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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슬아슬 비밀동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25

남자친구에게 차여, 직장에서 치여, 만신창이가 된 다나는 신비한 점집에서 소원을 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 남자가 된 자신을 발견한 다나, 그 남자는 전날 계단에서 부딪힌, 아이돌 뺨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자랑하는 국회의원 강효성이다. 두 사람은 소원의 부작용으로 저녁 7시 반부터 다음날 아침 7시 반까지 12시간 동안 몸이 바뀌게 된다. 사라진 점집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다나와 효성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동거하기로 하는데... 12시간씩 몸이 바뀌는 남녀의 신체 강탈 로맨스. 그들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내가 강효성 의원으로?
작성일 : 18-11-25 19:27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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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안에 계속 숨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밖이 조용한 틈을 타 문을 여는데 안으로 들어오던 여자가 다나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이 변태새꺄! 빨리 나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나는 연거푸 고개를 숙이고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 가슴이 터질 듯 뛰고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공연히 빈 화장실 문을 열어보는데 노숙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야상을 걸치고 들어왔다. 순간 저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독한 냄새 따위는 무시해야만 했다.

 

 “아저씨.”

 

 다나가 다가가자 아저씨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눈곱이 덕지덕지 말라붙은 눈을 치켜떴다.

 

 “당신 뭐야? 옷은 다 찢어져서.”

 

 “그 야상 저 주시면 오만 원 드릴게요.”

 

 다나는 지갑에서 오만 원을 꺼내 내밀었다.

 

 “에라, 도둑놈아. 이게 얼마짜린데.”

 

 아저씨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다나는 얼른 돌아서서 말했다.

 

 “아저씨, 제가 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아, 이 목걸이도 드릴게요.”

 

 다나는 목을 꽉 조이는 14금 목걸이를 풀어 오만 원과 함께 아저씨에게 내밀었다. 그제야 아저씨는 누런 앞니를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가 두 달전 일본 출장 다녀올 때 면세점에서 사준 건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릿한 냄새가 나는 야상을 걸쳐 입고 헛구역질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발에 맞지도 않는 하이힐이 너무나 불편했다. 힐을 벗어 한 손에 들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다나를 쳐다봤다.

 

 유모차를 밀고 가던 젊은 엄마는 대놓고 코를 틀어막으며 그녀를 피해갔다.

 

 급기야 다나는 뛰기 시작했다. 뛰니까 옷에서 냄새가 더 심하게 풍겼지만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집에 도착. 재빨리 비밀번호를 누르고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걸 확인한 후 집에 들어왔다.

 

 옆집 아주머니라도 보고 1층 아가씨 집에 남자가 드나들더라,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현관 앞에 야상을 벗어던지고 옷을 벗었다. 온몸이 근지러운 것 같았다.

 

 샤워를 해야 하는데, 잔뜩 늘어난 하얀 레이스팬티 밑으로 불룩 솟아오른 게 보였다.

 

 으으, 저절로 소름이 끼쳤지만, 구역질 나는 냄새를 견딜 수 없어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 샤워기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다나는 아랫도리를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몸을 씻었다.

 

 그리고 대충 물기를 닦은 다음 옷장에서 손에 잡히는 티셔츠와 요가 팬츠를 꺼내 입었다.

 

 그나저나 왜 또 남자로 변한 거야.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 마시니 정신이 좀 드는 것 같았다.

 

 다나는 주방에 가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현관에 벗어놓았던 야상을 집어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그리고는 화장대 앞으로 가서 거울을 봤다. 아침에는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놀라느라 알아채지 못했지만, 남자의 얼굴은 분명히 낯이 익었다.

 

 이 남자를 내가 어디서 봤더라.

 

 으헉. 헝클어진 머리를 브러시로 빗어 넘기던 다나는 소리를 질렀다.

 

 기억이 났다. 거울 안의 남자는, 강효성 의원이었다.

 

 강효성 의원이라니, 다나는 입을 떡 벌린 채 거울을 들여다봤다.

 

 국내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려놓은 것처럼 반듯한 눈썹, 보고 있으면 빠져들어 갈 듯 깊고 검은 눈동자, 얼굴 한가운데 곧게 뻗어있는 오뚝한 콧날, 아랫입술 가운데가 약간 패인 도톰한 입술, 푸른 수염자리가 비쳐 보이는 날카로운 턱선...

