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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죽어도 너 하나만.
작가 : goldjung82
작품등록일 : 2018.11.1

문화 그룹의 최고 정상에 군림하는 여왕 한혜리. 그녀가 원하는 단 한 남자 차선우.
어릴 때 부모님들의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오해로 멀어지고 언젠가 돌아올 문화 그룹 후계자인 차선우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 자리를 지키는 여왕 혜리의 외사랑과 그녀가 권력에 변해가는 모습에 실망하고 돌아서서 떠났지만 결코 그녀 곁을 떠날 수 없는 순애보 차선우의 외사랑.
수줍은 첫사랑은 애틋하고 농밀한 사랑이 되어 돌아온다.

 
달콤한 향기는 그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작성일 : 18-11-14 10:23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5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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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연우와 같이 있던 자리에서 대화의 틈을 노려 혜리는 실례되지 않을 정도의

 인사를 건네고는 빠져나왔다.

 

 연우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결정권자와 있는 자리여서 아마 약 1시간 정도는

 자신을 찾지 않으리라 기대하며 서둘러 선우를 찾기 위해 회장 안을 두리번거렸다.

 

 “한 혜리 부 회장님.”

 

 뒤에서 익숙한 음성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아. 구 대표.”

 

 “오늘 무척 아름다우십니다. 눈이 부셔 쳐다보기도 힘든데요~”

 

 짐짓 눈이 부시다는 듯 양 손을 들어 자신의 눈 앞을 가린

 성윤이 혜리의 손에 슬쩍 룸 키를 건네주고는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예쁘다는 건 진짜. 눈이 부시다는 건 거짓말. 그리고 1403호. 잘해 봐.”

 

 혜리는 눈짓으로 성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선우를 찾아 나섰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외국인이건 국내 인사들이건 혜리의

 아름다움에서 눈을 떼지 못한 남자들이 수도없이 말을 걸어 오고는 했지만

 혜리는 최소한의 인사만을 한 채 계속 회장 안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십 여분을 헤맸을까 회장 입구 근처 창가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짙은 밤갈색 머리칼에 듬직한 어깨와 긴 팔다리.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

 

 혜리는 숨소리를 가다듬고는 선우를 향해 한발짝 내밀었다.

 

 “아이참. 원래 속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말을 안 한 것뿐이지.”

 

 “그래. 뭐 어찌됐든 의외의 장소에서 만나다니 놀랍네.”

 

 입구에서 만난 은서가 놀랍기는 했다.

 

 이곳은 정재계 인사들이 후원이라는 명목하에

 서로의 결속력을 다지고 인맥을 넓히기 위한 자리 아니었던가.

 

 그런 곳에서 주말 알바생을 만난다는 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인거지. 전 그냥 용돈 받는 학생이니까요.

 오늘도 용돈 받기로 하고 나온거예요. 그래도 나오길 잘했네요. 사장님도 만나고 후후”

 

 은서는 멋지게 차려 입은 선우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캐쥬얼 차림의 매장에서의 선우도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우연히 보게 된 턱시도 차림은 정말 숨막히게 섹시했다.

 

 동갑내기 어린 남자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어른 남자의 매력은 은서에게

 떨림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그것의 크기를 알지 못하고 그저

 들뜬 마음으로 그의 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장님. 우리 끝나고 나가서 한 잔 더 할래요??”

 

 은서는 조용한 곳에서 이 남자를 독점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서 둘만 있는 곳으로 가 이 멋진 남자를 자기만 보게 하고

 자기 목소리만 듣게 하고 싶었다.

 

 “아니. 그건 괜..아 잠깐만.”

 

 거절을 하려고 입을 뗀 선우에게 익숙하고도

 그리운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지럽혔다.

 

 뒤를 돌아본 선우의 눈에 저 멀리 흰색 드레스 끝자락이 보였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혜리였다.

 

 분명 혜리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과 동시에 다리가 움직였다.

 

 “어. 어 사장님. 사장님.”

 

 뒤에서 애타게 부르는 은서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선우는 그 향기를 쫒아 나갔다.

 

 .

 .

 .

 

 

 “하아. 하아.”

 

 혜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자신과는 정반대의 이십대의 어리고 청초한 모습의 여자와

 같이 있는 선우를 본 순간 혜리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남들이 얘기하지 않아도 자신이 어떤 모습과 분위기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차갑고 냉혈한 한 혜리.

