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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스윙 - 그해 우리의 헛 방망이질
작가 : 톰과제리2
작품등록일 : 2018.11.19

1990년 서울의 산동네,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
화가인 엄마는 이혼 후 미국으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민을 갔고,
아빠는 새로 결혼한 여자와 강남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할머니의 미싱 일을 도우며 살던 단비가 아빠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러나 위선적인 아빠와 새엄마에게 염증을 느끼고
학교에서 도둑 누명을 쓴 절친, 민희와 학교를 탈출하여
친엄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여수로 떠난다.
그러나 마주하게 된 진실은 단비가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민희는 실제로 지갑을 훔쳤고 위선적이기만 한 아빠에게도 하나의 진실은 있었다....

 
3. '미술'이라는 금기어
작성일 : 18-11-19 10:35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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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술'이라는 금기어

 

  S여중은 단비가 있던 산동네 바로 아래에 있던 학교여서, 단비 동네 여자애들은 죄다 그 학교에 걸어서 다녔다. S여중은 역사가 있는 학교임에도 고색창연한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학교와 구별되는 운동부나 특별활동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에다 교풍이 엄하다는 소문이 나서 학생들로부터 '가고싶다' 소리를 듣는 학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약한 학생들은 'S여중'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떨었다.

  분위기가 엄하다고는 했지만 S여중에 유별나게 학생들을 괴롭히는 규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은 학교뱃지를 달고 등교해야 한다'거나 '학교 주변에 있는 *** 공원엔 가지 않는다', '교복 블라우스 소매를 접어 입지 않는다' 같은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평범한 규칙들을 지킬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S여중의 특별한 면은 교사들이 똘똘 뭉쳐서 이 평범한 규칙들을 집요하게 지키도록 만든다는 데에 있었다. 뱃지 하나만 보더라도 학기 중 평일은 물론 시험 기간, 방학날과 방학 소집일, 소풍, 심지어 장마로 물난리가 난 날도 위반자들이 눈에 띄면 생활평가점수에 반영하거나 처벌에 들어갔다.

  그런가하면 토요일 오후마다 교사 한 두 명이라도 학교 옆에 있는 *** 공원에 나가서 그 공원 주위를 다니는 S여중 학생들의 이름을 무조건 적어갔다. 공원 주변에는 까페와 극장 같은 학생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시설이 몰려 있으니 학생들이 그 쪽 길을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 단속을 하는 이유였다. 그렇게 이름을 적힌 학생들은 예외나 변명 없이 나중에 교무실 앞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야 했다. 아이들로부터 '지독하다'거나 '이런 학교는 처음 봤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이 학교에 지지를 보내는 학부형들도 꽤 있었다. '공부를 잘 못하는 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아직 중학교 단계라서 그런지 동네 학부형들은 공부 쪽에 대한 평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학교가 학생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는 평가에 대해서 성원을 보내는 학부형들이 꽤 있었다.

  또 '학생 잡는 학교'라는 S여중에 대한 이미지는 '전설'이라고 불리며 전해내져 오는 소문 때문이기도 했다. 십 년 전에 지도 교사 두 명이 무단결석을 하는 학생을 찾아 산동네 실밥 뜯는 공장에 쫓아갔다고 했다. 학생이 공장에서 나오기를 거부하자 교사들은 안 가겠다는 학생을 머리채까지 잡아서 억지로 끌고 학교로 왔다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들은 그 이야기에서 학생들은 '머리채'라는 말에 공포감을 느꼈던 반면, 일부 학부형들은 부모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머리채라도 끌어서 제압한 상황에 대해 묘한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정말 머리채를 잡아끌고 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실 교사 입장에서 따지고 보면, 교사이기 전에 직장인으로써 남들 쉬는 토요일 오후에 학교 주변 단속에 나서고, 학생을 잡으러 산동네 공장까지는 뒤진다는 것은 번거롭고 성가신 일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S 여중 교사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명감도 사명감이었지만 전체 교사가 공평하게 나서도록 하는 교무실의 분위기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S여중 선생님들이 애들 통제하는 데만 골몰하는 집단은 아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S 여중엔 유능한 선생님들이 많이 모이는 편라고 단비는 생각했다. S여중 선생님들 중엔 교사이기 이전에 자신이 맡은 과목에 애정을 갖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과학 선생님과 수학선생님은 교내 상식 퀴즈 대회를 위해 자신이 직접 전자상가에서 직접 구입한 부품으로 전광판과 부저를 만들어 선보였다.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에 따라 전선과 전구를 연결하여 점수판을 만드는 과학과 수학 선생님들의 눈빛은 문구점에서 산 '조립로봇'을 조립하는 소년들처럼 빛났다.