 

 이리보고 저리봐도 영락없는 강효성 의원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강효성 의원으로 변하다니.

 

 어제 강효성 의원과 부딪혔기 때문에 뭔가 잘못됐을 거라는 추측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어쨌거나 점집에 찾아가 물어봐야 할 문제였다.

 

 얼른 밖으로 나가자고 생각하는데 아까 얼떨결에 입은 티셔츠가 오프숄더 티셔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나는 다시 옷장을 뒤졌다. 재작년에 락페스티벌에 갔을 때 기념으로 산 검정 맨투맨 티셔츠가 서랍 맨 아래쪽에 있었다.

 

 사이즈가 엑스라지밖에 남지 않아 투덜대면서 샀는데 이럴 때 쓸모가 있을 줄이야!

 

 티셔츠를 갈아입는데 가슴 한 가운데 지퍼처럼 기다란 흉터가 보였다.

 

 오래전에 생긴 것 같은 흉터는 적어도 30센티미터는 되는 듯 했다.

 

 아까 샤워할 때는 아랫도리를 보지 않겠다는 일념에 눈을 감고 대충 씻느라 몰랐는데, 가슴에 난 흉터를 보니 더욱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몸의 정체는 강효성처럼 만들어진 복제인간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런 상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점집으로 빨리 가보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변장을 한 다나는 발볼이 미어터질 것 같은 분홍색 삼선 슬리퍼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점집 할머니를 생각하니 속에서 부글부글 화가 치밀었다. 남자로 변해버릴 수도 있는데, 고작 잘못돼도 책임 못 진다는 말로 넘어가려고?

 

 하지만 지금 아쉬운 건 다나였다. 다나는 할머니를 만나도 절대 화내지 말고 정중하게 물어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충격과 공포, 혼란과 분노로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점집이 있는 골목 모퉁이를 돌았다.

 

 구수한 빵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빵 냄새를 맡자 금세 허기가 졌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다나는 남자처럼 걸으려고 노력하며 점집 앞으로 갔다.

 

 그, 런, 데.

 

 점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어진 줄 알았던 빵집이 있었다. 뭐야? 망한 게 아니었어? 잠깐 동안 리모델링한 건가? 이틀 만에 리모델링을 한다고?

 

 다나는 엉거주춤 빵집 앞에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가게 안쪽에서 미소를 띠며 나온 아주머니는 예전에 보던 빵집 아주머니였다.

 

 “여기, 점집 있었는데... 나갔나요?”

 

 다나는 아주머니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점집이요?”

 

 아주머니는 해질 무렵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다나를 수상쩍게 쳐다보며 물었다.

 

 “네, 제가 여기 월요일에 왔었거든요.”

 

 “무슨 소리야, 총각. 내가 여기서 십오 년 째 장사하고 있는데.”

 

 “아, 아닌데.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분명 여기서 월요일에 점을 봤는데-”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다나가 아주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아주머니가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여, 여보!”

 

 “왜?”

 

 안에서 아저씨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 좀 나와 봐. 빨리.”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말하자 안에서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가 나왔다.

 

 “뭔데? 왜 그래?”

 

 아저씨가 험악한 얼굴을 다나에게 들이밀었다. 조금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소리를 했다간 당장 식빵만한 주먹이 얼굴에 날아올 기세였다.

 

 “이 총각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콧소리를 섞어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다나는 어쩔 수 없이 빵집을 나왔다. 작전상 일보후퇴라고 치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술김에 위치를 착각했나 싶어 상수역 부근 골목까지 샅샅이 뒤졌다.

 

  가뜩이나 길눈도 어두운데 선글라스를 쓰고 여기저기 헤매다보니 어느새 깜깜한 밤이 돼버렸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도 없고 배가 고파 쓰러질 것 같았다.

 

  다나는 눈앞에 보이는 설렁탕집으로 들어갔다.

 

 열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스무 평 남짓한 공간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누가 강효성 의원을 알아보면 낭패다 싶어 마스크만 벗고 설렁탕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글라스에 자꾸 김이 서리는 바람에 답답해서 결국은 벗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 강효성 의원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논하며...”

