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의 계약자
작가 : 경월
작품등록일 : 2018.11.4

 
4화
작성일 : 18-11-25 16:0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4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불쾌하다.

 

  백발의 노인이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해 기약 없이 걸음을 옮긴다.

 

  쿵ㅡ! 쿠구구구구구궁ㅡㅡ

 

  백발의 노인이 발걸음을 옮기자 태산과도 같은 거대한 문들이 굉음을 내며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연 것도, 무언가 특이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은 불합리하게도 노인의 앞을 전혀 막지 못한 채 허무하게 열리고 말았다.

 

  노인에게 있어 그것은 닫혀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이 열리자 노인은 이제까지 자신이 지나온 것들과 온전히 동일한 공간 밟았다.

 

  거대한 문으로 막혀있는 방은 개성은커녕 방을 장식하는 흔한 물건조차 존재하지 않는, 어찌 보면 섬뜩할 정도로 깨끗한 방이었지만 노인은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잠시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혀 변하지 않는 새하얀 방들을 가로질렀다.

 

  탁ㅡ

 

  그러한 공간을 수없이 건너온 노인이 마침내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노인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짙은 회색빛을 띄고 있는 거대한 문이 처음으로 노인의 앞을 필사적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쯧!!”

 

  노인이 무형의 기운을 내뿜으며 문을 압박해 보았지만 그럼에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노인의 표정에 짙은 분노와 함께 불쾌감이 떠올랐다.

 

  “감히......”

 

  이제까지의 문들과는 다르게 자신이 바로 앞까지 왔음에도, 거기다가 직접 힘을 사용했음에도 열리지 않는 문을 본 노인의 얼굴이 빠르게 식어갔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는 노인은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어쩔 수없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거대한 문을 직접 열었다.

 

  쿵! 끼이이이이이익ㅡ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완전히 열리자 문 안쪽에 있던 공간이 노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

 

  그리고 그 순간 노인의 코앞으로 새카만 점들이 쏟아져 내렸다.

 

  “감히... 감히!! 네깟 놈들이!!”

 

  그곳은 다른 방들과는 달리 검은 점들이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있는 공간이었다. 검은 점들은 조금씩이지만 새하얀 방을 확실히 탁하게 만들고 있었고, 희미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노인을 비롯한 다른 존재들의 분노를 샀다.

 

  “가라.”

 

  그러한 현상을 역겹다는 듯이 내려다보던 노인이 마침내 입을 열어 명령했다.

 

  쏴아아아아아아ㅡㅡ

 

  그러자 노인의 발밑에서 희미한 형태를 가진 안개 같은 것들이 빠져나와 아직 물들이지 않은, 다른 방들에서 볼 수 있었단 새하얀 부분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점들이 조금이지만 느려지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노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

 

 

  아침의 상냥한 햇살이 썩어문드러진 지붕과 벽을 뚫고 허름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과연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지 의심케 하는 수북이 쌓여있는 먼지들과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가구들 사이로 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잠에서 깼다.

 

  “...눈부셔.”

 

  머리를 몇 번 털고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는 자신의 옆에 있던 서랍 위에 놓여있는 커다란 오크통의 뚜껑을 열어 잠긴 목을 축였다.

 

  벌컥ㅡ 벌컥ㅡ

 

  여느 때와 같이 오크통에 담겨져 있는 물로 목을 축인 사내는 이곳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곧바로 집에서 나왔다.

 

  “......?”

 

  사내가 마치 무언가에 구속이라도 된 듯이 돌연 움직임을 멈추었다.

 

  흉가에서 나온 사내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반쯤 무너져있는 담벼락도 아니고, 하수구에서 기어 올라온 쥐도 아니었다. 그곳에는 어젯밤에는 분명히 없었던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

 

  10살 전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그보다 더 어려보이는 남자아이가 차가운 벽에 기댄 채 세상모르게 서로를 끌어안고 깊이 잠들어있었다. 순간 당황하여 두 아이를 자세히 본 그는 두 아이의 몸 상태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발은 원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어 벗겨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늘 새벽에 무언가에 쫒기다가 결국 이런 구석진 곳까지 숨어들어 지쳐 쓰러졌을 것이다.

 

  딱히 그 상황을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구석진 곳에 올 수 있을 만한 상황은 그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이대로 있다면 두 아이 모두 얼마가지 못해 죽거나, 노예상에게 붙잡힐 것이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곳, 빈민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쯧......”

 

  아무리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숙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되는 연약한 존재다. 어른들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기본적인 생활들을 비롯한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너무나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신매매, 마약, 살인, 자살, 전염병 같은 것들처럼.

 

  최소한 이곳 빈민촌에 있는 아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위험들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제 만난 친구가 다음날 흔적도 없이 없어질 수도 있고, 다음날 없어진 줄로만 알았던 그 친구에게 자신이 무참히 살해당할 수도 있는 곳이 빈민촌이었다.

 

  그 현실은 아직 굳은 살 조차 배지 않은 아이들의 찢어져 잔뜩 골은 발바닥과 온 몸에 난 깊은 상처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저벅ㅡ 저벅ㅡ

 

  무의식 적으로 아이들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손을 뻗어 아이들의 작은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흠칫ㅡ

 

  그러고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머리위로 손을 올렸던 것을 뒤늦게 자각하여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황급히 손을 땠다.

