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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연극감독, 충실한 개와의 기억 7
작성일 : 18-11-25 16:11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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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관은 규정집을 꺼내에 이곳저곳 펼쳐보고는 위원회에 대한 규정을 찾아보았다. 감독관은 '위원회의 설립과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무어무어라고 더 써져있는 규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가 되는 그 규정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정치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라고 명확하게 쓰여져 있었다. 과연 정치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법을 해석하다보면 종종 자구의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다. 바로 위의 예시와 같이 정치라는 것의 해석이 모호하게 보일 수도 있고, 하필이면 정치 업무라고 되어있는 것은 그러면 정치의 업무를 봐주고 있는 사람만이 대상이라는 것인지,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상이라는 건지 점점 혼란에 빠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정치 업무라는 것도 예를 들어 통상적인 정치의 의미로 비추어 보았을 떄 자신을 선출해 준 지역을 다스리고 의사의 결정에 관여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할 수 없으면, 직접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인가? 정치 그 자체와 정치 업무는 엄연히 다른 법이다.

 

 ​

 

 규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애매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는 사람이 어떻게 보고 싶어 하느냐에 따라서 규정이 애매하게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규정은 말그대로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규정은 변하지 않는다. 규정은 항상 그대로이다. 변하는 것은 규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자고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감독관과 라니는 최고감독관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보았다. 감독관과 라니 둘다 이 건을 보고하고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최고감독관이 비스의 사안에 대해 알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물론 감독관은 최고감독관이 끝끝내 모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사안이 끝날 때까지 최고감독관이 이 사안에 대해서 알지못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셋이 마음을 합하면 일을 이루어 낼 수있지만, 둘이 마음을 합한다면, 글쎄다. 큰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힘은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

 

 

 

 라니는 금지된 물품을 지닌 채로 수색을 받는 심정으로 일터를 떠났고, 깜깜한 밤은 빠르게 도망갔다. 라니가 바랐던 것은 규정을 수호하는 것… 얼마 남아있지 않은 양심을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라니는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철학의 세계를 동경하는 아이었다. 일관성의 힘. 일관성의 아름다움을 알았고 비겁함의 초라함. 비겁함의 최후를 알았다. 하지만 많은 것은 라니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

 

 

 

 일터의 공기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라니였다. 이게 단지 라니의 느낌일 뿐인지, 실제의 분위기가 변한 것인지 라니는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라니는 걸음을 걸을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저려왔고 다리의 뼈사이가 가려워져서 몸을 움츠렸다. 몸의 감각이 점점 마비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다리의 힘이 풀리고 팔의 힘이 풀리고 눈의 힘이 풀렸다. 라니는 허약한 체력과 마음으로 지나친 긴장감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일을 보려 나갔다가 조금 움직이는 것 조차도 그 느낌은 마치 남의 몸을 빌린 듯이 감각이 없었다. 오늘은 비스 사무실에서 아직 소식이 없었다. 라니도 그것을 원하였다. 자신이 검토가 끝나면 연락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비스 사무실이 또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믿었다.

 

 

 

 

 

 라니는 오전일찍 감독관과 의견을 맞추어 행동방향을 정하였다. 오늘중으로 비스 사무실에 연락을 취하여 허가가 어렵다는 말과 그 규정을 설명하고, 거절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관은 약간은 신경쓰였는지 거절을 최대한 '친절하게' 하는 것을 재차 강조하였다. 감독관 스스로를 위한 마지막 자기위로였다. 친절하게 거절하는 것은 감독관이 생각하기에는 규정을 수호하여 위법한 인간이 되지 않으면서 상급자들의 눈 밖에 나지 않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듯하여 무척 흡족하였다. 라니는 그 '친절한 거절'이라는 임무를 받고 오늘 비스 사무실로 또 다시 접촉을 하게 될 것이다.

 

 

 

 

 

 

 

 라니는 의외로 어제의 연락에서 자신에게 별 반박을 하지 않고 꽤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비스 사무실의 비서에 약간은 놀란 터였다. 보통 위원회 허가를 문의하는 사람에게 검토 후에 연락을 주겠다는 말은 거절과 같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은 신청인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고, 윽박을 지르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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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 죽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라니는 생각한적이 없었다. 의학적인 신체의 죽음에 이르는 것은 먹을 것을 먹지 못해 죽음에 이르거나, 병에 걸려 건강이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에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

 

 라니는 처음으로 신체의 죽음말고 다른 의미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달리 여러 방면의 죽음이 있었던 것이다. 동물은 신체가 죽는 것만이 죽음이지만, 사람은 사회적으로 죽을 수도 있었고 사랑이 죽어버린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 사람은 가족사이에서도 죽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또 인간은 일터에서도 죽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죽음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그 방면의 욕심을 단념하고 사람이 체념하여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여서 그러한 죽음은 또 다른 환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체의 죽음을 제외한 사람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인 것이다. 일터 안에서 죽은 사람으로 지낼 수 있는 사람은 도리어 자신을 다시 찾을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일터에서 잘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을 죽이게 되고, 일터에서 죽은 것처럼 지내고자 하는 자는 자신을 살리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여 사랑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는 사랑 때문에 자신을 죽이게 되는 것이며, 사랑을 단념하고 자신은 사랑으로써는 죽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사랑 없이도 자유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것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것은 그 어떠한 것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관성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라니는 일관성 때문에 자신에게 죽음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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