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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3023년: 두번째 판게아
작가 : 윤그루
작품등록일 : 2018.11.2

100년전, 세상은 망했다. 지구 대재앙이 일어나 지구상의 모든 걸 집어삼켰고,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을 한낱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 속에서도 살아남더라. 살아남아서, 그나마 지구에 남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다섯 나라를 짓고, 또 다시 사회를 시작하더라. 그런데 오늘, 3023년, 그 다섯 나라 중 우리나라가 망했다. 나라가 망하는거야 딱히 상관없다만, 그것 때문에 다쳐서는 안되는 아이가 죽게 생겼다. 그래서 싸워야겠다. 이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은 이대로 흘러가게 두지는 못하겠다.

 
#2. 족쇄
작성일 : 18-11-16 20:16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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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아무도. 단 한명도.

 나는 오늘 쌈박질을 했다. 애들 두어명을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고, 또 다른 한 명의 두개골에는 못을 꽂아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시계 시침이 몇 바퀴를 돌아 12에 멈출 때까지, 아무도 내 방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그 어떤 선생님도, 그 어떤 선도부도, 내게 벌을 주러 오지 않는다.

 내게 벌을 줄 사람은 따로 있다는 거겠지.

 머리를 벽에 한 번 박는다. 그리고 또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머리가 심장만큼 아려올 때까지 계속 박는다.

 강해일 이 미친 놈. 왜 그랬어, 왜. 참았으면 됐잖아. 무시했으면 됐잖아. 그런데 왜 그딴 식으로 행동해서..

 이대로 머리가 박살났으면 좋겠다. 아무 쓸데도 없는 이 머리, 차라리 이대로 멍들어가다가 어느 순간 다 여문 열매처럼 터져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바람을 하던 순간, 또 다른 고통이 나를 예고없이 찾아온다.

 앞으로 고꾸라지며 손목을 부여잡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다. 그러나 잊을 수는 없는 감각이다.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내게 벌을 내리는 그녀의 감각을.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를 악 물며 내 손목을 단단히 휘어 감은 철제 팔찌를 내려본다. 전기 충격을 맞아 벌겋게 부어오른 손목 위로, 푸른 구슬에서 나온 홀로그램이 은은하게 빛나는 글자들을 보여준다.

 [지하 1층 세탁실.]

 진짜로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온몸이 그러기 싫다 반항하지만, 나는 쓰라린 손목을 붙잡으며 방문을 열고 나간다.

 

 그녀는 세탁실 한 가운데에 책상을 놓고 앉아있었다.

 그 공허하고, 퀘퀘한 세탁실과 참 잘 어울리는 차갑고, 생명력 없는 그녀였다.

 나는 그런 그녀 앞에 손을 모은 채 서 있다. 7년 전부터 몸으로 익혀 온, 내가 그녀를 대해야 하는 자세다.

 그녀는 파일을 들여다보며 손에 쥐어진 볼펜을 딱딱거린다, 그러곤 짙은 화장을 한 눈을 들며 나를 안경 너머로 쳐다본다.

 “1017호.”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세탁실 가득 울린다.

 “네.”

 “또 일을 벌였다면서?”

 “..네.”

 “이번엔 이전보다 훨씬 심했다던데. 못으로 애 머리를 가격하려 했다고?”

 “......네.”

 “흠.. 증상이 더 악화됐나보네.” 그녀가 파일에 무언가 기록하며 말한다. “그럼 증상부터 한 번 자세히 말해봐. 괜찮으니까.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내가 어젠가 널 완벽하게 치료해줄 수 있는거잖아?”

 다시 나를 보는 그녀의 얼굴엔 온화한 미소가 지어져 있다. 모든 걸 용서해줄 것 같은 관용적인 미소.

 그러나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한때는 저 미소에 홀랑 넘어가 정말 저 여자가 날 위해주고 있고, 난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비정상적인 애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알아버렸거든. 살짝 아래쪽으로 굽어진 입술 끝과, 굴곡진 입술과는 달리 웃고 있지 않은 저 두 눈.