 

  ‘어째서 내가......’

 

  나는 방금 저 아이들의 머리 위로 올린 나의 양 손을 내려다보았다.

 

  딱딱하고 더러운 손.

 

  이 말 말고는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곤히 잠들어있는 상처투성이의 아이들에게로 시선이 옮겨졌다. 이정도로 기력이 약해져있는 상태라면 자신이 알아채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갔다.

 

  사내는 자신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조소를 머금으면서 자신의 집 앞에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 시간을 결코 길지 않았다.

 

  “하아......”

 

  짧은 한숨과 함께 두 아이의 몸에 난 상처들을 정확히 파악한 그가 그곳에서 몇 걸음 뒤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짧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무엇이 그리 미안한지. 아마 그곳에 누군가가 그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물어봤을 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말은 아무도 듣지 못한 채 허공에서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사내의 발밑에서 짙은 그림자 같은 것이 튀어나와 아이들의 몸을 휘감았다.

 

  따스하게 세상을 비추면서 지금은 빛의 시간이라고 주장하는 아침 햇살을 무시하듯이 아이들의 몸 위로 다시 한 번 짙은 밤이 찾아왔다.

 

  최소한 그 공간만큼은 감히 태양조차 범접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쩌적ㅡ

 

  하지만 밤의 시간이 흘러 빛의 시간이 오듯이 다시 한 번 현현된 밤은 얼마안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아이들의 몸을 휘감았던 얇은 막 또한 그와 동시에 허무하리만큼 쉽게 깨졌다.

 

  그렇지만 사내는 이에 만족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아이들의 앞에 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사내는 아이들의 앞을 벗어났다.

 

  *

 

  차갑다. 하지만 동시에 따뜻하기도 했다.

 

  자신을 깨우고 있는 햇님은 무척이나 다정해 나 같은 나쁜 아이도 따뜻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햇님은 무척이나 게을러서 어두운 곳은 굳이 밝게 해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고마웠다.

 

  왜냐하면 햇님이 마치 나에게 조금 더 자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으니까. 이제 우리에게 그런 다정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결국 이곳을 밝게 해주고 있는 햇님 때문에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햇님이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나를 깨우는 것 같았다.

 

  빨리 일어나보라고.

 

  “으음......”

 

  그때 옆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잠에서 완전히 깰 수 있었다.

 

  남동생의 귀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잠들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고, 새벽에는 피곤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무집을 볼 수 있었다.

 

  “......!!”

 

  순간 소녀의 온 몸이 공포로 인해 굳어버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나무집과 이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소녀가 겨우 긴장을 풀었다.

 

  “휴우......”

 

  소녀는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방금 전까지 자신이 떨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어제 밤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었다.

 

  찰싹ㅡ!

 

  하지만 소녀는 그 일을 잊어버리려는 듯 자신의 뺨을 강하게 쳤고, 일어나는 것 같았는데 다시 잠들어 버린 자신의 남동생을 향해 다가갔다.

 

  “레이, 이제 일어나......?”

 

  남동생을 깨우던 소녀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상처가... 없어?”

 

  동생의 몸에 당연히 있어야 할 흉터와 상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일어났을 때 자신의 발에서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 낸 소녀는 자신의 몸 또한 내려다보았다.

 

  “이게 뭐야......”

 

  소녀의 시야에 상처 하나 없는 뽀얀 피부가 들어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자기 전에 입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챌 수 있었다.

 

  밤하늘을 찢어 만든 듯이 아름답고, 고요한 드레스가 자신에게 입혀져 있었다.

 

  레이가 누워있는 곳은 아직 어두워서 몰랐지만 레이 또한 자신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대체 누가......”

 

  “으음... 누나? 그 옷 뭐야?”

 

  그때 레이가 눈을 비비면서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야 말로 그 옷은 뭔데?”

 

  “내 옷이라니? 어!? 이게 뭐야?”

 

  둘은 이유모를 상황에 잔뜩 당황하여 서로 투닥거렸지만 이내 배가고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늦게 일어나서 교회에 가지 못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일단 빨리 교회에 가보자. 이제 일어나봐 레이.”

 

  “알았어....... 어?”

 

  자신들 같이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고아들에게 아침마다 따뜻한 빵을 나누어주는 수녀님이 계신 교회로 서둘러 가기 위해 에린이 동생인 레이를 일으키자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 레이가 얼빠진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물건을 주었다.

 

  “무슨 일 있어?”

 

  “누, 누나!! 이, 이거.”

 

  레이가 주먹을 쥔 채 에린의 눈앞으로 작은 손을 뻗었다.

 

  “뭔데 그렇게 들떠하는 거......”

 

  순간 그녀는 레이의 손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나 이거 금 맞지? 나 금 주웠어!!”

 

  그 순간 소녀의 사고는 정지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8 8화 2018 / 12 / 22 258 0 5947   
7 7화 2018 / 12 / 8 241 0 5560   
6 6화 2018 / 12 / 4 253 0 5572   
5 5화 2018 / 12 / 1 249 0 5048   
4 4화 2018 / 11 / 25 263 0 5149   
3 3화 2018 / 11 / 8 273 0 5630   
2 2화 2018 / 11 / 7 300 1 5502   
1 1화 2018 / 11 / 4 464 1 501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암살자의 정석
경월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