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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9화
작성일 : 18-11-18 20:24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7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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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장례식이 끝나고 다시 왕국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왕궁에는 아직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얼마 안 되어 왕이 쓰러졌고,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며칠간 왕은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잘 자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빠른 시간 내에 악화된 것이었다. 왕의 상태가 날로 악화되자 다시 리엔 왕궁은 발칵 뒤집혔다. 초상을 치른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초상을 치르게 될 것 같자 수면위로 불거진 사안은 다음 왕위를 누가 계승하냐는 것이었다. 매일 국무회의가 열렸고, 처음엔 다들 왕의 안위를 걱정하며 이 사안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를 고민하였다가 점차 왕위 계승으로 인한 파벌 싸움으로 번졌다. 비록 병약하지만 장자인 첫째 왕자 리안 리엔이 왕위를 계승해야한다는 보수파와 병약한 리안은 왕이 되어도 국무를 보기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이므로 왕위 계승 후보에서 제외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둘째 왕자 몬테규 리엔(Montague Lien)이 왕위를 계승해야한다는 진보파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 싸움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은 귀족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연달은 왕국의 우환으로 왕국이 흔들리게 된다면 주변국들이 대륙 최고의 강대국이라는 입지를 차지하려고 공격을 감행하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수파와 진보파는 서로에게 자신의 입장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도마에 오른 두 왕자 역시 그렇다할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소득 없는 신경전을 몇 번 더 치른 뒤 왕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이제는 거의 어떤 것도 먹을 수 없었고,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잠을 자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왕의 상태가 악화될수록 귀족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날마다 길어지는 국무회의에서 다음 왕위 계승에 의한 토론을 하였으나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인지라 아직도 그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는군요. 경들 모두 이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 겁니다.”

 

  모두들 며칠 째 이어지는 설전으로 지쳐 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어 봤자 이야기는 계속 제자리를 돌게 뻔하오. 차라리 이 왕위 계승과 관련된 당사자인 두 왕자님을 다음 국무회의에 모셔 의견을 모으는 것이 어떻겠소?”

 

  희끗희끗한 머리를 한 중년의 귀족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안하였다.

 

  “지금 전하께서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 어찌 왕자님들 보고 이 자리에 와서 왕위를 두고 형제간의 싸움을 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반대편에 앉은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호리호리한 귀족이 날카롭게 받아쳤다.

 

  “싸움? 우린 지금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소? 아마도 당신 마음속엔 이 왕위 계승이 조만간 싸움으로 번지리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오? 내 말은 왕위를 이을 당사자들을 빼고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웃기 다는 것이오.”

 

  “권위 있는 세르지오(Sergio) 백작의 말대로 따르지요.”

 

  세르지오 백작의 말을 받아쳤던 날카로운 눈매의 귀족이 목례를 하며 말했다.

 

  “호의에 감사함을 표현하오. 애버트(Abbott) 경.”

 

  세르지오 백작의 의견대로 3일 뒤 리안과 몬테규를 국무회의에 초청하기로 하고 회의는 종결되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몬테규 역시 일상생활로 복귀하였으나 그의 얼굴은 근심에 덮여있었다. 왕이 쓰러진 그 날, 몬테규는 하던 일을 손에서 놓고 급히 왕을 찾아갔으나 그는 문 앞에서 출입을 금지 당했다. 그의 방문을 알리는 하인의 말에 왕은 침대에 누워서도 고함을 지르며 눈에 핏발을 세워가며 자신이 죽은 뒤에도 장례식에 오지 말라고 했다. 결국 왕의 건강이 악화될 우려 때문에 몬테규는 왕이기 전에 자신의 아버지인 아놀드 리엔을 볼 수 없었다. 모두들 몬테규가 불쌍하다며 수근 거리는 것을 몬테규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덤덤한 척을 했고, 그를 따라다니는 연민의 시선이 싫어 대부분의 국무를 자신의 방에서 처리하며 되도록 바깥출입을 자제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그는 꿋꿋이 잘 견뎌내었으나, 평소 술을 입에 잘 안 대던 그가 요 며칠간 밤늦게 독한 술을 마시는 걸로 얼마나 속을 끓이고 있는지를 짐작할 뿐이었다. 오늘도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서재에서 독한 술을 마시고 있는 몬테규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나다. 네 방에 불이 켜져 있길래 와 봤다.”

 

  고풍스런 나무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몬테규의 형 리안 리엔이었다.

 

  “늦은 밤 어찌 찾아오셨습니까?”

 

  갑작스런 형의 방문에 몬테규는 잡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리안은 그런 몬테규에게 앉으라는 뜻의 손짓을 하며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입에 잘 안대는 술을 혼자 마시다니, 네가 마음고생이 심한 듯 하구나.”

 

  리안이 책상에 높인 술병과 잔을 바라보며 말하자 몬테규는 그것들을 책상 밑에 내려놓았다.

 

  “잠이 오지 않아 가볍게 한 잔만 마신 것 뿐입니다.”

