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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작가 : 훈장
작품등록일 : 2018.11.8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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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김태현. 여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서영희. 그런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증오하는 대상이 있다는 점. 성별에 맞지 않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 그런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수 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

 
04 - 톱클래스급 프로
작성일 : 18-11-15 12:59     조회 : 294     추천 : 1     분량 : 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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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에 손은 안 대셨죠?”

  의뢰인은 얼굴만 둥둥 떠 있는 몽달귀신 같았다. 진이 다 빠진 몸뚱이에선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고 노랗게 물든 옷은 보는 것만으로도 끈적끈적함이 느껴졌다.

  “손 안 댔어요.”

  흰 장갑을 낀 영희는 미리 준비한 비닐 팩에 유리잔을 담았다. 그리고 카페 주인에게 향하였다.

  “이 컵을 사겠습니다.”

  바로 이 유리잔으로 그 여자들의 정체를 밝힐 생각이었다.

  “만 원만 주세요.”

  유리잔을 포함해 덫을 놓는데 들어간 비용은 약 150만 원,

  그 여자들을 물리치면 의뢰인에게 받기로 한 성공보수에서 활동비로 제하면 되지만, 혹 그 여자들을 물리치지 못하면 전액 영희가 뒤집어써야 하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김치녀 참교육 전문 서영희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었다.

  “제가 할 일은 끝났어요?”

  “아니요. 이것도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영희는 의뢰인에게 고소장을 내밀었다. 이 고소장을 수광에게 접수해서 컵을 만진 여자의 신원을 밝혀낼 것이다.

  의뢰인은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고 고소장의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그 여자들을 고소해도 집에는 문제없는 거죠?”

  슬쩍 고개를 든 의뢰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미 끝난 얘기였다.

  “이 고소장은 그 여자들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것이지,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괜한 걱정은 고이 접어두시고 병원에 가셔서 진단서를 끊으세요. 깨물린 상처와 구타당한 상처만 보여줘도 전치 3주는 거뜬히 나올 겁니다.”

  멀쩡한 사람이 진단서를 끊어도 전치 2주는 무조건 나온다. 그래서 형사법으로 그 여자들을 고소하려면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한 달 넘게 괴롭힘을 당한 의뢰인의 몸에는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이 빛나는 훈장처럼 남아 있었다. 앞으로 요긴하게 쓰일 상처였다.

  “병원은 아무 데나 가면 돼요?”

  “아니요. 국공립 병원 또는 종합병원을 가셔야 합니다. 문자로 병원 리스트를 보내드릴 테니 그중 편한 곳을 골라 진단서를 끊으세요.”

 

 

 *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걸까?

  거리엔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높은 습도가 자욱하게 퍼진 사무실 안은 무덥고 끈적끈적하였다.

  곧 그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섰다.

  “큰일 났어요 태현 씨!”

  태현 뒤를 봐주는 현직 경찰 주효였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호우에 정신이 팔린 태현은 그녀가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태현 씨!”

  주효는 태현의 등을 똑똑똑 노크했다. 그제야 방문을 알아차린 태현은 느릿느릿 뒤를 돌아보았다.

  “아하, 오셨어요.”

  “오기는 진즉에 왔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주효는 태현보다 한 살 연상이었다. 언니 동생 하기로 숱하게 맹세했건만, 그녀는 근 3년째 말을 놓지 않았다. 두 여자의 대화는 오늘도 어김없이 상호 존칭으로 시작되었다.

  “이런저런 생각 좀 했어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소파를 손짓한 태현은 반쯤 물이 채워져 있던 전기 포트의 스위치를 올렸다. 꽤 터프하게 소파에 앉은 주효는 커피를 내갈 새도 없이 심각하게 말을 시작했다. 약간 흥분한 목소리였다.

  “누군가가 태현 씨를 신원 조회했어요.”

  “저를요?”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부으려던 태현은 당황한 나머지 커피 가루를 선반에 흘려버렸다. 그만큼 살 떨리는 소식이었다.

  “누가 절 신원 조회해요?”

