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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스윙 - 그해 우리의 헛 방망이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8.11.19

1990년 서울의 산동네,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화가인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갔고,
아빠는 새로 결혼한 여자와 강남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할머니의 미싱 일을 도우며 살던 단비가 아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나 위선적인 아빠와 새엄마에게 염증을 느끼고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 절친, 민희와 학교를 탈출하여
친엄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여수로 떠난다.
그러나 마주하게 된 진실은 단비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민희는 실제로 지갑을 훔쳤고 위선적이기만 한 아빠에게도 하나의 진실은 있었다....

 
7. 강남 아파트
작성일 : 18-11-19 10:46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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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강남 아파트

 

  동찬의 아파트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 새로 들어선 단지 안에 있었다. 단비는 윤숙의 특별한 호의로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단비는 이전 명절 오후에 몇 차례 와서 놀다 간 적이 있어서 집이 낯설지는 않았다.

  동찬은 단비와 모처럼 함께 지나게 되자 아빠 노릇을 해보고 싶은 기대가 컸다. 동찬은 일하는 아줌마가 잠깐씩 쉴 때 쓰던 방을 새로 싹 치우고 책상과 침대를 들여놨다. 아침이면 만원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씩이나 걸려 학교 가는 단비를 생각해서 동찬이 거의 매일 단비를 학교까지 자신의 차로 데려다 주었다. 동찬은 단비가 윤숙과 사는 것은 내켜하지 않을지 몰라도 산동네 집을 벗어나 새 아파트에서 사는 생활 만큼은 좋아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렴, 꼭 그래야했다. 동찬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는 산동네에서 벗어나서 강남 아파트에 입성한 것이었다. 동찬은 그 혜택을 자신의 딸이 누리기를 간절히 바랬다.

  단비 역시 처음 겪어보는 아파트 생활의 편리함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샤워를 할 수 있는 목욕탕이었다. 또 안방에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티브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 자의 방에 있다가 티브이를 볼 때는 거실에 나온다는 것이 단비에게는 현대적인 생활 방식으로 보여 좋았다. 또 단비는 생애 처음으로 의자가 있는 책상에서 숙제를 하고 침대에서도 자게 되었다. 만약 단비가 가정주부라면 산동네 집에서 살던 날들과 아파트 생활은 비교불가라고 당연히 말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단비는 산동네에 살다온 주제에 건방지고 당돌하게도 아파트가 제공하는 이런 모든 편리한 생활에 시큰둥해 하고 있었다. 단비에게 아파트란 현대적이고 편리하지만 멋대가리 없는 건물일 뿐이었다. 단비의 눈에는 아파트 건물 자체보다 아파트 단지가 더 멋없고 황량하게 보였다. 왜 아파트를 한, 둘이 아니라 삼, 사십 개 씩 무더기로 촘촘히 모아서 단지를 만들어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단지 입구에는 효율성만을 강조해서 군대막사처럼 지어놓은 상가 건물이 있었다. 또 아파트 단지나 그 동네 거리 가로수들은 모두 나무 시장에서 막 옮겨 심어놨는지 어색해 보였으며, 거대한 아파트 건물 옆에서 앙상하게도 보였다. 몇 년 지나면 이 동네 풍경에 잘 녹아 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썰렁하기만 했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서 동찬은 아침에 자신의 차로 강남 길을 가면서 길이 도시 계획에 따라 직선으로 바둑판처럼 뚫려 있어서 길 익히기가 아주 쉬운 동네라고 떠들어대기도 했다. 그러나 단비 눈에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유행에 따라 지어진 건물과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어서 길을 구별하기가 참 어려운 곳이었다.

 

  동찬이 그렇게 동네 이야기를 하면서 들떠 있었던 것은 이미 아파트 가격이 올랐음에도 몇 년이 지나면 더 많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매달 생활비로 쓰고 나면 손에 남지도 않는 월급과 달리 아파트란 것은 몇 년 깔고 앉아 있다 보면 스스로 새끼를 치듯 자산가치가 올라가 있는 기특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 기대를 품고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동찬의 얼굴엔 뿌듯한 미소가 절로 퍼졌다. 그것은 단비가 모르는 세계였다. 동찬이 사는 아파트는 특권계층이 사는 곳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사회에서 능력이든 운이든 뭔가 하나는 손에 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동찬은 믿고 있었다.

