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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바림: 다시 마주한 그 순간
작가 : 총수
작품등록일 : 2018.10.24

천상천하 유아독존! 싸가지 끝판'왕' 이산.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온 그가 처음 눈을 뜬곳은 다름아닌 첫사랑 나비의 자취방?!

서울 카페에서 혼자 자취를하던 만년 사진작가 지망생 '한나비'. 어느 날 주말을 맞이해 늦잠을 자고 일어난 그녀의 이불속에는 앞 선을 곱게 풀어헤친 조선의 왕 '이산'이 잠들어 있었다. 눈을 떠보니 현세로 넘어와 버린 이산이었지만,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평생을 그리워했던 과거 잃어버린 첫사랑의 모습과 똑닮은 나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면서 둘의 웃프기만한(?) 아찔한 동거생활이 시작된다.

 
2. 되는 일이 없어!
작성일 : 18-11-12 18:57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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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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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 발을 들이기 싫어 그리 용을 쓰고 피해 다녔거늘.

 

 결국 이리 허사가 돼버리다니.

 

 쓰읍.

 

 왕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쏘아보는 대비의 눈초리에 애써 모른 척 딴청을 피웠다.

 

 ‘한시라도 빨리 달아날 방도를 찾아야 할 터인데….’

 

 옳거니.

 

 눈을 바삐 굴려 앞에 놓인 찻잔을 발견한 왕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목젖이 타들어가는 듯 했지만 대비의 앞에서 만큼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죽기보다 싫었다.

 

 한 평생 대비라는 인간한테 어머니의 온정 따윈 받아본 적 없는 왕이었기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이 찰나의 순간조차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결국 억지로 차를 다 마신 왕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찻잔을 내려놓으며 차분하게 운을 땠다.

 

 “자, 그럼 차도 다 마셨으니. 소자는 일이 바빠 이만 물러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끝마치고 돌아선 왕이 입가에 차마 새어나오는 희미한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 순간.

 

 “오신지 일각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혹여 이 어미를 피하는 것은 아닌지요, 주상?”

 

 굳게 닫혀있던 대비의 도도한 목소리가 그를 멈춰 세웠다.

 

 “피하다니요…. 소인의 능력이 부족하여 왕의 책무를 다하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기에 이리 걸음을 서두를 뿐입니다.”

 

 “주상! 끝까지 이 어미를 어미라 부르지 않으실 생각이신 겁니까?”

 

 “제가 왕이 되길 가장 바랐던 분은 바로 ‘대비마마’ 당신이지 않습니까!”

 

 “주상!”

 

 “…그저 왕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왕은 독이 바짝 오른 대비를 상대로 한마디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자존심이 상한 대비는 피가 맺히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대비는 이내 뱀처럼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흘겨봤다.

 

 “주상은 정녕 왕의 소임을 다하고 계신다고 자신할 수 있으십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낮에는 이 어미를 피해 동이 트기도 전에 기침해 사정전에 틀어박혀 있다가 밤만 되면 미천한 계집들을 끼고 밤새도록 음탕하게 놀아난다는 소문이 궁 안에 파다하던데….”

 

 대비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진 왕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패었다. 갑자기 얼어붙은 왕의 모습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몰아붙였다.

 

 “이 어미가 싫어 애써 피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습니다. 허나, 애타는 마음으로 매일 밤을 뜬눈으로 지아비를 기다리는 후궁들한테 까지 그리 차갑게 구셔야 했습니까?”

 

 대비는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며 양 옆에 길게 늘어선 후궁들을 가리켰다.

 

 “그건….”

 

 당황한 왕이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그녀들은 연습이라도 한 듯 일제히 아련한 눈빛으로 왕을 바라봤다.

 

 결국 대답을 회피한 채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왕은 주위의 시선에 못 이겨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대비는 왕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모조리 꿰뚫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왕은 미간에 힘을 주며 늘어선 후궁들의 얼굴을 바삐 살폈다.

 

 누구냐….

 

 누가 이리 상세하게 대비에게 고해 바쳤느냐.

 

 왕은 생각을 하면서도 순간 일그러진 표정을 행여 들킬세라 다 마셔버린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아까의 온화한 미소를 되찾고는 대비와 눈을 마주쳤다.

 

 “대비마마, 사소한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 그것은 아직 합궁의 기일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주상! 더 이상 이 가엾은 어미를 속이려 들지 마십시오. 후궁들은 그렇다 할지라도 한평생 주상만을 바라본 중전이 가엾지도 않습니까?”

 

 참다못한 대비가 왕의 말이 채 끝내기도 전에 끼어들었다.

 

 언성을 드높이며 왕을 몰아세우는 대비.

 

 대역죄인 바라보듯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빛까지.

 

 아무리 왕의 어머니라고 할지라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허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기에 왕은 한 귀로 흘리려 그녀의 눈을 피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때마침 대비의 바로 옆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중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왕이랑 눈이 마주치자 중전은 요염한 눈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된게로구나….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렇게 기를 쓰고 피해 다닌 사실이 어떻게 대비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하긴, 중전 네가 그 자리에 있으니 이리 될 수 있는 것이겠지.

