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현대물
너랑 나랑 너
작가 : 우루루
작품등록일 : 2018.11.8

 
너의 꿈을 꿨다
작성일 : 18-11-19 11:33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401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는 잠깐 예전 일을 생각하며 내 앞에 숟가락을 들고 있는 이수선을 바라봤다.

 

 ‘숟가락은 뭐 하러 챙겨온거지?’

 

 어차피 급식실에 가면 젓가락과 숟가락은 있을 텐데 굳이 저걸 들고 다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나는 역시 특이한 애라고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수선의 표정을 봐서 지금 밥을 안 먹으면 계속 귀찮아 질 것이 분명했다.

 이수선과 같이 급식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빈자리가 있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역시나 식당 안 자리는 빼곡하게 차 있었고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 앉으려 했던 나는 한숨을 쉬고 그나마 자리가 남아있는 우리 반 애들 옆 자리에 앉았다.

 이것이 내가 밥을 먹지 않으려 했던 이유였다.

 사람들 많은 곳을 싫어하는 나는 이 식당 분위기가 그렇게 거북할 수가 없었다.

 

 “여~ 이수선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

 

 “남이사. 신경 끄고 니 밥이나 처먹으렴”

 

 “니 요구르트가 나한테 있는데도 니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씨, 너 죽을래? 또 언제 가져갔어, 이걸.”

 

 우리가 앉자마자 이수선에게 바로 말을 거는 우리 반 애들을 나는 무미건조하게 쳐다봤다.

 내가 식당을 싫어하는 이유중에 또 하나가 이것이다.

 평소에 인기가 많은 수선이랑 같이 밥을 먹으러 오면 애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있다.

 말은 안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니가 뭔데 얘랑 붙어 다니냐.’ 이런 눈빛이다.

 평소에도 음침하고 말 수 적은 내가 이수선과 친하게 지내는걸 아니꼽게 쳐다보고는 하지만 그것이 내가 이수선과 같이 밥을 먹으러 왔을 때 특히 더 심해진다.

 나는 불편한 시선을 무시하고 애꿎은 숟가락만 달그락 거리며 묵묵히 밥을 입에 넣어갔다.

 그 와중에 이수선은 요구르트를 되찾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나한테 말을 걸었다.

 

 “민혁아, 근데 너 학교 끝나고 뭐 할거야?”

 

 “집 가야지. 뭘 뭐해.”

 

 내 말이 끝나자 이수선은 무서우리만치 입가를 씩 올렸다.

 

 “아~ 그럼 나도 너네 집 가서 티비나 봐야겠다.”

 

 !!

 

 순간 사방에서 강렬한 시선들이 내 얼굴을 찔러댔다.

 

 ‘아아, 뜨겁다.’

 

 원망스런 눈빛을 담고 이수선을 쳐다보니 아주 해맑은 표정인 것이, 일부러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연기의 귀재이던가 말이지..’

 

 나는 눈알만 굴려 애들 눈치를 살폈다.

 다 표정이 안 좋긴 했지만 특히 방금까지 요구르트를 흔들어 대며 이수선과 장난을 쳤던 철희라는 남자애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사실 며칠 전 부터 바뀐 꿈에는 이 철희라는 애도 같이 등장했다.

 내가 화장실을 갔을 때 철희가 따라 들어와서 내 얼굴에 뺨을 때리는 그런 꿈이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니 그게 아마 오늘 인 것 같았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교실에 들어와 생각했다.

 철희가 덩치도 크고 운동신경도 좋아서 싸울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어차피 그 상황만 조심하면 되니까.

 같은 반에서 철희를 볼 때에도 꿈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어차피 나를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고 이런 일을 한,두 번 겪어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꿈에서 뺨 맞는 정도면 크게 다치는 꿈 보다야 고통이 훨씬 덜해서 좋아했다.

 

 ‘하지만 그냥 맞아주기는 싫단 말이지.’

 

 뺨 한,두 대 맞는 것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나는 순순히 그 일을 당해줄 만큼 착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내가 어떻게 곯려 먹여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이수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혁, 나 목말라. 물 마시러 가자.”

 

 나는 말을 거는 이수선을 멀뚱멀뚱 쳐다봤다.

 꿈에서는 내가 화장실을 들어갔을 때 귀퉁이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면 최소 점심시간 이후라는 말인데, 나는 지금 오줌이 마렵지 않다.

 

 “아아, 그러면 적어도 5교시 아니면 6교시 쉬는 시간이라는 건가.”

 

 “응? 뭐가?”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완벽히 떨어지는 흐름에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이수선도 눈을 번뜩였다.

 

 “아니, 물 마시러 안 갈거냐고.”

