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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12시간의 그림자
작가 : 시냅스
작품등록일 : 2018.11.2

이 작품은 2차원의 그림자를 소재로 한 환타지 소설입니다.

그림자가 자신의 존재와 2차원 세계에 대해서 ‘그것만이 전부인가?’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 겪는 일들이 주 스토리라인이 되죠.

따라서 이 소설은 아침에 그림자가 생겨나 저녁에 그림자가 사라질 때 까지 12시간 정도의 시간이 세계 전체의 시간이 됩니다.

이 부분의 구성을 정합성 있게 맞추기 위해 초와 분 그리고 그림자세계에서의 날짜단위와 1년의 기준 등을 고려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주제와 의미를 산만하게 하고 그렇지 않아도 ‘재미’ 보다는 ‘의미’ 에 초점을 맞춘 다소 어려운 소설인데,그런 설정상의 이해까지 강요하는 것이 ‘옹색하다’ 라고 느껴 퇴고과정에서 그런 부분은 전부 배제되었습니다.

소재는 2차원과 그림자이지만, 현실에서의 2차원과 그림자와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애초에 그림자가 생각을 하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죠. 음성이란 공기의 진동과 고막의 수신이라는 전달과정에서 전해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환타지 소설인 만큼 그 ‘의미’에 집중해서 감상해 주신다면 이 소설은 ‘재미’는 덜 하더라도 ‘생각해볼 어떤 것’은 독자 여러분께 충실히 던져드릴 것입니다.

 
12시간의 그림자 - 13화 백목(百牧)의 산
작성일 : 18-11-13 10:28     조회 : 237     추천 : 1     분량 : 1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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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인가봐!”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앞으로 고개를 돌린 나의 눈에 비친 정경은 장관이었다. 그 동안의 여행에서 겪은 것들은 ‘놀라움’ 의 연속이었다면, 이번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 이었다. 바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못지않게 넓은 면에 걸쳐 북동쪽으로 기울어진 그림자가 거대한 타원을 그리고 있었고. 그 거대한 원 가장자리에는 무수한 개수의 나무 그림자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바다가 주는 신비감과는 달리 장엄하게 느껴졌다.

 

  “저게 산이라는 거구나 숲하고는 아예 다르네.”

 

  감탄하고 있는 나의 손목을 잡아끌며 설아는 말했다.

 

  “어서 가보자 무척 재밌을 것 같은데? 내가 알던 산은 눈 덮인 산이었기 때문에 저렇게 많은 나무 그림자는 처음 봐”

 

  ‘그래 맞다, 그녀는 설산에서 발견 되었다고 했지. 산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군, 하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인 모양이네.’

 

  항상 앞서 나가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한때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녀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것인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설아의 손에 이끌려 백목이 있는 산이 점점 가까워지자, 조금 전까지 나눴던 즐거운 대화들과 동행의 기쁨 사이를 비집고 귀영과의 일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설아야 잠깐만.”

 

  걸음을 멈추고 설아를 잠시 불러 세웠다. 하지만 다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 나를 보던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이 먼저 입을 떼었다.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잠시 동안 바라봤다. 지금 내막을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일단 산에 도착하면, 조금 전까지와 같이 서로 즐겁게 대화할 기회는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그러는 건데?”

 

  아무 말도 없이 보기만 하는 내가 답답했던지 그녀가 재차 물어왔다.

 

  “아냐 아무것도. 가자.”

 

  ‘한번만 안아보자’ 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곧 헤어져야 될 지도 모르는 그녀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고, 또 서로에게 더 힘든 상황을 만들 거라는 생각에 이내 포기했다. 마음이 먹먹해졌지만, 그녀에게 눈치 채이면 그냥 넘어갈 녀석이 아니었기에 담담하게 행동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런걸 보면 귀영에게 확답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숙명 같은 걸 느낀 걸까? 생각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눈앞에 그것을 확인할 확실한 장소를 두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고.

 

  “싱겁기는, 어서 가보자.”

 

  그녀는 더 이상 캐 묻지는 않았다. 다행인지 아쉬운 건지 알 수 없는 채로 나는 그녀와 함께 산으로 향했고 우리는 곧 산 입구에 도착했다.

