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맞이하는 1교시는 수학 시간이었는데, 평소 못하는 과목인만큼 지루해 버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과서 또한 준비해 오지 못한 나는 뜬 눈으로 앞의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만 했다.
그렇게 긴 1교시가 끝나고 난 뒤 이 반에 반장처럼 느껴지는 남자애 한 명이 다가와 내게 말을 붙였다.
"준영이라고 했나? 난 이 반의 반장, 양형민이야. 앞으로 서로 잘 지내보자."
"어, 그래."
반장은 또렷한 이목구비에 금빛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큰 키를 자랑하는 누가봐도 잘생긴 엄. 친. 아. 였다. 모든 것을 갖춘 그는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전학은 어쩌다가 오게 된 거야?"
"아.. 서울에서 오게 됐는데.."
내가 곤란하다는 듯이 뒷말을 얼버무리자 반장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말하기 부담스러우면 말 안해도 돼."
"미안."
"괜찮아. 그럼, 뭐 부탁할 거 있으면 나에게 말해. 최대한 도와줄게."
"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그러도록 할게."
내가 고맙다는 듯이 말하자 반장은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 나야."
"응?"
"아, 아냐. 수업 시작하겠다."
"아, 그래."
나는 무슨 말인지 못 들어서 궁금해 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금방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 뒤로도 몇 명이 와서 내가 전학 오기 전 다녔던 고등학교라던가 살았던 곳에 대해 물어보긴 했었지만 나는 대충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곧 떠날 곳인데 정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쉬는 시간이 지나갔고, 수업시간 도중에는 옆에서 자꾸 살짝살짝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수업 내용만 열심히 들었다.
어느덧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는 어머니의 부탁을 듣기 위해 핸드폰으로 오늘 마트 할인 정보를 확인하며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이런 관경에 관심이 있는지 내 앞자리에 앉은 한 남자애가 말을 걸었다.
“와 너 혼자 장보냐?”
나는 당황하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어 뭐.. 그렇지”
그러자 그는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멋쩍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난 강민서야 불편했으면 미안.”
“아 아냐, 난 부모님이 늦게 돌아오셔서 주로 혼자 요리해 먹거든”
나는 부모님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집에 주로 혼자 있다고 말했다.
“근데 혼자 요리까지 한다는 건 대단한 걸? 나중에 한번 놀러가도 돼?”
“그래 뭐 시간나면 놀러와”
나는 속으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도 모든 애들에게 차갑게 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서에게는 왠지 옛날에 만났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난 빨리 가봐야 돼서, 내일보자”
나는 가방을 들고 말했다.
“그래, 내일보자”
민서는 알겠다는 듯이 내 가방을 툭툭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