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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스윙 - 그해 우리의 헛 방망이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8.11.19

1990년 서울의 산동네,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화가인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갔고,
아빠는 새로 결혼한 여자와 강남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할머니의 미싱 일을 도우며 살던 단비가 아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나 위선적인 아빠와 새엄마에게 염증을 느끼고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 절친, 민희와 학교를 탈출하여
친엄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여수로 떠난다.
그러나 마주하게 된 진실은 단비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민희는 실제로 지갑을 훔쳤고 위선적이기만 한 아빠에게도 하나의 진실은 있었다....

 
18. 에필로그 - 완결
작성일 : 18-11-19 11:0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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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에필로그

 

  단비가 학교를 졸업하고도 십 팔 년이 흘렀다. 단비는 원하던 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졸업 후에 화가로 살기에는 너무 험난해보였다. 더구나 단비는 집에서도 나와 혼자 살고 있었다. 단비는 삽화, 즉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리는 프리랜서가 되었다. 어린이 학습 도서로 시작해서 건축 쪽 일러스트레이션을 주로 하게 되었다. 간간히 만화 작업도 해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업계에서 일, 이 위를 다툴 정도로 성공하기 전에 프리랜서란 생활이 힘들기 마련이었다. 일도 일이지만, 구내식당이 있어서 한 끼라도 편하게 해결하는 회사 사람들이 한 없이 부러운 생활이었다. 십 여 년을 한 결 같이 하루 살기가 급급한 채로 살다보니, 자신이 졸업한 학교나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가서 천천히 산책을 할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단비는 차라도 마실 틈이라도 나면, 혼자 씩씩하게 먹고 살아온 날들이 대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도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이여서 단비는 자신이 앞으로 얼마를 더 헤매고 살지 가늠할 수 없어서 한 숨을 푹 쉬기도 했다.

 

  민희는 이사를 간 다음 연락이 끊겼지만 오 년 만에 극적으로 다시 연락이 이어졌다. 민희는 학교를 졸업한 후 이 년 동안 ***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그러다가 상권도 예전같지 않고 힘도 부쳐서 엄마가 하는 만화방에서 같이 일했다. 그러다가 결혼해서 가게도 하면서 자리를 잡고 잘 사는 듯 보였다. 단비의 눈에는 의외로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서 민희가 제일 안정되어 보였다.

  민희는 스스로를 수영도 못하는 개가 홍수로 엄청나게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오다가 간신히 아무 강가에 내팽개쳐진 다음, 그 자리에서 따듯한 햇볕을 쬐며 다시 시작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학교 다닐 때는 얌전했던 우등생, 영경이는 대학에 간 다음부터는 꽤 활발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대기업에 입사를 했으나, 결혼 후에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두었다. 삼 년 전에 만났을 때 영경이는 우울증에 걸려서 남편 모르게 병원약까지 먹는 다는 하소연을 단비에게 했다.

  그리고 이 년 전에 단비는 지방의 한 요양소에서 온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동찬이었는데, 황주미의 부음 소식을 편지로 알려왔다. 단비는 학교를 졸업하고 황주미를 아주 가끔 보러갔었다. 단비는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지만, 이후에 황주미의 묘소나 여수 친척집을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단비는 건축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전시회를 찾아가게 되었다. 전시장엔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그 중에 '물 속의 마을, 나의 고향'이라는 대상 작품을 보게 되었다. 작품은 현실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는데, 해외 호수 속에 예쁜 마을이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물 위로 햇빛이 비쳐왔고 예쁜 꽃잎이 물속을 떠다녀서 마을 분위기는 전혀 기괴하지 않았고 따듯했다.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 '작가의 메모'를 보니,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이 댐 공사로 수장되었고, 그 마을이 너무 보고 싶어 기억에 남아있는 그대로를 그렸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십 수 년이 지난 시점에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댐으로 만들어진 인공 호수에 들어가 보니 자신이 어린 시절에 보았던 마을이 물 아래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길과 등을 부볐던 담장을 보았다고 했다.

  그 작품을 보는 순간 단비는 전기에 감전된 듯 다리를 바닥에서 뗄 수가 없었다. 그 때, 단비는 갑자기 김 여사와 살았던 그 동네를 마침내 찾아가고 싶어졌다. 귀가 간질거리면서 동네 골목 깊은 곳에서 들리던 미싱 소리가 미치게 그리웠다. 단비는 즉시 차로 한 시간 반 밖에 안 걸리는 그 동네를 찾아갔다. 그리고 동네가 있던 야트막한 산을 덮고 있는 나무들을 두 눈으로 확인을 했다. 시市는 산비탈에 있었던 집들과 아파트들, 길 들까지도 모두 없애고 그 위에 나무를 심었다. 그 작은 산을 성곽이 제 구실을 하던 시절처럼 되돌려 놓았다. 손바닥 만한 빈 땅에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건물을 짓는 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단비는 산책로 겸 등산로를 따라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숲이었지만 생명은 자리를 잡은 다음 나름대로 주인 행색을 하고 있었다. 나무들은 제멋대로 영역을 만들기도 하고 이름 모를 풀과 꽃, 나비와 새를 불러들였다.

  다만 능선처럼 평평하게 뻗은 산정상에 올라가니 성곽만큼은 옛날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기억 속에 있었던 생활의 때를 깔끔하게 닦아 놔서 그런지 성곽의 돌담은 단비의 눈에 어색하게 보였다. 어린 시절, 여름밤에 나와서 등을 기대앉고,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느라 뛰어 내리고, 연탄을 나르던 리어카를 세워두었던 그 돌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단비는 당장 동네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담장들, 나지막한 집들이 있던 골목을 지나 또 다른 골목을 나오면 있던 오락실과 연탄가게, 약국 그리고 구멍가게. 모두 다 기억이 났다. 그럼에도 단비는 그날 산에 오르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옛날 집 들을 죄다 허물고 새 집을 올리는 재개발일지라도 사람이 다녔던 길의 윤곽은 남아 있기 마련인데, 그 산동네 개발은 길마저 몽땅 없애버리고 그 위로 나무를 심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단비는 산 속에서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다닐 수도 없었고, 김 여사의 집터를 찾을 수도 없었다. 단비는 망연히 숲과 시내를 내려다보다가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와서 보니 산 아래 동네는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을 돌아 다니다가 숲과 마을의 경계에 있는 집 하나가 단비의 눈에 들어왔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용하게도 재개발을 피해간 영경이네 집이었다.

  그 때 단비의 눈앞엔 영경이네 집 현관에 수북이 놓여있던 냄새나던 낡은 신발들이 눈에 아른거렸고, 골목 안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던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눈을 감으니 활짝 핀 능소화 꽃이 지붕까지 뒤덮은 김 여사의 집 모습이 떠올랐다. 단비는 집으로 돌아가면 연필을 집어 들고 스케치를 시작하리라 다짐했다.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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