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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능력1: 루트
작가 : 작휴
작품등록일 : 2018.11.8

언제나 과거에 사로잡혀있는 당신을 위해 조그만 선물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언제나 당신의 행동과 노력에 따라 변하는 갈대 같은 미래보다 과거가 튼튼하면 미래도 튼튼하다고 생각하여 이 능력을 드립니다.
부디 악용은 하지 말아 주세요.

 
『2』다시 한 번 더
작성일 : 18-11-20 16:39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7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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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민이 소민을 데리고 나가는 바람에 나는 대답을 수정하지 못했고, 그대로 1교시가 끝나버렸다.

  1교시 국어가 끝나고, 국어 선생님이 국어 부장인 나와 반장인 효민이에게 도서실 정리를 부탁했고.

  현재 도서실은 아무도 없고 나와 국어 선생님, 효민만 있는 상황.

  마치 우리 셋을 위한 낙원 같지만 이 낙원에서는 쉬는 게 아니라 임무, 즉 맡겨진 일을 해야 한다.

 

  원래라면 조용한 내가 국어 부장을 맡을 이유도 의무도 없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날은 입학한 첫날- 난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효민의 머리를 미처 조절하지 못한 강도로 세게 때려버렸다.

  아침부터 화가 잔뜩 난 효민은 국어 부장을 결정하는 시간에- 나를 지목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반장의 권한이라며 우겨댔다.

 

  "너희들은 저쪽에서 이 책들을 좀 정리해줘."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선생님에게 우리는 그저 불만을 토하지 않고 "네."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책들을 들고 선생님이 말했던 장소, 도서관 맨 끝으로 향했다.

  햇빛이 창문으로 살며시 들어와 은은하게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밝혔고, 먼지와 종이의 냄새가 지워지지 않으며 침묵이 전부인 공간.

  난 이런 장소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그렇게나 친해지기 싫은 거였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솔직히 친해지자는 말에 99.9%의 대답이 Yes라고."

 

  이 침묵을 잠시 깨트리는 효민의 한마디.

  침묵을 깨트렸다고 해서 큰 소리로 말한 것은 아니었다.

 

  "난 친해지고 싶었어, 하지만 말이 안 중간에 끊겼다고. 그리고 굳이 네가 말하지 않았다면 순조롭게 친해질 거였어!"

  "순조롭게?! 하! 그다음이 궁금해지네! 여자랑 눈도 못 마주치는 네가 어떻게 소민이랑 친하게 지낼 수 있지?!"

 

  날 조롱하며 무시하는 효민, 난 무심코 언성을 높였다.

 

  "네가 봤어?!"

  "쉿! 조용히 해!"

 

  그녀가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침에 만났던 여자처럼 입술로 막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우리 남매에게 그런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확신한다.

  아마도 지금 효민은 내 반응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평소에 티격태격하며 싸우는 우리가 갑자기 이런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면 난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고.

  보아하니 그렇다. 효민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그녀가 그렇게 말하더니 내 이마와 효민의 이마를 맞댔다.

 

  "왜 아침에 그 여자랑 키스했어?"

  "... 키스가 아니야. 그 여자가 멋대로 입술을 댄 거야."

 

  전부 보고 있었던 거냐.

  아까 효민에게 여자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고 들었기에 효민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떼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여자 누구야. 빨리 말해. 뭣하면 내가... 내가 입이라도 맞춰서 알아낼 거야. 그러니까 빨리 말해!"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는 효민,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밖에 없다고.

 

  "... 끝까지 말 안 할 거야?"

 

  그녀는 입을 벌려 내 입을 먹을 기세로 들이밀었다.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내 고동은 빠르게 울리며 크게, 굳세게 요동쳤다.

  하지만 역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난 그녀에게 상을 받을 자격이 없어. 난 그녀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감정도 받아서는 안 되는,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야.

  난 그녀의 입을 내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갑자기 왜 이래. 설마 질투?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떠올린 것도 아닐 테고."

  "... 정말... 정말..."

 

  효민이 처음 내뱉은 정말은 차갑고 딱딱했지만 두 번째 내뱉은 정말은 슬픔과 떨림, 나에 대한 원한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내 앞을, 이 도서실을 떠났다.

