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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까칠한 내 이웃사촌
작가 : 류설량
작품등록일 : 2016.8.27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으르렁, 로맨스 작가만 7년째! 모코코의 새 교정 알바, 과격한 나라와 무심? 새침! 옆집 사는 편집장과의 코미디? 아니, 로맨스! "넌 날 좋아하게 될 거야" "네?" "내가 그렇게 만들거니까"
그와 그녀의 똘끼충만 엽기발랄 로맨스가 지금 바로! 시작됩니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연재됩니다. / 블로그 주소 http://blog.naver.com/bluesky7412

 
7. 그 남자, 누구에요?
작성일 : 16-09-17 03:54     조회 : 618     추천 : 0     분량 : 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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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구나? 맞네, 신나라!”

 

 그는 분명 남자였다. 그가 나라의 얼굴을 재차 확인하고는 그녀를 향해 배시시 웃어보였다.

 

 “어… 어,”

 

 “너, 설마… 나 기억 안 나냐? 에이, 설마…”

 

 “어어…,”

 

 “나 린이야, 선우린. 이래도 기억 안 나?”

 

 여전히 경계심 없는 얼굴로 린이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을 얼떨떨하게 바라보던 그녀도 이내 그의 순진한 미소에 홀려버렸는지 그를 따라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아, 아아…, 린이? 우린이?”

 

 “아니 아니, 우린이가 아니라, 선우 린”

 

 “아, 미안…”

 

 나라가 민망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대학 다닐 때 내가 너 좋다고 막 따라다니고 그랬었는데, 진짜 기억 안 나?”

 

 린의 마지막 한 마디에 순간 나라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번뜩이며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마치 그에 대한 기억들이 그녀의 뇌리에서 주마등처럼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사실 느낌만 그럴 싸했지, 무언가가 막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한 가지 떠오른 게 있다면, 꽤 낯이 익는 얼굴이라는 것 정도? 그치만 그것도 분명 확실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그를 대학에 다녔을 시절에 만났었다고 치자면 둘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에 만났었다는 거니까.

 

 그렇기에 그의 얼굴이 그녀의 기억 속에 조금 흐릿하게 남은 건, 어쩌면 조금 당연한 일인 건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녀는 그에게는 굳이 티를 내보이진 않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반가워하는 걸 보면 분명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었던 친구였었겠지, 싶어서.

 

 “아! 린이! 어머! 웬일이야?”

 

 이제야 린을 알아본 것처럼 두 눈을 애써 동그랗게 뜬 나라가 곧 그에게 반가운 척 인사를 건넸다.

 

 “아, 잠깐만”

 

 때맞춰 지이잉 진동벨이 울렸고, 점원에게서 얼른 커피를 받아들고 온 그녀가 다시 린에게로 쫑쫑거리며 다가섰다.

 

 “이런 데서 보니까 반갑다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남자친구는? 있어?”

 

 “어야, 뭐 만나자마자 그런 걸 묻고 그러냐”

 

 너무 솔직한 그의 질문에 그녀가 그저 웃으며 손사레를 쳐댔다.

 

 “하하, 우리 여기 앉아서 얘기 좀 할까?”

 

 웃으며 건네는 그의 말에 그녀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아… 나 이제 가봐야 되는데”

 

 “어디 가는데?”

 

 “아. 이 건물 3층에 모코코라고 출판사가 하나 있거든. 나 거기서 일하고 있어. 이제 들어가 봐야될 시간이고”

 

 그녀가 커피숍 벽면 한 쪽에 조그맣게 달려있는 추시계를 힐끗 보았다.

 

 “우와~ 무슨 일인데?”

 

 “아… 그냥 교열하는 일이야. 출간 예정된 글 수정하고 뭐 그런… 거. 근데, 나 이제 진짜 가봐야 되는데…”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갈팡질팡하는 나라에게 린이 멀뚱한 시선을 건넸다.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불현듯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얼른 그녀에게 제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 깜빡했다. 번호 좀 알려줘”

 

 그가 내민 핸드폰을 별다른 주저없이 받아든 나라가 잽싸게 제 번호를 콕콕 찍어서 다시 그에게 넘겨주었다.

 

 안 그래도 그녀에게 명함이 없던 탓에 그녀는 그에게 제 연락처를 남겨주고 가야하는지, 그냥 돌아서야하는지 갈팡질팡 생각만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먼저 핸드폰을 건네주다니, 생각보다 빠른 그의 대처 덕분에 그녀가 겨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명함이 없어서…”

 

 어색하게 웃어보이던 그녀가 곧 급하게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연락해! 나 늦어서 먼저 가볼게!”