 

  단비가 이사 온 후 세 달이 후딱 지나서, 겨울이 되었다.

  몇 개월 지내보니 의외로 윤숙과 지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어차피 단비는 동찬의 집에 들어올 때 그 집을 '기숙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윤숙은 이 기숙사를 지키는 성질 더러운 사감 선생님일 뿐이었고, 단비는 조용히 지내면서 고등학교까지만 그 곳에서 끝마치면 되었다. 윤숙과 단비는 한우리에 사는 사자와 호랑이처럼 서로가 알아서 피하는 관계가 되어서인지 큰 불편 없이 지내게 되었다. 반면 의외로 단비 눈에 거슬리는 것은 동찬이었다.

 

  동찬은 아침마다 시간이 없어서 쩔쩔 매면서도 온 식구를 불러 아침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도록 했다. 그런데 단비는 아침 식탁에서 밥 먹는 것이 고역이었다. 김 여사와 살 때는 김 여사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먼저 요기를 했고 단비는 등교 전에 혼자 밥을 먹었다. 김 여사는 단비가 밥 먹는데 일절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온 단비에게 누군가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침밥을 먹는 일은 참으로 짜증나는 일이었다. 윤숙은 동찬의 '드라마 속의 보통 가정 흉내내기'를 언제 그만두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비는 동찬이 밥상머리에서 뭔가를 말하는 것 자체도 거북스러웠지만, 동찬이 말하는 것들은 하나 같이 단비의 생각과는 달랐다. 동찬이 말 한 여러 가지 중에서 단비가 동의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좋은 학교’에 대한 기준이었다.

  동찬은 B여고가 나쁜 학교인 이유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없다는 것을 들었다. K고가 명문인 이유가 오직 아파트 단지 옆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명문대학 진학율이라든가 학교 시설이나 분위기, 선생님들에 대한 언급은 그다지 없었다. 단비가 보기에 K고등학교의 좋은 점은 학생들의 집과 학교와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뿐이었다. 학교와 집 사이에 빵집, 치과, 운동용품점, 문구점, 세탁소 정도 밖에 없어서 학생들이 딴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는 다는 것 말고는 좋은 점을 늘어놓기가 어려웠다.

  반면 단비가 한 번 가본 B 여고 근처엔 아파트는 아예 없었고, 고만고만한 주택들이 모인 곳 조차 별로 없었다. B 여고는 서울의 옛 도심 한 복판에 있다 보니, 관공서나 공공건물이 주변에 있었고 학교 뒤쪽으로 개발 제한 지역인 한옥 마을이 있었다. 또 학교 주변엔 화랑가와 연극 극장, 외국 문화원 등이 있었다. 단비는 왜 피자가게와 치과, 분식집, 문구점이 주변에 있는 K 고등학교가 B여고에 비해 더 좋은 학교라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좋은 학교라는 게 좋은 학생들이 만들 뿐이라는 거죠?"

 

  단비는 동찬의 말에 대꾸 해주는 척 하느라 언젠가 교무실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고는 불쑥 뱉어봤다. 동찬은 쀼루퉁한 얼굴로 홍당무를 골라내고 있던 단비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하자 표정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내 말이 그거야. 중상류층이 많이 사는 아파트 옆에 있는 학교엘 가야 대학을 잘 간다는 거지. 이 동네를 봐라. 좋은 학생들이 모여 있으니까 선생은 거저 유능한 선생이 되잖냐."

