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벌써 해가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온몸은 말할 수 없이 아팠다 안 아픈곳이 없었고 앞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이 너무 자만 했다 그깟 동네 대회 우승에 자신이 뭐라도 된 듯 마냥 들떴고 만만하게 생각했다 검이라도 챙겼더라면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 나태해 진 것 이다 무엇을 믿고 바보같이 이리 군 것인지 하마터면 로자나를 위험에 빠트릴 뻔 했다 내 한몸 지키지도 못하면서 뻔뻔하게 로자나에게 지켜 주겠다 했다
우스웠다 부끄러워 졌다 결국 시아는 소리내며 한없이 울기 시작했다
이럴려고 검을 배운것이 아니였다 변하고 싶었다 나약한 자신이 싫어 강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검을 들었다 강해지면 자신을 봐주지 않을까 싶어 기대 했다 욕심이 났다 난 동생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재능이 있다고 그러니 자신을 믿어 달라고 좀더 아껴 달라고..사랑해 달라고.. 애정을 바랬다 관심을 바랬다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이제와 후회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검을 들어서는 안되는 것 이였다 검을 든 순간 내 죽음을 항상 생각 해야했다 마주 해야 했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해하는 물건이 검이라는 걸 결국 내 손은 피로 젖셔 질꺼라는 걸 하지만 피했다 무서웠다 망설였다 그 결과였다 이것이 내 검의 결과다 비참하고 어리석으며 슬픈 결말이다
눈물은 끝없이 흘렀고 이젠 기운도 없어 흐느끼던 소리마저 작아 졌다 눈이 무거워 내려와 겨우 참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는 목소리다 친숙하고도 반가운 목소리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정말 하늘이 도운 모양이야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시아의 두눈이 묵직히 감겨 떠지지 않았다
'시아야 나 무서워 너무 무서워 제발 눈을 떠줘 날 혼자두고 가지마 눈 안뜨면 나 평생 널 미워 할꺼야! 다시는 안 볼꺼라고! 그러니 제발..제발..흑흑..시아야..시아야'
항상 따뜻하고 상냥했던 목소리가 두려움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들었고 미안함에 꺼졌던 눈을 힘겹게 떴다 그리고 '로자나..괜찮아?'
그러자 흠칫 몸을 떨더니 얼굴을 가리던 두손을 내리고 로자나는 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어디 다쳤어?'라고 시아는 다시 물었고 로자나는 아무말 없이 시아만을 쳐다봤다
'..로자나?' 그러자 '바보! 이 바보야!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거야! 너 죽다 살아 났어 죽을뻔 했다구! 이 바보 멍청이! 으아앙!!'로자나는 목청껏 소리 높여 울었다
시아는 몸이 뜻대로 움직여 지지않아 꿈지럭대며 손을 움직여 그녀의 손을 잡으며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라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작아지지 않았고 시아는 쩔쩔매며 계속 사과하고 달래다가 결국 부탁하자 로자나는 울음을 멈추었다 겨우 진정이된 로자나를 보자 서서히 주변이 눈에 들어왔고 두리번 거리던 시아가 물었다
-그런데 로자나 여기가 어디야?
-기억 안나? 우리 약초캐러 앞산을 왔잖아 그리고 약초캐던 중에 늑대가 나타나서 우리를 공격했고 기억나지?
-아 응 널 보내고 난 나무가지를 무기로 찾아 늑대와 싸웠어 그리고 겨우 죽였지 하지만 피를 너무 흘려서 다른 짐승들이 몰려올까봐 급히 산을 내려왔어 그리고는 눈앞이 흔들려서 잘 안보였어 그래서 산을 굴렀고 그리고..나무에 기대서 하늘을 봤는데 니 목소리가 드렸고 ..그리고 기억이 없는데?
