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환웅의 후예, 이계가다
작가 : 아틀란트
작품등록일 : 2018.11.22

운명에 이끌려 죽음을 선택하고,
운명에 이끌려 이계로 간 환웅의 후예.

평범하게 살기 더럽게 힘든
천우치의 이계 생존기!

 
Falling Slowly
작성일 : 18-11-22 05:46     조회 : 311     추천 : 1     분량 : 45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반도 전반에 비가 내렸다.

 

 층층이 쌓인 비구름으로 달빛조차 가려진 시커먼 밤. 내려치는 비는 7월 한여름 밤의 열기도 무색하게 만들었고, 스산하기까지 한 한기를 몰고 왔다. 하늘은 울부짖으며 연신 습기를 쏟아냈다.

 

 쏴아아-

 

 비는 북한의 황해남도 구월산도 피해가지 않고 축축하게 적셨다. 산 정상에서 10분 남짓 내려오면 보이는 기암절벽 위. 절벽 높이만 300m라 차가운 돌풍이 몰아칠 법도 했지만, 이날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하악..하악... 젠장, 절반의 선천지기(先天之氣)를 때려 박고도 실패라니... 하아, 엿 같은 상황이군.”

 

 기암절벽 끝,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선 사내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지면을 내려다봤다. 미동 없는 공기를 타고 직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빗줄기가 그의 눈에 맺혔다. 그는 문득 하릴없이 떨어지는 비가 어쩐지 자신을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흐읍. 하아, 하아...”

 

 사내는 꿀꺽 침을 삼키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하지만 이내 다시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손끝도 잘게 떨려왔다.

 

 ‘제기랄, 진짜... 이젠 이 방법밖엔... 없는 건가.’

 

 [10초 뒤 극마(極魔)와의 영혼 결속이 해제됩니다.]

 [10초 뒤 생존확률 : 2.7%]

 [10초 뒤 피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예상 살해자 : 극마]

 

 그리고, 연속되는 문구들.

 

 [자살을 추천합니다.]

 [자살을 추천합니다.]

 [자살을 추천합니다.]

 .

 .

 .

 

 푸른색 창이 어지러이 깜빡였다. 오직 사내만이 인지할 수 있는 반투명한 메시지들이 눈앞에 가득 찼다. 대부분의 메시지들은 마치 그의 낙하를 강요하듯 반복적인 알람을 보내왔다.

 

 ‘진짜 엿 같다..하아, 뭣 같은 세상.. 평범하게 오래 살고 싶었는데...’

 

 [9초 뒤 생존확률 : 2.7%]

 [9초 뒤 피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1초는 정직하게 흘렸다. 사내는 바뀐 문구를 보며 ‘누가 직박구리 폴더를 열면 안 되는데, 누가 내 취향을....’ 같은 시답지 않은 생각부터 이루지 못한 꿈까지 갖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8초 뒤 생존확률 : 2.7%]

 [8초 뒤 피살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대부분의 메시지들을 정리하며 머릿속을 애써 비웠다. 그리곤 지면을 향해 몸을 더 굽혔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더 망설인다면 어렵게 잡은 기회마저 사라지고 만다.

 

 타앗 -

 

 그는 짧게 망설인 후, 허공에 몸을 던졌다. 절벽에 붙어 자라는 작은 풀이나 나무들이 시선을 끌었다.

 

 [7초 뒤 생존확률 : 2.1%]

 [7초 뒤 낙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망원인이 피살에서 낙사로 바뀌고, 생존확률은 더 낮아졌다. 쓴웃음이 나왔다. 사내는 메시지가 쓸데없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확실하게 죽음으로 가고 있다.

 

 [6초 뒤 생존확률 : 1.7%]

 [5초 뒤 생존확률 : 1.0%]

 

 빠르게 감소하는 확률만큼 지면이 가까워진다. 젖은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이마 위로 솟구쳤다. 시야엔 비상하는 새가 들어왔다. 새는 그의 추락에 놀라 날아오른 듯했다. 그는 원인 모를 인도감이 들었다.

 

 [4초 뒤 생존확률 : 0.5%]

 [3초 뒤 생존확률 : 0.3%]

 [2초 뒤 생존확률 : 0.01%]

 

 떨어지는 빗물이 이제는 물방울로 보인다. 지면이 그를 끌어안고자 다가오는 장면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이런 포옹도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한 순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외부 코드가 접근합니다.]

 [식별 중........]

 [식별 완료!]

 [‘알 수 없는 이’로부터 강제적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초대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들에 이어-

 

 [1초 뒤 생존확률 : 88.7%]

 

 “젠장.”

 

 급격하게 높아진 생존확률이 떠올랐다. 사내는 안도감보다 절망감을 먼저 느꼈다.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시지보다 높아진 생존확률이 더 불쾌하다. 그는 여기서 꼭 죽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극마의 재림을 막는 방법일 터. 그런데 이 수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코앞까지 다가온 지면에 손끝이 닿았다. 그와 동시에,

 

 번쩍!

 

 기암절벽엔 때아닌 섬광이 터졌다. 찰나에 불과했지만 구월산 주위는 한낮처럼 밝아졌다. 그와 동시에 사내의 정신이 흐릿해진다.

 

 쏴아아-

 

 번개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모를 섬광이 끝나고, 사내가 떨어질 자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기암절벽 주위는 다시금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만 가득했다. 마치 세상이 조금 전 일을 최선을 다해 지우려는 듯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

 

 손끝에 감각이 느껴진다.