 

 “아.. 갈게.”

 

 

 나는 5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교실을 나가 복도를 조금 걸어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곧바로 철희가 굳은 표정으로 뒤따라 들어온다.

 

 “야! 너 일로 와봐.”

 

 “나?”

 

 나는 모르는 척을 하며 철희를 돌아봤다. 꿈에서와 같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말을 하는 철희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다음엔 아마 이렇게 말했었지?

 

 ‘너, 내가 만만하냐?’

 

 “너, 내가 만만하냐?”

 

 언제 들어도 억지스런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꿈에서 말했던 것과 똑같이 대답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게.”

 

 “아니, 너는 이수선과 있을 때만 헤실헤실 거리고 우리는 취급도 안하잖아. 그게 우리가 만만해서 그런 거지 뭐냐?”

 

 “헤실헤실 거린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아무튼 너네가 만만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너흴 맘에 안 들어 하는 것뿐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철희가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인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다.

 

 “이런 미친새끼가!!”

 

 퍽!

 

 철희가 팔을 들어 내 뺨을 쳤다.

 모든 게 꿈과 똑같이 흘러갔다. 다만 꿈과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에서는 내가 이수선의 핸드폰을 들고 도망쳤다는 점이다.

 

 “야, 너네 뭐하냐 지금.”

 

 때마침 화장실 밖에서 수선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스 타이밍!’

 

 내가 맞기 전에 딱 맞춰서 온 것 같다.

 이수선의 화난 표정에 철희는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수선은 매서운 눈빛으로 철희를 노려보더니 남자 화장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너, 진짜 별로다.”

 

 이수선이 내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가자, 나는 한쪽 손으로는 이수선을 잡았고 나머지 한쪽 손으로는 방금 철희 에게 맞은 곳을 감싸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가기 전 철희를 돌아보며 미소를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희는 이수선의 말에 상처를 입었는지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거기에 내 미소가 얹어지자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교실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수선도 내 앞자리에서 의자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이수선의 성격상 남자가 돼서 맞고 다니기만 한다고 핀잔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냐..’

 

 내가 이수선 핸드폰을 들고 도망치면 나를 찾아 돌아다닐 거라는 생각이 맞았다.

 사사건건 내 일에 간섭하는 이수선이 귀찮을 때도 많지만 철희 표정이 일그러질 때는 이수선을 이용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울먹거리는 이수선의 표정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답답했다.

 

 “..괜찮아?”

 

 이수선은 아까의 화난 표정은 어디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응..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이수선은 내게 무언가 말하려다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준다는 것. 그 기분은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묘한 감정이 든다.

 이수선은 눈물을 흘리는 스스로가 창피했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혼자 남은 자리에서 책상을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분명 철희한테 한 방 먹여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지금 이 느낌은 마치 독한 음식을 먹은 것 같이 입안이 썼다.

 

 “하아.. 피곤하다.”

 

 나는 이수선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한숨을 쉬고, 책상위로 얼굴을 숙였다.

 나는 원래부터 혼자였다. 엄마가 죽은 그 날 그 이후부터 모든 감정이 메마른 것처럼 기쁨,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했다. 이수선도 나에게 있어 그냥 귀찮은 존재, 그 뿐이었다. 나는 잠깐 눈물을 흘리던 이수선의 얼굴을 생각하다 눈을 감았다. 오늘따라 피곤해서인지 급격하게 졸음이 밀려왔다.

 

 -

 

 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 비명소리는 왠지 모르게 낯익은 목소리였다.

 헉, 헉!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꿈에서 깼다. 교복은 땀으로 인해서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내 눈앞에는 아까의 감정은 다 추스렸는지 평소와 같은 얼굴로 이수선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너 뭐야, 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려. 나쁜 꿈이라도 꿨어?”

 

 나쁜 꿈은 매일같이 꾼다. 그 나쁜 꿈은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현실에 벌어졌다.

 하지만 오늘 바뀌어버린 꿈은 나를 위한 나쁜 꿈이 아니었다.

 나는 이수선의 걱정스런 표정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했다.

 

 ‘왜!, 대체.., 내 꿈에 너가 나오는 거야..!’

 

 꿈에서 들었던 이수선의 비명소리가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 너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2018 / 12 / 3 252 0 4382   
5 나는 너가 신경 쓰인다 2018 / 11 / 26 261 0 4471   
4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018 / 11 / 23 259 0 4036   
3 너의 꿈을 꿨다 2018 / 11 / 19 250 0 4014   
2 내 몸이 피곤해지는 꿈을 꿨다 2018 / 11 / 15 256 0 3969   
1 나는 무서운 꿈을 꿨다 2018 / 11 / 8 394 0 42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