 

 젠장, 우리 의원님은 토론회를 개최해도 뉴스에 나올까 말까 하는데 강효성은 축사 한 번 했다고 헤드라인 뉴스가 되는구나. 잘생긴 놈만 잘나가는 불공평한 세상 같으니.

 

 다른 때보다 유난히 양이 적게 느껴지는 설렁탕 국물을 숟가락으로 부지런히 떠 입에 넣는데 카운터에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왔다.

 

 “내가 아까부터 긴가민가했는데 맞네.”

 

 다나는 아주머니를 쳐다봤다.

 

 “강효성 의원님, 맞죠?”

 

 아주머니가 턱으로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에이, 뭐가 아니야. 맞는데. 그렇게 하고 온다고 모를 줄 알았어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그러지 말고 나랑 셀카 찍어요. 나 의원님 팬이랑 말이에요.”

 

 “아니요. 진짜 저 아닙니다. 안 그래도 그 사람하고 닮았단 얘기 많이 들어서 스트레스거든요.”

 

 다나는 최대한 깐깐하게 들리도록 말했다.

 

 “진짜...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못 믿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아닙니다. 닮은 사람일 뿐입니다.”

 

 “알았어요. 뭐 그리 정색을 하고 그래. 사람 민망하게.”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가더니 직원들과 수군대기 시작했다. 다나는 뚝배기를 들어 남은 국물을 단숨에 마시고 설렁탕집을 나왔다.

 

 

 

 선글라스는 머리 위에 올리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마스크를 꺼내 쓰는데 시야에 키가 자그마한 여자가 포착됐다.

 

 그 여자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는 ‘다나’였다.

 

 그녀는 힙합 오디션이라도 나가야 할 것처럼 헐렁한 후드 티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다나는 너무 놀라 용수철처럼 그 자리에서 펄쩍 튀어 올랐다.

 

  그러자 자기랑 똑같이 생긴 여자가 성큼 다가왔다. 다나는 도플갱어를 보고 있는 것처럼 무서운 느낌이 들어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잠깐만요.”

 

 날카로운 목소리에 두 발이 즉시 멈췄다.

 

 “누, 누, 누구세요?”

 

 “저, 강효성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나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왜 ‘강효성’이라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딱 보면 모르겠습니까? 그쪽이랑 저랑 지금 몸이 바뀐 거란 말입니다.”

 

 “아...”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 다나는 자신이 효성과 똑같이 생긴 남자로 변한 줄로만 알았지,

 

 그와 자신의 몸이 뒤바뀐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보니, 몸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여자의 말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저랑 강효성 의원님이랑 서로 바뀐 거란 말씀이시죠? 옛날에 드라마 시크릿 가든처럼?”

 

 “그 드라마는 안 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그쪽이 제 몸을 하고 있고, 제가 그쪽 몸을 하고 있으니 일반적으로는 바뀐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겠죠.”

 

 “아니 어떻게 이런... 정말 그쪽이 강효성 의원님이란 말씀이시죠?”

 

 “네. 맞습니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갑시다. 자세한 건 집에 가서 얘기합시다.”

 

 어느새 바짝 다가온 여자가 다나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집에 가자구요? 왜요?”

 

 다나는 아직 혼란스러운 머리를 가로저으며 물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죠.”

 

 “그걸 꼭 집에 가서 해야 하나요?”

 

 다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골목길 끝에 작은 카페가 있었다.

 

 “저기요. 일단 저기 들어가서 얘기해요.”

 

 “그런 모습으로 말입니까?”

 

 다나와 똑같이 생긴 여자, 아니 그녀의 몸속에 있는 효성이 다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가팬츠는 7부 바지처럼 올라왔고, 사타구니는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윽, 다나는 티셔츠를 억지로 끌어내렸다.

 

 “지, 집이 어딘데요?”

 

 “여기서 아주 가깝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의 집에 간다는 게 꺼림칙하긴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다나가 훨씬 힘이 센 남자의 몸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요. 가죠.”

 

 다나가 대답하자 효성이 앞장섰다.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내 뒤통수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다나는 이상한 기분으로 앞서가는 그녀의 ‘몸’을 뒤따라갔다.

 

 효성이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Y아파트였다.

 

 “의원님, 여기 사세요?”

 

 다나가 새된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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