 

  그녀가 이 도서실을 나가면서 지은 어두운 표정은- 마치 옛날에 그녀가 지었던 표정과 거의 일치했다.

  옛날에 있었던 추억이, 아픈 기억들이 내가 방심한 틈을 타 머릿속을 침투했고. 그 추억과 아픈 기억은 내 이성을 지배하려 움직인다.

 

  어째서 효민이 나에게만 유독 까칠한 태도를 보이는 건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효민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모른 척 한 것이라고-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효민과 나의 현재 관계가 이렇게 부실한 건, 아슬아슬하며 위태로운 건 전부 내가 예전에 효민에게 저지른 만행, 악행, 폭언 때문이니까.

 

  "어머? 반장은?"

 

  효민이가 없어진 걸 알아차린 국어 선생님이 나에게 묻자, 나는 적당히 둘러댔다.

 

  "바, 반장은... 아 그래. 연체된 학생들 정리한 목록 있잖아요? 그거 들고 반마다 붙이러 갔어요."

 

  적당히 둘러대지 못했다. 그저 단순한 거짓말만 했을 뿐이었다.

 

  "아, 그렇구나..."

 

  속을 리가 없지.

  분명 국어 선생님이 속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어설픈 거짓말을 해서라도 난 효민을 감싸야 한다.

  그녀의 잘못은 태어날 때부터 한 가지도 없었다. 전부 내가 저지른 잘못이며 나와 효민은 관계는 부실하기 때문에 효민에게 책임은 더더욱 없다.

  언뜻 보면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본다면 지질하기 그지없다.

  예전에 있었던 일을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고 조그만 일을 해줌으로써 자기 혼자서 속죄하려는 변변찮은 인간. 그게 나다.

 

  "항상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나중에 보면 언제나 사이좋은 게 남매잖아?"

  "그, 그렇죠."

 

  아니라고 딱 잘라 부정하기에는 분위기가 걱정돼서 하는 수 없이 동의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 한국 고등학교 학생 중에서 나와 효민이 쌍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다만 선생이란 작자들이 입을 나불거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나와 효민이는 입학한 그날 아침 조회가 시작되기 전- 모든 선생님들에게 한 명씩 한 명씩 부탁하여 우리의 관계가 들통나지 않게끔 손을 썼다.

  그러니 국어 선생님은 우리가 쌍둥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빨리 동생이랑 화해해! 연체된 학생은 내가 부를 테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연체된 학생들 따위는 없다.

  애초에 나와 효민이 도서실을 개장하기 위해서 현재 청소하는 중인데 어떻게 책을 빌릴 수 있다는 걸까.

  국어 선생님은 내 거짓말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을 해주셨다.

  게다가 쌍둥이, 즉 남매라는 것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는 배려도 해주었다.

  죄송합니다 보다는 오히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네야 하지만, 난 이미 도서실을 나간 뒤라 그런 생각은 금세 잊어버렸다.

 

  우리 학교는 일자로 되어있어 복도는 확인이 쉽다.

  확인은 쉽지만 효민이 도서실을 나가고 어느 방향으로 나갔는지는 전혀 정보가 없다.

  아마도 교실과 가까운 쪽으로 갔겠지.

 

  내가 동쪽 끝 계단 코너에 도착하자- 혼자 계단에서 울고 있는 효민을 보게 되었다.

 

  미안해진다.

  슬퍼 보였다.

  안쓰러웠다.

  늘 누군가와 함께인 그녀가 혼자인 게 이상했다.

  오빠인 주제에 달래주지도 못한 내가 한심했다.

  마음이- 아팠다.

 

  여러 가지 감정이- 여러 가지라고 말해도 슬프고 절망적인 종류의 감정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 좋은 감정이 뒤섞이는 가운데 계단 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효민도 그 인기척을 느꼈는지 얼른 눈물을 닦고 크게 숨을 쉬더니 다시 원래 효민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효민은 내가 있는 쪽으로 서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와 효민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만 갔고, 효민이는 아직 계단 코너의 끝에 내가 있는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어서 자리를 피해야-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어째서 내가 그녀를 위해 자리를 피해야 하는 걸까. 어째서 나만 이렇게 양보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뻔뻔했다.

 

  "비켜."

