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바림: 다시 마주한 그 순간
작가 : 총수
작품등록일 : 2018.10.24

천상천하 유아독존! 싸가지 끝판'왕' 이산.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온 그가 처음 눈을 뜬곳은 다름아닌 첫사랑 나비의 자취방?!

서울 카페에서 혼자 자취를하던 만년 사진작가 지망생 '한나비'. 어느 날 주말을 맞이해 늦잠을 자고 일어난 그녀의 이불속에는 앞 선을 곱게 풀어헤친 조선의 왕 '이산'이 잠들어 있었다. 눈을 떠보니 현세로 넘어와 버린 이산이었지만,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평생을 그리워했던 과거 잃어버린 첫사랑의 모습과 똑닮은 나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둘의 웃프기만한(?) 아찔한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7. 첫만남 혹은 재회
작성일 : 18-11-22 10:17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626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제 유독 힘든 하루를 보내서 일까.

 

 나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흐으으으음, 흐으으음.”

 

 조그마한 반 지하 원룸.

 

 손바닥만 한 창문 넘어 들어오는 햇빛에 나비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는 짜증 섞인 소리를 내뱉었다.

 

 “아! 진짜. 커튼을 달던가 해야지. 진짜….”

 

 그렇게 햇빛에 치여 뒤척거리던 나비는 다시 한 번 잠을 청해보려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잠에서 깬 순간.

 

 다시금 아까처럼 꿀잠에 드는 건 불가능하단걸 깨달은 나비는 뉘엿뉘엿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중얼거렸다.

 

 “어제 집에 오자마자 기절해서 그런가, 어째 잠을 자도 잔거 같지가 않네….”

 

 실눈을 뜨고 바라본 시계바늘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야하는 전쟁 같은 평일을 지나 꿀 같은 주말이 찾아오면, 이렇게 늘 아침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시간까지 늦잠을 자는 게 나비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녀는 졸린 눈을 부비며 침대 옆에 놔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슬슬, 장여사한테 전화 올 때가 됐는데.”

 

 징징-.

 

 역시나 말하기가 무섭게 곧장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 화면에는 ‘내사랑 장여사’라고 적혀있었다.

 

 아이고, 울 엄마 양반은 못 되네….

 

 “여보세요?”

 

 “아이 깜짝이야! 이 기지배가 어울리지 않게 왜 이렇게 빨리 받고 난리야.”

 

 “아니, 맨날 전화 좀 빨리 받으라고 잔소리할 땐 언제고. 오늘은 또 한 번에 받았다고 뭐라 하는 게 어디 있어.”

 

 “얘는, 얘는. 지 엄마가 딸내미 걱정 되가지고 하는 말을 가지고 또 한마디도 안지고 자꾸 말대꾸하지. 그래 잘났다, 잘났어. 나중에 꼭 너랑 똑같은 딸을 낳아 봐야 지 엄마 마음을 알지.”

 

 “걱정하지 마. 결혼도 안 할 거고 애도 안 낳을 거니까.”

 

 “얘가 증말! 하여튼, 너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랬어….”

 

 별 생각 없이 던진 나비의 한마디에 약이 바짝 오른 장여사가 귀청이 떨어져라 소리쳤다.

 

 그녀의 샤우팅 소리에도 나비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태연하게 침대위에 핸드폰을 ‘툭’하고 던지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번 잔소리를 시작하면 멈출 줄 모르는 장여사임을 알기에 나비는 조용히 냉장고로 걸어가 물을 꺼내 마셨다.

 

 “진짜 더럽네….”

 

 아직도 잠이 덜 깼는지 나비는 반 쯤 감긴 눈으로 자신의 방안을 둘러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이 봐도 방안은 사람이 사는 건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지저분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은 산을 이뤘고 마찬가지로 방금 일어난 침대 위 이불 역시 마치 누군가 누워 있는 것처럼 두툼하게….

 

 잠깐.

 

 누가 누워 있다고?

 

 “콜록, 콜록.”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에 놀란 나머지 사레에 걸린 나비가 기침을 하며 두 눈을 비볐다.

 

 뭐야, 왜?

 

 나는 혼자 사는데.

 

 집주인이 여기 있는데 왜 너는 ‘사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두툼하니?