  영어 선생님 중엔 주말 동안 몰아서 영어 소설 읽기가 취미인 선생님도 있었다. 소설을 읽은 다음 주엔 수업시간에 자신이 읽은 영어 추리 소설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문예지 등단 시인인 선생님도 계셨는데, 학생들은 그 선생님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업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그것은 단지 기대였다. 그 선생님은 흐트러진 상태로 수업을 받는 학생을 싫어하는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 분은 교내 문학반 학생들에게 자작시도 읽어주고 학교 도서실을 많이 이용하는 학생들에겐 개인적으로 상도 주셨던 자상하면서 엄한 괴짜 선생님이셨다. 단비는 S여중에서 아름다운 것을 꼽아 본다면 학교 동 쪽 담에 늘어선 아름드리 은행나무들과 자신이 맡은 과목에 진정 관심이 많은 선생님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교사들이 쏟아 붓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S여중은 시내 학교들이 모두 참가한다는 시교육부 주최, 영어나 수학 평가시험에서는 늘 하위권 중에 하위권을 기록했다. 중학교라고 하지만 S 여중 이름 뒤에 '공부 잘하는 학교'라는 꼬리표가 붙는 일은 없었다. 이 학교가 동네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교문 앞에서 몽둥이를 들고 서성이는 교사와 '머리채' 전설 때문이었다.

 

  단비는 학교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방학을 싫어했다. 규율을 강조하는 엄한 분위기 속에서 늘 긴장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학교에 있을 때는 최소한 다른 애들과 비슷하게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보면 조용히 미싱을 돌리는 김 여사가 있었는데, 김 여사는 정해진 시간에 밥을 해줄 뿐 별 말이 없었다. 시험 성적이 왜 이렇게 떨어졌냐고 혼내는 일도 없었고, 백화점은 고사하고 시장에 가는 일조차 없었다. 먹을거리는 골목 아래 구멍가게 남자가 배달을 해왔고, 다른 생활용품도 김 여사의 부탁으로 이웃들이 사다주었다. 단비는 묵언수행자 같은 김 여사 때문에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래도 단비가 중 일 때까지는 아랫집 옥수네 언니 집에 가서 놀면서 쏠쏠히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수가 있었다. 옥수 네는 딸 넷을 데리고 김 여사네 아랫집의 방 두 칸에 세 들어 살았다. 단비는 저녁 먹고 심심하면 슬리퍼에 잠옷 차림으로 아랫집에 놀러가서 그 집 딸들이 있는 방에서 놀다가 잠도 자다 오곤 했다. 그러면 마음씨 좋은 옥수네 엄마는 다음 날, '애가 많으니까 넷인지 다섯인지 구분이 안 갔네'라고 허허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김 여사의 부탁으로 단비를 교실에 데려다 주었던 사람도 옥수 엄마였었다. 그러나 단비가 중 이가 되던 해에 옥수 네는 이사를 갔다. 그 후 단비는 마당 구석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라디오만 틀어 놓은 채 늘상 혼자 만화 그리기를 하면서 밤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단비에게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해 만화 그리기만큼 만만한 놀이는 없었다. 만화 그리기는 초등학교 사 학년이었던 때, 옥수 언니가 습자지를 만화책에 대고 그리는 것을 보고 단비가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골방에 혼자 있을 때나 학교에서도 시간이 남을 때, 순정만화책의 그림들을 습자지에 대고 한컷, 한컷 그대로 옮겨 그렸다. 그러다가 습자지 없이 연습장에 만화책을 얼추 비슷하게 옮겨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단비가 만화 그리기에 몰두한 이유는 다른 어떤 일에 비해 단순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단비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순정만화를 특히 좋아했다. 특별히 만화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음악을 들으면서 만화책을 베껴 그리다 보면 시간이 잘 갔고, 단비는 그 것이면 족했다. 조금 덜 외로움을 느끼면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연습장 만화로 친구들로부터 받는 관심과 칭찬은 그저 덤으로 얻는 선물일 뿐이었다. 학교 친구들은 매일 만화를 그리는 단비를 출판사라고 불러주었다. '단비 출판사'의 탄생이었다.