  “강서 경찰서 강력팀에 고소장이 접수됐어요. 고소인은 정민철이고 담당 형사는 백수광이예요. 죄명은 폭행이고요.”

  고소장에는 전치 3주의 진단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주효가 직접 확인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해요.”

  “뭐가요?”

  “전치 3주는 형사법에 접촉되어서 고소장이 접수되면 반드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해요. 하지만 담당 형사는 태현 씨의 신원만 조회하고 고소는 정민철이 취하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어요.”

  태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카페 CCTV에 얼굴을 남긴 것 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CCTV에 남긴 얼굴도 신부 화장에 가까운 진한 화장으로 평소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하였다.

  이른바 갸루 화장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얼굴만으로도 신원 조회가 가능해요?”

  “아니요. 얼굴만으로는 신원을 조회할 수 없어요.”

  “그럼 제 신원 조회는 어떻게 한 거예요?”

  주효는 선반 위에 있던 유리잔을 검지로 가리켰다. 유선의 전용 잔이었다.

  “이 유리잔이 왜요?”

  “태현 씨가 만진 유리잔을 국과수에 의뢰해서 지문을 채취했어요. 그 지문을 조회해서 태현 씨의 신원을 확보한 거고요.”

  몸이 뜨거워진 전기 포트는 뚜껑을 달그락거리며 뜨거운 김을 쿠쿠 내뱉었다.

  호흡이 가빠진 태현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주효는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지금은 방법론보다 상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예요. 백수광이라는 형사가 개인적인 친분으로 정민철을 도와준 것인지, 정민철이 고용한 사람이 백수광을 이용한 것인지, 우선은 그것부터 파악해야 해요.”

  커피를 타던 태현은 최대한 침착해지려고 애썼다. 하지만 한번 가빠진 호흡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의뢰인인 오민선 씨는 지금 어디에 계세요?”

  “낙태 후 몸조리하느라 집에 계실 거예요. 근데 오민선 씨는 왜요?”

  “정민철의 통화기록을 확인해보려고요. 그걸 확인하면 정민철과 백수광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해질 거예요.”

  얼추 감을 잡은 태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계속 말을 잇는 주효였다.

  “통화기록을 확인하려면 오민선 씨가 낙태 방조죄로 정민철을 고소해야 해요. 할 수 있겠어요?”

  상황은 박진감 넘치게 흘러갔다. 저쪽과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의 신원을 파악하자는 제안이었다.

  “정민철을 낙태 방조죄로 고소하면 낙태한 민선 씨도 처벌받지 않아요?”

  “민선 씨는 걱정하지 마세요. 정민철이 유부남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꼭 그렇게 만들게요.”

  문제는 오민선의 선택이었다.

  태현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다.

  “연락은 해볼게요. 그런데 민선 씨가 고소를 못 하겠다고 하면 어떡하죠?”

  주효는 설레설레 고개를 쳤다. 꽤 단호하였다.

  “만약 그 사람들이 이 사무실의 정체를 알게 되면 앞으로 행동하는데 많은 제약이 생길 거예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쪽 신원을 우리도 확보해야 해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

  잠시 생각한 태현은 이내 굳세게 턱을 찍었다. 이렇게 된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 큰일 났어요!

  여자 세 명 중 한 명의 신원이 확보되었다.

  이름 김태현. 나이 30세. 직업은 어처구니없게도 회계사였다. 어딘가 낯익은 이름이었다.

  - 무슨 큰일이요?

  의뢰인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은 김태현의 자택 위치를 확인하고 막 사무실에 도착한 참이었다. 유일한 직원인 용철은 책상에 앉아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은 업무 태도였다.

  - 무슨 큰일이 났다는 겁니까?

  - 민선이가 절 낙태 방조죄로 고소했어요.

  - 낙태 방조죄로요?

  - 네. 조금 전에 담당 형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이번 주 중으로 서대문 경찰서에 자진 출두하래요.

  영희는 저도 모르게 같잖은 미소를 지었다. 여자들의 뒤를 봐주는 현직 경찰이 서대문 경찰서 소속인 듯했다.

