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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저 전직하면 안될까요
작가 : 김트리
작품등록일 : 2018.11.7

"아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도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레이스가 아버지를 불렀다.

"왜그러니? 그레이스?"

"있잖아요. 아빠. 혹시... 혹시말이예요.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할거에요?"

그레이스에게 '죽음'은 이제 받아들여야 할 당연한 운명같은 존재였다.

죽는건 무섭지 않다.

......

"그레이스, 그거 아니? 세상에는말이야. 정말 많은 언어가 있고, 정말 다양한 단어가 있단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가 있단다. "

"그 어떤 언어에도 존재하지 않는 단어...?"

"그래. 그건 바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부르는 호칭이란다.
세상 그 어떤 단어도, 그 어떤 소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표현할 수 없었단다.
그 슬픔의 깊이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메인 크리퍼는 자신의 앞에 있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이 아빠가 널 보고있을테니. 아빠가 말 했지? 이건 끝이 아니라 시작일거라고..."

이야기를 마친 그레이스의 아버지는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레이스의 옆에 있던 그레이스의 모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모자를 향해 손을 뻗은 그레이스는 자신의 손가락이 끝에서부터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그레이스는 오벨리스크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라져가는 손을 흔들며 그레이스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절했습니다.
작성일 : 18-11-22 19:01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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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는 당황한 표정으로 가면을 벗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밤이 찾아온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불과 방금전까지 자신이 있던 '스타티니티'의 도로, 건물, 풍경이 온대간대 없이 사라지고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둠밖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그레이스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여긴...."

 

 온통 어둠뿐인 공간.

 

 하지만 그레이스는 그곳이 어딘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방...

 

 그레이스는 벽에 있는 지지대를 붙잡고 앞을 더듬으며 나아가 형광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래~ 여기가 네 방이란 말이지?"

 

 아카네의 목소리가 등 뒤쪽에서 들려왔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저건...."

 

 자신의 침대위에 걸터 앉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그레이스 본인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다.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체격도 머리스타일도 입고있는 옷까지도 똑같았다.

 

 다른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아카네 여신의 목소리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만든 기억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든 기억이라... 정말 멋져. 정말 탐난다고"

 

 그레이스의 모습을 한 아카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여전히 묻어 있었다.

 

 "있잖아~ 그레이스~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멋진 파트너야."

 

 지지대를 붙잡고 서 있는 그레이스에게 다가간 아카네가 그레이스의 뺨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내가 너의 소원을 이루어줄게. 그레이스~ 더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고, 죽고 싶다고 신께 기도했다고 했지?

 그 소원 이 여신 아카네님이 들어줄게.

 대신에 너는 그 빈 껍데기를 나한테 넘기는거야. "

 

 

 치명적이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던 아카네 여신이 그레이스에게서 한발짝 물러났다.

 

 아카네 여신이 뒤로 물러나자 그레이스는 자신의 모습을 한 아카네 여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거절하겠습니다."

 

 올곧게 날이 선 그레이스의 목소리였다.

 

 "뭐...? 왜? 대체 왜? 우리 둘 다 원하는걸 손에 널을 수 있는 멋진 방법이잖아?! 대체 왜?"

 

 아카네가 당황과 짜증이 섞이 목소리로 물었다.

 

 "다녀오겠다고... 날 지켜보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이 기다리는건 당신이 아니라 바로 나에요. 그러니 줄 수 없어요."

 

 그레이스는 당환한 표정으로 서 있는 아카네를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으....."

 

 그레이스의 미소를 본 아카네는 분노에 손을 떨었다.

 

 "뭐~ 좋아. 협상은 끝이야. 그레이스.

  너한텐 미안하지만, 힘으로 빼앗아주겠어."

 

 

 쩌억~!쩌억~!쩍~!

 

 하는 소리와 함께 아카네가 밟고 있던 바닥이 가뭄에 메마른 땅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너져가는 그레이스의 방

 

 아카네는 매서운 눈매로 그레이스를 노려보았다.