 

  단비가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동찬의 아파트로 이사 가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지 삼 개 월이 지났다. 단비는 온갖 핑계를 대서 동찬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 사이 여름 방학도 지나고,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 날, 단비는 복도 창가에 서서 아직은 푸른 은행나무를 내려다보다가 종이 울려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야, 출판사. 책 넘겨야지."

 

  단비 뒤에 앉은 애가 손가락으로 톡톡 단비 등을 쳤다. 아이들은 단비로부터 '10권'이라고 씌어진 연습장 한 권을 받아들자마자 연습장을 넘겼다. 연습장 안엔 단비가 순정 만화책을 필사한 만화 세상이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팔 다리가 긴 소녀와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를 입은 귀족 미소년, 이오니아 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대저택과 장미가 가득 핀 정원....아이들은 선생님이 교실에 나타나기까지 그 짧은 시간 안에 '연습장 만화책'에 빠져 들었다.

 

  얼마 안 있어서 미술 교사인 배순분이 교실에 들어섰다. 배순분은 교사이면서 그 해 봄에 시내 화랑에서 전시회까지 연 화가이기도 했다. 그 날 배순분은 자신이 디자인해서 양장점에서 맞춘 원피스를 입고 교실에 들어왔다. 그런 모습이 어린 학생들의 눈에 배순분을 더욱 화가처럼 보이게 했다. 배순분이 옷을 맞춰 입었던 것은 창작적 끼를 발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구가 특별히 작아서 그녀에게 맞는 기성복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기성복과는 다르면서도 교무실 선생님들 사이에 있어도 튀지 않은 옷을 용케도 만들어 입고 다녔다.

  배순분은 지난 주에 학생들에게 예고한 대로 칠판에 '자유주제'라고 썼다. 단비네 반은 미술시간이 공휴일과 겹친 반보다 삼 주나 차이가 났다. 할 수 없이 학생들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날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 주제'라고 던져 주면 아이들은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하는 데만 몇 십 분을 보내거나, 다른 애들이 무엇을 하나 보느라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배순분이 경험적으로 관찰해 보면, 주제와 소재를 정해줄 때 보다 자유주제 시간에 그린 작품들이 대체로 틀에 박히거나 수준이 높지 않았다.

 

  단비가 딱히 무얼 할지 몰라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단비에게 말을 했다.

 

  "넌 연습장 뜯어서 내면 되잖아."

  "그러면 수업 시간 내내 할 거 없잖아."

 

  단비는 할 수 없이 머릿속에 오래 저장되어 있었던 풍경 하나를 도화지에 옮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절벽 아래에 바다가 있는 평범한 풍경이어서, 누구나 '그냥 생각 나는 대로 그렸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배순분은 학생들이 미술 시간만큼은 영어나 수학, 과학 같은 딱딱한 과목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S여중의 전반적 분위기는 딱딱했고,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학생들은 주눅 들기 쉬웠다. 그녀는 공부는 잘 못하지만 열심히 그리는 학생이라든가, 독특한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려고 노력했다. 그 녀는 모든 학생들의 그림엔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단서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학생들 작품을 보던 배순분의 눈에 띄는 그림이 있었다.

