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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남자친구 있습니까?
작성일 : 18-11-25 19:28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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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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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같이 밤을 새우기로 했지만 완전한 타인 - 그러나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 - 과 마주하고 있으려니 몹시 어색했다.

 

 자꾸만 도플갱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다나는 가끔씩 자신의 손을 보면서 효성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해야 했다.

 

 “그 점집 할머니한테 다른 얘기는 못 들었습니까?”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신 효성이 다나에게 물었다. 점집 할머니? 가만 있자... 이거 좀 이상한데... 앗!

 

 “의원님도 갔었죠?”

 

 “어딜요?”

 

 “점집이요.”

 

 “아니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거짓말 아닌데요.”

 

 “점집에 안 갔는데 점집주인이 할머니인줄 어떻게 알았어요?”

 

 “아까 다나씨가 말했습니다.”

 

 “저, 할머니라고 꼬집어 말한 적 없거든요.”

 

 “아닙니다. 분명 말했습니다.”

 

 우와, 황당해. 내가 한 말을 녹음해놓은 것도 아니니 증거도 없고. 아까 역시, 라고 해놓고도 오리발 내밀더니.

 

 “아니, 맞아요. 그 할머니가 내가 오기 바로 전에 잘생긴 총각이 다녀갔다고 했어요. 그 총각, 의원님이잖아요. 맞죠?”

 

 “제가 잘생기긴 했지만 점집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다나를 보며 말했다. 스스로 잘생겼다고 말하다니 사실이긴 하지만 얄밉긴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설렁탕집 앞에 있었던 것도 나처럼 점집을 찾느라고 그랬던거 아닌가? 분명히 간 거 같은데 왜 아니라고 하지? 아하, 의원님씩이나 돼서 점집에 간 게 쪽팔리다 이거겠지. 벌써부터 재선되게 해달라는 소원이라도 빌었나? 관두자, 관둬.

 

 “알았어요. 안 간 걸로 해요.”

 

 다시 침묵이 흘렀다. 자신이 평소와 전혀 다른 말투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는 게 너무 이상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를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샌드위치였다.

 

 “다나씨도 먹을래요?”

 

 “아뇨. 전 괜찮아요.”

 

 “저는 배가 고파서, 간단히 먹어야겠습니다.”

 

 “그러세요.”

 

 그가 샌드위치 포장을 뜯었는데 심상치 않은 냄새가 났다.

 

 “자, 잠깐만요!”

 

 다나가 다급하게 외쳤지만 샌드위치는 이미 효성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다나는 그를 향해 뛰어가며 외쳤다.

 

 “먹으면 안 돼요! 저 참치 알레르기 있어요!”

 

 다나의 말에 효성이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뒤로 뺐다. 휴우, 다나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참치 알레르기가 있습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참치 통조림 알레르기요.”

 

 “통조림? 그럼 참치 회는 먹을 수 있구요?”

 

 “네, 회는 좋아하진 않지만 먹을 순 있어요.”

 

 “그런 알레르기도 있군요. 처음 들었습니다.”

 

 효성이 샌드위치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실 안에는 생수와 맥주밖에 없었다.

 

 “의원님은 알레르기 같은 거 없어요?”

 

 “없어요. 전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다행이네요. 저도 참치 통조림 말고는 괜찮아요.”

 

 “다나씨, 치킨 먹을래요?”

 

 냉장실 안의 맥주를 노려보던 효성이 다나를 보며 물었다.

 

 “치킨이요? 좋죠!”

 

 몸이 바뀐 상황에서도 치맥이 진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후라이드? 양념?”

 

 “반반이요.”

 

 “맥주는?”

 

 “마실게요.”

 

 효성이 치킨을 주문하고 냉장고에 있던 캔 맥주를 꺼내 다나에게 건넸다. 치킨에 대한 기대감과 알코올의 작용 때문인지 서먹서먹하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다나씨, 제 나이는 알고 있죠?”

 

 “네. 서른넷. 민국당 최연소 국회의원.”

 

 “그럼 공평하게 저도 다나씨 나이 물어봐도 됩니까?”

 

 푸훕, 다나는 웃음이 터지려는 걸 속으로 삼켰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나이가 궁금하면 그냥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될 것을.

 

 “스물아홉이요.”

 

 “아, 정말이요? 전혀 몰랐습니다. 학교 갓 졸업하고 온 인턴인 줄 알았어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 동안이네요. 저랑 열 살 차이는 나는 줄 알았는데.”

 

 의원님도 만만치 않은 동안이시거든요. 다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럼 국회에서는 언제부터 일했습니까?”

 

 “2년 전부터요.”

