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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밟아버렸습니다.
작성일 : 18-11-24 15:43     조회 : 333     추천 : 0     분량 : 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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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티니티 서쪽 - 폰틴의 공동묘지 ]

 

 

 

 "어....라....?"

 

 마을 서쪽의 입구로 나온 그레이스는 당황한 표정을 숨길수가 없었다.

 

 토끼가 뛰어날고 참새가 지저귀던 지난 필드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 눈 앞에 펼쳐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레이스 눈 앞에 있는 거라고는 검게 죽은 대지와 군데군데 솟아 있는 말라죽은 검은 나무들

 

 그리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지 여기저기 부서지고 갈라진채 방치되어 있는 수백개의 묘들이었다.

 

 그레이스는 다시 지도를 열어 퀘스트 위치를 확인해보았다.

 

 '일몰의 언덕'은 폰틴의 공동묘지를 지나 솟아 있는 작은 언덕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디보자. 이쪽으로 쭈욱 가면 되는건가?"

 

 지도를 뚫어져라 보던 그레이스가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레이스가 걷는 길은 말 그대로 지도상으로 일직선으로 가는 길

 

 즉,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묘 사이를 막 뚫고가는 길이었다.

 

 

 

 덥썩!

 

 그레이스가 무덤과 무덤 사이를 지나가는 그 순간 그레이스의 발목을 무언가가 강하게 붙잡았다.

 

 "음?"

 

 그레이스는 놀란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크웨에에에에"

 

 코가 썩어들어가는듯한 악취와 여기저기 부패한 피부

 

 한쪽 눈알은 어디로 갔는지 한쪽 눈만이 남아 그레이스를 주시하고 있는 형체

 

 

 좀비...

 

 공포영화와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그 좀비가 지금 땅을 뚫고 올라와 그레이스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레이스의 눈망울은 지금까지의 어떤 순간보다도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몬스터!!!'

 

 그레이스의 머릿속에 몬스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까전에 봤던 토끼나 다람쥐가 아니라 이렇게 징그럽고 괴상하게 생긴 부류들이었다.

 

 

 "경험치... 돈... 내놔"

 

 그레이스가 상반신만 땅위로 겨우 올라온 좀비를 향해 삿다질을 하며 소리쳤다.

 

 "크웨에에에~~"

 

 당연히 그레이스의 말에 좀비가 대답 할리는 없었다.

 

 상체만을 땅위로 꺼내놓고 그레이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좀비

 

 

 

 우지끈!

 

 그런 좀비의 팔목을 그레이스는 사정 없이 짓밟았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듯 부서진 가면 너머로 보이는 입가에는 옅은 미소까지 머금고 말이다.

 

 

 "크웨엑"

 

 "넌 내꺼야 아무대도 못가"

 

 우지직..우지끈.. 하는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우지직!

 

 "크웨에에엑!!!"

 

 그레이스의 발목을 붙잡았던 좀비가 고통에 울부짖었다.

 

 "시끄러워. 그 입 다물어"

 

 좀비를 즈려밟고 있던 그레이스가 사정없이 발목을 비틀었다.

 

 

 크웨엑! 하고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던 좀비는 그 처량한 모습 그대로 가루가 되어 땅으로 흩어졌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에,...?"

 

 좀비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5레벨이나 올랐다는 메시지를 본 그레이스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스는 정보창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

 

 [이름 : 그레이스 성별 : 여

  나이 : 18 직업 : 없음

  종족 : ??? 레벨 : 6

 

 --------------------------------------------

 

 

 

 

 "6레벨이라고?"

 

 잘못본게 아니었다.

 

 분명히 한마리에 6레벨이되었다.

 

 

 "그럼 방금 내가 잡은 몬스터가 대체 몇 레벨 몬스터였던거야?"

 

 그레이스는 메뉴창에 들어가 '도감'이라고 이름 붙여진 창을 꾹 눌렀다.

 

 'Overmind'에 있던 그대로라면 분명 만났던 몬스터들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가 기록되어 있을게 분명했다.

 

 

 

 "어디보자...."