 

  바위와 풀, 나무가 있는 언덕 아래로 펼쳐진 녹색의 바다. 평범한 풍경이었으나 그 평범한 풍경을 그린 그림 솜씨는 학생치고는 숙련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모르는 개성도 느꼈다. 그림을 그린 학생은 오단비. 배순분은 그 아이가 수업시간에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배순분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설명하는 시간으로 수업을 시작하거나 끝을 맺었다. 그러면 대충 그린 그림을 거창하고 그럴듯하게 말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만들고도 할 말이 없다고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 아이도 있었다. 단비는 후자 쪽이었다. 그림이라는 것이 꼭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배순분은 단비로부터 진정 무엇을 생각하는지 본인의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배순분은 미술 시간이 끝나갈 무렵 아이들의 그림을 걷으면서, 단비에게 점심시간에 교무실로 오라고 했다.

 

  배순분의 자리는 교무실에서 교감 자리에서 봤을 때, 대각선으로 반대쪽 끝에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엔 수업시간에 자신이 나무젓가락에 포스터 물감으로 색칠을 해서 만든 연필꽂이와 역시 자신이 직접 골판지 위에 색칠을 해서 만든 사진 액자가 있었다.

  점심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교무실로 달려간 단비는 미술 선생님이 아직 자리에 돌아와 있지 않은 걸 발견했다. 교무실 구석에서 최대한 눈에 안 띄게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배순분 자리 주변엔 수학과 지리 선생님이 식사 후 느긋하게 앉아 있었는데, 수학 선생님 책상엔 교육청 주최 시내 수학 학력 평가 성적이 기록된 서류가 놓여 있었다. 학생이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아니면 있어도 괘념치 않는 것인지,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무려 하위 이십 퍼센트이네."

  "교육청 수학기초 학력 평가? 그것도 작년 보다 올라간 것일껄."

  "딴 학교들은 뭘 한 거야? 진도를 빨리 뽑나?"

  "진도는 무슨. 뒷산 달동네에서 평균 깎아 먹은 거지."

  "그래도 교감 선생님은 특단의 대처를 해야 한다고 하시잖아."

  "여기서 뭘 더해? 좋은 선생은 없어. 좋은 학생만 있을 뿐이야."

  "그게 답인데,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고. 허허."

 

  단비가 딴 청을 하면서 두 선생님의 대화를 듣고 있는 사이 배순분이 나타났다. 배순분은 앉자마자 교실에서 거둬갔던 단비의 그림, 바닷가 언덕을 그린 수채화를 꺼내 들고 다시 한 번 보았다.

 

  "여름 방학 때 여기로 여행 갔다 왔니?"

  "아니요. 그냥 잡지에서 본 풍경이에요."

 

  단비는 집안 여행을 가본 적도 없었고, 바닷가에 가본 적도 없었다.

 

  "그래? 그런 거 치고는 뭔가 생동감을 주는 걸...."

 

  단비와의 대화는 여전히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지만 배순분은 마음에 속에 있던 말을 꺼내놨다.

 

  "다음 주말에 시 교육청이 주최하는 미술대회가 있어. 단비, 너 학교 대표로 미술 대회에 나가 볼래?"

 

  단비는 의외의 제안에 순간적으로 놀라기도 하고 가슴이 뛰기도 했다. 공들여 그리지도 않은 그림의 어디가 마음에 들어서 저러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미술반 애들도 있는데 왜 저 한테...."

  "미술 공부를 권해 주고 싶었어. 대회에 나갈 거지?"

  "아니요."

  "어머, 왜?"

  "집에서 싫어하셔요."

  "그래?"

 

  배순분은 아쉬운 듯 이마에 주름을 잡으면서도 눈은 여전히 단비를 향해 웃고 있었다. '집에서 싫어하셔요'라는 최소한의 대답은 들은 셈이라고 배순분은 생각했다. 단비는 미안하고 무안한 마음에 시선을 배순분이 만든 액자에 두고 있었다. 액자 속 사진에선 배순분의 딸이 배순분의 팔을 잡고 걸음마를 배우고 있었다.

