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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길고 긴 첫날밤(?)
작성일 : 18-11-25 19:28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3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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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요?”

 

 “아, 아뇨. 저희 집이랑 가까워서요.”

 

 그가 104동으로 가서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들어갑시다.”

 

 출입문이 열리자 효성이 다나를 보며 말했다.

 

 거울을 보는 것도 아닌데 자신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은 어쩐지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다나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그가 자연스럽게 14층을 누르고 구석에 기대섰다.

 

 다나는 밖에서는 수없이 봤지만 안에는 한 번도 들어와 본 적 없던 아파트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세로 있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렇게 빤히 보지 말아 주십시오. 저도 그쪽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긴 마찬가지니까요.”

 

 내 목소리가 저렇게 까칠했나. 다나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 약간 기가 죽었다. 어제 계단에서 부딪혔을 때와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하긴 어제와는 다른 껍데기를 쓰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사이 엘리베이터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14층에 멈췄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효성이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다나는 효성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운동화를 벗고 거실에 올라선 그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심각한 얼굴로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았다.

 

 안 돼, 저러다 주름 생길라.

 

 “제 얼굴로 그렇게 인상 쓰지 마세요.”

 

 다나가 자신의 까칠함도 못지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쪽 인상도 만만치 않은데요.”

 

 그가 다나를 보며 말했다. 그제야 자신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안으로 들어오시죠. 일단 옷을 갈아입도록 해야겠습니다.”

 

 “아, 네.”

 

 그래, 요가팬츠는 너무했네.

 

 효성이 거실을 가로질러 맨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방에서 나온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남색 트레이닝복과 흰 티셔츠를 다나에게 건네주었다.

 

 여전히 현관 앞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던 다나는 슬리퍼를 벗고 거실에 들어왔다.

 

 “화장실이 어디에요?”

 

 “화장실은 왜요?”

 

 “옷 갈아입어야죠.”

 

 “화장실에서요?”

 

 “그럼 어디에서요?”

 

 “아, 어차피 제 몸이니까 그냥 갈아입어도 상관없을 줄 알고... 암튼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화장실은 현관 바로 옆에 있었다.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던 다나는 비로소 팬티도 입지 않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저, 의원님.”

 

 “네.”

 

 “그거... 팬티도 주세요.”

 

 “팬티? 아아, 잠시만요.”

 

 그가 아까 들어갔던 방으로 다시 들어가 팬티를 들고 나왔다.

 

 팬티를 받아들고 욕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던 다나는 문득 든 생각에 아찔해졌다.

 

 자신이 남자 속옷을 갖고 있지 않듯 효성에게도 여자 속옷이 있을리 없었다.

 

 오 마이 갓, 그럼 나 -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몸이지만 - 지금 노팬티에 노브라란 말이야?

 

 당장 집에 가서 속옷을 챙겨다가 입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티 내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아 모른 척하기로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입고 거실로 나오자 커피 향이 났다. 다나는 효성의 맞은편 소파로 가서 앉았다.

 

 “마셔요.”

 

 효성이 테이블 위의 머그컵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다나는 컵을 들어 커피향을 맡았다. 쌉싸름한 향기가 코끝에 닿자 조급했던 마음이 약간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먼저 통성명을 해야겠죠? 제가 강효성이란 건 말씀 드렸고, 아니 딱히 말 안해도 아실 테고, 그쪽은?”

 

 “저는 오다나라고 합니다.”

 

 “오다나씨, 어제 저랑 계단에서 부딪혔지요?”

 

 “맞아요.”

 

 “그게 이 일과 관련이 있을까요?”

 

 “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 그쪽이랑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짐작 가는 데가 있습니까?”

 

 “네, 확실하진 않지만...”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요?”

 

 효성이 다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정면으로 부딪히자 다나의 심장이 화답하듯 쿠궁, 쿠궁, 뛰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아무리 몸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효성이라고 해도 매일 보던 내 얼굴을 보면서 심장이 뛰다니 나 알고 보면 자아도취 변태일지도 몰라.

 

 다나는 효성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흠흠, 목을 가다듬는 시늉을 했다.

 

 “월요일에 친구랑 술을 마시고 집에 오다가 점집에 갔어요.”

 

 “역시...”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역시... 라고 하셨어요?”

 

 “아, 아닙니다. 계속 말씀하시죠.”

 

 효성의 얼굴에 당황하는 빛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금세 시치미를 뗐다.

 

 다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일도 아니고, 아직 말꼬리를 잡을 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지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술김에 점집에 들어가서 소원을 빌었거든요. 근데 소원을 빌고 나서 점집 주인이 주의사항을 말해줬어요. 사흘 동안 남자랑 손도 잡지 말아야 하고... 신체 접촉을 하면 안 된다고.”

 

 흠, 효성이 한숨을 쉬고는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아침에 의원님하고 부딪힌 거죠. 어제 저녁에는 이상하게 막 잠이 쏟아졌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남자로 변해있었는데 몇 분 있다가 금방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구요. 그래서 일찍 퇴근하고 점집에 찾아가려다가 다시 남자가 되어버린 거예요.”

 

 “시간도 기억합니까?”

 

 “네?”

 

 “오늘 저녁에 남자로 변했던 시간도 기억하냐구요.”

 

 “그게... 아 맞아요. 일곱시 반이었어요.”

 

 “그래요. 일곱시 반이죠.”

 

 “앗!”

 

 다나가 짧게 소리치자 효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왜 그러시죠?”

 

 “아침에도, 오늘 아침에도 일곱시 반이었어요. 내일 아침 일곱 시 반이 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나봐요.”

 

 “그렇겠죠.”

 

 효성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알고 계셨어요?”

 

 “알고 있다기보다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어떡하면 좋을까요?”

 

 “일단 저녁 일곱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 일곱시 반까지 서로의 몸이 바뀐다는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 봐야겠죠.”

 

 “알았어요. 그럼 제가 집에 갔다가 내일 아침에 여기로 다시 올게요.”

 

 다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왜요?”

 

 “다나씨가 제 몸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의원님도 마찬가지신데요.”

 

 “저야 여기 있으면 다른 사람 눈에 띌 일이 없겠지만, 다나씨가 지금 다나씨 집으로 가다가는 다른 사람에게 목격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걱정 마세요. 마스크 쓰고 조심할게요.”

 

 “그리고 내일 아침에 바뀐다는 게 아직 100% 확실한 것도 아니고, 제 생각에는 같이 여기 있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책도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구요.”

 

 “그래도 한집에 있는 건 좀...”

 

 “잘 생각해 보세요. 한 지붕 밑에 있는 게 마음이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예? 어째서요?”

 

 “예를 들어서, 어디까지나 예를 들어서 말입니다. 제가 혼자 있다면 다나씨 몸을 갖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음주가무를 즐길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아, 정말요?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서라고 전제했습니다만.”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강효성이 내 몸을 갖고 나돌아 다니며 광란의 밤을 보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호기심에 내 몸을 만진다거나...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소중한 내 몸을 그에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감시 차원에서 승낙하는 거야.

 

 “좋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까지 여기 있을게요.”

 

 다나와 효성의 길고긴 첫날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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