 

 자신도 분명 이십대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보고싶다는 마음 하나로만 자리를 마련했지

 선우가 자신을 어떻게 볼지는 생각도 못했다.

 

 그 여자아이와 자신의 모습이 교차되어 혜리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서둘러 성윤이 준 키로 방문을 열어 들어갔다.

 잠시만.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싶었다.

 

 “하아. 한 혜리.”

 

 문을 닫으려 한 혜리의 등 뒤로 몇 년간 그리웠던 목소리와

 숨결이 다가왔다.

 

 선우는 간신히 쫒아온 혜리가 방으로 들어가려 하자 황급히

 손을 뻗어 방문을 잡았다.

 

 혜리의 몸은 이미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잡고 있었고

 그 틈바구니에 큰 손이 들어와 닫히려는 문을 열려 하고 있었다.

 

 선우는 문의 틈바구니 밑으로 자신의 발을 한 발자국 내밀었다.

 

 “문. 열어.”

 

 선우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을 하곤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문을 잡고 있던 혜리의 희고 긴 손가락이 잠시 미세하게 떨린 후

 그대로 힘을 풀고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선우는 그제서야 방문을 열고 성큼 들어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쾅’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후우”

 

 급하게 뛰어오는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고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바로 앞에 혜리가 있었다.

 

 유년시절부터 항상 자신의 앞에서 꼿꼿이 등을 세우고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며 나아갔던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한 혜리.

 

 혜리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어둠 속에 불도 켜지 않은 상태로 그저 창문에 비치는 달빛 만을

 의지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혜리는 선우의 기억 속에 있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웠다.

 

 어스름한 달빛이 혜리의 하얀 드레스와 피부를 더 돋보이게 했고

 차분히 가라앉은 그녀의 까만 눈동자는 형형히 빛나 선우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30대에 접어 들며 더 성숙해진 그녀의 몸은 동그란 어깨부터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까지 흠잡을 곳 하나 없이 완벽한 곡선을 그리며 발 끝까지 이어졌다.

 

 선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혜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내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녀의 여자로서 아름다운 모습은

 선우에게는 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 혜리 만을 보고 있던

 선우는 퍼뜩 자신의 모습이 우습다는 생각에 먼저 입을 떼었다.

 

 “오랜만이야.”

 

 잠시 혜리를 바라보던 그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둘려

 목이 잠긴 선우에게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 오랜만이야.”

 

 살짝 미소 지으며 선우를 바라보는 혜리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공기는 일순 차가워졌다.

 

 “내 소식 안 궁금해?”

 

 “응. 괜찮아. 듣고 있어.”

 

 별 일 아니라는 듯 그녀가 팔을 들어올려 우아하게

 팔짱을 끼고 선우를 바라봤다.

 

 “첫 출근 하는 날부터 잘 듣고 있어. 열심히 해주길 바래.”

 

 비웃는 듯한 혜리의 말에 선우의 마음이 아파왔고

 그 아픔은 곧 약간의 분노를 동반하여 혜리에게로 향했다.

 

 “부회장님께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주고. 고맙네..”

 

 어떤 말을 하든 맞받아쳐 주리라.

 

 혜리가 굳게 다문 붉은 입술로 선우를 응시했다.

 

 사실 선우를 돌아다보기 전까지만 해도 혜리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화장이 지워지지는 않았는지. 옷매무새가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별 생각이 다 들면서 자신이 선우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걱정만 하기에는 이 밤이 이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어떻게 만든 자리인데…’

 

 그렇게 뒤 돌아본 혜리가 마주친 선우의 표정과 시선은 굳어 있었고

 그 안에는 과거 혜리를 경멸하고 거부하던 모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 넌 아직 나를 용서하지 않았구나. 아직. 그대로네.’

 

 

 선우의 표정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은 혜리는 다시

 문화 그룹 부회장 한혜리의 갑옷을 입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선우가 말을 이어가며 서 있는 혜리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혜리의 바로 코 앞까지 다가온 선우가 지긋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8cm 힐을 신고 왔지만 선우의 어깨까지 밖에 오지 못하는

 혜리는 힘껏 그를 올려다 봤지만 이내 고개를 숙여 옆으로 피하려 했다.

 

 그런 혜리를 간단히 옆으로 보낼 생각이 없었던 선우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세웠다.

