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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영혼치기
작가 : 골드보이
작품등록일 : 2018.11.4

부딪히면 몸이 바뀌는 세상. 남의 몸을 욕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혼치기.

 
07. 익호
작성일 : 18-11-12 21:31     조회 : 258     추천 : 1     분량 : 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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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 숨을 쉬는 느낌부터 달랐다. 땀 냄새조차 씻어내기 아까울 정도로 달콤하게 느껴졌다. 샤워를 마치고 알몸으로 나온 익호는 드레스 룸으로 갔다. 물에 젖은 맨발이 바닥을 딛는 감촉마저 아주 견고했다.

 

 드레스 룸으로 들어간 익호는 전신거울 앞에 섰다. 탄탄한 구릿빛 팔뚝과 조각상같이 다듬어진 복근, 돌덩이 같은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육상선수 못지않은 종아리 근육. 눈앞에 조각상 같은 나신이 서 있었다. 입에서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익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자 팔뚝에 굵은 힘줄이 툭툭 불거져 나왔다. 손끝에서 생성된 에너지가 근육을 타고 질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자, 몸은 이만하면 됐고, 얼굴을 좀 감상해볼까.

 

 익호는 풍성하고 윤기 나는 짧은 머리에서 물기를 털어내며 거울 앞에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 ‘서진우’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시원한 이마 아래 일직선으로 뻗은 숱 많은 눈썹, 눈썹의 야성적인 매력과 상반되는 지적이고 깊은 눈매, 거기에 얼굴의 중심을 잡아주는 반듯한 콧날과 자연스럽게 올라간 입매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질서정연한 얼굴이었다.

 

 후훗, 입에서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타겟의 몸은 보면 볼수록 잘 만들어진 맞춤옷처럼 익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이렇게 완벽한 몸이 기껏 막노동이나 하고 살았다니. 아깝고도 아까운 일이었다.

 

 가치 있는 육체는 가치 있는 삶을 살 권리가 있다.

 

 익호는 옷을 입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하얀 시트에서는 세제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나왔다.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나른했다.

 

 사흘만 지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겠군.

 

 사흘 후면 지난 육십육 년 동안 써먹은 껍데기와는 작별이다. 그야말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제2의 인생이라, 그럼 지금까지의 삶은 제 1의 인생이었다는 말이 되겠군.

 

 제1의 인생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자 죽기 직전의 사람처럼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미르그룹 회장 김익호. 자수성가형 기업인, M&A의 마술사, 재계의 칭기즈 칸 등 그에게는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다. 남들은 그가 거둔 열매만을 부러워했지만, 막상 그 열매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된다면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30년 전,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스무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직원 다섯 명과 함께 회사를 만들었다. 보안 솔루션 업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미르시큐어를 비롯해 미르데이터, 미르기술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계열사를 스물네 개나 거느린 대기업의 오너가 되기 위해 정직한 방법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

 

 내가 올라서기 위해서라면 남을 밟아 뭉개는 비열함과 친구의 등에도 주저하지 않고 칼을 꽂을 수 있는 잔인함. 이것이 익호가 가진 무기이자 성공의 비결이었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루머에 휘말리지 않도록 언론과의 접촉은 철저하게 피했다. 대외적으로는, 기업인은 기업을 운영하는데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대기업 총수면서도 일반인에게 얼굴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익호가 유일했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고자 하는 욕구 따위 갖고 있지 않은 그에게 가족이란 불필요한 책임을 요구하는 비합리적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은 노쇠한 부모로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익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러나 혼자임을 만끽할 틈도 없었다. 독신인 익호를 노리는 여자들이 끊임없이 접근해 왔기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아름다운 가면으로 뱀의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여자들을 안을 때마다 익호는 그녀들의 탐욕을 흡수했고, 그걸 자양분 삼아 점점 더 커다란 괴물이 되어 갔다. 그러나 잔혹한 괴물도 암의 습격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삼 개월 전, 익호는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암세포는 그의 성격을 빼닮은 듯 주변 조직으로 집요하게 뻗어나가 있었다.

 

 빼앗기는 자가 될까 두려워 빼앗는 자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인생이 함부로 던지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익호는 포식자가 되었다.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본능적으로 피식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러나 암이라는 적은 익호보다 훨씬 강했다.

 

 자신이 이토록 무력하게 느껴진 적이 있던가.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름 전에는 기침을 하다가 각혈을 했다. 이미 폐로도 전이된 것이다. 이제는 암에게 패배를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별장에서 머무르는데 한 비서, 은영이 찾아와 말했다.

 

 “회장님, 혹시 영혼치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영혼치기?”