 

 "비록 내가 힘을 많이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너같은 소녀 하나쯤을 집어삼킬 힘은 남아 있다고.

 신의 제안을 거절한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그레이스 "

 

 아카네의 손에 검은 날을 반뜩이는 쌍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Overmind'에서 그레이스 자신이 사용했던 검과 상당히 유사한 모습의 검이었다.

 

 

 투둑...

 

 터벅...터벅...

 

 아카네가 서서히 그레이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서서히 좁혀지는 두 사람의 거리

 

 터벅...터벅...

 

 아카네의 검은 칼날이 그레이스의 목 앞에서 빛을 뿜었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소녀는 겁을 먹고 도망가기는 커녕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후훗~♪ 좋은 눈이야~ 그레이스

  그 눈은 내가 잘 이어받을테니 걱정하지 마"

 

 아카네의 손에서 번뜩이던 검은 칼날이 그레이스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깔끔한 칼놀림이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분명히 칼이 그레이스의 목을 베고 지나갔음에도 눈 앞에 소녀는 피가나기는 커녕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칼을 휘둘렀던 자신의 오른손

 

 그 오른손이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네는 딱 한번 이것과 똑같은 경험을 당해 본 적이 있었다.

 

 - 메인 크리퍼 -

 

 창조신이었던 그를 공격했던 그 때 아카네는 자신의 오른팔을 잃어버렸었다.

 

 전쟁의 여신이었던 그녀가 다른 신들에게 패배하고 육신을 잃어버린 사건의 밑바탕에 되었던 사건

 

 

 

 

 "크...크크크큭 "

 

 사라진 자신의 팔을 본 아카네는 다른 한손에 들고 있던 쌍검을 바닥에 버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라진 오른손을 타고 자신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 하하하하하하 그런거야? 그런거였어?"

 

 광기에도 가까운 아카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레이스의 종족값에 적혀있던 물음표

 

 그 물음표의 뜻을 아카네는 지금 깨달았다.

 

 

 "점점 더 그 몸이 탐나는걸? 그레이스~~ 크크크크 잘 기억해둬.

 이걸로 내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알았어?

 니 몸은 내꺼야. 내꺼라고!

 창조신의 몸과 똑같은 니 몸을 내가 꼭 가지고야 말겠어. 기억해두라고!"

 

 그 말을 끝으로 손부터 서서히 잠식되어 사라지던 아카네의 모습이 그레이스의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레이스는 갑작스럽게 펼쳐진 눈 앞에 상황에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다시 게임 속 안의 풍경이 그레이스의 눈 앞에 펼쳐졌다.

 

 

 

 

 

 시작의 마을 : 스타티니티

 

 그레이스의 눈 앞에 있는 풍경은 가면을 주웠던 그 장소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꿈?'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레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얼굴에 착용했던 '여신 아카네의 칠흑의 가면' 이 자신의 얼굴에 떡하니 씌워져 있다는게 그 증거였다.

 

 하지만 더 이상 아카네 여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레이스는 오른손을 들어 가면을 벗었다.

 

 

 '방금 그건... 뭐였지?'

 

 환영이나 헛것을 봤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풍경이었다.

 

 '이거... 버려야하나...?'

 

 희귀한 에픽등급의 투구를 우연찮게 얻기는 했지만 어딘가 꺼림찍한 물건임에는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선뜻 그 가면을 버릴수가 없었다.

 

 

 '에픽 등급의 투구'

 

 분명 상점에다가 가져다가 팔면 큰 돈이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께림직한 물건이지만 능력치도 이정도면 거의 치트키 수준이었다. 이런걸 버린다면 두고두고 후회할것만 같았다.

 

 

 게다가 지금 만나로 가는 '세루리안'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도 이 가면의 도움이 꼭 필요한 그레이스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잠시 고민을 하던 그레이스는 쿨하게 아카네의 가면을 다시 얼굴에 착용하고는 지도를 다시 확인했다.

 

 눈 앞에 보이는 코너만 돌면 목적지인 세루리안의 집이었다.

 

 그레이스는 가면을 착용한채로 발걸음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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