-맞아 난 산밑에서 널 기다렸어 하지만 넌 보이지않고 해는 벌써 지려하고 있었어 너무 걱정되서 산을 다시 올라갔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무서워 졌어 눈물이 흘렀지만 그래도 계속 올라갔어 그러자 니 목소리가 들렸어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라고 널 발견했을때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어
내가 불러도 넌 대답도 미동도 없었어
몸은 너무 차가웠고 눈은 떠지지 않았어 너무 무서워 널 안고 펑펑 울었어 니가 죽은줄 알았어
그런데 내 귀에 니 심장소리가 들렸어 쿵쿵 뛰고 있는 심장소리에 울음을 멈추고 널 업고 주변을 둘러봤어
조금 걸으니 여기를 발견했고 널 눕혀 산에서 캤던 약초로 다시 치료하고 물을 조금씩 입에 흘려 넣었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계속 마사지를 했어
하지만 넌 미동도 없고 대답도 없었어 너무 끔찍했어 난 모든걸 포기하기 직전이였지
그순간 니가 눈을 떴어 내게 말을 걸어왔지
난 꿈인줄 알았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 이건 환상인가 이게 환상이면 그럼 시아는? 어서 깨야 되 뭐하는 거야 정신차려! 라면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나있었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에게 화를 내고 심한 말을 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시아야 내가 그러면 안되는데.. 내가 너에게 그래서는 안되는데..
-아냐 난 괜찮아 오히려 내가 미안해 나 때문에 너까지 고생하게 만들었어 내 잘못이야 내가..
-무슨 소리하는 거야! 대체 뭐가 니 잘못이라는 건데! 니가 위험 하다는데도 억지부려 따라 왔어 약초에 정신이 팔려 니가 해준 경고도 잊고 멀리까지 가버렸지 그러다 늑대가 날 덥치려 했고 넌 날 구해줬어!
시아야 넌 잘못한게 없어 잘못은 니말을 듣지 않은 내 잘못이야 넌 날 구해줬고 날 위해 혼자 남았어
넌 그게 잘못이라 말하는 거야 날 구한 것을 후회해? 날 도망치게 한것이 잘못이야?
-아냐! 로자나 그게 아냐! 난 내가 좀 더 준비를 했더라면 니가 이런일을 당하지 않았을텐데 내 부주의로 널 위험하게 만들어서..
-시아야 그게 왜 니 잘못이니! 넌 분명 위험하다 나에게 경고해 줬어 가겠다 말한것도 내가 스스로 결정한거고 부주의는 니가 아니라 나야 내가 너의 경고를 신중히 받아 들였다면 넌 다치지 않을테고 우린 약초를 무사히 캐고 집에 도착했을 꺼야
시아야 넌 착각하고 있어 내가 위험 할때마다 넌 언제나 나타나서 날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우리가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냐 틀려 항상 함께 일수는 없어 스스로가 지켜야되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되는 거야 넌 나를 지켜야 된다는 사념으로 가득 차 있어
그건 짐이될 뿐이야 난 너에게 짐이 될 생각이 없어 난 내몸은 내가 지킬꺼야 어려서부터 나 스스로 지켜왔고 앞으로도 난 그럴꺼야
그러니 시아야 날 짐으로 대하지 말아죠 부탁할께 너에게 짐이되기 싫어 부탁이야
- ..로자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정말 고마워
어두운 숲 작은 동굴안에 그녀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울고 웃었다
시아의 몸은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았고 숲속은 어둠이 내려 앉아 위험했기에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고 로자나가 집에서 가져온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둘은 꼭 붙어 잠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은 더욱 차가운 냉기가 올라왔고 바람 또한 거세졌다 둘은 덜덜 떨며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야했다
조용하던 숲속에 조그만한 햇살이 빼꼼 얼굴을내밀며 깨어나고 있었다
새벽 그다지 밝지는 않았지만 구분정도는 할 수 있기에 둘은 출발해 보기로 했다
시아는 로자나의 부축을 받으며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새벽이라 동물들도 자고 있어 덜 위험해 이때 산을 내려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