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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랑 나랑 너
작가 : 우루루
작품등록일 : 2018.11.8

 
내 몸이 피곤해지는 꿈을 꿨다
작성일 : 18-11-15 22:25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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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7살이 되었다. 초,중등 학교 시절부터 그랬지만 학교생활은 다 똑같았다.

 애들이 모여 내는 왁자지껄한 소리. 그리고 종이 울리면 선생님이 들어와서 수업을 시작한다.

 다시 종이 치면 다시 애들의 떠드는 목소리.

 나는 구석진 곳에 앉아 그 모습들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지루하다.’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간들 속에 나는 항상 혼자였다.

 딱히 혼자가 되려했던 것은 아니다. 어렸을때부터 고통이 반복되던 꿈에 시달리다 보니,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을 멀리했다, 거기에 더불어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니,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조차 없었을 뿐이었다.

 

 ‘뭐, 이제는 혼자가 편하지만..’

 

 학교는 오후 4시가 좀 지나서야 모든 수업들이 끝났다.

 나는 반 애들이 다 가고 나서야 천천히 일어나 책가방을 챙겼다.

 할머니는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랬지만 나한테 있어서 친구는 귀찮은 존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텅 빈 교실을 남겨두고 교문 밖을 나섰다. 정류장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불과 5분 거리. 나는 땅바닥에 펼쳐져 있는 알록달록한 보도블럭을 내려다보면서 걸었다.

 분명 이 주변은 내가 오늘 처음 오가는 길이다.

 분명 낯설어야 할 이 거리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문방구를 지나고, 다음 가로등을 지나서 앞으로 세 걸음!’

 

 나는 주위 풍경을 보면서 걸어가다, 속으로 세 걸음을 생각했고 그 다음 폴짝 뛰었다.

 그 곳엔 보도블럭 하나가 빠져진 채 딱 넘어지기 좋게 방치되어 있었다.

 꿈에서 수 없이도 겪었던 장면들이다.

 꿈에서는 항상 여기에 걸려 넘어지며 코가 부러지고는 했다.

 살갗이 찢어지며 통증이 뇌 속으로 파고들어 간다. 매번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촉들, 나는 항상 진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나는 뒤에 빠져있는 보도블럭을 흘깃 바라보고선 다시 무심하게 걸었다.

 엄마가 죽은 뒤로 많은 것이 변했다. 그 중에서 특히 바뀐 것이 있다면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다.

 내 꿈은 항상 일정하게 흐른다. 수십, 혹은 수백 번 같은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은 반드시 현실에서 일어난다. 현실에서 꿈에서 본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면 이제 그 꿈은 사라지고 다음 꿈이 똑같이 반복됐다.

 엑스맨, 슈퍼맨과 같이 히어로를 동경하는 사람들은 내가 가진 능력을 부러워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능력은 그냥 신이 내게 내린 저주일 뿐이라고 말이다.

 

 -

 

 학교를 들어간지 보름이 지났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점심시간, 나는 턱을 괴고서는 창가 쪽을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 없이 창가를 바라보는 것이 어느샌가 습관이 되어버린 듯 했다.

 

 “야, 김민혁, 너 밥 안 먹고 뭐하냐.”

 

 툭

 

 어깨에 느껴지는 가벼운 촉감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엔 큰 눈망울과 오똑한 코,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를 가진 여학생이 허리에 손을 올린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 이제 먹을려고 그랬어.”

 

 “참나, 뻥치고 있네. 니가 언제 내가 말 안하면 밥 먹었던 적이 있었냐?”

 

 말을 하고선 뾰루퉁한 얼굴을 하는 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봤다면 꽤나 귀엽다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얼굴도 확실히 예쁘장한 편이었고 그렇기에 반 친구들한테 제일 인기가 많았다.

 이 여자애의 이름은 이수선이다. 평소에 음침하고 반에서 아무와도 어울리지 않는 내가 이수선과 말을 트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틀 전 종례시간,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교탁 앞에 서서 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김민혁, 너만 장래희망 안 적어 낸 거 알아? 구체적인 꿈을 적어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 너가 하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야. 게임을 좋아하면 프로게이머,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선수. 그렇게라도 대충 적어내면 안되겠냐? 니가 말 안한다고 장땡이 아니야, 니 생활기록부를 작성 하는 게 내 일이라고 임마.”

 

 얄궂게도 다른 애들이 듣던 말건 선생님은 교실에서 대놓고 그런 애기를 꺼냈다.