 

  효민이는 나와 마주치자 놀란 기색을 전혀 나타내지 않고 미동도 없이 차가운 말투와 어두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어, 미안..."

 

  난 그녀의 위협적이고 차가운 태도에 자연스럽게 움츠러들었고, 효민은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뭐... 금방 괜찮아지겠지."

 

  7반 교실 뒷문.

  우리 반 교실 뒷문에서 효민을 지켜보니 내가 했던 조그만 걱정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간다. 아니, 그녀를 믿고 교실로 올라온 시점에서 이미 사라졌다.

  현재 효민은 반에 있는 아이들과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나와 효민은 정말로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나와 효민이 사는 세계는 달랐다고, 그 세계에서 자신이 무슨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확실히 알 수 있었으며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도무지 교실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수어 종이 칠 때까지 교실 뒷문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안 들어갈 거니?"

 

  교실의 뒷문을 방황하며, 울리는 수업 종에 반항하는 나에게 말을 걸어준 사람은 바로 소민이었다.

  친구가 되기를 거절당한 당사자가, 왜 여기에 있으며 동시에 나에게 말을 걸었을까.

 

  "드, 들어갈 거야. 근데 너, 노효민이 짜증 내거나 우는 걸 본 적 있어?"

 

  역시나 이 학교에서 용모가 뛰어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소민, 제대로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의 용모다.

 

  "아니, 무슨 일 있어? 잠깐, 대화 중에는 내 눈을 봐야지!"

 

  허리에 양손을 얹고 허리를 고개를 조금 내밀어 적극적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려는 세계 최강 귀여운 생물 소민.

  이건 반칙이라고 반칙.

 

  "종 쳤는데, 들어가자."

  "어, 어 그러자."

 

  내가 교실의 뒷문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뭐 하러 효민이 반에 있다고 반을 나가서 방황하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답해주겠다.

  확실히 반에 효민이 있다고 내가 반에서 나가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효민이 바로 내 옆자리라면 어떨까.

  게다가 나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친구가 많지 않으니 남의 자리에 앉을 수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게 나와 소민은 교실로 들어갔고, 자리에 앉을 무렵 교실 앞문으로 미술 선생님이 들어왔다.

 

  최근 미술 수업은 이론으로 대체하고 있다.

  미술 선생님은 자는 아이들을 그대로 놔두는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평가가 자자하다.

  그러므로 난 미술 교과서를 꺼내 수업에 참여할 의지는 있다고 겉으로 보여주며 엎드려 숙면을 취할 것이다.

 

  그렇게 엎드리자마자 수업은 시작되었고, 내 옆에 있는 효민은 미술 이론을 차근차근 노트에 옮기기 시작한다.

  지루한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졸지도 않고 필기에 열중하는 효민, 과연 모범생-이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저기..."

 

  내 오른쪽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는 누군가, 그 누군가는 내 짝 효민이다.

  효민과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난 눈을 감아 그녀와 소통하기 싫다는 것을 이렇게 눈으로 표현했다.

 

  "안 자는 거 알아, 그냥 지우개 좀 주워주면 돼..."

 

  이대로 시간을 끌면 효민의 필기에 방해가 된다. 효민에게 불이익이 생기는 것은 내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난 귀찮은 듯 기지개를 펴고 몸을 숙여 내 왼쪽에 있는 지우개를 주웠다.

 

  "여기."

 

  효민은 내가 준 지우개를 받고 필기 중 틀린 부분을 지웠고, 늦어진 만큼 속도를 내어 필기를 다시 시작한다.

  속도가 두 배 이상이나 빨라졌는데 글씨는 전혀 흐트러짐 없이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마치 지금 필기하고 있는 효민처럼.

  난 그녀의 흐트러짐 없는 글씨와 효민의 아름다움에 흥미가 생겨 무심코 턱을 괴고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예쁘다, 확실히 예쁘다.

  저 가볍게 흘러내리는 단발과 날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초롱초롱한 눈,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는데도 앵두 같은 입술, 단발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목선.

  난 그녀의 글씨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다. 절대로 글씨를 쓰고 있는 효민이 아름다운 게 아니다.

 

  "뭘 그렇게 봐."

 

  째려보듯 날 바라보는 효민, 역시 예쁜 여자는 째려보며 말해도 예쁘다.

