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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King's Road
작가 : Xien
작품등록일 : 2018.11.2

왕도(王道)란 무엇인가? 왕이 될 자는 누가 선택하는 것이고 누가 그 길을 것는 것인가?

강대국 리엔왕국에서 소리없는 왕권 쟁탈전이 벌어진다.
과연 왕이 되는 자는 누구인가?

 
8화
작성일 : 18-11-17 16:59     조회 : 325     추천 : 0     분량 : 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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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엔 왕국의 수도, 에스트렐라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늦은 오후, 동쪽 성문을 한 무리의 기마병들이 쏜살같이 통과했다. 성문 안에서 왕을 제외하고 말을 달릴 수 없는 것이 관례이지만 그날은 그런 관례를 따질 수 없었다. 말을 달리는 남자들은 하나 같이 강철로 된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흉갑에는 리엔 왕국을 상징하는 나무모양이 공통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입술을 꾹 깨물기도 했다. 그 무리의 선두에는 온 얼굴의 근육이 긴장으로 굳은 짧은 검은 머리의 남자가 그의 머리색과 같은 칠흑 같이 검은 검을 허리에 차고 말을 달렸고 그의 조금 뒤엔 새치가 희끗희끗하게 난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남자가 말을 달리고 있었다. 짧은 검은 머리의 남자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제외하곤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그의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차분하고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성문을 통과하고 기마병들은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활기찬 늦은 오후의 거리는 적막으로 가득했고, 오로지 말발굽이 돌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이례적인 풍경과 늦가을의 공기를 짓누르는 긴장감에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길가에 서서 그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기마병들이 지나가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작은 소리로 수군댔다. 알 수 없지만 사람들 가슴속을 휘젓는 불안감을 퍼트리며 기마병 무리는 리엔 왕궁에 도착했다. 짧은 검은 머리의 남자가 말에서 내려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으며 숨을 고르자 누군가가 성에서 나와 다급하게 다가왔다.

 

  “몬테규 왕자님.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몬테규라고 불린 남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한때 화려한 색색의 장미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거무죽죽한 앙상한 가시 덩굴만 무성한 장미정원을 지나 여러 개의 홀과 계단을 거쳐 몬테규는 왕의 응접실로 안내받았다. 응접실의 바닥은 대리석으로 깔려있어 발을 디딜 때마다 발소리가 잘 울렸다. 응접실 가운데 고풍스러운 소파에 한 중년의 남자가 힘없이 앉아있었다. 몬테규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중년의 남자는 고개를 들어 몬테규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붉었고 수염은 다듬지 않아 거칠어보였다. 원래는 윤기가 났을 진갈색의 머리는 푸석푸석해보였다. 몬테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 중년의 남자를 응시했다.

 

  “안색이 안 좋습니다. 아바마마.”

 

  몬테규의 걱정스런 말에 왕은 눈을 치켜뜨고 몬테규를 바라보았다.

 

  “네가 보내온 전갈이 사실이더냐.”

 

  왕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다. 그의 손엔 종이 뭉치가 잔뜩 구겨진 채로 있었고 그것을 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네. 송구합니다.”

 

  몬테규는 고개를 떨궜다.

 

  “네 이놈! 거짓을 고하면 아무리 왕자라고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정말 그 전갈의 내용이 사실이더냐?”

 

  “사실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몬테규가 미풍 같은 한숨을 내쉬며 뒤를 보며 눈짓을 하자 새치머리의 험악한 얼굴의 중년기사가 왕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 위의 얇은 비단 천에는 다이아몬드보다도 영롱한 빛을 내는 값비싸 보이는 목걸이와 반지가 들어있었고, 목걸이와 반지에는 얼룩덜룩하게 핏물이 묻어있었다. 그 장신구를 본 왕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장신구를 받아든 왕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퀭한 눈에 눈물이 고여 소리 없이 대리석 바닥을 적셨다.

 

  “…일리아나.”