 

 “응! 다음에 봐!”

 

 그녀가 잰걸음으로 먼저 카페를 빠져나가자 린이 그녀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

 

 “그 남자, 누구에요?”

 

 어느새 슬그머니 나라의 옆에 다가온 우현이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나라에게 파고들었다.

 

 “네?”

 

 “아까 그 남자, 누구에요?”

 

 “아, 아까… 그 남자?”

 

 “아 왜, 아까 카페에서 만난 남자 있잖아요, 카페 Coffee Holic에서 만난”

 

 “아. 아아, 그, 걔, 걔요? 그냥, 대학 동기예요.”

 

 “오호~ 무슨 사이였는데요?”

 

 “뭐, 그냥… 그냥 친구…”

 

 얼버무리는 나라의 어깨를 우현이 슬쩍 슬쩍 찔렀다.

 

 “에이~ 그냥 친구 아닌 것 같던데에”

 

 “마, 맞아요. 그냥 친구…”

 

 “이 아가씨 내숭이 심한데? 아님 진짜 모르는 건가? 그 남자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걸 내가 다 봤다고”

 

 “네에?”

 

 귀가 시뻘게진 나라가 급히 우현과 눈을 맞추자 그녀를 내려다보던 우현이 픽, 실없이 웃었다.

 

 “귀 빨개졌네요, 나라 씨”

 

 “아, 아아”

 

 서둘러 제 귀를 가린 그녀가 우현에게서 머물던 제 얼굴 역시 부끄럽다는 듯이 휙 돌려버렸다.

 

 “얼마만의 재회에요?”

 

 “네?”

 

 “왜, 나 아까 다 봤어요. 그 남자가 나라 씨한테서 연락처 따가던데”

 

 “아, 그거…”

 

 “그 남자, 허우대는 멀~쩡하더라고, 속은 얼~마나 시커먼 놈인지는 몰라도.”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얄궂게 말하는 그의 말에 그녀가 애써 린을 감쌌다.

 

 “그, 그런 애 아니에요. 걔 착해요…”

 

 “오호~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바로 옹호하고 드는 거 보니까”

 

 어쩐지 우현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뭔가 묘한 기분이 든 나라가 고개를 힘없이 푹 수그려버렸다.

 

 “그 남자가 나라 씨 좋아하는 거 맞죠?”

 

 “아, 아닌데…”

 

 “나 촉 무~지 좋아요~ 나라 씨, 촉이 좀 부족한 거 아니에요? 나라 씬 여자의 육감 같은 거 없나? 그 남자가 아직 나라 씨 좋아하고 있는 거 같던데?”

 

 “에에이, 아닐 거에요…”

 

 “궁금하다~ 나라 씨의 전 남자라니~”

 

 우현에게서 의문의 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느낌이 서서히 들어오자 나라가 결국 우현에게 언짢다는 티를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버렸다.

 

 “그만 하시죠…”

 

 우현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로 고개를 바닥에 떨군 그녀가 그에게 뭐라고 잘 들리지도 않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말을 그가 그만 알아 들어버렸다. 그는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그녀의 말을 귀신같이 알아듣고서 그녀에게 여전하게 밉상을 부렸다.

 

 “계속 할 건데요”

 

 “사장님, 자꾸 이러시면…”

 

 “이러면 뭐? 어쩔 건데요?”

 

 그녀 몰래 그가 제 얼굴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쑥 들이밀었다.

 

 “이러시면… 익!”

 

 제 볼에 닿는 낯선 촉감에 화들짝 놀란 나라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말해줄 때까지 이러고 있을 거예요”

 

 “뭐, 뭘요…”

 

 우현의 볼과 맞붙은 제 볼을 슬금슬금 그에게서 떼어놓은 나라가 황급히 구석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이, 재미없다. 그만 놀려야지”

 

 우현이 나라의 머리를 살짝 헝클었다. 그 거친 손길에 당황한 그녀는 그만 동그래진 눈으로 물끄러미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런 나라에게 그는그저 꽃미소를 슬쩍 날려보였다. 그 미소에 그녀가 어색하게 미소지어 보이자 별말없이 성큼성큼 걷던 그가 곧 제 자리로 돌아가버렸다.