 

  “그대가 현우인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머리카락이 없이 동그란 머리를 하고 있는 그는 마찬가지로 불룩하고 동그란 배를 가진 그림자였다. 그 머리와 배의 크기에 비해 팔다리는 상당히 짧아 보였다. 그가 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백목임에 분명했다. 산 입구에서 만난 그림자인 만큼 ‘산지기’일 법한 그림자는 그 하나 뿐 이었고 나머지는 나무그림자였을 뿐 아니라, 내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귀영과 같은 독심술이 아니고서야 귀영에게 사정을 전해들은 것 외에는 상정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난감해졌다. 설아는 내가 바다에서 겪은 것을 모르니까, 틀림없이 의아하게 생각할 텐데.

 

  “어? 이 녀석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아니나 다를까, 설아는 당연하게 질문했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다소 근엄한 투로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희한한 말투를 쓰는 마을을 지나 왔었기 때문에 그녀도 나도 어색할 것은 없었지만, 같은 말투라도 느낌이 달랐다. 나뭇가지로 이것저것을 만들 던 노인 그림자는 어색한 말투 속에 친절함이 들어 있었지만, 백목이란 자의 말투에는 근엄함이 강해서인지 뭔가 친절이나 친근함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 설아에요, 그쪽은 누군데요?”

 

  “난 백목이라고 하네, 이 산을 가꾸는 목동같은 존재이지. 수천 수만 그루가 넘는 나무그림자를 관리하고 있네. 백목의 백은 백 그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수를 의미한다네.”

 

  “그런데 어떻게 현우의 이름을 알고 있죠?”

 

  이자가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나는 생각해 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었지만, 그것을 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말해버리면, 곤란해진다. 하지만 그의 의지를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어떤 변명으로도 내가 먼저 그가 내 이름을 알게 된 경위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하기는 힘든 상황. 제발 그가 자세한 내막을 말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 산의 나무들은 단순한 그림자들의 모임이 아니라네,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지식의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네. 일종의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지. 숲이나 나무가 있는 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모두 이곳으로 전달되네. 수많은 소식들이 이곳에 저장되고 나는 그것을 열람하지. 따라서 이곳의 산지기인 내가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 가운데 모르는 일은 별로 없다네.”

 

  귀영과 나의 대화를 전달받았다는 이야긴가? 하긴 우리보다 먼저 귀영이 도착해서 그에게 알렸다고 하기에는 우리도 그다지 시간을 지체하진 않았어.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었구나. 형체가 없는 귀영의 속도가 우리보다 빠를 수는 있지만, 신속이 아닌 이상 귀영이 전달한 것이라면 이 자리에 그자가 있어야 맞다. 그렇다면 미로의 숲을 통해서 전달받은 거로군, 어쨌든 다행이다. 그는 이쪽 사정에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얘기 했지만, 결과적으로 귀영과 내가 바다에 있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게 되서.

 

  “그렇다면 내 이름도 알았을 텐데 왜 내게는 이름을 물었죠?”

 

  그렇다, 나무를 통해서 정보를 전달받는다면, 재하와 처음 만난 숲에서 통성명을 했으니 설아의 이름도 알고 있어야 했다. 이것은 나도 의아한 일이었다. 아! 만약, 그가 귀영과 바다에서 대화를 나눈 내가 찾아올 것을 듣고 내 이름만을 염두 해 둔 거라면, 그녀가 여기까지 동행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설아라는 이름은 알고 있으되 그녀가 설아 인지는 모를 수도 있다. 내게도 ‘현우로군’이 아니라 ‘현우인가?’ 하고 묻지 않았던가? 이런 정황을 그가 말하게 되면 역시 곤란해지는데. 여기까지 생각하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무언가 변명을 하려고 하는 순간, 그가 먼저 대답을 해버렸다.

 

  “그러게 말일세, 이상하게도 자네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를 알 수 가 없군, 어떤 그림자들이던 간에, 그들의 행적이나 말이 숲이나 나무가 있는 곳에서 행해지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설아라는 이름은 처음 듣네. 그의 행적을 뒤져봐도 동행이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네. 자네는 감지되지 않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가 보네. 이거 미안하게 되었구만, 어찌된 일인지는 내 나중에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네.”

 

  옹색한 이유들을 생각하던 나는 내가 생각해도 먹힐 것 같지 않은 변명대신, 그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속으로 또다시 안도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런 우연이 겹친 것은 나에게는 행운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생각 해 보면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을 말한 게 아니라 진실을 토로한 셈이니 감사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

 

  “쳇 뭐야, 모르는 것이 별로 없다더니 아는 게 별로 없는 거잖아? 우리가 동행인지 조차 몰랐다니. 기분 나빠. 하지만 사과를 하셨으니 그 사과는 받아들이겠어요. 나중에 알아보고 제대로 설명해야 되요.”