 

 ‘아직 살아 있을까? 아니면 살아있다는 착각일까?’

 

 익숙한 감각이다. 그래서 이 손끝의 익숙함이 되레 거북하다. 그는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안도감보다, 혹시나 살아남지는 않았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커허억! 크윽!”

 

 손끝의 감각을 시작으로 전신에 통증이 밀려왔다. 신체를 사방에서 짓이겨놓은 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듯한 느낌이다. 선명한 통증은 오히려 살아있다는 명확한 반증이 됐다. 사내는 이 통증에 감사함을 느껴야할지, 원망을 느껴야할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아니, 이건 또 뭐야!’

 

 지독한 통각에 이어 시각이 돌아왔다. 하얗고, 뿌옇게만 보이던 윤곽들이 차츰 명확해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 하나는 붉었고, 다른 하나는 푸르렀다.

 

 이질적인 풍경에 깊은 의구심이 들 때 즈음, 아직은 먹먹한 귀에 뚜렷한 알람음이 울렸다.

 

 띠링!

 [아르보루나(Árboluna)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초대장 확인 완료! 차원이동에 성공한 방문자에게 특전이 제공됩니다!]

 - 예정 돼있던 특전(완벽한 봉인 - 극마)은 차원이동 압력의 영향으로 완성됐습니다.

 - 새로운 특전 검색, 상태 측정 중........

 

 ‘아르...보루나? 차원이동?! 그래서..달이..?’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단어들과 방금 본 달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보였다. 비상식적 정황들이 이어지자 오히려 뭉툭했던 현실감이 살아났다. 무엇인가에 짓이겨진 몸 상태도 ‘압력’이란 단어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띠링!

 [측정 완료!]

 [새로운 특전(선천지기 복원)이 적용됩니다.]

 

 새로운 알람음과 함께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리곤 -

 

 우두둑! 우둑!

 

 척추를 중심으로 기괴한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전신의 기혈에서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사내는 현 상황에 대한 의구심을 뒤로하고 습관처럼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곤 내부 변화를 주시했다. 반쯤은 말라버린 선천지기에 새로운 활력이 돋아났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맡겨보자.’

 

 죽음을 각오하기 전, 그의 상태는 폐인에 가까웠다. 단전에 가득했던 내공은 물론 선천지기까지 끌어다 진행한 극마 봉인술의 여파 때문이다. 단전은 무너졌고, 기혈은 손상됐다. 술사(術師)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삶도 포기했어야 하는 상태.

 

 ‘하지만...’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도 극마 봉인술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간 쌓아온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단지 수십 초 동안 극마를 붙들어 놓는데 그쳤을 뿐이었다.

 

 자살은 사내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선택지였다. 잠시나마 유지되던 영혼 결박이 풀리기 전에 목숨을 끊는다면 극마와 함께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내는 아직 살아있었고, 극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기연이다.’

 

 선천지기가 사방에서 흘러들어오는 알 수 없는 기운을 힘차게 빨아들였다. 통증이 점차 가라앉는다.

 

 타고날 때부터 부여된 기운, 선천지기. 척추를 중심으로 퍼져, 생로병사에 직접 관여하고 생명의 근원된다. 생명에게만 부여된 기운이기에, 한번 손상되면 다른 내공처럼 자연지기를 통한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기운이 다시금 활력을 찾고 있다. 아니, 단순한 회복을 넘어 본래의 모습보다 더욱 힘차게 온몸을 휘졌고 다녔다. 선천지기의 회복, 단전의 재구축, 뒤틀린 기혈의 정상화. 기연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우두둑! 우두둑!

 

 수차례 더 뼈와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몸 상태가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개운한 느낌이 든다. 물론, 단전을 가득 채웠던 내공은 텅텅 비어있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상황에 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휴우.”

 

 사내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깊은 호흡을 내쉬자 드디어 ‘살아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몸 상태가 올라오자 심장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다. 두꺼운 원형 띠를 그리며 한 데 얽혀있는 세 가지 기운에 울컥 감정이 복받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그렸던 그 모습 그대로 봉인이 완성됐어.’

 

 주술로 자신의 영혼을 일부 덜어내 심장에 형성한 한 줄의 백색 띠. 그를 선을 중심에 두고 수십 가닥의 마기(魔氣)와 천기(天氣)가 얇은 실의 형태로 복잡하게 꼬여있다.

 

 봉인의 핵심인 술자의 영혼을 중심에 두고, 천기를 사용해 실현한 봉인술. 극마의 기운과 영혼을 모두 봉인하기 위해 사내가 오랜 시간 매달린 끝에 고안한 술법이다.

 

 사내는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특전(완벽한 봉인 - 극마)은 차원이동 압력의 영향으로 완성...]

 

 “차원이동..이라..”

 

 사내는 메시지를 보며 낮게 읊조렸다. 차원이동 같은 비현실적 현상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극마 봉인술이 완성된 모양이다. 사내는 몇 번이고 봉인의 안정성을 검토했다. 봉인이 완성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수차례 기운을 관조했다. 봉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옅은 미소와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흘렸다.

 

 “드디어...”

 

 사내의 마른 독백엔 원통함이 짙게 묻어났다.

 

 ***

 

 <그를 믿나?>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 Falling Slowly 2018 / 11 / 22 312 1 455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