 임철우 선생님의 목소리에 나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입을 여는 그 순간까지도 머릿속이 새하얬다.

 

 "아.."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대체 뭐지..?’

 

 나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흐음..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없니? 완전 허무맹랑한 것도 괜찮다.

 꿈은 크게 잡을수록 좋은 거니까.“

 

 “..죄송해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은 어떻게든 나의 대답이 빨리 듣고 싶은 눈치였다.

 대답을 좀 더 빨리 듣고 싶다면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서 얘기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선생님의 머리에는 그런 생각 따위는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았다.

 선생님이 나를 좋지 않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선생님은 한숨을 한 번 쉬고서는 타깃을 바꿨다.

 

 “하아.. 그래 너는 되도록 빨리 생각해보고, 다음 이수선, 너도 장래희망 안 적었지. 뭐, 지금 생각해 둔 거라도 있어?”

 

 알고 보니 이수선이라 불린 여자애는 내 옆옆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수선은 나와는 달리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아.. 저도 딱히 꿈은 없었는데요, 음.. 이왕 할 거면 나쁜 놈 잡아넣는 경찰이 될래요. 멋있잖아요. 그런 거. 막 원더우먼처럼 슈슉 하고.”

 

 “음.. 그러면 니 장래희망은 원더우먼으로 적으면 되냐.”

 

 선생님의 농담으로 반 아이들이 책상을 쳐대며 웃어댔다.

 이수선도 피식 웃으며 양 쪽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서는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수선은 장난기가 가득 담긴 웃음을 짓고서 다시 말했다.

 

 “그리고 저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착한 경찰이 되고 싶어요. 방금 민혁이가 꿈이 없다고 그랬는데, 꿈이 없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민혁이가 괜찮다면 나중에 제가 조수로 데려와서 나쁜 놈들 잡을 때 같이 힘쓰고 싶네요.”

 

 이수선의 말이 끝나자 애들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웃었다. 그 떠들썩한 분위기에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착한 경찰은 개뿔!’

 

 이수선의 말은 명백히 나를 놀리는 것이었다.

 선생님도 어이가 없는 웃음을 짓고서는, 애들이 더 소란스러워지자 교탁을 두 번 크게 두들겼다.

 

 쾅쾅!

 

 “자, 이제 그만. 민혁이는 오늘 집 가서 꿈에 대해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고, 다들 주말동안 놀지만 말고, 제발 공부들 좀 해라.”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애들은 언제 떠들었냐는 듯 교실 밖을 나가기 바빴다.

 애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서야 나는 책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 김민혁, 집 어느 쪽으로 가?”

 

 고개를 돌려 나를 부른 방향을 쳐다보니 이수선이 히죽 웃으며 나한테 다가오고 있다.

 이수선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너랑 반대방향으로 가.”

 

 “아니던데? 저번에 보니까 나랑 같은 버스 타던데?”

 

 ‘아니, 그럼 알면서 뭐 하러 물어본 거지?’

 

 태연하게 되묻는 이수선의 말에 짜증이 솟구쳤다.

 

 “아무튼 혼자 갈 거니까 말 걸지 마.”

 

 처음에는 이수선과 같이 나한테 말을 걸어오던 애들이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 애들도 내가 말을 차갑게 되받아 치면 표정이 금방이라도 썩어 들어가, 나한테 관심을 끄고는 했다.

 그런데 내 눈 앞에 있는 여자애는 어떻게 된 게, 머리를 갸우뚱 거리면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삐졌어?”

 

 이수선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벙찐 얼굴로 쳐다봤다.

 

 “뭐야, 삐진거 맞네~ 얌마, 무슨 남자가 그런 걸로 삐지냐. 너 맨날 세상 다 잃은 것 같은 얼굴로 다니니까 내가 기분 좀 풀어줄라고 그런 거 아니겠냐.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짜샤”

 

 처음 봤을 때는 조금 특이한 애 인줄 알았는데, 얘는 특이한 게 아니라 머리에 문제가 있는 아이 같았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이수선을 지나쳤다.

 

 “하아.. 그냥 집이나 가자.”

 

 이수선은 그제야 싱글벙글 웃으며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진작 그럴 것이지. 아참, 너 조수 되는 게 싫으면 보디가드는 어때? 보디가드는 괜찮잖아?”

 

 “아, 쫌!!”

 

 내가 소리를 지르자 이수선은 해맑게 웃으며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렇게 나는 첫 친구가 생겼다.

 

 아주 귀찮고, 까다롭고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친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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