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의문의 교사

　 배철권이 물러난 다음 월요일 아침, 단비네 교실은 들떠 있었다. 새로 선생님이 온다는 소문이 벌써 돌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영악하게도 학기 중간에 새로 사람을 구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제 강사로 뛰고 있는 젊은 선생님이 부임할 것이라는 계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기대는 안타깝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교무실은 새 교사가 부임해왔는데 조회 같은 행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교시, 국어 수업 시간에 교감이 중년의 남자 교사를 데리고 단비네 교실에 들어섰다.

　 “국어과 강기중입니다. 이 학년 이 반 담임도 맡게 되었습니다.”

　 교감이 교실에서 나가자 인사 한 마디하고는 강기중은 곧바로 수업을 시작했다. 그는 배철권처럼 인상부터 무능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첫 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끔하게 차려 입어서 회사의 부장님 같이 보이기도 했다. 단비는 그의 겉모습에서 어떤 냉랭함을 읽어냈지만 그가 어떤 타입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비는 뒤를 돌아 민희를 찾아봤다. 그러나 민희는 교실에 없었다. 옆에 있던 애가 속삭여 주었다.

　 “민희는 아프다고 아침부터 양호실에 갔어.”

　 수업이 끝나고 단비는 양호실에 올라가봤다. 그러나 민희는 그 곳에 없었다. 단비가 다시 돌아와 보니 민희는 책상에 엎어져 있었다.

　 강기중은 학기 중반에 이례적으로 부임했지만 이 틀도 안 되어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빠르게 잡아 나갔고, 이 학교에 수 년 째 근무하는 사람처럼 B여고 분위기에 스며들었다.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학생들은 노련한 '중견' 교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괜히 잘못 행동했다간 물릴 수 있겠구나'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자면 장래 희망 설문지 칸에 누드모델이라고 써넣거나, 만우절 같은 때에 참신하지도 않은 장난이나 치려들었다가는 가만 두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쩌면 B여고에 필요한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인지도 몰랐다.

　 대체로 아이들은 강기중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듯 보였다. 다만 '강기중'이라는 이름은 아이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학교 재단이 ‘강’씨 집안의 것이고 이 학교의 최근 교사를 뽑는 경향을 봤을 때, 그가 재단 이사장의 친척이라는 말이 돌았다. 대학을 막 졸업해서 임시 교사로 일하던 것도 아닌데, 학기 중간에 대뜸 부임해 온 것에 대해서도 다들 의문스럽게 생각했다.

　 강기중이 학교에 오고 나서 이 주일 정도가 후딱 지나고 학기말 고사 기간이 되었다. 단비는 정신없이 시험을 치렀고 그리고 여름 방학이 되자 점차 아이들의 강기중에 대한 관심은 옅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