 “네, 회장님께 새로운 몸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은영은 영혼치기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다른 때의 익호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며 단박에 은영의 뺨을 후려쳤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익호였다. 새로운 몸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삶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 더 자세히 말해 봐.”

 

 익호는 차분히 은영의 설명을 들었다. 선금 50억, 성공 후 30억. 버리는 셈 칠만한 돈은 아니었지만 해볼 만했다. 어차피 죽게 된다면 도시락처럼 저승세계에 싸갈 수도 없는 돈이었다.

 

 “그럼 그놈은 어떻게 되나?”

 

 익호가 물었다.

 

 “네?”

 

 “내 몸을 갖게 되는 놈 말이야.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

 “그게... 사흘 안에 죽이게 되면 그 몸에 원래 속해있던 영혼도 같이 죽게 된다고 합니다.”

 “뭐? 그러면 새로운 몸을 갖고도 죽게 된단 말이야?”

 “네.”

 “그럼 사흘 동안 어디 가둬뒀다 죽여야 하나?”

 “제 생각에는, 병원에 두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병원에?”

 “네. 갑작스럽게 실종되시는 것보다는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편이 그 이후의 일 처리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호오, 그렇지.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놈이 죽는 게 아니라 내가 죽는 게 되니까. 한 비서는 역시 영리해. J대 출신다워.”

 “감사합니다. 회장님.”

 “차변한테 좀 들어오라고 연락하고. 유언장도 새로 써야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버릇처럼 마른세수를 하자 어제까지의 퍼석퍼석한 감촉대신 촉촉하고 탄력 있는 피부가 만져졌다. 그리그 그보다 더 기분 좋은 건 새벽에 꼿꼿하게 일어서 있는 ‘녀석’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익호는 가볍게 조깅이나 할 요량으로 트레이닝복을 꺼내 입었다. 바지 길이가 짧아 대충 말아 올리자 길고 탄탄한 종아리가 드러났다.

 

 익호는 성큼성큼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사과를 꺼냈다. 껍질째 한 입 베어 물자 와삭 하는 소리와 함께 새콤달콤한 향이 입안에 퍼져나갔다. 몇 십 년 만에 맛보는 사소한 즐거움인가.

 

 슬슬 밖으로 나가려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은영이었다. 익호는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현관문이 열렸고 은영이 구두를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 은영의 양손에는 커다란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한 비서,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회장님 괜찮으신지 살피러 왔습니다.”

 “응. 아주 좋아. 맘에 들어. 그건?”

 

 익호가 쇼핑백을 턱으로 가리켰다.

 

 “회장님께서 당장 필요로 하실 옷가지와 신발 같은 것들을 챙겨왔습니다.”

 “그래, 한 비서는 역시 센스가 있어.”

 

 은영이 허리를 굽혀 쇼핑백을 내려놓자, 목선이 파인 블라우스 사이로 풍만한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뽀얀 살 냄새가 코끝에 스치자 잠시 진정했던 녀석이 다시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익호는 욕망에 찬 눈으로 은영을 쳐다봤다. 은영은 그런 그의 시선을 즐기듯 그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도발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익호의 팔이 닿을만한 위치에 멈춰 섰다. 익호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자, 은영도 뇌쇄적인 미소를 지으며 익호를 응시했다. 다음 순간 익호는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은영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채 끌어당겼다.

 

 “회장님...”

 

 은영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그에게 입술을 포개왔다. 익호는 한 손으로 은영의 가슴을 뜯어낼 것처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블라우스를 거칠게 벗겨냈다. 금빛 단추가 차례차례 뜯겨나갔다. 은영의 속살이 드러나자 한껏 부풀어 오른 익호의 욕망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는 소파 위로 은영을 밀어 눕히고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쌌다. 은영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익호가 가는 목을 감싼 손끝에 서서히 힘을 주었다. 은영의 가슴이 빠르게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고 하얗게 질린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래도 익호는 손가락의 힘을 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은영의 얼굴색이 붉게 변했고, 부릅뜬 두 눈에는 공포가 확연히 드러났다. 공포. 그것이야말로 익호가 상대방에게서 보기를 원하는 감정이었다. 그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출되는 것을 느꼈다. 더 세게, 더 강하게 눌러 그녀를 질식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은 은영이 필요했으니까.

 

 익호는 숨을 고르며 은영의 목에서 손을 떼었다. 간신히 풀려난 은영은 목을 감싸 쥐고 괴로운 듯 기침을 해댔다. 익호는 기침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의 가슴을 떠밀어 다시 소파에 눕혔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치마를 벗겨냈다. 서두를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시간은 이제 익호의 편이었다.

 

 익호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젊음을, 폭발할 것 같은 젊음을 여유롭게 즐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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