 

 갑작스런 기침 소리에 덩달아 놀란 장여사가 애타게 나비를 불렀다.

 

 “얘는 갑자기 왜 또 기침을 하고 그래! 그러니까 엄마가 배즙 보내준다고 할 때 먹으라니까, 꼭 말을 안 들어서 이 사단을 만들어요. 어휴, 엄마가 오늘 저녁에라도 보내 줄 테니까….”

 

 딸의 기침소리에 걱정이 앞선 장여사가 평소보다 두 배는 빠르게 말을 내뱉자 나비는 잽싸게 핸드폰을 들고 와 볼륨을 낮추고는 숨죽여서 대답했다.

 

 “자, 장, 장여사 내가 아직 잠이 덜 깬 거겠지?”

 

 “얘가…. 냉수 한잔 마시고 정신 차려. 네가 그럼 언제 이 시간에 잠이 깬 적이 있니.”

 

 “하긴. 그것도 그래. 역시 울엄마야.”

 

 장여사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다독였다.

 

 하지만 이렇게 통화하는 와중에도 볼록한 이불은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이번만큼은 장여사가 틀렸다.

 

 달달한 꿈속이 아닌, 냉혹한 현실이었다.

 

 “알았어. 끊어봐. 내가 이따 전화할게.”

 

 “얘! 나비야! 무슨 일 있니? 뭘 또 갑자기 끊어. 엄마 말 아직 안 끝났….”

 

 결심은 굳힌 나비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전화를 끊었다.

 

 *

 

 한나비, 정신 차리자.

 

 그래! 분명 어제 머리를 하도 부딪쳐서 잠깐 맛이 가서 이런 헛것이 보이는 거야.

 

 인제 눈을 다시 한 번 감았다 뜨면 짜잔 하고 이불이 다시 푹 꺼져 있어야 하는데….

 

 왜 너는 초심을 잃지 않고 아까 봤던 그 모양 그대로인거니.

 

 진짜로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으으, 음.”

 

 그렇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볼록한 이불사이에서 새어나오는 굵고 탁한 목소리.

 

 나비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확실해졌다.

 

 이불 속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걸쭉한 목소리의 낯선 남자가….

 

 시선은 여전히 이불에 고정시킨 채 행여나 남자가 깨어날까 나비는 부엌으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하, 좋아. 나비야! 할 수 있어.’

 

 현실을 직시한 나비는 부엌에서 가장 아끼는 프라이팬을 들고 와 양손에 온힘을 다해서 꽈악 움켜잡은 채 서서히 침대로 걸어갔다.

 

 새로 산 프라이팬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진짜 꿈에도 몰랐는데.

 

 그건 그렇고. 분명히 문을 잠가놓고 잤을 텐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그래, 나비야. 일단 진정하고 하나, 둘, 셋 하고 바로 내려치는 거야.

 

 하나, 둘, 셋!

 

 “…조용히 하거라.”

 

 침대에 도착한 나비가 이불을 들추려던 바로 그때.

 

 “꺄아아악!!”

 

 이불 속에서 한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상체를 일으키며 모습을 드러냈다.

 

 “다, 당신 뭐야! 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어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보게 되니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앞섶을 곱게 풀어헤친 묘랑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과인이 조용히 하라고 몇 번을 얘기하느냐. 실로 오랜만에 잠에 들어 기분이 좋았거늘 꼭 이리 초를 쳐야겠느냐?”

 

 “네, 네?”

 

 뭐야, 내가 잘못한 거야?

 

 잠에 취한 남자가 몸을 가누지 못해 고개를 떨어뜨릴 때마다 프라이팬을 쥔 두 손은 땀으로 얼룩졌다.

 

 이런 나비의 초조함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지 남자는 그린 듯 진한 눈썹을 찌푸리며 다시금 이불에 머리를 파묻고는 어서 나가라고 손짓했다.

 

 그것도 엄청 거만하게.

 

 마치 왕처럼….

 

 “금일 조회는 고뿔로 인해 미룬다고 해라, 그럼 과인은 좀 더 잘 터이니 깨우지 말고….”

 

 “아, 아니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당황한 나비가 목소리를 높이자 참다못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입술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거 참 시끄럽구나! 썩 물러가라고 하지 않았더냐!”

 

 “꺄아아악!”

 

 탕-!

