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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평범한 근무자들
작가 : 작품표지올리는방법
작품등록일 : 2018.11.12

다양한 인간의 내면에 대한 묘사와 고찰

 
고뇌 없는 사람
작성일 : 18-11-14 08:29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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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니는 집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눈을 감았다. 음악을 생각한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일번이 들린다. 격정적인 멜로디가 들린다. 갑자기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난다. 라니가 일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라니는 마음이 상하고 고뇌에 빠진다. 음악은 더욱 격렬해진다. 라니의 고뇌와 괴로움도 깊어진다. 본디 라니는 소심한 사람으로 보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틀림없다.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이 두뇌를 자극하고 심장에는 간지러운 충격이 온다. 바이올린이 소리를 지른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이상한 사이가 된다. 라니는 슈만의 음악에서 그런 것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음악은 자꾸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음악은 격렬하게 소리를 지른다. 사랑과 성! 사랑! 성! 사랑! 사랑!

 

 라니는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내가 상상해낸 것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을 떨쳐버리기에는 이 음악이 너무 성적으로 느껴졌다. 라니의 어지럽고 복잡한 머릿속은 이 음악과 맞아떨어졌다. 바이올린이 만드는 선율은 뇌를 벅벅 긁었고 피아노는 꾹꾹 눌렀다. 왜 이렇게 괴로워 하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인가? 라니는 적당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터에 갔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주를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일터의 일은 격하고 힘들지는 않았지만 보수가 많고 발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라니에게는 괴로움이 있었다. 무엇인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라니는 이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행복해야할 아가씨는 왠지 모를 괴로움에 항상 음악을 찾았다. 라니는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음악의 표현을 상상으로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일터의 업무는 라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터는 다만 업무시간만 채우고 열정없이 기계적으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발전적인 생각이 들 때면 고개를 저어버리고 자신의 의지와 창의성을 덮어버렸다. 음악은 일악장의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라니는 본래 자신의 일을 사랑했다. 소박하지만 자기 나름의 보람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겼다. 라니에게는 알게 모르게 그럴수록 더 많은 부담이 생기고 있었다. 라니가 열심히 일할 수록, 스스로 도구가 된 것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감이 아주 재미없지는 않았기에 라니에게 들어오는 모든 일감을 처리했다. 최고감독관은 그런 라니에게 만족하는 듯이 보였고, 라니에게 종종 너의 미래를 기대한다, 너는 나중에 우리 회계장부정리도 맡아야 할지도 몰라. 따위의 말을 하며 라니의 어린 열정에 불을 지폈던 것이다. 라니는 그 불에 열정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불은 열정에 붙어서 활활 탔다. 라니는 그때는 몰랐다. 불에 타는 것은 나중에 재가 된다는 것을...

 

 

 

 라니는 예전을 떠올리기 싫다고 생각할 수록 자꾸 예전을 떠올리는 자신이 싫었다.

 

 

 

 ***

 

 

 라니의 일감은 해도해도 줄지를 않았다. 라니가 어린 티는 바로 여기서 났다. 정신적인 성숙도와 상관없이 사람에게는 인생사의 살아가는 비결이 살면서 축적되는 법이다. 어린 라니가 아무리 성인이고 정신이 조숙하다고 할지라도 순진한 라니는 일이 줄지 않으면 그 일을 모두 마칠 때까지 집에 가지 않았다. 일감은 근무자의 구렁텅이와 비슷했다. 다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가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깊게 빠지는 구렁텅이처럼 라니가 더욱 많은 일감을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밤새 처리할 수록 더 많은 일이 라니에게 맡겨졌다. 라니는 생각이 달랐다. 내가 일을 빨리하면 일감이 모두 사라질거야. 내가 너무 느리게해서 그런 것 같아. 라니는 더욱 열심히 일했다. 라니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터와 자기에게 주어진 소중한 일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라니에게도 다른 마음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라니는 다른 동료들보다 비교적 어린나이에 일을 시작하여 앞날이 조금 더 창창하다고 모든 사람이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는 아이였다. 그 말은 라니를 예전부터 자극해왔으리라. 라니는 자신이 인정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자신을 남들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곤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라니는 언젠가 인정에 목말랐을지도 모른다. 인정과 칭찬, 허락, 기특해하는 말을.. 하지만 일감도 구렁텅이와 같은 것이었다. 나가려고 할수록 깊어졌다. 갯벌의 진흙을 퍼내면 그 속을 바닷물이 채우듯, 라니가 일감을 없애면 다른 일감이 나타났다. 라니가 자신만의 싸움을 외롭고 힘들게 이어나갈수록 그 옆의 동료들은 점점 더 편해져만갔다. 라니가 힘들어질수록 동료들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리고 소심해보이는 라니에게 동료들은 은근슬쩍 자기가 해야할 일을 떠넘겼다. 이건 이래서 니가 해야할 것같아... 라니는 대꾸하지 못했다. 라니는 일하는 기계가 되어 정상적인 반항도 하지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라니는 판단력이 흐려졌고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렇게 라니에게 떠넘기는 일들을 라니는 비를 맞듯이 온몸으로 받아냈다. 동료들은 내심 라니가 계속 이렇게만 살아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중에는 소테도 있었다. 소테는 라니보다 나이가 반이상 많고 안색이 어두운 작자였다. 소테는 라니가 자신의 일을 처리해주는 것에 만족해 하고 있었고, 계속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였다. 이 안락함과 편안함을 깨고 싶지 않았다. 소테는 그간 항상 행동을 신사적으로 유지해왔다. 라니에게 나쁜 사람으로 생각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테는 라니에게 약간의 관심도 있었다. 소테는 친절한 태도만 유지하면 계속 라니가 자신의 일감을 상당부분 처리해줄 것이라고 믿고있었다. 소테는 가끔씩 아이같은 농담을 라니에게 던지곤 하였다. 그럴때면 라니는 우스운 미소를 지어주곤 했었다. 소테는 가끔 나름 대가랍시고 배급을 받고 남은 빵이나 라니가 좋아하는 과자 같은 것을 라니에게 건네주기도 하였다. 소테는 자신의 일감을 하기 힘들어하는 라니를 보며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라니가 소테에게 해야 마땅한 일감을 넘겨주려하자 소테는 약간 화난 척을 하며 라니를 움츠러들게 만들었고, 그 일감은 결국 라니가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소테는 자기의 안락함을 지키기위한 반사적인 행동을 의식한 후 스스로에게 경멸감과 같은 혐오를 느꼈지만, 그런 경말감 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작자였다. 그렇게 동료들의 편안함은 서서히 라니의 목을 죄어가고 있었다. 마치 노동자를 부려 돈을 떼내는 사람들과 같았다. 차이가 없었다. 그러던 언젠가부터 라니는 잠을 자던 중 자기도 모르게 걸어다녔다.

 

 

 ***

 

 라니는 다시 눈을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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