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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랑 나랑 너
작가 : 우루루
작품등록일 : 2018.11.8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성일 : 18-11-23 23:37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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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달빛도 비치지 않는 어두컴컴한 골목길.

 아주 희미하게 비치는 가로등 불빛만이 이곳이 사람들 지나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골목길을 지나가고 나서는 조금 더 밝은 풍경의 주택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곳 또한 모든 집의 불이 꺼져있고 휑하니 텅 빈 거리는 약간 공허한 느낌마저 들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발을 들인 거리에는 작게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어둠 속에서 눈에 힘을 주어 살펴보니 누군가가 통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다시 골목길로 들어가 고개만 빼꼼 내밀고 그 사람을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키가 180은 되어 보이고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갸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저기서 뭐하는 거지?’

 

 어둠이 눈에 익자 그가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보였다. 날카롭고 뾰족한 그것.

 

 “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뒤늦게 입을 틀어막고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못 들었기를 바랬지만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남자의 시선은 어두운 환경 속 에서도 뚜렷하게 보였다.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눈빛.

 직접 눈이 마주치니 훨씬 더 위험한 느낌이었다.

 

 “젠장!”

 

 나는 욕을 내뱉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깨웠다. 그 남자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것이 보였고 나도 그 순간 바로 뒤로 돌아 내가 왔던 그 골목길로 빠르게 도망쳐 갔다. 하지만 어두운 와중에 이 골목길로 도망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전봇대 옆에 쌓여있는 쓰레기 뭉치들과 옆 건물과 이어져 있는 환풍구까지,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아까 골목길을 들어갈 때는 켜져 있던 가로등 불빛마저 꺼진 채 완전한 암흑세계를 만들었다. 아무리 어둠이 눈에 익었다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을 달린다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었다. 오직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쫓아오는 그 남자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는 것이다. 서서히 조여오는듯한 그 긴장감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헉,헉!

 

 ‘이대로는 잡힌다!’

 

 앞을 보니 드디어 골목길이 끝나가고 앞쪽으로는 큰 길이, 왼쪽으로는 또 다른 샛길이 보였다. 큰길까지 나가면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테니 저 남자도 행동을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내가 큰길까지 뛰어 갈 수 있냐는 것이다. 생각은 짧았다. 어차피 저 남자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앞이 안 보이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샛길에 도착했을때 휴대폰에서 음악을 틀고 빠르게 앞으로 던졌다. 나는 옆길에 웅크리고 앉아 심장소리라도 들릴까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음악소리에 정신이 팔려 내 발소리를 못 들었기를 기도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 점점 발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제발..!’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밉살맞게도 신은 내 바램을 들어주셨다. 그 남자가 내 옆을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가 아닌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

 

 헉!, 헉!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왠지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를 끝으로 꿈에서 깼다.

 교복은 땀으로 인해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내 눈앞에는 아까의 감정은 다 추스렸는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이수선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 뭐야, 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려. 나쁜 꿈이라도 꿨어?”

 

 ‘왜!, 대체.., 내 꿈에 너가 나오는 거야..!’

 

 마지막에 들렸던 여자의 목소리는 분명 나한테 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이수선의 목소리였다. 지금까지 내 꿈은 항상 나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장면을 보여주고는 했다. 그렇다면 방금 꿨던 꿈대로라면 내가 괴한에게 몸을 피해 안전해진 시점에서 내가 이 꿈을 꾼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 나중에 내가 다치는 장면이 꿈에 나오는 게 맞는 일이었다.

 

 ‘이수선이 다치면 내 마음이 아파질 거라는 건가? 하..! 웃기지도 않는군.’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까지 엄마를 제외하고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나는 눈앞에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는 이수선에게 차갑게 말했다.

 

 “아아,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창밖을 바라보니 이미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교실 안에는 나와 이수선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머지 수업시간동안 아무도 나를 안 깨웠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학교에서 나의 위치와 존재감을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말하기 싫으면 됐어. 집이나 가자.”