 

  설아는 그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보다, 나와 그 동안 함께한 여행에서 그녀가 동행이었던 사실조차 부정 당하는 게 꽤나 싫었던 모양이었다. 근엄하기만 한 그에게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왠지 그녀가 그래서 그런 것 이라고 생각하니 약간은 좋기까지 했다.

 

  “그러지.”

 

  의외로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으며, 그녀 보다는 내 쪽을 주목했다. 내가 현우인 것을 안 그가 또 무슨 소리를 하기 전에 이번에야 말로 내 쪽에서 선수를 쳐야했다. 행운이 세 번 씩이나 겹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나무 그림자들이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구요? 그것 참 신기한 일이군요. ‘그 도서관에 쌓여 있는 정보를 열람한다.’ 라고 했는데. 어떤 방법으로 열람을 하나요?”

 

  이것은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은 것이었다. 나무 그림자들이 연결되서 정보망을 이룬다는 것은 분명 신기한 일이었지만, 그 동안의 여행 중에 놀랐던 것들에 비하면 충격일 정도는 아니었으며, 그 내부의 정보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일었지만, 그 방법이 무엇이냐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하가 신속의 에너지를 보충하는 방법과 비슷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이것은 그가 질문에 대해서는 필요이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는 습성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말하기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나무 그림자의 정보망에 접촉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네. 이렇게 그들 중 옹이가 있는 그림자를 선택해서 팔을 집어넣으면 되지. 그러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산의 어디에서 접촉했든, 전체를 볼 수가 있다네. 방법은 이렇게 쉽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것이네. 왜냐하면 그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의 머릿속을 깨끗이 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는 권한일세. 머릿속을 비우지 못하는 자가 접촉한다면, 엄청난 정보량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버리고 말거라네.”

 

  말을 마친 그는 그의 뒤에 있는 나무그림자 하나로 다가가 직접 팔을 넣고 보여 주었다. 스스로의 지식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진듯한 그는 예상대로 장황한 설명과 함께 몸소 시범까지 보여 주었지만, 우리 에게는 그저 팔을 한번 넣었다 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을 비운다구요? 그런 게 가능해요? 가능 하다면 또 어떻게 하는 거죠?”

 

  연달아 물었다. 다른 이야기를 할 틈을 줘서는 안되니까. 게다가 이것은 물어야만 했다. 어차피 귀영의 말대로라면 이 거대한 산이라는 정보망에 내가 접촉해야 할 일이 곧 생길 테니까.

 

  “그림자의 머릿속은 잠시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지. 마음이 멈추지 않으니까. 심지어 잠에 들어서도 그것은 멈추지 않는다네. 잠에 들었을 때조차 그러는데, 눈을 뜨고 돌아다닐 때는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눈을 감고 한 가지 것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에서 속삭이는 소리들이 점점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대꾸 없는 나에게 마음의 소리도 더는 속삭이지 않게 되는 순간, 집중하던 것 까지 잊어버리면 머리가 깨끗이 비워지지.”

 

  그의 이야기를 듣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미로의 숲. 미로의 숲에서 분명히 나는 그런 경험을 했었다. 마지막에는 숫자를 센다는 생각마저도 잊고 아무런 생각 없이 몸만 걷다가 바다를 만나 깨어났으니까. 그렇다면 그 미로의 숲에서 들렸던 소리는 내 마음이 빚어낸 소리였다는 건가? 그래서 다시 돌아올 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구나. 귀영은 이걸 위해서 그 숲을 통해 나를 시험한 것이었구나. 모든 것이 분명하게 걷히기 시작했다. 판단이 늦었던 내가 바다에 가고 나서부터 생각의 회전이 빨라진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그럼 누구나 머릿속만 비우면 할 수 있는 거예요?”

 

  바다에서의 일을 생각하는 사이 그녀가 끼어들었다. 다행히 그녀 역시 질문을 했으니 그는 다시 긴 대답을 하겠지. 시간을 끌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빨리 접촉을 하는 것이 설아에게 바다의 이야기를 알리지 않는 길이었다.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이 끝나면 바로 행동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답하기 전에, 자네들의 손을 잠깐 잡아 봐도 되겠나?”

