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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스윙 - 그해 우리의 헛 방망이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8.11.19

1990년 서울의 산동네,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화가인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갔고,
아빠는 새로 결혼한 여자와 강남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할머니의 미싱 일을 도우며 살던 단비가 아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나 위선적인 아빠와 새엄마에게 염증을 느끼고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 절친, 민희와 학교를 탈출하여
친엄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여수로 떠난다.
그러나 마주하게 된 진실은 단비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민희는 실제로 지갑을 훔쳤고 위선적이기만 한 아빠에게도 하나의 진실은 있었다....

 
14. 안개 속에서.
작성일 : 18-11-19 11:00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2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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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안개 속에서.

 

  단비는 아빠, 동찬 뜻에 따라 예체능 쪽은 기웃거리지 않고 인문계 쪽으로 진학하기로 했다. 대신 동찬도 K고등학교로의 전학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동찬은 이 결정만으로 이미 단비가 인문계 대학에 반 쯤 입학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그러나 단비는 혼자서 곰곰이 따져보니 대학 진학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 우선 단비의 신통치 못한 성적이 문제였고 두 번째로는 아빠의 낙관적인 생각 자체가 문제로 보였다. 조금은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윤숙이 동찬의 월급에서 단비 등록금으로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을 못 참아 할 수 있는데, 동찬은 그런 염려는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단비는 학교에서 영경이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봤다. 영경이는 단비네 집안 사정도 어렴풋이 알았다.

 

  "아빠가 가라고 하면 그 쪽으로 가야겠지?

  "좀 어렵네. 열심히 해봐. 어쨌거나 대학 가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은 너한텐 다행인거야. 집안 형편이 어정쩡해서 대학 못 가는 애들 많아."

  "알아."

  "우리 언니의 선배가 있는데, 고등학교 졸업한 다음에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다가 이 년 제 대학 디자인과 간 언니도 있다더라."

  "학교 졸업하고 나중에라도 대학 갈 수 있나?"

  "당연하지."

 

  단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김 여사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고 미국에 엄마를 찾으러 가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에 가거나 김 여사의 집에 들어가는 일은 대학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역시 문제는 성적이었다.

  단비는 방학 동안 지난 겨울 방학처럼 냉방비만 받고 개방하는 학교 독서실에 매일 나가기로 했다. 이제는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갑자기 공부가 잘 될 리가 없었다.

 

  민희는 언젠가 얘기했던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았다. 민희는 단비에게 가게 주인이 안 나오는 날, 손님이 뜸한 시간을 알려 주었고, 단비는 그런 시간에 민희를 찾아가기도 했다.

  민희와 단비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가게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가게 일 힘드니? 이상한 손님이라든가...."

  "특별히 힘든 건 없어. 저것만 없으면."

 

  민희가 턱으로 가리키는 것은 얼음을 가는 빙수기계였다.

 

  "얼음 가는 기계잖아."

  "수동식이야. 저 옆에 도르래를 손으로 열나게 돌려야해."

  "맙소사."

  "저녁 타임 오빠가 가르쳐 준 거 있는데. 주인아줌마 없을 때 빙수 손님 피하려고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민희는 가게 주방 입구에 있는 빙수기를 보면서 말했다. 단비는 도르래 손잡이를 열나게 돌려야 얼음이 갈리는 수동식 빙수 기계를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하는데?"

  "저 쪽 벽에 기대서서 등으로 메뉴를 가리는 거야. 큭큭."

  "와!"

 

  그 가게는 여름 기간에만 임시로 빙수를 팔고 있어서, 천장 가까이에 붙어 있는 정식 메뉴판엔 '빙수'라는 말이 나와 있지 않았다. 대신 벽에 따로 '빙수 ***원'이라는 안내가 적혀 있였다.

 

  "아니면 그 위에 수건을 걸어 두어서 '빙수'라고 쓴 글씨를 가리는 거지. 그럼 사람들이 주문할 때 콜라나 다른 걸 주문해. 손님이 나중에 빙수를 발견해도 이미 주문 끝났고 돈 냈으니 빙수는 주문 안 해. 큭큭."

 

  민희는 단비가 재미있으라고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단비의 눈에 민희는 여름 내내 한 없이 우울해 보였다. 민희가 한 마디 더 하고 나섰다.

 

  "자퇴나 할까?"

 

  단비는 영경이에 이어 민희까지 두 번 째로 자퇴희망자를 만나는 셈인데, 두 사람은 매우 다른 이유로 자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게에 무슨 일 있어?"

  "아니."

  "근데 너까지 왜 자퇴 타령이냐?"

  "나 말고 또 누가 있었는데?"

  "그런 애가 있었어. 공부 잘 하는 애. 야. 근데 넌 그냥 붙어 있으면 졸업장 나오는데 무슨 검정고시야?"

  "하긴 검정고시 하겠다는 것도 지랄이지. 검고도 나름 돈 들고 어렵다던데."

 

  가게에 손님이 들어왔고, 민희는 주문을 받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해 여름 방학은 유난히 따분했고 시간이 잘 안갔다. 단비는 그 즈음 처음으로 만화를 연습장에 그대로 베끼는 것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옷장 아래에는 그 동안 그린 연습장만 수 십 권이 있었지만 권수는 이제 더 이상 늘지 않았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많을수록 만화 베끼기 같은 작업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고, 단비의 손은 백지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멈췄다. 그렇다고 진짜 만화가들처럼 이야기와 등장 인물을 만들어서 그릴만한 능력에는 한참 모자랐다. 단비는 독서실이든 자신의 방이든 텅 비어 있 연습장의 갱지만을 노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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