 

 “오랜만에 만난 소꿉친구들 인사치고는 너무 삭막하지 않아.?

 그치. 누나?”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다.

 

 그의 눈이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혜리는 힘 주어 팔을 비틀어 선우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이거 놔.”

 

 “반갑지 않아? 난 누나가 너무 반가운데.”

 

 혜리가 선우를 노려봤다.

 

 “두 번 말하게 하지마. 이거 놔.”

 

 혜리의 서늘한 말에 선우가 손을 놓고 얘기했다.

 

 “안 보고 싶었어?”

 

 선우가 물었다. 혜리는 대답하고 싶었지만 대답하는

 순간 무너질 자신이 두려워 아무말 하지 못했다.

 

 “나가. 이 방에서.”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같이 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무너져

 아무것도 못하고 마음까지 흐트러질 것 같았다.

 

 자신에게서 비켜서서 독한 말만 내뱉는 혜리는 말과 다르게

 온 몸으로 달콤한 향기를 흩뿌리며 선우를 유혹하는 듯 했다.

 

 화가 났다.

 

 삼촌 옆에서 꽃처럼 웃고 있던 언젠가 봤던 기사 속의 혜리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어진 자신이 아닌 삼촌 옆에 있는 혜리가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삼촌도 혜리도 그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나갈께.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인사 정도는 하고 가야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돌아 있던 혜리의

 목덜미에 흐트러져 있던 긴 머리카락이 가슴께로 떨어져 내렸다.

 

 선우의 손이 혜리의 양 어깨를 감싸 안고는

 새하얀 목덜미로 고개를 떨궈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대고는 맛있는 디져트를 음미하듯

 천천히 쓸어 내리다가 생채기를 낼 것처럼

 자신의 이를 세워 혜리의 연한 목덜미의 살을 살짝 물었다.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어 연분홍의 장미 빛깔을 내고는

 다시 하얗게 변했다.

 

 선우는 집요하게 다시 음미하고 이를 세우기를 반복했다.

 

 혜리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꽉 잡은 것도 아닌데 불에 덴 것처럼 어깨는 움직 일 수 없었고

 목덜미에 내려 앉은 선우의 숨결이 너무 뜨거워 움직일 수도 없었다.

 

 다문 혜리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선우는 제 할 일을 마친 것처럼 혜리의 목에

 가볍게 입맞춤 하곤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다시 제자리에 정리해 주었다.

 

 혜리는 자신의 목덜미에 손을 갖다 대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선우를 노려봤다.

 

 둘 사이에 나오는 거친 숨은 누구의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노려보지마. 인사한 거야. 다음에 또 봐. 누나. 아니, 부.회.장.님”

 

 보란 듯이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자신에게서 등을 돌려

 나가는 선우를 망연히 바라보는 혜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던 선우의 모습과 그런 그에게 반응한

 자신의 모습이 놀라워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

 .

 .

 

 

 ‘쾅’

 

 방을 나온 선우는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젠장. 젠장’

 

 이럴 생각이 아니었다.

 

 반갑게 인사하고 그저 예전 추억 얘기 몇 마디 나누다

 전화번호나 한 번 물어볼까 했었다.

 

 처음부터 다시 예전처럼 다가가면 그래도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혜리는 선우에게 너무나 큰 자극으로 다가왔고

 자신은 아직 그런 혜리를 만난 적이 없었다.

 

 유년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고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 임을 알고 있었지만 맹세코 한 번도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은 없었다.

 

 습관처럼 잡은 손 외에는 혹여나 준비 되지 않은 상태로

 혜리에게 손을 댈까 싶어 언제나 자제했고 조심했다.

 

 지금처럼 이성을 잃고 혜리를 원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선우는 그저 놀랍고 부끄러웠다.

 

 그러다 입술에 닿았던 혜리의 부드러운 살결과 달콤했던 향기가

 떠올라 또 한 번 안고 싶다는 욕망이 떠올랐지만

 

 마지막에 혜리에게 했던 자신의 못난 말에 곧 후회하기 시작했다.

 

 ‘젠장. 앞으로 더 힘들어지겠네.’

 

 안 보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돌아왔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방 밖에서 기대어 조금 전의 혜리를 떠올린 선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런 선우의 몸에서는 달콤한 혜리의 향기가 잔뜩 묻어

 

 그의 마음을 더욱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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