 

  그는 우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우리의 손목을 한쪽씩 잡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미처 피할 수도 없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설아는 금새 손을 뿌리쳤다. 나 역시 그의 그런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했지만, 설아처럼 손을 금새 뿌리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가 예고도 없이 특히 설아의 손까지 잡은 것은 심히 불쾌했다.

 

  “허허 미안하네. 하지만, 나는 이곳의 산지기네. 이 산의 존재 자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곳까지 방문한 자네들이 어떤 기질을 가진 자들인지 확인해야 했네. 이점을 이해해 주시게나. 무례를 범한 것은 내 정중히 사과하겠네. 하지만 자네의 그 질문에 대답해 주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네.”

 

  “쳇, 그래도 그렇지. 사정을 이야기 했으면 손을 내줬을 텐데, 대신 질문에 똑바로 대답해야 돼요.”

 

  설아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했지만, 그의 대답을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로서는 꽤 잘 참고 있는 것이었다. 만일 그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또다시 그런 행동을 반복 한다면 아마 그녀는 참지 못하고 폭발할 것이다. 그런데 설아는 그렇다 치고 내가 이곳에 올 것은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그렇구나. 혼자 올 것으로 생각했다면, 일행과 함께 온 내가 현우라고 했지만, 정말 그런지 믿을 수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손을 한번 잡은 것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귀영처럼 생각이라도 읽는다고 해도 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을 텐데. 아, 그래 ‘기질’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그는 접촉하는 것으로 상대방의 기질을 읽을 수 있나 보구나. 그런 거라면,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곳을 방문한 의도 정도는 예측할 수 있지.

 

  “알았네. 한번 더 사과하겠네. 그런데 질문이 뭐였지?”

 

  “누구나 머릿속을 비우면, 접촉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모르는 게 거의 없다더니, 금방 들은 질문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뭐가 모르는 게 없다는 거야?”

 

  그녀는 그의 거듭된 사과에도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말에 발끈하지 않았다. 자신의 사과에 진심을 담는 행동을 하고 싶었던 건지 그는 질문에만 대답했다.

 

  “그야 그렇다네. 하지만 누구나 머릿속을 비울 수는 없지. 지혜롭고 생각의 회전이 빠른 자 일수록 어려운 일일세. 대부분의 그림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아주 바보거나, 나처럼 세계가 몇 번이나 바뀔 동안 오래 수양을 쌓은 자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라네.”

 

  원래대로라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럼 내가 해 보겠다고 나설 참이었다. 그런데 세계가 몇 번이나 바뀔 동안 수양을 쌓았다는 그의 말을 듣자, 설아가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세계가 바뀌어요?”

 

  설아와 나는 거의 동시에 말했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고 서로의 눈에는 놀란 상대방이 들어왔다. 사실 나로서는 바다에서 이미 귀영에게 한 번 들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화들짝 놀라지 않으면, 설아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동시에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래, 대부분의 그림자들은 아침에 태어나서 해가지면 사라지고 모든 그림자가 거의 동시에 그런 일을 겪으니까, 이 세계가 한번만 있는 줄 알지마는 실은 그렇지가 않다네. 해가 한번만 뜨고 지는 것이 아니란 말일세.”

 

  설아는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것이, 설아에게는 단지 전설이 아니라 정말로 세계가 한번이 아니라 몇 번씩 바뀐다는 이야기가 어찌 놀랍지 않겠는가. 사실 나 역시도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다시 들어도 믿기지 않는 내용이긴 했다. 곱씹어보면, 이것은 내가 평생을 품었던 의문의 해답 절반이지 않는가?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이 세계는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이 그 안에 있는 게 분명했다.

 

 “몇번이나 해가 뜨고 졌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이 산의 나무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수백 수천번 이상 이 세계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것을 겪었다네. 나무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일세. 대지에 뿌리를 박기 때문에, 이 세계와는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있지. 물론 그들도 한 세계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동안 그 그림자의 몸체는 함께 사라지지만, 대지에 박힌 뿌리를 통해서 그들이 한 세계동안 접한 것들을 잊지 않고 기록하지. 그리고 다시 세계가 탄생하면 새로운 그림자가 생기지만, 이전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네. 아마도 나무의 그런 방식은 그것이 그림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에 연결된 무언가라는 것을 의미할 것이네.”