 

 이수선은 내가 말을 안 한 것이 마음에 안 드는지 볼을 부풀리고서는 내 가방을 대신 챙겨 앞장서서 교실을 나갔다.

 

 “하아..”

 

 나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이수선의 뒤를 쫒아갔다.

 집을 가는 동안에도 이수선은 사소한 얘깃거리들을 하며 어느 날과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애초에 이수선은 대화상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듯, 혼자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이수선은 인사를 했다.

 

 “잘가, 민혁아 내일보자”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수선의 인사말이었다.

 나는 말없이 손을 흔들어 잘가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고개를 돌리기 전 슬쩍 이수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빨까지 다 보이는 이수선의 밝은 웃음, 똘망똘망한 눈동자. 지금까지 내가 아는 이수선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든다.

 나는 이수선의 모습을 보니 괜히 드는 찜찜한 기분에 머리를 긁적였다.

 

 ‘설마. 오늘은 아니겠지?’

 

 나는 이수선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한숨을 푹 쉬고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내가 언제 들어올지 알고 있었다는 것 마냥 탁자에 만둣국이 놓여 있었고, 할머니는 거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허리도 안 좋은데 소파에 앉아 있으라니까요?”

 

 “어여, 우리 아가왔어?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 니가 사귀었다던 그 친구랑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니?”

 

 “응 뭐, 맨날 똑같지. 되게 성격이 밝은 친구라서, 싸울 일도 없어..”

 

 “흐흐, 그려?, 그럼 나중에 집에도 초대하고 그래, 너처럼 성격이 밝다니깐 괜히 궁금해지네.”

 

 “..알았어. 기회 되면 부를게.”

 

 인자하게 나를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빛을 보니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 할머니의 눈을 더 이상 마주치기 힘들어, TV로 시선을 돌렸다. 할머니가 보고 있던 뉴스에는 때마침 우리 동네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지금 강동구 지역에서 금전적 요구도,목적도 없는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 다시 발발하고 있습니다. 주로 혼자 다니는 여성들만 노린다고 하며 지금 피해 여성들만 세 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계속 수사중에 있으며 피해자 여성의 제보에 따르면 범인의 인상착의로는 키는 170정도에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로는..]

 

 더 이상 리포터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이 폭행사건이 내 꿈과 오버랩 되면서 혹시..?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범인의 인상착의는 내 꿈에 나왔던 인상착의랑 너무 달랐다.

 

 “에.. 강동구면 우리 지역 아녀?, 하여튼 별 미친놈들 많아, 아가도 조심해서 다녀, 괜히 저런 미친놈들이랑 엮이면 아무것도 못하고 죽쑤는겨.”

 

 나는 속으로는 진땀을 흘렸지만 할머니에게 대답을 할 때는 태연하게 말했다.

 

 “하하, 이 넓은 곳에서 설마 내가 만나겠어?, 그리고 내가 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잖아. 그러니까 할머니나 저런 놈 만나지 않게 조심해.”

 

 나는 말을 하고 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럼 내 꿈에 나왔던 그 사람은 대체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나는 더욱 심란해진 기분에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뭐, 아무튼, 내가 다치는 꿈이 아니니까, 이제 잠은 편하게 잘 수 있겠네.’

 

 지금까지 꿈 때문에 한 번도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었다. 언제는 팔이 부러지는 고통만 반년동안 느낀 적도 있었다. 나는 거울을 슬쩍 보아 눈 밑에 짙게 깔려있는 다크서클을 씁쓸하게 쳐다봤다.

 

 ‘그래, 이런 기회가 얼마만이냐. 하핫,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고생한걸 생각하면 이런 선물 하나쯤 받아도 괜찮잖아?’

 

 나는 애써 고개를 털어버리고서는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다음날 아침, 나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쳐다보았다. 평소보다 다크서클이 훨씬 짙어져 있었다.

 나는 그날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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