  단비는 문득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자신이 그날 그림은 잡지에서 본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어떤 그림을 따라 그린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설명이 길어질 것이 뻔했다. 단비는 입 속에서 맴돌던 말들을 삼켜버렸다. 단비는 그냥 목례만 하고 교무실에서 나왔다.

 

  그날 학교가 끝난 후, 머릿속이 복잡했던 단비는 곧장 집에 가지 않고, 동네의 골목들을 헤매고 다녔다. 여러 가지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초등학교 오학년 때의 일이었다.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교외 미술 대회에 나갔다가 상을 받았었다. 상을 받을 때는 생각 없이 기뻤으나, 어린 마음에도 막상 상장을 들고 집에 와서는 꺼내놓을 수가 없었다. 할머니, 김 여사에게 상장을 보여주기가 싫었다. 단비는 다음날 아이들과 뛰어 놀다가 산꼭대기 어디에선가 상장으로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려 버렸다. 종이비행기는 먼 시내를 향해 날아가다가 어느 집 담벼락에 부딪혀 수직 추락해 버렸다. 이후 선생님의 추천으로 미술 대회에 나갈 기회가 더 있었지만 단비는 미술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느새 단비는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한양성의 성곽이 남아 있는 산동네의 꼭대기에 와있었다. 성곽은 옛날에는 한 도시를 방어하는 산속의 요새였겠지만 이제는 산꼭대기까지 들어차 있는 집들 때문에 산 반대쪽과 이 쪽 동네를 가르는 담장처럼 보이고 있었다. 이제 성곽은 동네 아이들이 전쟁놀이를 할 때 배경이 되어 주고 있었고, 여름밤이면 동네 사람들이 기대서 밤공기를 마시며 부채질을 할 때 등받이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단비의 생각은 여전히 그날, 미술시간에 그렸던 그림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림에 대해 생각할수록 엄마, 황주미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로 이어졌다. 엄마? 단비는 분명 황주미를 기억하고 있었다. 단비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황주미에 대한 기억은 황주미가 작은 방에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정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인지, 광 속에 남아 있던 황주미의 물건들을 본 후, 단비의 간절한 염원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튼 단비는 황주미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믿고 있었다.

  엄마는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바다를 그리고 있었다. 어린 단비는 엄마의 이젤 버팀목 다리 옆에서 혼자 소꿉장난을 하고 있었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엄마는 그 바닷가가 ‘고향의 바닷가’라고 단비에게 말해 주었던 것 같았다. 분명 엄마는 단비가 아주 어렸을 땐 단비 주위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엄마가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그 과정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김 여사 집에서 사진 한 장 본 적이 없어서 얼굴마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단비는 다시 눈을 감고 머릿속의 기억들을 마구 헤집어 봤다. 그래봤자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가는 기억의 파편만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날 미술 시간에 단비는 어린 시절, 한 두 번의 기억만으로 '에메럴드 빛 바다가 있는 언덕'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었다. 황주미가 작업실로 썼다던 광은 황주미가 떠난 후에 다시 본래 용도, 즉 집 안의 안 쓰는 물건을 쌓아 두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동찬이 이혼 후에 들고 온 캔버스와 이젤 등등을 얼마동안 광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초등학생, 단비는 광에 들어갔다가 구석에 있던 이젤과 나무 상자를 본 일이 있었다. 호기심에 단비는 나무 상자를 열어 보았고, 그 상자 안엔 구겨진 유화 몇 점이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래 그 곳에 머물렀던 황주미의 물건들은 단비가 초등학교 육학년이었던 어느 날, 김 여사가 뒤늦게 고물 장수한테 넘겨 버렸다. 니어커에 실려 가던 이젤과 나무상자, 그림을 단비는 길 가에 서서 오래 동안 지켜보았다. 황주미의 얼굴에 대한 뚜렷한 기억이 없는 단비는 그날 결심했다. 그 그림속의 '바위 언덕 아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엄마의 얼굴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언젠가는 저 바다를 찾아가보리라고.