 

 왕은 저도 몰래 실소가 터져 나왔다.

 

 여전히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저 후궁들과는 달리 당당히 눈을 맞춘 채 미소 짓고 있는 중전.

 

 요 며칠 아침 문안을 올 때마다 이런 수모를 겪어야 했던 것은 분명 당신 때문일 테지.

 

 이 요망한 것….

 

 “말을 해보세요, 주상! 정녕 이 어미가 식음을 전폐하기라도 해야지 죽기 전에 손자를 안겨주실 겁니까?”

 

 열에 받친 대비가 소리를 치자, 옆을 지키고 있던 중전이 대비의 손을 꼬옥 감싸 쥐었다. 이에 대비가 어지러운지 머리를 가로저으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대비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식음을 전폐하시다니요, 차라리 제가 전폐하겠습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입에 담으시옵니까?”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비를 달래는 중전의 모습에, 확신이 든 왕은 경멸 섞인 표정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가증스럽구나, 중전.

 

 아침 댓바람부터 쏟아지는 대비의 잔소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계획했지만 순진한척 지아비의 어머니를 감싸는 중전.

 

 정말 진절머리가 나는구나, 진절머리가 나….

 

 “주상, 혹여나 아직도 그 미천한 것을 잊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면….”

 

 챙-!

 

 대비의 말에 왕은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져 깨트렸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깨진 찻잔의 파편들은 그대로 왕의 손에 박혔다.

 

 찢겨진 손에서는 흘러나온 검붉은 핏방울들이 그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꺄아아악-!”

 

 “어의를, 어의를 부르거라! 지금 당장!”

 

 흩뿌려진 왕의 피에 놀란 궁녀들과 대신들이 왕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전하!”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왕에게로 달려와 그의 손을 감싼 것은 다름 아닌 중전이었다.

 

 “놓아라.”

 

 하지만 중전이 손을 맞잡자 왕은 차갑게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고는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잠재우려 왕은 태연히 소매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죄송합니다. 방을 이렇게 어지럽히다니, 소자가 아직도 어린티를 벗지 못해서 이리 칠칠맞습니다. 부디 대비마마께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그럼 소자 이만 물러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말의 감정도 없는, 바라보는 것조차 시릴 정도로 차디찬 눈이었다.

 

 그런 왕의 태도에 대비와 중전은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다친 손을 핑계 삼아 방을 나온 왕은 여전히 피를 뚝뚝 흘리며 밖을 나섰다.

 

 빌어먹을….

 

 *

 

 대비와의 씨름 끝에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왕은 살벌한 표정을 지우고는 어느새 다시 사람 좋은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곧장 옆에 있는 어린궁녀들에게 웃음을 흘렸다.

 

 갑작스런 왕의 미소에 얼굴을 붉힌 어린궁녀는 아차 싶어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숨겼다.

 

 “시장하구나, 수라상은 멀었느냐?”

 

 “지금 바로 대령하라 하겠습니다.”

 

 “그래, 오늘 찬은 무엇이더냐?”

 

 궁녀는 오늘따라 계속 되는 왕의 질문에 긴장돼 진땀을 흘렸다.

 

 “예, 요즘 피로하신 것 같아 조 상궁이 북어를 푹 고아….”

 

 “또 북어더냐? 에이, 얼큰한 게먹고 싶었거늘. 쯧쯧….”

 

 궁시렁 대는 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궁녀들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화려한 수라상을 3개나 들고 들어왔다. 각 지역의 특산품이 놓인 형형색색의 12첩 상이 줄을 이뤄 들어오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이내 은수저로 수라상의 독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왕이 숟가락을 집어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궁녀들은 숨죽이며 음식들이 왕의 입맛에 맞기만을 기도했다.

 

 “…한 상궁, 국이 좀 싱겁네.”

 

 “자극적인 음식은 옥체에 해롭사옵니다. 전하.”

 

 “알았네, 알았어. 하여튼, 다들 잔소리는….”

 

 *

 

 쯔으으읍-.

 

 쯔으읍으-.

 

 “븝 믁고슾다 븝~.”

 

 버스 안.

 

 나비는 아침부터 장여사가 노래를 부른 귀하기 귀하다는 보약 한 첩을 입에 물고는 중얼거렸다.

 

 “오늘도 날씨 끝내주네, 이렇게 날씨 좋을 때 여행이라도 한 번 가야 되는데….”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거리를 걷고 있는 대학생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나름 20대 꽃다운 청춘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슨 늦바람이 불었는지 장학금 까지 받으며 잘만 다니던 학교도 휴학하고는 알바, 집, 알바 만 반복하고 있는 꼴이라니.

 

 나비도 이런 자신이 문득 잘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았던 건 또 아니었다.