 

  몬테규의 둘러대는 말에도 리안은 몬테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동안 둘 사이에 정적이 감돌았다. 곧 그 정적을 견디지 못한 몬테규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좀 어떠십니까?”

 

  “점점 안 좋아지시는구나. 의사말로는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리안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이제 거의 의식이 없으시니, 언제 한번 아버지를 보러 오거라.”

 

  형의 말에 몬테규는 낮게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은 좀 어떠십니까?”

 

  몬테규의 말에 리안은 피식하고 웃었다.

 

  “난 조금 피곤한 것 외엔 괜찮다. 꾸준히 약도 먹고 있고. 요샌 나보다 네가 더 걱정이다.”

 

  자신을 걱정하는 형의 말에 몬테규는 요 며칠간 처음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너도 소식을 들었겠지? 3일 뒤 국무회의에 대신들이 나와 너를 초청했다 하더구나. 필시 왕위 계승 문제 때문이겠지….”

 

  리안은 몬테규를 찾아온 본론을 슬쩍 꺼냈다.

 

  “네. 안 그래도 오늘 들었습니다.”

 

  다시 몬테규의 표정이 굳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당연히, 형님이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 없는 몬테규의 말에 리안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리안은 동생인 몬테규의 눈을 쳐다보았으나 그 어떤 동요도 없었다.

 

  “내 생각은 다르다. 네가 그동안 나를 대신하여 국무를 보고 있었고, 또… 난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러니 나보단 네가 적임자라 생각되는구나.”

 

  “아닙니다. 형님의 생각이 그러하셔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불가피한 결격사유가 없음에도 적장자를 제치고 차남이 왕위를 이어받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리안은 얕은 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이 몬테규의 입장이라면 이런 말을 선뜻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들었다.

 

  “안 그래도…. 아버지가 며칠 전 내게 은밀히 말씀하신 게 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하시면서, 나보고 왕위를 이으라고 하셨다. 난 거절하려 했지만, 아버지는 용납하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방을 나서는데 네 생각이 나더구나. 네가 그동안 쌓은 업적을 내가 가로채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낮게 가라앉은 리안의 음성엔 동생에 대한 미안함이 어려있었다.

 

  “아닙니다. 전 단지, 형님이 다시 돌아오실 때까지 대신하여 국무를 보았을 뿐입니다. 내일 국무회의에 가서 왕위를 잇겠다고 말씀하십시오.”

 

  단호한 몬테규의 태도에 리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만약 뭐라고 하는 자가 있다면, 제가 직접 해명하겠습니다. 전 왕위를 계승할 생각이 없다고 말입니다.”

 

  리안은 몬테규의 손을 잡았다. 왕자의 손이라기엔 너무도 투박한 손이었다.

 

  “미안하다. 하나 뿐인 형이 해준 것이 없어서.”

 

  리안의 음울한 음성에 몬테규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곁에서 형님을 보필 하는 것만으로도 족합니다.”

 

  리안은 몬테규에게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3일 뒤, 집무실에는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족들이 한둘 모여들었다. 저마다 오늘 그 기나긴 토론의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웅성거림은 세르지오 백작이 들어오면서 잦아들었다. 세르지오 가문은 리엔 왕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쥔 가문 중 하나였다. 세르지오 가문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대대로 마법사를 배출한 가문이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자신이 은퇴할 때쯤 자신의 힘을 후계자에게 넘겨주는데 그 후계를 정하는 것에 있어선 어느 정도 재능만 가지고 있다면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 후계자를 선택하는데 특별한 제한이 없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자신의 가문을 위해 그 후계를 같은 가문에서 찾았다. 그래서 세르지오 가문이 대대로 마법사를 배출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현재 리엔 왕국의 마법사는 세르지오 백작의 아들이었다. 다른 귀족들은 이런 세르지오 가문의 어마어마한 혜택을 시기하고, 한 가문이 마법사 혈통을 세습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속내를 감출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자들은 없었다. 세르지오 백작이 자리에 착석하고 얼마 안 있어 다시 분위기가 술렁였다. 바로 리안과 몬테규가 도착한 것이었다. 리안과 몬테규가 상석의 자리에 착석하자 국무회의가 시작되었다.

 

  “바쁘신 와중에 저희의 부름에 응해주신 두 왕자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시급한 상황이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왕위 계승에 대한 두 왕자님의 의견을 듣고 지금 이 자리에서 차기 후계자를 정할 예정입니다.”

 

  다시 장내가 웅성거림으로 시끄러워졌다. 몬테규가 손을 들어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제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예로부터 왕위는 적장자가 계승했습니다. 저도 그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형님의 몸이 편찮으시긴 하나 국무를 못 보실 정도는 아닙니다. 설령 국무를 보시기 힘들어진다 해도, 저를 비롯한 여기 계신 대신들께서 보필하면 될 일입니다. 적장자인 리안 형님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발언이 끝난 몬테규는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몬테규를 지지하는 귀족들은 초조한 기색이었으나 반박의 말을 하지 않았다. 곧 리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서 몬테규가 말한 것처럼 적장자가 왕위를 잇는 것이 관례이나… 저는 몸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회복한 것 같아 보여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연이은 불상사로 혼란스러운 왕국에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습니다. 몬테규는 저를 대신하여 국무를 돌보고 있어 저보다 이 왕국 사정을 잘 압니다. 그러니 다음 왕위는 몬테규가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일 전 이야기와 다른 리안의 말에 몬테규는 놀란 표정으로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리안이 제지했다. 두 왕자의 의견이 서로 엇갈리자 다시 장내는 소란스러워졌다.