 

  단비는 산꼭대기에서 자신이 올라온 길과 수많은 집들이 겹치고 포개져 보이는 동네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려 하자 빨래를 걷고 있는 집도 보였다. 단비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황주미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었다.

  단비가 들은 황주미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명절날 김 여사나 친척들로부터 들은 악담이 전부였다. 김 여사나 동찬은 단비에게 황주미에 대해서 평소에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전혀 없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대신 명절에는 어쩔 수 없이 어른들끼리 황주미에 대한 얘기를 하곤 했다. 또 친척들은 명절에 김 여사 방에 모여 같이 밥을 먹고 놀다가 잠깐이라도 동찬과 김 여사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 이 집의 며느리들, 황주미와 유윤숙에 대해 신랄한 말들을 쏟아 냈다. 단비는 그 틈에 황주미에 대한 이야기를 줏어 들었다.

 

  어느 명절의 늦은 오후였었다. 초등학생 단비는 마루에 앉아 있었고, 동찬과 김 여가 안방에서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미닫이 문 너머로 단비에게도 들려왔다.

 

  “미국의 수집상이 그림도 사주고 개인전도 열어주고 그러나봐요.”

  “여자도 재주만 있으면 훨훨 나는 세상이니...."

  “어머니. 단비는 걱정 마세요. 찾으러 안 올 겁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여유 있으면 자식부터 찾으려할텐데."

  "....미국 남자랑 결혼까지 한 거 같습니다. 여기 보세요. 에이미 황 자비스”

  “내가 보면 뭘 알겠냐. 그나저나 또 어느 놈 신세를 망치려는지.... ”

  “미국 국적까지 땄으니까 한국에 안 나올 꺼에요."

  "그럴까?"

  "깔끔한 게 좋다고 생각할 거에요. 단비 곧 중학생 되요. 이제 누가 오라 마라 한다고 말 들어 먹을 나이도 지나갑니다.”

  "하여간 그 년은 천벌을 받아야 한다. 핏뎅이 내버려 두고 나갔으니.”

 

  창호지 문 밖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단비의 귓가에 김 여사의 저주가 맴돌았다. 그러나 김 여사의 저주는 단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날 단비는 자신을 이렇게 두고 나간 것도 모자라서 이젠 미국 사람까지 된 황주미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그 날 동찬은 김 여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느라 단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김 여사는 동찬이 돌아간다고 하자 대문 밖으로 까지 배웅을 나갔다. 단비는 대문 앞에서 인사 하고는 냉큼 김 여사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바닥엔 동찬이 꺼내 놓은 미술 전시회 팜플렛이 놓여 있었다. 단비는 얼른 팜플렛을 주어 들고 자신의 방으로 건너가서 펴봤다. 애석하게도 팜플렛에 작가의 얼굴 사진은 나와 있지 않았다. 표제작 사진과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 그림 제목과 설명, 그리고 갤러리 주소가 인쇄되어 있었다. 단비는 그 작은 영어 팜플렛을 자신의 옷장 깊은 곳에 넣어두었고, 영어를 배우면 꼭 해석해 보리라 다짐을 했다.

  며칠 후, 단비는 동네 중학교 언니한테 팜플렛에 씌어진 영어를 읽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에이미 황 자비스'라는 사람의 전시회 안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언니는 뉴욕의 무슨 거리라는 전시회가 열렸던 전시장의 주소도 읽어 주었다. 단비는 이름 중간의 '황'은 황주미의 '황'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단비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마음의 고향인 '에메랄드 빛 바다'가 있는 풍경을 찾아가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면, 어떻게든 미국에 가는 것이 두 번째이자 최종 목표가 되었다. 가서 '에이미 황 자비스'가 전시회를 열었다는 그 갤러리를 찾아가야 했다. 분명 그 곳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녀에 대한 단서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운이 좋아 에이미 황 자비스를 만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했는지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단비는 발길을 돌려 집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단비는 낮에 교무실의 배순분의 책상에서 보았던 액자 속의 사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딸도 배순분도 행복해 보이는 모습의 사진이었다.

