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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외교관 박판서
작가 : So설이
작품등록일 : 2018.11.4

신탁에 선택 받아 파미에 대륙으러 건너간 날백수 휴학생!
집에 돌아갈 방법도 없고 신탁이 말하는대로 아르서스를 잡아줬다!
근데... 없어져야 할 게이트가 안 없어진다고?

마나가 흘러들어간 지구 사회는 난리나 났다!
어떻게든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내가 드래곤까지 잡아다가 바쳐드렸으면 됐지.
이번에는 외교관까지 하라고?

 
루시웰 공작과 마법거울 (2)
작성일 : 18-11-12 12:0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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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은 팔짱을 끼고 응접실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지만 공작은 그럴 때마다 뭔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네가 이곳으로 온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지?”

  “탑에 있는 현자님들과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해준 마법사분들밖에는 없습니다.”

  “늘 조심해야하네. 조심이 길어지면 긴장이 늘어지니까. 자네가 제일 잘 알리라고 믿네. 잔소리는 이만하고 내려가 보도록 하지.”

  공작은 열쇠로 목걸이를 만들어 언제나 자신의 몸에 가까이 지니고 있었다. 공작의 관리체계를 의심하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공작은 흔쾌히 거울로 나를 안내해주기로 했다. 우리 셋은 함께 요정의 빛나는 신발을 들고 지하 감옥보다 더 깊은 곳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엘리는 어둠이 무서운지 뒤에서 내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

  원래 마법거울은 공식적으로는 현자의 탑에 있어야 했다. 대대적인 발표는 그렇게 났는데 지금은 우는 여인 절벽 성의 깊은 지하에 숨겨두고 있었다.

  이곳은 성이 지어지기 전에 본래 고대 마법사들이 마법도구를 만들기 위해 다져놓은 땅이었다. 고대 마법사들이 멸종하고 다시 문명이 발달해 국가가 세워졌을 때 버려진 자재들이 많아서 그 위에 성이 지어진 것이었다.

  고대의 마법도구가 남아있던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마법거울이었다. 거울은 우는 여인 절벽 성에서 사는 루시웰 가문이 대대로 지켜왔다.

  아르서스를 봉인하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본래는 현자의 탑에서 보관할 예정이었는데 거울의 상태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불안정했다. 거울이 제일 안정을 유지하는 곳이 바로 처음 거울을 발견했던 이 성의 깊은 지하였다. 포르페는 고대 마법사들이 이 곳에서 마법도구를 만든 이유가 이 땅에 특이한 마나기운이 흐르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전 대륙의 국왕들까지 속여가면서 마법거울을 현자의 탑에 보관하고 있다고 공포한 이유는 대륙 사람들의 불안감 때문이었다. 거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안전성을 의심했는데 그게 마법도 모르는 공작의 성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고 하면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었다. 대륙 곳곳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르서스의 추종자들이 거울을 뺏기 위해 탑을 습격할 것을 생각하면 이중으로 덫을 쳐놓는 게 더 좋기도 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다. 현자들이 만약을 대비해 이 지하에 강력한 마법을 걸어두었다. 해법 주문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 이 안개에 갇히면 영영 길을 잃고 나올 수 없었다. 주문이 없으면 나조차도 풀 수 없는 무서운 마법이었다.

  공작이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알, 쉬엣, 미그렛, 파미, 에미양, 파니, 지부, 콰르테, 카르, 자바, 시나몰레.”

  그 주문은 고대어로 각각 원망, 바람, 상자, 구름, 목장, 애원, 춤, 장작, 고래, 피리, 금화를 뜻하고 있었다.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낡고 두꺼운 나무 문짝이 나왔다. 공작은 목걸이를 풀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좁은 방에는 마법거울이 허공에 떠 있었다. 거울이 뿜어대는 푸른색으로 방이 굉장히 밝았다. 나는 거울 앞에 정면으로 섰다. 거울 안에 내 모습이 흐릿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공작이 손을 들어 밝은 불빛을 가리며 말했다.

  “내가 주기적으로 내려와 거울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있긴 하네. 어떤가?”

  “잠시만 보겠습니다.”

  나는 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거울 안에서 마법 기운이 스멀스멀 빠져나와 내 몸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나는 맛을 음미하듯이 내 몸을 감싼 기운을 찬찬히 점검했다. 눈을 떴을 때 아직 거울은 환한 빛을 내고 있었다.

  “아르서스의 기운이 맞습니다. 봉인되어 있는 게 맞군요.”

  아르서스가 멀쩡히 봉인되어 있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건 더 큰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마법을 깨우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이카로스의 인간들이 현자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마법을 부린다는 건 앞으로 그런 마법사들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뜻하지 않게 마법사가 된 인간들이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제대로 확인했으면 올라가세. 지하라서 춥구먼.”

  “아, 예. 죄송합니다. 올라가시죠.”

  시계를 확인해보니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다. 해가 뜨기 전에 현자의 탑에 도착하려면 빠듯하게 움직여야 했다. 공작은 떠날 채비를 하는 나를 보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참, 올 때마다 금방 왔다가 가버리는구나. 다음에 올 때는 꼭 일 때문이 아니라 놀러오는 것이면 좋겠다.”

  공작은 나를 위해 좋은 종마에게 나온 말을 준비해줬다. 마차를 타고 가면 더 편했겠지만 속도를 내려면 말을 직접 타는 게 훨씬 더 빨랐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거, 제 모습이 이 모양이라 말을 탈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같이 갈게요.”