 

  백목이란 자는 정말 설명하기를 좋아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덧붙여 부연하는 것을 보면, 알려지지 않은 이곳에서 꽤나 오랜 시간을 홀로 지낸 것이 빚어낸 성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기 어려운 얘기군요, 하지만 설령 믿는다 해도 당신은 어떻게 그걸 알고 있죠? 아니, 알 수는 있다고 쳐요. 몇 번의 세계가 바뀔 동안 오랜 수양을 쌓았다고 했는데 나무야 그렇다 치고 당신은 어떻게 세계가 몇 번 씩이나 바뀔 동안 사라지지 않고 수양을 쌓을 수 있죠? 당신은 우리와 같은 그림자인데?”

 

  그녀의 이야길 듣고 있자니 나 역시도 그 부분이 궁금했다. 설아는 이럴 때 보면 정말 예리한 구석이 있었다. 나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가 이곳의 산지기라는 사실을 잊었는가? 나무들이 그런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하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그림자가 생겼을 때 그 기억을 다시 이어받는 것을 알았을 때, 그것을 응용해서 나는 해가 지기 전에 나의 기억을 이 거대한 정보망 어딘가에 저장했네.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을 때 마다. 그 기억을 계승한 것이지. 비록 이 그림자의 몸은 조금씩 바뀌지만, 그 기억은 이어져 내려온 것이네. 이것은 오직 이 산의 산지기에게만 부여되는 권한일세.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나 할 것 없는 그림자들이 이산에 몰려들어 기억을 저장하겠다고 아우성일 걸세.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자들이 아니면 모두 미쳐버리고 말 것이네. 산지기의 역할에는 이 산을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그렇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산 주변을 감시하는 것도 있다네. 물론 이 산이 여기에 있다는 것조차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찾아오는 이가 없어,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고는 있지만 말일세.”

 

  “그렇다면 그런 중요한 얘기를 왜 우리에게 해주는 거죠?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된다면서?”

 

  역시 예상대로 그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외롭게 보낸 모양이다. 스스로는 ‘한가롭다’라고 표현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설아의 잇따른 지적 역시 여전히 날카로웠다.

 

  “바로 그걸세, 조금 전의 무례한 행동은 그 때문에 했던 것이네. 이 이야기를 해 주기 전에 자네들의 기질을 파악해야만 했다네. 저 친구는 현우가 맞는 것 같네. 온건한 기질로 이 세계를 구하려고 하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참 신기하네 그려, 기질이 투명해. 아무것도 읽히지 않을 만큼 순수한 영혼을 지니고 있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네. 마치 원래 텅빈 것을 어떤 것이 감싸고 있는 것 같았네. 자네는 호기심이 많고 영민하여 현우군 처럼 머릿속을 비워낼 자질은 아니지만, 그 점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네. 나는 이 산의 산지기 노릇을 이번 세계를 끝으로 그만 두려 하네. 후계를 찾고 있는 셈이지. 그는 할 일이 있어 이곳에 온 것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동행이 내 후계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자라고 여겼네. 어떤가 이곳에서 생각을 정화하는 방법을 배워보지 않겠나?”

 

  아차!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이 있어 이곳에 왔다는 얘기가 나올 줄이야. 설아가 의심할 수 없게 해야 한다. 뭐라고 해야 하지? 말하면서 생각하자 말하면서.

 

  “세계가 바뀌어도 기억이 계승된다면, 영생을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이번 세계를 끝으로 그만 둔다는 거죠? 이곳의 후계가 된다는 것은 이 산을 떠날 수 없게 된다는 뜻인데, 그녀가 그걸 수락할 것 같은가요? 설령 그렇다 해도 내가 인정할 수 없어요!”

 

  제발 이번에는 그녀의 예봉이 무뎌지길 바랬다. 또한 이자의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대해 설아가 받아들인다 해도 내가 막을 거라는 말은 진심이었다. 설아 역시 그 부분에 집중하기를 바랬다.

 

  “잠깐, 현우야! 네가 이곳에 할 일이 있어서 왔다구?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런, 낭패였다. 나의 작전은 먹히지 않았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이쯤 되면 어떤 방법으로 눈을 가리려고 해봤자, 한번 의심을 한 이상 그런 시도 자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그녀는 분명 바다를 보러 가겠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백목이 그냥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그녀가 무모하게 미로의 숲을 지나게 되는 불상사는 없겠구나.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천만에,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할 지는 이제 뻔 한 문제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신뢰를 깨트리고 말게 된 것인가. 그렇다고 더 이상 둘러댔다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상처를 가중시킬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결심을 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설아야, 미안해 사실은......”