  - 담당 형사의 이름과 소속이 뭡니까?

  - 이름은 김주효이고 소속은 여성청소년과예요.

  영희는 담당 형사의 소속과 이름을 반듯한 글씨체로 수첩에 적었다. 그러면서 의뢰인을 안심시켰다.

  - 선생님의 통화기록을 확인하려는 걸 겁니다. 그러니 고소장은 신경 쓰지 마세요. 자진 출두도 하지 마시고요. 그럼 담당 형사가 알아서 사건을 흐지부지할 겁니다.

  상대는 하수가 아니었다. 어쩌면 영희와 체급이 같은 톱클래스급 프로인지도 모른다.

  “나 잠시 나갔다 올게. 시간 되면 알아서 퇴근해.”

  꾸벅꾸벅 졸다가 번쩍 눈을 뜬 용철,

  사무실 문턱을 막 넘은 영희.

  순간 영희 뇌리에는 깜박 잊고 있었던 용철의 실수가 생각났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너 그때 왜 그랬어?”

  “제가 뭘요?”

  “카페 앞에서 왜 머뭇거렸느냐고?”

  후에 확인한 무전기는 정상으로 작동하였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아하, 그거요.……”

  힘없이 말을 흐린 용철은 바짝 몸을 움츠렸다. 당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그를 혼낼 생각은 없었다.

  단지 교훈을 주고 싶었다.

  “아는 여자 같아서요.”

  “아는 여자?”

  “세 명 다 낯이 좀 익었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어디서 봤는데?”

  “그게 잘 기억이 안 나요.……”

  다시 발길을 돌린 영희는 벽 한편에 비스듬히 세워둔 철제의자를 펼쳐 용철과 마주 앉았다.

  여태껏 봐온 그는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실실 거짓말이나 해대는 성품이 아니었다. 참으로 올곧고 반듯한 아이였다.

  “잘 기억해봐. 그 여자들을 어디서 봤는지?”

  고개를 사선으로 숙이고 잔뜩 미간을 찌푸린 그는 최신 가요 한 곡을 들을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영희는 잠자코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지, 이내 포기하고 고개를 푹 숙어버린다.

  “잘못 본 거 아니야? 예쁜 여자들은 비슷비슷하게 닮았잖아?”

  덫을 놓은 카페에서 입수한 CCTV 영상 속 여자들은 이른바 강남 미인이었다.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았는지, 한 뱃속에서 나온 자매처럼 닮은 구석이 많았다.

  “잘못 본 건 아니에요. 다른 여자와 착각한 것도 아니고요.”

  용철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끝내, 그 여자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낯이 익다는 말만 무수히 반복할 뿐.

 

 

 *

 

 

  서대문 경찰서 근처에는 태현과 주효가 남몰래 접선하는 아지트가 있었다. 양은 냄비에 끓여 나오는 라면이 정말정말 맛있는 북 카페였다.

  매장 곳곳에는 최대 세 명이 들어가서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동굴이 있었다.

  비밀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먼저 도착한 주효는 오른쪽 구석진 동굴에서 김성종 작가의 ‘제5열’ 상권을 읽고 있었다. 추리 소설 마니아인 그녀는 유별나게 김성종 작가를 좋아했다. 항상 그의 책을 곁에 끼고 있었다.

  “그 책을 또 읽으세요?”

  다른 손님에게 방해되지 않게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책에 빠져 있던 주효를 깨웠다. 그제야 풍덩 빠져 있던 책에서 겨우 헤엄쳐 나오는 그녀였다.

  “제5열은 읽고 또 읽어도 재밌어요. 명작의 묘미라고 할까……”

  파릇파릇하게 웃은 그녀는 고이 접은 책을 동굴 한편으로 물렸다.

  그녀의 긴급 호출로 급히 성사된 자리였다.

  “고소장을 접수해준 백수광 형사는 정민철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 이걸 보세요.”

  주효는 정민철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태현에게 보여주었다. 총 5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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