 

  “두 왕자님의 의견 또한 중요하지만 전하의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세르지오 백작의 말에 소란스러움이 가라앉았다.

 

  “전하께서 다음 후계자를 지목했단 말입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며칠 전 전하께서 직접 리안 왕자님을 불러 후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소.”

 

  뒤에 이어진 세르지오 백작의 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왜 그 사실을 이제야 말하는 것이오!”

 

  “내가 옆에서 들었다고 해봐야 경들이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겠소? 나의 말의 진위여부는 리안 왕자님께서 결정하실 것이오.”

 

  세르지오 백작의 목소리엔 짜증이 섞여있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리안을 쳐다보았다. 리안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세르지오 백작의 말대로입니다.”

 

  다시 장내는 술렁거렸다.

 

  “며칠 전 아버지께서 절 불러 저보고 왕위를 이으라고 하셨습니다.”

 

  리안을 추종하는 무리가 목소리를 높이며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없이 리안이 왕위를 계승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리안은 더 할 말이 남았는지 손을 저으며 조용히 시켰다.

 

  “하지만 모두들 알다시피 지금 아버지께선 정확한 판단을 하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설령 또렷한 정신으로 왕위 계승을 제게 부탁했다 했더라도 당사자인 제가 거절한다면 소용없습니다.”

 

  “말씀 중에 외람되오나 왕위 계승을 거절하시는 진위가 궁금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귀족들을 대변해 세르지오 백작이 리안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몬테규 왕자님의 말대로 왕자님의 병은 국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위중하지 않습니다.”

 

  세르지오 백작의 말에 몇몇 귀족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고민 하듯 입술을 실룩 거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난 자질이 없습니다.”

 

  리안의 목소리는 미풍처럼 가늘었다. 하지만 곧 리안은 목을 가다듬고 큰소리로 말했다.

 

  “내 아우는 왕의 자질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내 아우를 헐뜯는 자들은 아우가 내게서 왕위를 뺏어가려고 음모를 꾸민다고 하지만 그것은 정말 어불성설입니다. 며칠 전 난 몬테규를 찾아가 그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아까와 같이 몬테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왕위를 이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난 그에게 내가 왕위를 잇겠다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정말 내게서 왕위를 뺏을 생각이 있다면 이 국무회의에서 내가 왕위를 잇겠다고 공표하기 전에 손을 쓸 거라 생각해서였습니다. 물론, 내가 몬테규를 의심해서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닙니다. 몬테규를 의심하는 자들의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대들의 생각과 다르게 내 아우의 성품은 훌륭합니다. 그러니 모든 자질을 갖춘 몬테규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마친 리안이 자리에 앉자 몬테규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리안의 파격적인 말에 모두들 조용히 앉아 있는 가운데 세르지오 백작이 정적을 깼다.

 

  “리안 왕자님의 강건한 생각은 알겠으나, 그래도 왕명을 무시할 수 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꾸 내게 왕위를 강요한다면 난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왕위에 오른다 해도 바로 몬테규에게 선위할 것입니다.”

 

  단호한 리안의 말에 세르지오 백작도 입을 다물었다. 다른 귀족들도 모두 저마다 깊은 생각에 잠겼다. 회의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지만 몬테규의 귀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군거림이 들리는 듯 했다. 자신의 선택이 적중하여 쾌재를 외치는 자, 적당한 때를 봐서 몬테규 쪽으로 갈아타려는 자, 어떻게든 리안의 말에 반박거리를 찾아 내려는 자…. 그들의 생각은 곧 중얼거림으로 변했고, 그 중얼거림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목소리로 변했다. 이제는 귀를 막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회의장은 수많은 대립되는 의견들로 떠들썩했다. 몬테규 옆에 앉은 리안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불편한 표정으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었다. 몬테규도 낮은 한숨을 쉬었다. 회의장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고,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을 해가며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참지 못한 몬테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회의장의 육중한 나무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전하께서! 전하께서…!”

 

  그 자의 말에 몬테규와 리안은 벌떡 일어나 회의장에서 달려 나갔다. 리엔 왕국의 제 25대 왕 아놀드 리엔은 그렇게 곁을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왕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러졌고, 왕의 시신은 왕비 일리아나 리엔 곁에 안치되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바로 장례식보다도 화려한 제 26대 왕의 대관식이 열렸다. 몬테규와 대신들은 결국 리안의 고집을 꺾지 못하였고, 결국 리엔 왕국의 제 26대 왕은 몬테규 리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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