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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 경계에 서다
작가 : 퍼플캣
작품등록일 : 2018.11.1

친구와 연인 사이, 경계에 서 있었던 두 소년이 10년 후 다시 만났다.
우린 과연 우정일까? 사랑일까?

 
7. 모든 건 관심으로부터
작성일 : 18-11-15 20:3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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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재찬아. 지운아. 주현이 어딨어?”

 

 필요한 짐을 가지러 잠깐 집에 갔다 온 선준이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주현을 찾았다.

 

 “주현이? 아. 씻으러 갔나 보다.”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던 재찬이 주현의 책상 아래를 힐끗 보고 다시 책에 시선을 두고 대답했다.

 

 “샤워?”

 

 “응.”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은 선준이 상자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주섬주섬 뭔가를 찾았다.

 

 “너 뭐해?”

 

 몸을 살짝 틀어 의자에 기대앉은 지운의 물음에 선준이 집어 든 세면도구와 수건을 품고 지운을 보며 씩 웃었다.

 

 “친해지려면 같이 샤워하는 게 제일이지.”

 

 “뭐? 선준아. 주현이는 싫어할...”

 

 선준의 말에 놀란 재찬이 급히 선준을 말렸지만 선준은 재찬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방을 나가버렸다.

 

 “주현이 괜찮으려나?”

 

 “괜찮겠지...?”

 

 지운과 재찬은 확신 없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도 없구나. 다행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샤워실로 들어온 주현은 샤워실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티셔츠를 벗었다.

 

 철컥. 순간 문이 열렸고, 샤워 바구니를 든 선준이 들어왔다.

 

 “선준아... 너... 지금... 샤워하...려고?”

 

 갑작스러운 선준의 등장에 화들짝 놀란 주현이 어긋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주현의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변하고 있었다. 선준이 재미있다는 듯이 큭큭 웃으며 주현의 옆으로 다가와 사물함 문을 열었다.

 

 “응. 짐 들고 와서 땀 흘렸거든.”

 

 “아... 그렇구나...”

 

 “근데 왜 벗다가 말아?”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은 선준이 옆에 서서 쭈뼛쭈뼛하는 주현을 보고 물었다.

 

 “응? 아. 벗... 벗을게.”

 

 주현이 잠시 망설이다가 티셔츠를 벗었다. 주현은 상의를 벗은 선준을 바로 보는 것과 자신의 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러워 선준에게서 등을 지고 섰다. 자신의 등을 쳐다보는 선준의 시선을 느낀 주현은 왠지 모를 열이 올라 온몸이 화끈거렸다.

 

 “아... 이거 때문에 수영을 그만둔 거야?”

 

 선준이 길고 굵은 손가락으로 주현의 화상 흉터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순간 주현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선준의 손길이 닿자 마음속에 묘한 감정이 일렁이는 주현이었다.

 

 “저기... 선준아...”

 

 조금은 야릇한 주현의 목소리가 탈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앗. 미안. 흠흠. 그래서 샤워도 늦은 시간에 하는 거구나?”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급히 손을 뗀 선준이 헛기침하며 주현에게 물었다.

 

 “응...”

 

 주현은 솔직히 자신의 흉터를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샤워를 하러 온 선준을 쫓아낼 수도, 자신이 샤워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의사와 지운, 재찬을 제외하고는 주현의 등 흉터를 본 사람은 선준이 처음이었다.

 

 ‘붉고 울퉁불퉁한 자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징그럽다고 생각하겠지?’

 

 감추고 싶었던 흉한 자신의 모습을 본 선준의 반응이 내심 궁금한 주현이었다.

 

 “흉터... 징그럽지?”

 

 주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선준에게 물었다.

 

 “아니. 징그럽지 않아. 뭐랄까? 겹겹이 쌓인 분홍 꽃잎 같아.”

 

 선준의 대답에 놀란 주현이 고개를 들고 선준을 보았다. 벗은 옷을 사물함에 모두 넣고 문을 닫은 선준이 주현을 보며 씩- 웃었다.

 

 “늦으면 온수 안 나온다며. 얼른 씻자.”

 

 주현은 샤워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선준을 보지 않으려 의식하는 바람에 허둥댔고, 그런 주현을 보며 선준은 샤워하는 내내 키득거렸다.

 

 선준은 주현에게 왜 화상을 입었는지 묻지 않았다. 지운이나 재찬에게서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배려해서 묻지 않는 것이 고마웠다. 천성이 햇살처럼 따뜻한 아이. 주현은 선준이와 있으면 자신까지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선준이가 룸메이트가 된 것이 좋았고 그와 함께 있는 것이 기뻤다.

 

 ‘선준이도 그렇게 생각할까?’

 

 주현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를 향해 갔다. 그러다가 선준과 눈이 마주쳤다. 화악- 얼굴에 열이 올랐고, 가슴이 요동쳤다.

 

 “나...나 다 씻었는데 먼저 나갈게.”

 

 주현은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말을 더듬어버렸다.

 

 “어? 왜? 같이 가. 나 머리만 감으면 되는데...”

 

 “아니야. 천천히 해.”

 

 “잠깐만...”

 

 자신을 부르는 선준의 말을 뒤로하고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샤워실을 나온 주현이 휴... 하고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여태껏 최단시간으로 샤워를 한 것 같았고, 기운을 다 빼앗긴 느낌이었다.

 

 주현이 멍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운과 재찬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현에게 물었다.

 

 “주현아. 아까 선준이도 샤워한다고 갔는데 괜찮...”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그렇지? 주현아.”

 

 “으응...”

 

 어느새 샤워를 마치고 온 선준이 주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새빨개진 주현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후 허둥지둥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세면도구를 제자리에 놓고 의자에 앉았다. 그런 주현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는 선준이었다.

 

 “진짜 친해졌나 봐?”

 

 “그러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읽었는지 재찬과 지운이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속삭였다.

 

 “주현아. 머리 제대로 안 말리면 감기 걸려. 말려줄게.”

 

 “난... 괜찮...아...”

 

 주현이 사양했지만 어느새 선준은 주현에게 다가왔다. 자신의 뒤에 선 선준이 머리카락을 만지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주현이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아파.’

 

 “재찬아. 네 드라이기 써도 돼? 난 머리카락이 짧아서 드라이기 안 가져왔거든.”

 

 선준이 자신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쓱 문지르고 재찬을 보며 물었다.

 

 “응? 응. 거기 책상 맨 밑 칸 서랍에 있어.”

 

 재찬의 말에 서랍을 연 선준이 잠시 멈칫했지만 자연스럽게 웃으며 드라이기를 들고 서랍 문을 닫았다.

 

 “아. 거기 콘돔 있었는데.”

 

 재찬의 한마디에 방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하하하. 그렇지. 진정한 남자라면 콘돔은 필수지. 하하하.”

 

 선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자 재찬이 껄껄 웃었다.

 

 “양선준. 예상 못 한 순진한 반응이야.”

 

 “그거 지난달 성교육 시간에 나눠줬던 거야.”

 

 배까지 잡고 웃는 재찬 대신 위층 침대에 있던 지운이 선준을 향해 말했다.

 

 “그렇구나. 좋은 학교네. 와~ 주현이 머리카락 꼬불꼬불해.”

 

 화제를 돌린 선준이 드라이기를 켜 주현의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곱슬이지만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보드랍다. 이렇게 다른 사람 머리카락 만지는 건 처음이야. 전 여자친구는 머리카락은 못 만지게 했었지...’

 

 그러다 문득 주현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주현의 서랍에도 콘돔이 있는지 궁금해진 선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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