 

 제법 많은 시간을 투자한 대학교도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는 돌연 휴학해버렸으니.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 뚜렷하게 할 게 있어서 라기보다는 왠지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죽어라 공부만 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거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휴학을 결심했다.

 

 전쟁 같은 취업전선에 들어가기 전에 그래도 뭐라도 도전 해봐야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았다.

 

 냉정하게 봐도 지금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대학시절보다는 행복하니 솔직히 불만은 없다.

 

 그저 지금처럼 평화로운 일상이 반복되기만을 바랄뿐이다.

 

 “이번 정류소는 신촌역, 신촌역입니다. 다음 정류소는 연세, 명물로입니다.”

 

 “잠깐만! 기사님, 저 내려요! 스탑-스탑!”

 

 갑자기 흘러나온 버스안내 음성을 뒤늦게 들은 나비는 부리나케 버스기사 옆까지 뛰어갔지만 이미 버스는 다음 역을 향해 출발했다.

 

 망연자실한 나비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옆에서 지켜보던 기사님이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학생, 빨리 벨을 눌렀어야지.”

 

 “…죄송합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치여 그렇게 나비가 탄 버스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다음 역에 정차했다.

 

 진짜!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어 되는 일이!

 

 *

 

 “진정! 되는 일이 없네, 되는 일이!”

 

 “우의정, 자네가 참아야지. 뭐 어찌 하겠는가 전하께서 물러나실 생각이 전혀 없으신데….”

 

 궁궐 한편에 놓인 정자 위.

 

 심각한 표정의 두 원로대신들이 탄식 섞인 쓴 소리를 뱉어대고 있었다.

 

 “아니, 좌의정. 자네는 왕께서 내게 했던 말들을 못 들으셨습니까. 내 생에 그것도 정전에서 저렇게 상스러운 말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우의정 어른. 나는 젖비린내 풍기는 상스러운 놈이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내 육십 평생 아버지 에게도 그런 말을 들어 본적이 없는 터인데,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다니….”

 

 그때의 아픔에 감정이 복받쳐 오른 좌의정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이 맺혔다.

 

 안타까운 마음에 혀를 차며 우의정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울지 마세요. 좌의정. 울면 지는 겁니다.”

 

 그러던 중 먼발치에서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퇴청하지들 않고 다들 여기서 무얼 하고 계신가?”

 

 황급히 눈물을 닦고 뒤돌아보자 빨간색 곤룡포를 걸친 사내와 검은 옷을 걸친 사내가 보였다.

 

 사건의 원흉, 왕이었다.

 

 불쑥 나타난 왕의 모습에 깜짝 놀란 우의정과 좌의정은 급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어인일로 이러한 곳까지 납시었습니까, 전하.”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 아니.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께서….”

 

 우의정과 좌의정은 동문서답을 하고는 우물쭈물하며 왕의 눈치를 살폈다.

 

 방금 했던 말을 행여나 들었을까 싶어 둘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자 무언가 낌새를 눈치 챈 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궁궐이 과인의 집이거늘, 뭐 여기있는게 이상한가?”

 

 “아, 아, 아니옵니다. 전하, 아무튼, 그것이 저희는 아직 궁에서 할 일이 있어서….”

 

 “그대들이 일을 할 때도 있는가? 별일이구만 그래. 뭐 다들 고생들 하시구려.”

 

 별 관심도 없던 왕은 무심하게 말을 끝마치고는 곧바로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허나, 우의정과 좌의정은 왕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꽤나 긴 시간 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세 걸음도 채 때기 전에 뒤를 돌아보는 짓궂은 왕의 장난에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

 

 “전하, 농이 지나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왕의 뒤를 따라 걷던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말을 건네자 왕은 어이가 없는지 그를 노려보며 콧방귀를 꼈다.

 

 “어허, 왕을 욕보인 것들의 죄를 저 정도로 사해주는데 뭐가 문제더냐.”

 

 “…저들도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닌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흥, 내가 어찌 저들의 속마음까지 알 수 있겠느냐. 염아.”

 

 왕의 얼굴에 장난스런 미소가 번지는 것과 달리 염의 얼굴에는 그늘이 졌다.

 

 운검 ‘염’.

 

 언뜻 보아도 살벌한 눈빛과 육척이 넘는 우월한 신체를 바탕으로 그림자처럼 왕의 곁을 지키는 그가 있기에 왕 역시 그 자유분방한 입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 좌의정과 우의정은 굳게 믿고 있다.

 

 또한 이 궐내에서 왕에게 충언을 가장한 직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내 틀린 말을 했느냐,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내 시간을 그런 놈들에게 할애하기 아까워 애써 참았으니, 더 이상 입에 담지 말거라.”

 

 “….”

 

 “정말 되는 일이 없구나, 되는 일이….”

 

 이미 뒷짐을 지고는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은 그를 말릴 수 없음을 알기에 염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항상 적을 만드는 투박한 왕의 태도가 훗날 어떤 화를 부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염의 마음을 이 철딱서니 없는 왕이 알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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