 

  왕은 자신의 아내이자 리엔 왕국의 왕비인 일리아나를 떠올렸다. 일리아나는 램버트 왕국의 공주로 16년 전 리엔 왕국의 왕인 자신과 결혼을 하기 위해 리엔 왕국에 왔다. 왕은 처음 그녀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녀의 밝은 금발이 햇살에 비쳐 황금빛으로 물들 때면 이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빛나는 금발처럼 그녀의 미소도 눈부셨다. 그녀가 웃으면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일리아나는 결혼식 날 왕이 선물했던 이 반지와 목걸이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다녔고, 왕은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일리아나의 수줍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일리아나의 손과 목에 걸려있어야 할 반지와 목걸이는 여기저기 핏물이 묻은 채 그의 손에 놓여있었다. 며칠 전 둘째 왕자인 몬테규가 인근 영지근처에서 왕궁으로 복귀하던 왕비일행이 산사태를 만났다는 전갈을 보낸 후 왕은 불안감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매일 악몽 같은 망상에 시달리며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신에게 제발 일리아나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셋째 아들 레널드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빌었다. 몬테규가 전한 전갈에는 그들의 생사에 대해 언급한 것이 없고 다만 그 사고의 규모가 크고 끔찍하다는 것 뿐 이었으므로 혹시 모를 희망의 끈을 잡고 있었지만 오늘 일리아나의 장신구를 확인함으로써 그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왕은 한동안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고개를 떨궈 흐느꼈고 그의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도 저마다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화려한 응접실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일리아나와 레널드의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 모리탄경.”

 

  왕이 겨우 메이는 목을 진정하고 입을 열어 자신에게 일리아나의 장신구를 전해준 중년의 기사에게 물었다.

 

  “사고 현장 대부분이 돌과 흙더미에 덮여 실종자 수색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왕비님의 시신은 다행이도 이 반지와 목걸이에서 나오는 빛으로 겨우 확인했으나 아직 수습하지 못하였고 왕자님의 시신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중저음의 그의 목소리는 왕에겐 우울한 울림으로 들렸다. 아직 시신도 수습하지 못하였다니 왕은 아까와는 다른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럼, 왜 지금 돌아왔는가?”

 

  감정을 억누르며 왕이 말했다.

 

  “뒷수습은 병사들을 시켜 하도록 하고 일단 저희가 먼저 돌아와 전하께 이 소식을 직접 전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몬테규 왕자님의 판단이셨습니다.”

 

  모리탄의 말에 왕의 슬픔이 곧 분노로 바뀌었다.

 

  “그 불쌍한 사람들을 지금 차가운 흙더미에 놓고 왔다는 것이냐! 옳은 판단? 대체 뭐가 옳은 판단이라는 것이냐!”

 

  방금까지 무력하게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게 왕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함을 질렀다. 모리탄이 왕에게 말을 하려는 순간 몬테규가 모리탄의 어깨를 잡으며 저지했다.

 

  “아바마마. 큰 슬픔으로 인해 고통스러우신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큰 사안을 전갈로 전달한다는 것은 더욱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정을 유지하셔야합니다.”

 

  “입 다물라! 가족이 죽었다는데 평정을 유지하라니! 하긴 네겐 그들이 가족인 적이 없었으니까 그딴 말을 지껄이는 것 아니냐!”

 

  왕이 몬테규의 멱살을 잡고 윽박을 질렀지만 몬테규는 여전히 자신의 아버지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어찌…. 그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비록 친어머니와 친동생은 아니지만…. 왕비님은 제게 친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5살의 어린 나이의 저를 친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그분을 어찌 제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전하, 제발 고정하십시오. 이러다 병이 악화될까 염려스럽습니다.”

 

  왕을 곁에서 보필하는 신하의 만류에도 왕의 분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웃기는 소리! 다들 네놈의 간사한 연극에 속을지는 몰라도 나는 아니다. 네 가면 속의 그 교활한 속내를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정말이지 너는 진심으로 무서운 사람이다.”