 

 그렇게 남자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땡'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다시 잠이(?) 들었다.

 

 *

 

 으으, 오늘따라 왜 이리도 머리가 울리는가.

 

 어제 너무 과하게 마신 탓인가, 머리가 마치 무언가에 두들겨 맞은 것 마냥 아프구나.

 

 

 헌데,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이냐.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요리조리 바삐 눈을 굴려보아도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허허….”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나도 몰래 실소가 새어나왔다.

 

 ‘혹여 술에 취해 돼지우리에서 잠든 것은 아닐 테고….’

 

 옳거니, 그래 어제 너무 취한 나머지 아랫것들이 나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게로구나.

 

 암, 그렇고말고!

 

 머릿속 안개가 걷히자 두통이 조금은 가시는 듯 했다.

 

 “크흠! 크흠!”

 

 행여 듣지 못할까봐 기침소리를 두 번이나 내었다.

 

 허나, 체통을 무릅쓰고 기침소리를 두 번이나 내어보았지만 어째서인지 달려오는 이 하나 없었다.

 

 평소라면 기침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어야 하거늘, 어째선지 궁녀와 환관들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더구나 항상 뒤를 지키고 있을 운검과 상선의 모습도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보이는 것이라고는 몇 걸음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협소한 방에 갇힌 자신과 발 디딜 틈 없이 널브러진 쓰레기들.

 

 그리고 내 옆에서 무지막지한 쇠뭉치를 꽉 쥐고 있는 계집의 모습뿐.

 

 “저기요, 아저씨?”

 

 “방금 뭐라 했느냐? 과인을 보고 아저씨?”

 

 이런 오만방자한 것을 봤나.

 

 감히 과인을 내려다보는 걸로도 모자라 뭐 아저씨?

 

 침대에 등을 기대어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금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선녀같이 고운 선을 자랑하던 궁녀들은 다 어디 가버렸기에.

 

 이 자유분방한 얼굴의 계집만이 홀로 과인의 옆을 지키고 있는가.

 

 슬쩍 눈을 흘기자 계집은 두려운지 이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제법 귀여운 맛이 있구나.

 

 “아저씨,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범죄에요. 범죄. 아시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니까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고요! 몇 번을 말해요. 진짜! 아, 답답해!”

 

 하지만 역정을 내는 계집의 얼굴을 자세히 보아하니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 확신할 터인데 어찌 또 이리도 익숙한 느낌이드냐는 말이다.

 

 순하다 못해 맹해 보이는 눈동자.

 

 한 눈에 봐도 무척이나 작아 보이는 체구.

 

 …그렇구나.

 

 한껏 움츠려둔 그녀에게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은 갑자기 왜요?”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거라.”

 

 “나비요, 한나비. 근데 왜요?”

 

 “그래. 나비, 나비라…. 과인이 기억 하지 못하는걸 보니 최근에 새로 들어온 아인가보구나.”

 

 “네?! 자꾸 뭐라는 거예요. 혹시 어디 아프세요?”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걱정과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수줍음이 많은가 보구나.

 

 하긴, 나 같은 남자가 눈앞에 있는데 그 어느 여자가 감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가여운 마음에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처음에는 다들 부끄러워 하니 염려 말고 과인에게 모두 맡기거라….”

 

 탕-!

 

 *

 

 갑작스런 스킨십에 결국 한 번 더 프라이팬을 휘둘러 남자를 다시 기절시켰다.

 

 그렇게 반쯤 헐벗은 남자는 잠시 후 프라이팬에 얻어맞은 곳을 쓰다듬으며 일어났다.

 

 “으으, 머리가 깨질 듯이 울려대는구나.”

 

 “괘, 괜찮아요?”

 

 머리를 움켜잡으며 남자가 신음하자 침대 옆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나비가 헐레벌떡 일어나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일어나지 않던 터라 나비는 못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손을 뻗어 남자를 다독이려던 나비는 손을 거두며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속으로 되뇌었다.

 

 아냐, 이런 모습에 약해지면 안 돼.

 

 할 말은 해야지.

 

 그래, 진정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원래 변태들이란 게 겁먹은 모습을 보이면 더 흥분한다고 하니까.

 

 천천히 타이르면 알아들을 거야.

 

 “야! 너 뭐야!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어? 말 돌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미친놈아!”