 

  나는 지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얘기했다. ‘내가 해야할 일’을 포함해서 말해야 했기에 귀영과의 일까지 전부다. 설아를 미로의 숲의 위험에 빠트릴 수 없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었지만, 말하는 나로서도 옹색한 변명처럼 느껴졌다. 지금 그녀의 귀에는 그런 변명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배신감이 웅웅대고 있겠지. 끝까지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설아는 입을 열었다. 내 생애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지금 이라고 말할 것 같은 순간이었다.

 

  “하......”

 

  깊은 한숨과 함께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래, 알았어. 어떻게 된 사정인지는 알았으니까, 그럼 대답해봐. 정말로 이일을 맡아서 퓨리스를 저지할 생각이야?”

 

  그녀는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태도와 음성으로 내게 물었다. 차라리 화를 내는 것 보다 그 질문은 더욱 무거웠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어. 귀영이 말했던 ‘내가 알아야 할 것’ 이 뭔지 이 정보망을 통해서 알고 난 이후에 결정하게 되겠지.”

 

  “안한다고는 안하는군.”

 

  “설아야......”

 

  “지금은 말 시키지마! 충분히 참고 있으니까.”

 

  설아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울고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어느 쪽이든 괴로웠다. 산의 정보망에 접촉한 이후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알고 난 후 만일 퓨리스의 저지에 나서기로 결심한다면, 이걸로 그녀와 나는 다른 작별이 되겠지. 그 반대라고 해도 우리 사이에 생겼던 교감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가운데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통증, 그림자는 통증이란 것이 없는데? 그런데 ‘아팠다.’ 이 감각은 그 어떤 감각보다도 강해서 참아내기 힘들었다. 미로의 숲 북쪽 입구에서 설아를 다시 봤을 때, 차라리 그때 헤어졌어야 했다. 물론 백목의 산에 대해서 들은 이상 순순히 받아들이진 않았겠지만, 싸움이라도 해서 헤어졌어야 했다. 난 아직 결정을 내린 상태가 아니니까 여기까진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욕심이었다. 사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 않는가? 내가 이일을 하게 되는 쪽이 그렇지 않는 쪽 보다 확률이 크다는 걸.

 

  “자, 얘기가 끝났으면 현우군 나무의 정보망에 접촉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곳에서는 정신의 형태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네. 그러니 머릿속을 비워야 하네. 그리고 설아양, 정히 계승을 원치 않는 다면 이곳에서의 기억을 이곳에 놓고 가게 그러면 내 그대를 보내줌세.”

 

  말을 잇지 못하는 우리를 향해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자인가? 이 상황에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생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다녀와, 다녀와서 똑바로 결정하고, 그리고 나서 뒷일은 책임지고 수습해. 기억을 반납하는 일 따위 나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이건 여기까지 오도록 내게 그 사실을 숨긴 네 책임이야.”

 

  그랬다. 그녀는 이미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 경험이 한 번 있었지. 그리고 정황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에게도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미로의 숲에 대한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한다는 이름 하에 그 선택지를 뺏은 나의 책임이라는 그녀의 말은 맞았다. 감정은 감정이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현실적으로 백목이 그녀의 기억을 회수하지 않고는 이곳에 묶어둘 셈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백목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지만, 그것은 분명히 나의 책임이다.

 

  “미안하다, 반드시 책임질게 조금만 이곳에서 기다려 줘.”

 

  “미안하다는 말 그만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다녀오기나 해.”

 

  설아는 여전히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의 말 대로 더 이상 말하는 것 보다 우선은 정보망에 다녀오는 것부터가 급선무였다.

 

  “자 그럼 이 나무 가까이로 오게. 아직 손을 넣지는 말고 눈을 감고 머릿속을 비워내게 그런 연후에 손을 넣으면 되네.”

 

 
작가의 말
 

 이번 회차는 많이 길어졌네요. 오늘 제가 어딜 가서 내일연재는 저녁이나 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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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8-11-13 22:19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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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 18-11-14 19:36
 
아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가 늦어서 이제야 다음 회차를 올리게 되었네요. 추천해 주신 작품은 꼭 읽어보고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심과 성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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