 

  동찬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 그러니까 자신이 살면서 깨우친 삶의 지혜를 딸에게 넘겨준다는 투로 말을 했다. 분명 살 수만 있으면 강남에 발을 담그고 살아야한다는 동찬의 생각은 이치에 어긋남이 없었다. 당장 최고가 아니더라도 강남에서 구르면서 최고가 되면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동찬의 계산은 틀림이 없었다. 시대를 뛰어 넘는 지혜는 아닐지라도 당장 십 년 이상의 시간 안에서는 충분히 도전 받을 리가 없는 생각이었다. 동찬은 자신이 지혜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딸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둔한 아빠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단비는 강남과 아파트의 손익계산을 이해하기에는 어렸지만, 단비에게 강남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 아니라 그냥 한 시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물고기'로 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단비에겐 황주미의 피가 반은 섞여 있었다.

  동찬은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생각에 혼자 기분 좋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비는 늘 이런 식이라고 생각했다.

 

  단비는 같이 살면서 동찬을 속속들이 알게 될수록 동찬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겨울 어느 오후, 단비가 거실로 나와 리모콘으로 티브이를 켰는데 마침 공항 국제선 라운지를 배경으로 동찬의 얼굴이 티브이에 나오고 있었다. 동찬은 보도 프로그램에서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여행 자유화 이후, 대미 관광 수지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여행과 목적 없는 연수, 유학으로 인한 외화 유출은 국민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단비는 리모콘을 든 채 화면을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동찬이 '국제수지', '외화' 같은 어려운 말을 쓰고 있지만, 별 내용도 없는 말을 대단한 것인 냥 배우처럼 폼을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윤숙과 단국이는 미국에 살고 있는 윤숙의 여동생 집에 가서 한 달씩 머무르려고 준비 중이었다. 단비가 보기에는 동찬은 자신의 가족이 하는 해외여행은 꼭 필요한 것이고 남들이 하는 해외여행은 주제 넘는 낭비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비가 티브이를 꺼버리자, 소파 뒤에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비가 아파트로 이사 오자마자 동찬이 우겨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단비는 윤숙이 단비와 사진 찍기는 싫다고 말 해주기를 바랐는데 무관심한 얼굴로 동의를 해버렸다. 액자 안에서 동찬, 윤숙, 단국과 단비, 네 사람은 언뜻 보면 웃고 있었다. 하지만 단국이를 제외한 세 사람의 눈은 허공을 응시한 채 입꼬리만 말아 올려 웃고 있었다. 단비가 뚫어져라 사진 속의 얼굴들을 보자 공포 영화 속 인물들처럼 부자연스럽고 무서워 보였다. 단비는 자신의 얼굴마저 낯설었다.

  단비는 자신이 이 집에 들어와 사는 것에 대해서 동찬이 흡족해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족 모두에게 방 하나 씩 돌아가는 아파트와 자동차, 일 하는 아줌마를 두고 사는 아내, 그리고 탄탄한 직장에 다니는 본인. 동찬이 생각하는 완벽한 가정이라는 그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이었다.

  동찬은 단비가 B 여고가 아니라 신흥명문이라는 K 고에 입학하게 될 것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이제 과외 선생을 불러 공부시키기만 하면, 단비가 번듯한 대학 문턱도 사뿐하게 넘어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찬은 자신만만했고 의기양양했는데 단비는 동찬의 얼굴에서 그런 만족감을 읽어 낼 때마다 살짝 역겨움을 느꼈다.

 

  겨울을 그렇게 나고 중학교 졸업이 다가올 즈음, 단비의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단비는 남녀공학인 K고가 아니라 김 여사네 동네 애들이 가는 B여고로 배정이 되었다. 강남 쪽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많은 학생들이 강북의 학교로 배정을 받았다는 소문만이 있을 뿐이었다. 동찬은 아침 식탁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혼자 화를 내다가 단비에게 꼭 전학시켜주겠다고 약속도 해주었다.

  단비는 특별히 K 고에 배정이 되기를 바란 적이 없었는데도, 막상 B여고로 배정되었다는 통지서를 받아 들고 나니 실망스러웠다. 다만 단비는 괜히 공부 잘 하는 학교에서 중간도 못 하는 것 보다, 좀 못 하는 학교에서 중간 정도라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위안으로 삼았다. 결국 그냥 김 여사 집에서 살았으면 버스 타고 십 오 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는데, 동찬의 아파트로 들어오는 바람에 버스만 오십 분씩 타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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