 

 “그렇군요. 조인아 의원님과는 원래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

 

 “아뇨, 국회 홈페이지에서 보좌진 모집 공고 보고 들어왔어요.”

 

 “그럼 졸업하고 나서 바로 국회에서 일한 건 아니군요.”

 

 “네, 작은 홍보대행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정치에는 원래 관심이 있었습니까?”

 

 “그러니까 정외과를 갔겠죠?”

 

 “아, 전공이 정외과였군요.”

 

 뭔가 친교의 시간이라기보다 취조당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을 때 인터폰이 울렸다.

 

 기다리던 치킨이 온 것이다!

 

 효성의 몸을 가진 다나는 설렁탕 한 그릇으로는 배가 차지 않았고, 다나의 몸을 가진 효성은 저녁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허겁지겁 치킨을 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배가 찼을 때 다시 효성이 취조를 하기 시작했다.

 

 “다나씨.”

 

 “네.”

 

 “혹시 남자친구 있습니까?”

 

 “그건 너무 개인적인 질문인데요.”

 

 “불편하시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따지고 보면 남자친구가 없는 걸 없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

 

 “없어요.”

 

 “없다구요?”

 

 “왜 놀라시는 거죠?”

 

 “아니, 당연히 남친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한데 제가 사실 남친이 있었어요. 월요일 오전까지는요.”

 

 “아, 그럼 차이셨군요.”

 

 효성은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 그래도 괜찮게 웃는 구나.

 

 반달눈으로 접히는 자신의 얼굴을 보자 또 다시 다나의 심장이 두근, 요동쳤다.

 

 안 돼, 오다나. 변태처럼 자기 얼굴 보고 반하지 말라니까.

 

 “근데 지금 저 차였다니까 좋아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아, 의원님은 무척 나쁜 사람이네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합리적이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상황이 더 복잡해졌을 테니까요.”

 

 “복잡해질 일이 뭐 있어요?”

 

 “남자친구가 있으면 주로 일과 끝나고 만날 텐데, 우리 가설대로라면 일과 후에 서로 몸이 바뀌는 거니까, 남자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될 테고, 그런 일이 지속되면 남자친구가 무슨 일이 있는지 따져 물을 테니까요.”

 

 “그럼 의원님은요?”

 

 “저요?”

 

 “의원님은 여자친구 있어요?”

 

 “없습니다.”

 

 아, 여자친구가 없구나. 잘 됐네.

 

 반사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 다나는 자신의 그런 생각에 뜨끔하다가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조금 전에 효성이 말한대로 여자친구가 있었음 상황이 더 복잡해질 테니까 잘됐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여자친구 말고 또 궁금한 거 있습니까?”

 

 효성의 질문에 가장 먼저 가슴의 흉터가 떠올랐지만, 그건 너무나 개인적인 부분이라 물어보면 예의에 어긋날 것 같았다.

 

  다나는 적절한 질문을 찾지 못하고 맥주만 마셨다.

 

 테이블 위에 빈 맥주 캔이 쌓여갔고, 세 캔째 마시던 다나에게 긴급상황이 발생했다.

 

 돌연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 것이다. 다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아.”

 

 순간 효성도 난감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맥주를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그 방법을... 제가... 가르쳐 드려야 할까요?”

 

 효성이 더듬더듬 물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잘 모르실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다나는 씩씩거리며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변기 앞에 서서 영화에서 본 것처럼 자세를 잡았다.

 

 긴장해서인지 처음에는 잘 나오지 않던 소변이 어느 순간 쏴아, 쏟아졌다.

 

 다나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녁 일곱시 반 이후에는 음료를 절대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시원하십니까?”

 

 화장실에서 손을 박박 씻고 나오는 다나를 보며 효성이 싱글거리며 물었다.

 

 “놀리지 마세요.”

 

 “놀리는 거 아닙니다.”

 

 놀리는 거 맞으면서. 다나는 아랫입술을 쑥 내밀고 벽시계를 봤다. 벌써 새벽 세시 반이었다.

 

 아파트에 들어온 게 열시반쯤이었으니 효성과 다섯 시간이나 함께 보낸 셈이다.

 

 서먹한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고 그 자리를 졸음이 차지했다. 하암, 다나가 하품을 길게 했다.

 

 “졸리면 잠깐 눈 좀 붙이시죠.”

 

 효성의 말에 다나가 소파에 누우려는데,

 

 “아, 저쪽에 있는 손님방에 가서 주무시면 됩니다.”

 

 효성이 거실 안쪽에 있는 방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우와,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일인용 침대와 옷걸이, 키가 큰 플로어 스탠드, 2단 서랍장, 책상과 벽거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꾸며진 깔끔하고 정돈된 방은 인테리어 잡지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았다.

 

 다나는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연살구색 시트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배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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