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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스윙 - 그해 우리의 헛 방망이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8.11.19

1990년 서울의 산동네,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화가인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갔고,
아빠는 새로 결혼한 여자와 강남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할머니의 미싱 일을 도우며 살던 단비가 아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나 위선적인 아빠와 새엄마에게 염증을 느끼고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 절친, 민희와 학교를 탈출하여
친엄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여수로 떠난다.
그러나 마주하게 된 진실은 단비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민희는 실제로 지갑을 훔쳤고 위선적이기만 한 아빠에게도 하나의 진실은 있었다....

 
6. 떠난 다는 것은....
작성일 : 18-11-19 10:44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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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떠난 다는 것은....

 

  이른 아침에 닦아서 마루에 둔 제기祭器들은 마른 수건으로 닦지 않았어도 바람에 말라있었다. 해가 중천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동찬도 집안 어른도, 누구도 대문을 넘어 오지 않았다. 김 여사는 제기를 닦고 음식을 마루에 내다놓은 후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단비만 부엌을 들락거리면서 떡이니 과일 같은 것들을 야금야금 집어 먹었다. 긴 아침이었다.

  기다리다가 지친 단비가 마당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대문을 열고 내려다 보니, 골목 아래에서 올라오는 동찬이 보였다. 그리고 동찬 옆에서 아빠를 따라온 단국이의 모습이 보였다. 단비는 안 올까봐 걱정하고 있던 단국이 보이자 마음이 놓였다. 그 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 전화기가 울렸다. 고개 너머 어른 댁에서 못 와서 미안하다는 전화였다.

  그해 추석은 친척들 없이 가족끼리만 차례를 지냈지만 단국이가 온 것만으로 김 여사는 무척 만족스러워하는 모양이었다. 차례를 마치고 그날 첫 식사를 할 땐 완전히 점심 무렵이었다.

 

  단국이는 할머니, 김 여사와 충분히 시간을 갖고 놀았고, 동찬은 김 여사 방 한구석에서 이불을 덮고 낮잠을 자면서 명절 오후가 지나갔다. 서쪽 하늘로 유난히 붉은 석양이 비칠 무렵, 단비는 안방에서 김 여사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 단국이와 동찬은 마당에 있었다. 단비는 김 여사와 싸우고 나서 이사 나갈 결심한 모양새가 되어 안타까웠지만, 김 여사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다.

 

  "할머니, 나 아빠 집으로 들어가 보려고."

  "그래야지. 애비가 기다리고 있다는데."

 

  단비는 김 여사의 목소리를 듣다가 깜짝 놀랐다. 하룻밤 사이에 김 여사의 목소리는 특유의 윤기가 사라지고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완전한 노인네의 목소리였다.

 

  "명절 땐 하루나 이틀 미리 올게. 장은 내가 봐야지."

  "그래. 여튼 젊은 애비, 에미 밑에 있어야 배울게 있는 법지. 그래야 니 앞가림이라도 하는 거고."

 

  김 여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윤숙을 새엄마라고 부르라는 둥의 이상한 당부를 하던 지난 저녁의 김 여사는 사라지고 없었다. 김 여사는 의젓한 집 안 어른의 모습으로 단비 앞에 앉아 있었다.

 

  "저녁밥은 먹고 가라."

 

  늦은 오후, 네 식구가 김 여사 방에서 밥을 먹었다. 김 여사가 차린 밥상은 생선 조림과 찌개, 김치, 그리고 나물 반찬이 있는 밥상이었다. 나물들 말고는 명절 음식은 아니었다. 단비는 수저로 국물을 떠서 목을 적셔가며 천천히 밥을 먹었다. 그 동안 김 여사 옆에서 먹어왔던 밥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단비는 카레라는 음식을 불과 며칠 전에 친구네 집에서 처음 먹었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맛을 느끼는 순간 단비는 자신이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와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라면이나 국수는 가끔씩 먹었지만 단비는 카레나 스프, 쏘세지, 삼겹살을 집에서 먹은 적이 없었다. 바깥출입이 없는 김 여사가 그런 음식을 먹을 줄 모르니, 만들어 먹지도 않았다. 또 단비는 김 여사 옆에서 잠을 자던 조무래기 시절의 밤들이 생각났다. 그 때는 마당 밖 화장실에 밤에 가는 것이 무섭다고 요강을 방에 두었고, 단비는 요강에 앉아서 김 여사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잠이 든 적도 있었다. 그 때는 할머니와 영원히 살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밥을 먹던 단비는 목이 메어왔다.

 

  미지근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초가을 저녁, 동찬은 단국이와 골목길을 내려갔다. 뒤따라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단비도 김 여사의 집에서 나왔다. 단비는 '동찬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나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라고 마음속에서 자신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단비는 그렇게 골목길을 내려가려다가 뒤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억세게 자란 능소화 넝쿨에 휘감겨 김 여사의 집은 그물에 갇힌 작은 동물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 집 위로 알듯말듯한 얼굴이 겹쳐 보였다. 배순분 같기도 하고 동네 아줌마 같기도 한 그 얼굴은 엄마, 황주미의 얼굴이었다. 단비는 김 여사가 분명 자신의 엄마, 황주미를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만으로 내쫓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는 근거는 유윤숙에 대한 김 여사의 비굴한 집착이었다. 김 여사는 아무 이유 없이 황주미를 미워했기에 유윤숙에게는 이유 없이 집착하는 것이라고 단비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한 집착의 끝은 오히려 윤숙의 김 여사에 대한 무시일 뿐이었다. 단비는 김 여사의 뒤틀린 마음에서 뻗어 나온 감정이 저 능소화 줄기보다 더 강하게 김 여사를 옭아매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둠 속에서 김 여사의 집은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애처러운 짐승 같았다. 단비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골목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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