에 몸이 바뀐 다음에 상대방 역할을 해 주면 어떨까요?”

 

 “사실 저도 다나씨와 똑같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쵸? 좋은 생각이죠?”

 

 “아뇨. 좋지 않은 생각입니다.”

 

 “네?”

 

 “다나씨는 괜찮을지 몰라도 저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요.”

 

 “전 괜찮고 의원님은 위험해요? 그건 무슨 논린데요?”

 

 “다나씨가 지금처럼 손톱을 물어뜯고 있거나, 앞머리를 헝클어뜨리거나 하면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런 사소한 습관 때문에 분명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는 사람이 생길 겁니다.”

 

 “아... 그건 제가 조심할게요. 그리고 실수하지 않도록 습관이나 좋아하는 것들 공유하면 되잖아요. 내일만 지나면 토요일이니까 주말 동안 연습도 해 보고.”

 

 “그래요. 그럼 그 방법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기로 합시다. 그리고 내일은 될 수 있으면 오늘처럼 일곱시 반까지 집에 오는 걸로.”

 

 “알았어요. 근데 최후의 보루라면... 서로 상대방처럼 연기하는 거 말고 무슨 좋은 아이디어 있어요?”

 

 “제가 어제 다나씨가 말했던 드라마를 좀 검색해봤습니다.”

 

 “드라마요? 무슨...”

 

 “남주랑 여주랑 몸이 바뀐다는...”

 

 “아, 시크릿 가든이요?”

 

 “네.”

 

 “근데요?”

 

 “줄거리를 대강 훑어봤는데 그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키스를 하고 나서 자기 몸으로 돌아오는 것 같더군요.”

 

 “아, 아니에요. 주인공들이 키스를 하긴 하는데요. 그것 때문에 바뀌는 건 아니구요. 날씨 때문에 바뀌죠.”

 

 “날씨?”

 

 “저도 오래 전에 봐서 잘 기억 안 나는데... 아마... 비가 오면 바뀐다는 설정일 거예요. 근데 갑자기 드라마 얘기는 왜... 설마 우리도 키스해보자거나 그런 건 아니죠?”

 

 순간 다나는 웃음이 터졌지만, 효성의 얼굴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런 겁니다.”

 

 “에에에?”

 

 “저도 딱히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해볼 수 있는 건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아니죠. 절대 안 돼요!”

 

 다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다나씨, 혹시 키스... 한 번도 안 해봤습니까?”

 

 “그, 그걸 왜 묻는데요?”

 

 “키스라는 말에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 같아서요. 그저 키스일 뿐인데.”

 

 “그저 키스라뇨? 상식과 지성을 갖고 계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제가 다나씨랑 사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저는 그저 우리 몸을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더 안 되죠!”

 

 다나가 소리를 빽 지르는 바람에 효성의 눈이 두 배로 커졌다.

 

 어라, 이렇게 말하니까 꼭 내가 강효성 의원이랑 사귀고 싶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제, 제 말은 사랑하지도 않는 사이에 키스 같은 거 하면 안 된다는-”

 

 “그럼 사랑하는 사이면 괜찮습니까?”

 

 효성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다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와의 거리가 어찌나 가까운지 외계인처럼 눈만 커다랗게 보였다.

 

 쿵쾅, 쿵쾅,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래, 저 눈빛 때문이야. 눈은 마음의 창이라더니 저 검고 깊은 눈동자는 강효성 의원의 것이 분명해. 내 눈은 짙은 갈색이란 말이야.

 

 “의, 의원님이랑 제가 사랑할 리가 없잖아요.”

 

 “왜 그렇게 단정 짓는 겁니까?”

 

 “당연하죠! 의원님은 저랑 정치적 신념도 다르고 그리고 또... 그러니까....”

 

 “저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 버릴 수 있습니다. 다나씨는 그렇지 않은가 보군요.”

 

 “그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의원직을 포기하라고 하면 그럴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절 사랑하는 사람이면 그런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죠.”

 

 “그럴 줄 알았어. 말 바뀌는 거 봐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다 버릴 수 있다더니.”

 

 “제 말에 딱히 모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암튼 전 그렇게 쉽게 키스하고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앞으로 그런 얘기는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나는 벌떡 일어나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뜬금없이 키스니 사랑이니 말하는 효성에게도 화가 났지만 사실은 그런 말에 흔들리는 자기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이건 분명 리바운드 같은 심리일 거야. 실연을 당하면 우선 누구라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 나는 너무 갑작스럽게 남자친구한테 이별 통보를 받았고,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강효성 의원과 이런 식으로 엮이게 돼서 혼란스러운 거야.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애써 이성적으로 분석하며 다나는 캐리어에 있는 물건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화장품은 책상 위에 세워놓고, 정장은 옷걸이에 걸고, 속옷과 티셔츠를 서랍장에 넣던 다나는 어쩐지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구두! 출근용 구두를 하나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신발이라고는 아까 신고 온 운동화밖에 없었다.

 

 정장에 운동화를 신는다고 땅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조인아 의원은 그런 걸 좋게 봐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나는 거실로 나갔다. 그 사이 효성은 소파에 기대앉아 뉴스 채널을 보고 있었다.

 

 “저 잠깐 집에 갔다 와야 할 것 같은데요.”

 

 “왜요?”

 

 “구두를 안 가져왔어요.”

 

 “그런 거라면 그냥 있어요. 하나 사줄게요.”

 

 “당장 내일은 어떻게 하라구요. 아니, 됐어요. 그냥 내일 아침에 제 몸으로 돌아간 다음에 집에 들러서 구두로 바꿔 신고 출근할게요.”

 

 “아닙니다. 지금 같이 가시죠.”

 

 “네? 같이 가요? 저희 집을요?”

 

 “저도 다나씨 집이 어딘지 정도는 알아두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갑자기 같이 가겠다니 예상외의 반응에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효성에게 집을 가르쳐주면 안 될 이유도 없었다.

 

 “그래요,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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