 

 그레이스의 눈에 가장 먼저 토끼와 다람쥐들이 보였다.

 

 "토끼랑 다람쥐들은 Lv.1이고... 참새는 Lv.3이네"

 

 도감에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레벨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좀비는.... Lv.20?"

 

 그레이스의 레벨은 방금전까지 1이었다.

 

 그리고 무기도 없었다.

 

 Lv.20의 몬스터를 그렇게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리가 없었다.

 

 

 "뭐지...? 이것도 버그인가?"

 

 지금까지 'Epic Tales' 안에서 그레이스가 겪은 버그만해도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잘못된 정보가 한두가지쯤 더 있다고해도 이상할건 전혀 없었다.

 

 

 "음...."

 

 도감을 살펴보단 그레이스는 또 이상한걸 발견했다.

 

 "어라...?"

 

 그레이스가 지금까지 본 몬스터의 종류는 4마리

 

 토끼, 다람쥐, 참새 그리고 좀비였다.

 

 하지만 도감에 활성화되어 있는 종류는 5가지였다.

 

 

 <악신 아카네>

 

 

 그녀의 이름이 도감에 기록되어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공백상태로 아무런 정보도 얻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 딱 한가지.

 

 Lv.1000 의 환신족 몬스터라는점이었다.

 

 

 '정말로 신님이었구나....'

 

 말 그대로 압도적인 레벨을 자랑하는 아카네

 

 그레이스는 점점 더 그녀에 대해 궁금해졌다.

 

 다른 NPC들과 다르게 플레이어에 대해 알고 있었던 아카네였다.

 

 게다가 바깥세상, 즉 현실세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어떤 신님이었는지, 전쟁의 여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그녀가 왜 세상에선 악신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왜 저주받은 물건에 들러붙은 악령처럼 가면을 통해 자신에게 속삭였는지...

 

 

 

 

 "구웨에에엑~!"

 

 "기에에"

 

 "끄어어억"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레이스의 귀에 또 다시 좀비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산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좀비들이 깨어난다는 영화적 설정처럼

 

 자기 무덤을 덮고 있던 흙을 뚫고 좀비들이 땅 위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좀비들의 모습을 보고 그레이스의 입에는 또 다시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

 

 

 "어서와~ 사랑스러운 내 먹잇감들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그레이스는 바로 자신의 발 밑에서 열심히 기어나오고 있는 좀비의 머리를 즈려 밟았다.

 

 "거억~?"

 

 머리를 즈려밟힌 좀비가 시선을 위로 들자 그레이스의 차가운 미소가 그를 반겨주었다.

 

 게다가 그레이스가 밟고 있는 힘이 얼마나 쎈지, 몸을 일으키던 좀비가 더이상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좀비는 허겁지겁 다시 자기의 무덤안으로 들어가려고 빠져나오던 동작을 역재생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스의 차가운 미소를 보고 도망가려던 좀비의 머리

 

 그 머리가 지금 축구공처럼 무덤가를 뒹굴고 있었다.

 

 "어디가려고~ 말했잖아? 넌 내꺼라고~"

 

 입가에 지어진 미소만 봐도 차가우면서도 소름돋는 그레이스의 미소였다.

 

 딱 한번, 그저 걷어찼을뿐인데 Lv.20의 좀비가 또다시 생을 다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이번에는 2단계 상승한 그레이스의 레벨

 

 그레이스는 좀비에게서 나온 아이템들을 수거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 좀비에게서 나온것은 10실버 그리고 '좀비의 이빨' 이라는 아이템이었다.

 

 딱봐도 '좀비의 이빨'은 잡템이란걸 그레이스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잡템도 잔뜩 모아다 팔면 큰 돈이 된다는 사실 또한 그레이스는 알고 있었다.

 

 

 

 "너희 전부 편하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그레이스는 기어나온 좀비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까 전 까지만해도 토끼 한마리 죽이지 못했던 그레이스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레이스에게 그때의 소심한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180도 다른 모습의 그레이스

 

 무기 따위 손에 들지도 않은 그레이스가 눈 앞에 보이는 좀비들을 보이는 족족 발로 차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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