  난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숨겨진 카리스마에 당황하여 슬쩍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 미안해."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아니야. 빨리 말해 너랑 말하는 거 정말 재수 없으니까."

 

  나와 말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며 샤프를 놓지 않는 효민.

 

  "재수 없는 거냐 나랑 말하는 게... 딱히 말할 건 없어,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예뻐서 놀라는 중이었다."

  "참 나..."

 

  그 뒤로 난 잤기 때문에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기보다는 그냥 거기서 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업을 잠으로 때우고, 드디어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귀재 너는 청소다. 넌 어떻게 매 수업 시간마다 자냐. 미쳤어?!"

  "네네."

 

  그렇게 10분 동안 청소를 하면서 선생님의 지루하고 진부한 꾸중을 들었다.

  넌 나중에 뭘 하면서 살 거냐, 공부할 생각은 있는 거냐, 언제 정신 차릴래, 나도 너처럼 놀다가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선생 됐다 너는 뭐냐.

  이런 하찮은 잔소리를 들으며 지겨운 청소를 끝내고,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루 중 제일 붉은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타들어가는 태양이 난 싫다.

  절정에 다다르다가 점차 황혼에 물들어가 차갑게 식어가는 태양이- 그런 모습이 왠지 약해지는 것 같아서, 언제나 뜨거운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태양이, 최후를 맞이하니 마지막 힘을 쥐어짜 활활 타오르는 모습. 난 어째서인지 그런 태양의 모습이 싫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시에 내가 사는 아파트로 가는 길이다.

 

  "잠시만..."

 

  저 앞에 있는 사람은- 효민이었다. 그것도 아침에 본 그 여자와 함께 있는 효민이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몸을 감싸는 가운데, 최대한 그 여자와 효민이 마주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효민아!"

 

  생각은 아쉽게도 행동이 아닌 목소리로밖에 전환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외침이 닿았는지 효민은 뒤를 돌아봐 주었지만- 그 순간 그 여자가 효민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 여자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자면- 변태. 변태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여자는 효민의 볼에 입을 맞추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타난 장소는- 내 눈앞이었다.

 

  "읏샤~ 또 만났지?"

 

  순간이동에 힘이 드는 말을 내뱉고 내 앞에 등장하는 그녀, 그녀는 웃으며 이 한마디만 남기고 또 어디론가 떠났다.

 

  "큰 사건을 기록할 사람 한 명을 찾아서 그런 거야, 그럼 난 간다~ 아 참, 『내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무슨..."

 

  내가 입을 열었을 때- 그녀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후였다.

 

  그녀에 대한 건 아무래도 좋다.

  난 신속하게 효민에게 달려가 효민의 상태를 살폈다.

  몸에 이상은 없음, 하지만 현재 효민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라진 그 여자의 행동과 말을 떠올리니 아마도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 여자가 너한테 한 짓이 뭐야?!"

  "먼저... 내 생각을 읽고 내 성향을 파악하고, 볼에 입을 맞추고, 사라졌어."

 

  효민과 그 여자의 만남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나와 똑같은 전개였다.

 

  "다친 곳 없으면 그걸로 됐어..."

 

  난 그녀를 살며시 감싸 안았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날 허락했다.

  이것으로 예전의 아픈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고, 다시 그녀와 관계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수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그녀가 날 용서해줄 의무는 없으며 의견은 들어볼 필요도 없이 정해져 있다.

  난 그녀에게 너무나도 심한 행동, 말을 했다.

  가시가 있어야 그것이 건드리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그와 동시에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난 예전에 가시를 세우지 않은 효민과 지냈던 것이라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저녁 11시 내 방의 침대.

 

  핸드폰을 보며 의미 없이 시간을 때우다 질리고 지쳐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순간-

 

  깜깜했던 내 방의 창문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

  내가 평소와 다르게 파란만장한 하루를 살다 보니 피로를 눈치채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 아침이 되었다는, 그런 전개가 아니다.

  난 확실히- 『잠을 자지 않았다. 』

 

  그럼 뭘까.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확인하니-

 

  "어...? 날짜가 바뀌지 않았어?!"

 
작가의 말
 

 사람들이 많이 봐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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