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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작가 : 훈장
작품등록일 : 2018.11.8
마초를 삼킨 페미니스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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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김태현. 여자라는 동물에게 아픈 상처를 받은 서영희. 그런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증오하는 대상이 있다는 점. 성별에 맞지 않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 그런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서 각각 남자와 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복수 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

 
03 - 꼬리가 밟혀?
작성일 : 18-11-14 13:33     조회 : 316     추천 : 0     분량 : 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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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또 한바탕 신명 나게 표적을 괴롭히고 돌아가는 길.

  온 사방은 열이 달아오른 고기 불판처럼 이글거리고 있었다.

  도로도, 인도도, 그늘진 큰 건물 앞에도.

  역대급 폭염 앞에선 양지와 음지가 따로 없었다. 더운 건 매한가지였다.

  “저 커플 싸웠나 봐요.”

  현 위치는 공덕오거리. 신호 대기 중이던 태현 일행은 횡단보도에서 전운이 감도는 커플을 발견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반대편 횡단보도만 주시하는 여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그 뒤를 서성이는 남자.

  두 사람은 재해에 가까운 따가운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열띤 신경을 벌이고 있었다.

  불현듯 밀려오는 외로움.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감싸고 거리를 걷는 커플을 봐도, 카페에 앉아 끈적끈적한 눈빛을 교환하며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티격태격 다투는 커플만 보면 늘 이 모양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흰색 산타페가 자꾸 쫓아와요.”

  감상에 빠져 있던 태현은 미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유선이 대신 알아차렸다.

  “언제부터 쫓아왔어?”

  “정확히는 모르겠고 5킬로미터 정도 쫓아온 것 같아요.”

  룸미러 속에는 흰색 산타페가 안전거리도 확보하지 않은 채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유선이 갓길에 차를 세우면 그 차도 갓길에 차를 세웠고 유선이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으면 그 차도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뒤를 밟는 게 분명했다.

 

 

 *

 

 

  또 한바탕 질퍽하게 의뢰인을 괴롭힌 여자들은 공덕오거리를 지나 서울 시청 앞 원형 교차로를 빙빙 돌고 있었다.

  미행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죠?”

  이름 임용철. 나이 25세.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영희 수족이었다. 운전대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의 독차지였다.

  “일단 동대문 쪽으로 빠져.”

  용철이 동대문 방향으로 핸들을 틀자, 원형 교차로를 하염없이 돌던 여자들의 차는 충정로 방향으로 서서히 멀어져갔다.

  이로써 1차 계획은 성공이었다.

  마침 현 위치는 광화문이었다.

  “넌 사무실에 가 있어. 퇴근은 눈치껏 하고.”

  용철을 보낸 영희는 불덩이 같은 태양을 피해 그늘진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몇몇 남자가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불 좀 빌립시다.”

  제일 어리숙해 보이는 남자에게 접근한 영희. 그에게 접근한 목적은 담뱃불이 아니었다.

  “동행 생명 고객센터가 어디예요?”

  “좌측으로 두 블록만 더 가시면 돼요.”

  담배를 피우는 척만 한 영희는 의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료와 외근을 나갔다가 여자들에게 습격을 받은 그는 회사 근처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모든 게 딱딱 맞아떨어졌다.

  “선생님 회사 근처에 왔는데, 마침 커피 전문점이 보이네요. 여자가 왕관을 쓰고 있는……”

  영희는 그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이별을 통보한 남자에게 죽자고 매달리는 걸 그룹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여자가 매달리는 것은 스토킹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매달리는 것이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 주세요.”

  공손하게 진동기를 내준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전표에 넣었다. 그리고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컵에 얼음을 담고 기계에서 뽑은 커피를 컵에 표시된 점선까지 따르면 되는 아주 간단한 제조법이었다.

  커피가 나올 때까지 우두커니 서서 기다렸다가 매장 한 가운데 비치된 테이블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영희는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의뢰인을 기다렸다.