 

 그런 우현을 주환이 멀거니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그와 떡하니 두 눈이 마주쳐버렸다. 우현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주환은 황급히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렸고, 우현은 그런 주환을 보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우현이 느끼기에 주환은 꽤 오랜 시간동안 둘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

 

 띠링-

 

 급하게 교열을 마무리 하던 나라에게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잠깐만, 이것만… 이것만 마무리 하고…

 

 띠링-

 

 그리고 몇 분 후, 다시 날아든 문자 한 통에 나라가 휙 고개를 돌려 잠깐 핸드폰을 보는가 싶더니만 애써 유혹을 참아내며 교열에 집중했다.

 

 잠깐만, 조금 남았어. 진짜 잠깐만…

 

 띠링-

 

 그리고 또 몇 분 후, 또다시 문자가 날아들자 이번엔 고개도 돌리지 않은 그녀가 마지막 교열에 집중했다. 그런데,

 

 띠링- 띠링- 띠링- 띠리리리리리-

 

 아우! 미치겠네!! 마지막이라고!! 이것만 마무리 하면 되는데! 대체 누구야!!!

 

 끊기지 않고 오는 폭탄 문자에 결국 신경을 곤두세우던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곧 재빠르게 패턴을 풀고는 문자를 확인했다.

 

 - 신나라 핸드폰 맞지?

 

 - 나라야 나 린이야, 지금 뭐해?

 

 - 나라야 많이 바빠?

 

 - 와, 나라 널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다.

 

 - 너 아까 일하는 데가 모코코 출판사라고 했지? 나 거기 놀러가도 돼?

 

 - 야아, 나 너랑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너무 많다. 언제 시간 돼?

 

 .

 .

 .

 

 무려 12통이나 와있는 폭탄 문자에 나라가 순간 멍해졌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얘, 얘가 이런 애였나…

 

 나라가 주환과 우현, 둘의 눈치를 슬슬 보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스레 사무실 바깥으로 나간 그녀는 곧 소란스럽게 자신을 괴롭힌 린에게 주의라도 주겠다는 듯이 그에게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아, 린아…”

 

 - 와! 폭탄 문자를 보내니까 이제야 답을 해주네? 종종 이 방법 써먹어야 되겠는데? 목소리도 보너스로 들려주고, 헤헤

 

 “아, 그거 말인데, 린아. 나 업무 중이라…”

 

 - 언제 끝나? 퇴근하고 만날래? 퇴근하고는 잠깐 얘기할 수 있겠지?

 

 “아, 린아. 오늘은 시간 안…”

 

 - 되는 걸로 알고 끊는다? 그럼~ 이따 6시에, 아까 만났던 그 커피숍에서 보자.

 

 뚝

 

 ……이 자식이!!

 

 제 할말만 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린이 야속하다는 듯 나라가 제 핸드폰을 말없이 부라렸다.

 

 아, 오늘 안에 이번 작품 원고 마무리해야 되는데…

 

 그녀가 입을 삐죽이더니만 급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혹시나 싶어 두 남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

 

 요즘 따라 부쩍 주환의 갈굼이 줄어들었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됐을 때만 해도 닭이 모이를 쪼듯 매번 콕콕 쪼아대기 일쑤였는데, 이젠 그 어떤 행동도 지적하지 않는다.

 

 교열도 하루 내에 주어진 할당량만 끝내면 매번 OK, 괜히 일을 더 줘서 사람을 힘들게 굴리는 편도 아니었고, 딱히 수정이 끝난 원고로 꼬투리를 잡지도 않았다. 왠지 그런 그의 태도가 어딘가 변해버린 것만 같아서 나라는 그가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 뭐 어때. 잘해주면 나야 좋은 거지.

 

 좋은 거니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교열된 파일을 시간 맞춰 그에게 건넨 그녀가 이윽고 퇴근 할 준비를 시작했다.

 

 “퇴근하겠습니다”

 

 “같이 가죠”

 

 오늘도…, 같이?

 

 요사이 주환과 같이 퇴근 하는 일도 어째선지 이상하리만치 많아졌다. 칼퇴근도 칼퇴근이지만, 주환은 요 근래에 묘하게 나라가 퇴근할 때만 되면 꼭 보디가드처럼 나라의 옆에 꼭 붙어서 그녀와 함께 퇴근하고는 했다.

 

 그런 그의 모든 행동들이 요즘 같아선 하나 하나 전부 의문투성이여서 조금 수상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나라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냥 그를 그러려니하고 넘겨버리기로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함께 출퇴근을 한다는 게 어찌보면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냥 무슨 이유가 있으니까 그러겠구나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먼저 가세요”

 

 그래도 오늘은 린과의 선약이 있으니까.

 

 그의 말을 매몰차게 거절한 그녀가 서둘러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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