 

  왕의 말에 몬테규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버지께서 저를 욕하여 분이 풀린다면 마음껏 욕하십시오. 하지만 저도 아버지의 자식이니 저를 조금이라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왕은 몬테규에게 등을 돌렸다.

 

  “장례를 치를 동안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마라. 네가 내 자식인게 후회스럽다.”

 

  왕이 기력이 다했는지 휘청거리자 신하들이 부축하였다. 휘청거리는 왕을 보고 몬테규가 다가가려하자 모리탄이 그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왕비와 셋째 왕자 레널드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왕궁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그 누구도 큰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왕을 찾아온 날 몬테규와 모리탄은 쉬지도 않고 바로 말을 달려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몬테규에 대한 왕의 태도가 도가 지나쳤다고 했고, 다른 누군가는 어린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왕이 제정신이 아니므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다들 뒤에 붙이는 말은 같았다.

 

  ‘둘째 왕자가 안 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혹시라도 이 말이 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크게는 반역의 죄로 몰릴 수도 있기에 다들 뒤에서 수군거릴 뿐이었다.

 

  몬테규가 다시 떠난 며칠 뒤 드디어 왕비의 시신을 수습하였고, 왕비의 시신을 넣은 관이 에스트렐라에 도착하였다. 왕비의 사망소식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으므로 수도 입구에서부터 왕비의 관을 가지고 온 기마병들은 느릿하게 발소리를 죽인 채 조용히 행차하였고, 에스트렐라 시의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그 행렬을 지켜보며 저마다 애도의 표시로 왕비의 관이 지나가는 길목에 꽃을 바쳤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왕비의 관이 왕궁에 도착하였고,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왕은 한걸음에 달려 나와 왕비의 주검을 맞이하였다. 이제 꽤 서늘해진 가을바람을 맞으며 왕은 왕비의 관 위에 엎드려 한참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고, 신하들의 만류에도 해가 질 때까지 왕의 그런 행동은 계속되었다. 셋째 왕자 레널드의 시신은 결국 수습하지 못하였는데 사건 현장 조사를 마치고 온 왕실친위대 대장 하디 시어볼드(Hardy Theobald)의 보고에 따르면 왕비와 왕자가 타고 있던 마차가 산사태로 인해 절벽 밑으로 추락하면서 왕자 레널드의 시신이 소실된 모양이었다. 이 말에 왕은 한 번 더 절규하였고, 결국 병사들에게 업혀 들어갔다.

 

  그날의 늦은 밤, 사고현장에 있던 다른 이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하여 왕자 몬테규가 그의 호위대장 모리탄과 함께 조용히 에스트렐라에 도착하였다. 그 시신들 대부분은 왕실 친위대 병사와 장교 및 하인들로 병사나 하녀 또는 하인들의 가족들에게는 그들의 시신을 돌려주며 위로금을 전달하였고, 귀족출신인 장교들의 가족들에겐 몬테규가 직접 비보를 각 가문들에게 전하며 시신과 함께 위로의 말을 전했다.

 

  다음날 왕비와 셋째 왕자의 장례식이 거행되었고, 리엔 왕국의 예법에 따르면 5일 동안 장례식이 계속될 예정이었다. 장례기간 동안 왕국의 모든 행사는 취소되었고, 각종 연회나 작게는 생일 파티까지 모두 중단되었다. 에스트렐라 시민들은 화려한 옷 대신 애도의 표시로 어두운 계열의 수수한 의상을 입었다.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리엔 왕국에 방문하는 귀족들도 많았다. 왕은 하루 종일 왕비의 관이 모셔진 홀에 왕비의 관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몬테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장례식 동안 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뒤에서 장례식에 대한 모든 일처리를 지휘하고 준비하였다. 몬테규가 공식적인 자리에 나오지 않자 첫째 왕자인 리안 리엔(Rhian Lien)이 왕을 대신하여 모든 귀족들과 타국가의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리안은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국무를 보지 않았으나 상황이 이러하니 그도 어쩔 수 없이 발 벗고 나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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