  인간 서영희는 남의 뒤나 캐고 다니는 흥신소를 한다고 해서, 구석진 자리에 최대한 몸을 숨기고 앉는 못난 남자가 아니었다. 상남자 중에서도 상남자였고 웬만한 회사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애국자였다.

  서영희라는 남자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지금 막 왔습니다.”

  영희는 땀을 뻘뻘 흘리는 의뢰인에게 냅킨을 뽑아주었다. 현재 기온은 39.7도였다.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냅킨으로 땀을 닦은 의뢰인은 얼굴에 냅킨 잔해가 묻은 것도 모르고 카운터로 향하였다. 영희와 똑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오늘도 그 여자들이 찾아왔어요.”

  진동기를 테이블 모서리에 올려놓은 의뢰인은 불안하게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외도 사실을 아내가 모르는 터라 주변의 모든 눈과 귀가 신경 쓰일 것이다.

  사람이 죄를 짓고 살면 안 되는 이유였다.

  “주변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시고 느긋하게 행동하세요. 느, 긋, 하, 게.”

  마침 진동기가 올렸다. 신속히 커피를 받아온 의뢰인은 벌컥벌컥 커피를 들이켰다.

  다시 내려놓은 컵에는 거무스름한 얼음만 남아 있었다.

  “일은 잘 진행되는 거죠?”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지를 둔 영희도 3분의 2쯤 남아 있던 커피를 말끔히 비웠다. 절대 리필은 하지 않는다. 진정한 남자는 원 샷 원 킬이었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그 여자들을 경찰에 신고하세요.”

  “경찰에요!”

  깜짝 놀란 의뢰인은 진저리를 쳤다.

  개의치 않는 영희였다.

  “오늘 그 여자들을 마킹했습니다.”

  “마킹이요?”

  “미행이요 미행.”

  “아하, 미행이요.”

  영희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부러 그 미행을 들켰습니다. 의도적으로요.”

  미행을 일부러 들킨 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남자 쪽에서도 흥신소를 고용하였으니 당장 괴롭힘을 중단하고 최대한 행동을 자제하라.

  미행을 눈치채지 못해 그녀들의 근거지를 알아내면 더 좋고.

  “이젠 선생님께서 나서야 할 차례입니다.”

  “제가요!”

  의뢰인은 묻지도 따지지 않고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젖은 머리카락을 털 듯 머리는 빠르게 흔들었고 양손은 폭우를 물리치는 와이퍼처럼 강하게 흔들었다. 이 또한 개의치 않는 영희였다.

  “괜히 신고했다가 외도 사실이 집에 알려지면 어떡해요?”

  영희는 단호히 손바닥을 흔들었다.

  “지레 겁먹지 마세요. 그 여자들을 경찰에 신고해도 별 탈은 없을 겁니다.”

  “정말요?”

  “절 믿으세요. 제 곁에는 뒤를 봐주는 현직 경찰이 있습니다. 그 경찰에게 그 여자들을 신고하면 쉽게 그 여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모님께도 비밀로 할 수 있고요.……”

  기대하시라. 김치녀 참교육 전문 서영희가 어떻게 그녀들의 정체를 밝혀내는지!

 

 

 *

 

 

  - 꼬리가 밟힌 것 같아요.

  - 꼬리가 밟혀?

  태현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며 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름 이아영. 나이 43세.

  그녀는 명문 여대 근처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로, 태현과 똑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이자 태현을 페미니스트로 재탄생시킨 인물이었다. 태현의 정신적 지주였다.

  - 그 사람이 누군데?

  - 아직 정체는 못 밝혔어요.

  - 차량 번호는?

  - 차량 번호는 확보했는데, 주효 언니 말로는 조회가 안 된대요.

  태현에게도 뒤를 봐주는 형사가 있었다. 서대문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김주효 형사였다. 그녀도 똑같은 상처를 가진 여자였다.

  - 대포차라는 거야?

  - 대포차도 아니래요. 없는 번호판을 만들어서 달고 다는 것 같대요.

  대포차도 조회는 된다. 차량이 등록된 주소와 실소유주의 주소가 다를 뿐이다.