 저 웃음은 거짓이다. 저 말도 거짓이고. 애초에 7년전 저 여자와 내가 만나게 된 것도 다 거짓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대답하는 법을 까먹었니?” 여자가 말한다. “한동안 안 봤다고 기본 예의까지 다 잊어버린거야?”

 안 그래도 말라붙은 입의 침을 한 번 굳게 삼킨다. 7년전 이후로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말을 해보려고 한다. 이 말을 해서 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이 마지막일테니까.

 “저는... 아무런 질환도 없습니다.”

 살갗을 찢는 듯한 고통이 찾아온다. 상황판단을 할 틈도 없이 온몸에 힘이 풀리며 무릎과 이마가 바닥에 닿는다. 끔찍한 괴성이 세탁실에 울려퍼진다. 바닥과 닿은 내 살은 차갑지만, 철제 팔찌 속의 내 손목은 녹아내릴 듯이 뜨겁다.

 어느 순간 고통이 멈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자를,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손을 올려본다. 은빛의 작은 리모콘이 역시나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빛나고 있다. 저 망할 것. 결국엔 저걸 쥔 사람이 나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정신 차려, 1017호.” 그녀가 한껏 가장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내가 몇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너는 심각한 망상 증세를 앓고 있어. 우리 정신 병원에서도 거의 최악인. 무엇이 그 증상을 유발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망상에 빠져드는 순간 이성적 판단 능력이 상실되면서, 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애가 된다고.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 되는거야.”

 이를 뿌득 간다.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나는 아무런 질환이 없습니다.”

 괴성이 또 다시 세탁실의 공허함을 메운다. 손목과 함께 타들어가는 듯한 내 뇌 사이로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들어온다.

 “망상에서 빠녀 나와, 1017호. 지금 너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다 망상의 일부야. 모두가 널 해치려는 대상 같지? 모두가 너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지? 하지만 아니야. 그건 다 너의 망상일 뿐이야.”

  온몸의 핏줄이 바짝 선다. 이대로 가다간 다들 터져버릴 것 같다. “아니야.. 그런 거 없다고..”

  “이건 너의 싸움이야. 그 망상을 이겨내야해. 그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이상, 난 너의 잔인함을 통제하기 위해서 전기 충격을 가할 수 밖에 없어. 제대로 생각해, 1017호.”

  아프다. 아파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래, 결국 내 한계는 이것 뿐이었나 보다.

  “그럼 다시 물어볼게, 1017호. 너, 오늘 무슨 증상이 나타났니?”

  “.........망상.. 망상이 들었어요.”

  그제서야 고통이 멈춘다. 바닥에 널부러진 채, 나는 초점 없는 내 시선처럼 텅 빈 말들을 이어간다.

  “스티븐이란 애가 날 해칠거라는 망상.. 그래서 내가 죽여야겠다는 망상... 그런 망상이 들었어요..”

  고통과는 관계 없는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온다. 이로써 모든 게 끝났다. 난 이제 이곳에 더 이상 남을 수 없다.

  “좋아..” 여자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파일에 무언가 사각인다. “그럼 이번이 결국 세번쨰구나. 병원 바깥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거. 첫번째랑 두번째에도 그 스티븐이라는 애를 해치려 했지? 그래서 병원에 연락이 왔었고.”

  “....네.”

  “흠... 우리 병원에서 환자의 외거를 허용하는 조건 잘 알고 있지? 환자가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경우 외거를 허용할 수는 있지만, 병원 바깥에서 그 증상이 세 번 이상 나타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

  “......네.”

  “특히 너는 증상이 발생할 때마다 누군가를 해치려 해서 더 이상 병원 바깥에 두는 건 위험해. 다시 병실로 돌아가자. 1017호로. 이따가 올라가서 짐 챙겨서 내려와.”

  이보다도 더 아플 수는 없을 것 같았는데, 심장이 또 한 번 난도질을 당한다. 결국엔 이렇게 되는구나.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는구나. 유진이와 카를은 정말 오늘이 마지막이었구나.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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