  손을 들고 여행길을 자처한 사람은 엘리였다. 당연히 공작이 반대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허락해줬다.

  “밤길에 말을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하인을 한 명 데리고 가거라.”

  공작은 사람을 시켜 피핀을 불렀다. 하인들 중에서 말을 가장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었다. 피핀은 가끔 공작의 여흥거리로 함께 멧돼지 사냥을 나갔는데 상인의 아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을 잘 탔다.

  피핀은 자다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한 기색도 없이 떠날 준비를 금방 마쳤다. 내가 괜히 미안했지만 피핀은 그 기색을 알아채고 빙그레 웃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공작은 말에 올라탄 엘리에게 계속 잔소리 중이었다.

  “꼭 길을 따라 달리거라. 흙길을 달렸다간 말이 발이 부러지고 낙마를 하게 된다. 불은 꼭 앞쪽으로 비추고. 급하게 돌아오지 말고 충분히 날이 밝아지면 돌아오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탑에서 한 밤을 지내고 돌아와도 좋다.”

  “아버님, 저 공작가의 딸이랍니다. 밤길에 말을 달리는 것이 처음도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많은 인사를 나누지 않고 출발했다. 피핀이 먼저 앞을 달렸고 엘리와 나는 같은 말에 앉아 그 뒤를 따라갔다. 아무리 횃불을 들고 있다고 해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피핀이 앞서가고 길이 안전한 것을 확인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다.

  나는 엘리에게 바싹 붙어서 말고삐를 꽉 붙잡았다. 빠르게 달리는 통에 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어린애로 변하는 게 썩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덕분에 시간에 늦지 않게 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자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현자들은 엘리를 굉장히 반가워했다. 그녀도 한때 탑에서 살았던 마법사들 중 하나였으니까. 알고 지낸 기간은 나보다도 훨씬 길었다.

  “모두들 보세요. 엘리가 왔습니다.”

  “모두들 정말 반갑습니다. 인사는 나중에 천천히 나누도록 할까요?”

  “그런데 박판서는 어디 있는가?”

  “저는 여기요.”

  포르페가 물었고 내가 손을 들고 대답했다. 엘리는 나를 번쩍 안아 말 아래로 내려주었다. 현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평생 마법만 연구하며 지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이전에도 그러더니 다시 어린애로 변했군.”

  “혹시 텔레포트 마법의 부작용은 사람마다 고유하게 나타나는 걸까요?”

  “그 연구는 나중에 천천히 하도록 합시다. 저와 포르페 님과 같이 가게 된 현자님이 누구시죠?”

  내가 묻자 현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열 사이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등에 배낭을 매고 있었는데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물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썼지만 땅딸막한 키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탑에서 가장 어린 마법사인 비젤 마로잔이었다. 그녀는 아직 열일곱 살이었고 체격도 호리호리했다. 마법을 사랑했고 늘 성실하게 공부했지만 현자는 아니었다.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얘를 데리고 가겠다고요?”

  “비젤은 은신과 변신마법에 누구보다 능하지. 어린아이기 때문에 마법사라는 의심을 피하고 은밀하게 활동하기도 쉬울 걸세.”

  포르페가 이유를 말해줬고 나도 거기에 동의하는 편이었지만 별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어?”

  보다시피 싸가지가 바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비젤은 후드를 걷었다. 긴 은색 머리가 드러나면서 매섭게 올라간 눈초리가 나를 쏘아보았다.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나는 그 매의 눈을 볼 때마다 괜히 움츠러들었다.

  “아니, 살인사건이라니까. 넌 너무 어려서 위험해.”

  “열여섯이 넘으면 어엿한 성인이란다. 게다가 나보다 훨씬 꼬맹이가 된 주제에 누구보고 어리대?”

  비젤은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툭 밀었다. 고생해주겠다고 나선 비젤이 고맙기도 했지만 난 솔직히 그녀를 제대로 통제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회의에 멋대로 빠져버린 것도 나였고, 이제 와서 사람을 다시 뽑을 시간도 없었다. 굳이 안 될 것도 없으니 골치 아픈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게이트를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현자들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갑자기 찾아와 하룻밤 사이에 민폐를 이만저만 끼친 게 아니라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마지막으로는 피핀과 엘리와 악수를 나눴다.

  “엘리, 다음에는 꼭 놀러오도록 할게. 네가 좋아하는 꽃이 피게 되면 같이 꽃구경가자.”

  엘리는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궁금한 것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빨리 떠나야 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마음을 서로 알아주는 우리가 참 좋았다.

  “피핀, 자는 걸 깨워서 미안했어요. 다음에 맛있는 거 가져와서 몰래 챙겨줄게요.”

  “전 괜찮습니다. 외교관 일은 괜찮던가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랄 맞죠.”

  “하하. 전 제이든 님이 잘 해내실 거라고 믿습니다.”

  피핀은 몸을 숙여 나와 눈을 맞추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해드린 말씀을 꼭 기억하십시오. 칼은 언제나 등 뒤에 꽂히는 법이랍니다.”

  “안 그래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답니다.”

  나는 모두에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모두 잠드는 시간에도 탑의 사람들은 우리를 좋은 표정으로 배웅해주었다. 등을 돌리는 것이 아쉬워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며 게이트를 통과했다. 포르페와 비젤이 그 뒤를 따랐다.

  눈을 감았다 뜬 다음 순간은 이카로스의 풍경이었다.

  처음 눈에 보인 것은 쓰러져 있는 경호원들이었다.

 
작가의 말
 

 작품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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