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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부딪히면 몸이 바뀌는 세상. 남의 몸을 욕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혼치기.

 
11. 은영
작성일 : 18-11-17 22:35     조회 : 221     추천 : 2     분량 : 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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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들을 잡은 은영은 익호가 벨트를 매는 걸 확인한 후, 엑셀을 밟았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저 표정, 익호의 일그러진 표정. 보면 볼수록 진우가 아니라는 확신만 더해갈 뿐이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은영의 선택은 언제나 잘못된 것이었다. 진우와 헤어진 것도, 익호의 곁을 떠나지 못한 것도, 그리고 지금 저지른 엄청난 짓도. 모두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후회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선택을 번복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 정신적 고통을 누리는 편이, 매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백배는 나았다. 은영의 생각은 확고했다. 머릿속에서 엄마의 울음소리가 지워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트럭운전을 하는 아빠의 벌이는 일정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트럭운전밖에 없던 아빠는 트럭으로 나를 수 있는 건 뭐든지 날랐다. 그럼에도 일거리는 은영의 가족이 먹고 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밥을 굶는 건 아니었다. 하루에 두 끼 정도는 먹고 살았다. 다만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도록 먹어본 기억은 없었다.

 

 별다른 재주가 없는 엄마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했다. 본드 때문에 손끝이 갈라지도록 토끼인형에 눈알을 붙였고, 손톱이 빠지도록 쇼핑백을 접었고, 초승달 모양의 속눈썹 케이스에 코팅제를 발랐다.

 

 그나마 벌이가 좋은 건 속눈썹 케이스를 코팅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노란 장판이 깔린 방바닥에는 인조속눈썹이 떨어져있을 때가 많았는데, 은영은 그걸 볼 때마다 벌레인 줄 알고 기겁을 했다.

 

 밤이 되면 엄마는 속눈썹 케이스를 방 한구석에 밀어놓고 깡소주를 마셨다. 낮에도 밖에 나가지 않고 속눈썹을 붙이느라 엄마의 피부는 속눈썹 케이스처럼 하얀 색이었는데 깨끗하다는 느낌보다는 병적인 느낌을 주었다. 소주병이 반쯤 비워지면 엄마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사랑이 밥 먹여주나 돈이 밥 먹여주지

 돈 없는 서방 만나 손끝도 뭉개지고

 안아주진 못할망정 때리기는 왜 때리오

 몸뚱이도 멍들고 가슴도 멍 들었네

 사랑이 밥 먹여주나 돈이...

 

 엄마가 지어낸 듯한 가사와 멜로디는 어설펐지만 은영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자신이 우는 걸 보면 엄마가 더 가슴이 아플까봐 은영은 코팅제 냄새가 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오늘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기를, 아니 영영 돌아오지 않기를.

 

 *

 

 병원에 도착, VIP실이 있는 12층으로 향했다. 병실 앞에는 윤 실장이 지키고 서 있었다. 익호가 싸늘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수고가 많네.”

 

 익호는 윤 실장의 어깨를 꽉 쥐었다 놓았다.

 

 “전무님, 오셨습니까.”

 

 윤 실장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은영은 윤 실장에게 조용히 목례를 했다. 윤 실장이 병실 문을 열어주었다. VIP 병실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소 호흡기를 매단 채 침대에 누워있는 진우의 모습을 본 은영은 신음을 속으로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익호의 몸 안에 갇힌 진우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미안해, 진우야. 정말 미안해.

 

 가슴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칼로 내리긋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 몸이었지만, 참 볼품없군.”

 

 익호가 혀를 차며 말했다.

 

 “모레 밤이던가? 72시간이 되는 시간이 정확히...”

 “밤 10시 52분입니다.”

 “그래, 모레 밤 10시 52분이 되면 바로 안락사시키도록. 내가 심박사한테 지시하겠지만 한 비서도 잘 챙겨두라고.”

 “네, 회장님.”

 “어허.”

 “전무님.”

 “정신 차려. 자꾸 실수하는 거 한 비서답지 못해.”

 “죄송합니다.”

 

 은영은 고개를 숙였다. 그 바람에 익호의 바지 앞섬이 불룩 솟아올라 있는 걸 보고 말았다. 그가 그녀에게 바싹 다가왔다.

 

 여기서는, 안 돼.

 

 “전무님, 이만 가실까요?”

 

 은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익호가 그녀의 허리를 세게 감싸 안았다. 은영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비틀었다.

 

 “설마 싫다는 건 아니겠지.”

 

 익호가 은영의 입술을 씹어 먹을 것처럼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은영의 볼을 꽉 눌러 입을 벌리고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다른 한 손은 이미 은영의 치마 밑을 파고들고 있었다.

 

 익호가 센 힘으로 미는 바람에 병실 벽이 등에 부딪혔다. 어깨너머로는 진우의 얼굴이 보였다.

 

 자신의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죽음을 기다리는 진우.

 

 은영은 눈을 감았다.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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