 

 “너는…?!”

 

 하지만 역시 생각했던 말은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흥분시킨 건 아닐까하는 불안함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화가 난걸까.

 

 아니면 혹시 머리 맞은 데가 잘못된 걸까.

 

 남자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눈빛으로 나비를 바라봤다.

 

 마치 관찰이라도 하듯 느끼한 눈빛으로 지그시.

 

 “저기요…. 아저씨?”

 

 “후….”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몇 번이나 눈을 끔쩍이던 남자는 짧은 탄식을 내뱉더니 침대 옆에 놓인 머리끈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내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능숙하게 길게 늘어진 장발을 한데모아 상투를 틀 듯 곱게 올려 묶었다.

 

 그렇게 팔을 들어 올리면서 반쯤 걸쳐 있던 상의가 흘러내리자 백옥같이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무슨 남자 피부가 나보다도 곱냐….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비는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민망함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뭐지, 화가 많이 났나?

 

 이번에는 왜 갑자기 웃는 거야.

 

 하긴 프라이팬에 맞고 기절까지 했는데 제정신일리가 없지.

 

 사과해야 되나….

 

 “그, 죄송해요. 변태아저씨.”

 

 “….”

 

 나비의 계속되는 물음에도 남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계속 이대로 어색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이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나비 쪽에서 먼저 긴 침묵을 깨고 말을 걸었다.

 

 “아니, 근데 변태아저씨가 제방에 그렇게 헐벗은 상태에서 찾아와서 자고 있던 것도 문제고…. 하여튼 정당방위였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보고 싶었다.”

 

 “네?”

 

 갑자기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남자는 눈가를 붉게 물들이고는 나비를 꽉 끌어안았다.

 

 너무 놀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남자의 눈물 때문인지.

 

 이번에는 아까처럼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보고 싶었다.”

 

 “잠깐만, 잠깐만요. 아저씨!”

 

 결국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비가 뒤로 넘어갔다.

 

 그렇게 쓰러진 나비의 위로 남자가 올라가 있는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자,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남자를 힘껏 밀어봤지만 남자는 더욱 더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내 한시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다.”

 

 “저기요, 알겠으니까 좀 나와 주실래요?”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단 말이다. 혜령아….”

 

 나의 말 따위는 이제 들리지도 않는 걸까.

 

 계속해서 남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어떤 여자의 이름을 울부짖었다.

 

 도대체 무슨 사이기에 다 큰 남자가 이렇게 서럽게도 우는 걸까.

 

 하아.

 

 측은한 마음에 남자를 토닥이던 나비는 못내 마음을 굳혔다.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게 안겨있는 이 남자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건.

 

 바로….

 

 퍽-!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너 때문에 울고, 웃고 2018 / 12 / 21 249 0 6184   
19 19. 단념 2018 / 12 / 20 239 0 5035   
18 18.마음에 안들어 2018 / 12 / 14 258 0 5303   
17 17. 커피가 쓰다 2018 / 12 / 11 252 0 5352   
16 16. 조금만 믿어줘! 2018 / 12 / 9 244 0 5366   
15 15. 그게 아닌데 2018 / 12 / 7 261 0 5718   
14 14. 취향저격 2018 / 12 / 4 259 0 5642   
13 13. 그대와 나만 2018 / 12 / 3 268 0 6641   
12 12. 외출 2018 / 11 / 30 248 0 6199   
11 11. 다가갈게 2018 / 11 / 28 241 0 5340   
10 10. 아무 말도 하지마요 2018 / 11 / 27 262 0 6051   
9 9.식샤를 합시다 2018 / 11 / 26 265 0 5141   
8 8.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8 / 11 / 23 255 0 6207   
7 7. 첫만남 혹은 재회 2018 / 11 / 22 256 0 6260   
6 6. 너에게 닿기를 2018 / 11 / 21 259 0 7372   
5 5. 속상해! 2018 / 11 / 19 265 0 6893   
4 4. 말해! 뭐해? 2018 / 11 / 16 256 0 6702   
3 3.쉽지 않아 2018 / 11 / 15 260 0 5834   
2 2. 되는 일이 없어! 2018 / 11 / 12 280 0 6378   
1 1. 그들의 아침 (1) 2018 / 11 / 3 480 0 557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