  - 짐작 가는 곳은 있어?

  - 아무래도 정민철이 고용한 사람 같아요.

  분명히 경찰은 아니었다.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되었다면 동대문 방향으로 꽁무니를 뺄 이유가 없었다.

  - 경찰은 아니지?

  - 중간에 내뺀 거로 봐서 경찰은 아닐 거예요. 흥신소 사람이 분명해요.

  미행에도 급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표적을 마킹하는 고수와 대문짝만하게 걸어둔 현수막처럼 눈에 띄게 표적을 마킹하는 하수로 나뉜다.

  이로 볼 때 상대 흥신소는 하수 중에서도 상(上)하수였다.

  - 그래서 어쩔 거야?

  - 어쩌기는요. 일은 계획대로 진행해야죠.

  - 뒤를 밟혔는데요?

  -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선생님께는 돌아가는 상황을 간략히 보고 드리는 거니까, 나머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다 할게요.

 

 

 *

 

 

  “제 말 들리세요?”

  외뢰인을 괴롭히는 여자들을 제 발로 끌어들이기 위해 근사한 덫을 놓았다.

  지금 의뢰인이 향하는 곳은 1시간 동안 카페를 통째로 빌려 세팅한 일종의 스튜디오였다.

  “아주 잘 들립니다.”

  “그럼 차분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세요. 카페 안 손님들은 결혼식 하객 아르바이트 업체에서 섭외한 분들이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른쪽 귓구멍에 새끼손톱만 한 무전기를 낀 의뢰인은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딱 한 자리만 비어 있던 테이블에 앉았다.

  영희는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그 광경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뚱멀뚱 앉아 있지 마시고 차부터 주문하세요. 혹시 그 여자들이 얼굴에 차를 끼얹을 수도 있으니까 차는 시원한 것으로 주문하세요.”

  영희는 차가우면서도 옷에 묻어도 별 표가 안 나는 레모네이드를 추천했다.

  경험에서 우러난 권유였다.

  “레모네이드 한 잔 주세요.”

  의뢰인은 영희가 권한대로 레모네이드를 주문했다. 주문한 음료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전전긍긍 카페 밖을 내다보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힘을 당해본 자만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본능이었다.

  영희는 그런 의뢰인을 뒤로하고 망원경으로 카페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포로 통하는 좌측 길 이상 무.

  김포로 통하는 우측 길도 이상 무.

  카페 건물 양옆으로 난 두 갈래 골목길 중 오른쪽 골목길도 이상 무.

  왼쪽 골목길은…………

  ‘혹시 저 여자들인가?’

  왼쪽 골목길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워 보이는 도시 여자 세 명이 나타났다. 의뢰인이 막 나온 레모네이드를 들고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갈 무렵이었다. 그녀들이 향한 곳은 영희가 덫을 놓은 카페였다.

  “길을 물어보는 척 자연스럽게 접근해봐.”

  영희는 카페 앞에 심어놓은 용철에게 지시를 내렸다.

  무전기가 고장 난 걸까?

  용철은 아무리 불러도 응답이 없었다.

  “뭐 하고 서 있어! 빨리 접근 안 하고!”

  돌하르방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용철은 카페로 향하는 여자들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했다. 그가 입고 있던 분홍색 와이셔츠 두 번째 단추에는 실제 단추와 똑같이 생긴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카메라로 여자들의 정면 샷을 최대한 또렷이 찍을 계획이었다.

  “야! 내 말 듣고 있어?”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영희는 모난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카페로 향하던 여자들이 영희가 잠복해 있던 옥상을 흘깃 올려다보았다.

  잽싸게 벽 밑으로 몸을 숨기는 영희였다.

 

 

 *

 

 

  의뢰인의 와이셔츠에도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여자들의 얼굴과 음성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아하…… 이 새끼는 가는 곳마다 있네.……]

  세 명 중 대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외뢰인을 보자마자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고체 반 액체 반이던 레모네이드를 의뢰인 얼굴에 끼얹었다.

  이 또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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