  '똑같이 미술을 했지만 배순분 선생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멋이 있는가! 전시회를여는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좋은 선생님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는 사람.....'

  반면 김 여사랑 친척어른들은 황주미 얘기만 나오면 '남편이랑 먹고 살 걱정은 안 하고, 지 생각에만 빠져 있는 미친 년'이라거나 '현실과는 담 쌓고 사는 환쟁이 기집'이라는 욕을 해댔었다. 똑같은 예술가인데 왜 그렇게 배순분과는 다른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렇게 황주미는 '인간말종'이었을까?

 

  김 여사와 친척들 뿐 아니라 단비 입장에서도 황주미가 원망스러운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단비는 잘 알고 있었다. 동찬과 김 여사가 그 ‘화가’와 ‘미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지긋지긋해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이 집안에서 ‘화가’와 ‘미술’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장 가슴 쓰린 사람은 단비였다. 엄마는 집을 나간 후에 단비에게 단 한 차례도 연락을 해온 적이 없었다. 그림에 정신이 팔려, 예술이라는 고상한 이름에 넋이 나가 자식도 남편도 뵈는 것이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포장해도 가려 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눈앞에 데려다 놓고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으니까. 황주미는 단비의 마음속에 있는 가장 어두운 그림자였고, 단비 운명의 발목에 감겨 있는 사슬이기도 했다.

  그러나 황주미에 대한 원망이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단비의 마음속에서 어떻게든 황주미를 이해하고 싶은 생각이 싹트는 것도 사실이었다. 현실에서 미술 교사인 배순분처럼 가정과 학교 일, 예술의 세계를 함께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것은 모든 학생들이 다 공부를 잘 하거나 모범생일 수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황주미는 그저 그럴 수가 없었을 뿐이었는지도 몰랐다. 만나서 이야기해본다면 분명 황주미도 나름의 입장과 변명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황주미에 대해 조금은 좋은 생각이 생길 지도 몰랐다. 단비는 엄마 황주미를 찾아가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자신의 힘으로 마음속 어두운 그림자와 사슬을 거둬내고 싶었다.

 

  단비가 집 앞에 왔을 때, 날은 어두워져서 하늘은 남색이었고, 층계를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불을 밝히기 시작한 도시 중심가가 멀리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단비가 대문을 넘어 집 안에 들어섰고, 마루에 불도 켜지 않은 채 앉아 있는 김 여사가 눈에 띄었다. 김 여사는 단비 얼굴을 확인하자 마루 구석에 밀어 두었던 밥상을 단비 앞에 놓았다.

 

  "왜 이렇게 늦었니? 전화라도 하든가."

  "길바닥에 있었는데 전화를 어떻게 해."

 

  두 사람은 거기까지만 말했다. 김 여사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단비는 밥과 반찬이 놓여 있는 소반을 자신의 구석방으로 옮겼다. 다른 날 보다 식사가 늦었음에도 수저부터 들지 않고, 단비는 책상서랍을 뒤졌다. 제일 아래 서랍 깊숙한 곳에서 영어로 안내문이 적힌 전시회 팜플렛과 오래된 편지 한통이 나왔다.

  단비는 낡은 편지봉투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내려다봤다. 몇 년 전의 설날에, 동찬의 아파트 서재에서 책을 뒤적이다가 단비가 발견한 수 년 전의 편지 봉투였다. 봉투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이의 주소가 씌어져 있었는데, 보낸 쪽 주소는 여수의 한 동네였고, 받는 쪽 주소는 동찬의 직장으로 되어 있었다. 여수는 엄마, 황주미가 나고 자란 고향이고 아빠가 언젠가 황주미의 이모 할머니가 살아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단비는 어쨌거나 그 곳에 가면 에메랄드 빛 바다가 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비는 조심스럽게 편지봉투와 팜플렛을 가슴에 대어봤다. 그러다가 단비는 소중하게 보관해왔던 팜플렛과 편지봉투를 다시 제자리에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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