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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외교관 박판서
작가 : So설이
작품등록일 : 2018.11.4

신탁에 선택 받아 파미에 대륙으러 건너간 날백수 휴학생!
집에 돌아갈 방법도 없고 신탁이 말하는대로 아르서스를 잡아줬다!
근데... 없어져야 할 게이트가 안 없어진다고?

마나가 흘러들어간 지구 사회는 난리나 났다!
어떻게든 해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내가 드래곤까지 잡아다가 바쳐드렸으면 됐지.
이번에는 외교관까지 하라고?

 
편가르기와 땅따먹기
작성일 : 18-11-10 14:25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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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아홉 시에 마법부 관련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일단 이름은 마법부였지만 그 안에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도, 마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돈이 많거나 국회나 법원, 행정부 소속이었던 사람들 중에 기준도 없이 (아마 돈이나 인맥이 많이 영향을 줬겠지만) 아무나 뽑아 차려놓은 임시 마법부였다.

  그 날 회의에는 전체 인원의 58%가 참석했다. 전체 인원의 50% 이상만 참석하면 마법부 결재서류를 처리하는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나머지 42%는 이유도 없이 지각이거나 불참이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했는데도 이런 식이에요?”

  물론 내 질문에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약속대로 결재서류를 올렸다. 비서는 내가 보낸 서류를 메일로 받아 임시 마법부 회의에 제출했다.

  서류의 내용은 간단했다.

  파미에 대륙에서 살인사건에 대한 조사팀을 2인 1조로 구성해서 데리고 오겠다.

  경찰은 파미에 대륙에서 온 조사팀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한다.

  조사팀이 건너오는 것은 비밀리에 부칠 것.

  조사하는 도중 발생하는 비용을 처리해줄 것.

  호텔 방에서 차분히 기다리려고 했는데 연락이 늦었다. 회의를 시작한 게 아침 아홉 시 삼십 분이었는데 열한 시가 될 때까지 소식이 없었다.

  나는 비서에게 삼십 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걸었고, 그때마다 회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대답만 들었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비서에게 전화가 왔는데, 서류가 기각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전화기에 대고 화를 냈다.

  “아니, 사람이 죽었다니까? 마법은 증거가 안 남습니다. 그나마 현장이 보존되어 있을 때 조사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게, 저도 회의장에 들어간 게 아니라 내용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경찰 쪽에서도 반대를 한다는 것 같고, 굳이 조사팀을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쪽으로 의견이 쏠린 것 같습니다. 살인사건 수사라면 지금 포르페님한테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경찰청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누가 지금 밥그릇 싸움하재요? 아니, 도와주겠다는 건 우리인데 왜 거절까지 받아야 합니까?”

  물론 비서는 회의에 참석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내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었다. 몇 시간이 넘은 회의에서 서류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피드백조차 없었다는 소리였다. 그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따질 데가 없었다. ‘윗선’은 나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주지 않았고 모든 사항을 비서를 통해 연락하라고 했다.

  그건 반드시 정해놓아야 할 보고 체계 같은 게 아니었다. 마법 시대를 움직일 중심인물인 내가 제멋대로 행동하게 두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국제기구에서 허가가 떨어져야 게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둔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그 ‘윗선’에 속한 사람들이 현자들처럼 질서와 균형을 위해 그런 건 아니었고, 편가르기와 땅따먹기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그 편가르기를 하는 스케일이 무척 커졌을 뿐, 사람들 수준은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청군 백군으로 나누는 것보다 더 단순했다. 지금처럼 자기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은 일들도 혹시 본인들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무작정 견제를 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마법부는 외교관인 나를 도와주기 위해 설치한 기구가 아니라 나를 견제하는 기구라고 봐도 좋았다. 내가 외교관이긴 했지만 내 소속이 파미에 대륙인지, 이카로스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기들한테 공짜로 굴러들어온 떡을 집어먹지도 못해서야 무슨 일을 하시겠다고.

  현자들에게 비서를 배정하는 것도 명목상으로는 업무 수행에 도움을 주는 것이겠지만 속내는 그들의 일정조차 자기들 마음대로 조정하고 싶은 것이리라.

  루시웰 공작가에 있는 하인 피핀이 예전에 해준 말이 떠올랐다. 그는 어릴 적에 무역상인이었던 아버지의 손에 자랐는데 사기를 당하고 빚이 너무 쌓여 아버지는 노예로 팔려나갔다. 갈 곳이 없었던 피핀 역시 혼자 사막을 떠돌다가 용병들에게 잡혀 노예시장으로 팔려나갔다. 당시에 루시웰 백작부인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발에 족쇄를 차고 울고 있던 어린 피핀을 가엾게 여겨 성 안으로 들인 것이었다. 피핀은 하인이 되기 전까지 장사를 해왔던 터라 셈에 밝았다.

  ‘일란님, 상대방이 좋은 조건을 제시할 때는 언제나 그 이면을 보셔야 합니다. 누군가 공짜로 사과를 준다면 백에 백은 사과에 독을 타놓기 때문이지요. 웃으며 손을 건네는 사람은 독을 품은 뱀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피핀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협의했던 절차가 지금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게 될 줄 몰랐다.

  “포르페 님, 보안요원들 뚫고 파미에 대륙으로 갑시다.”

  “일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나는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마른 입술을 매만졌다.

  “저는 제 이름을 메시지로 남겨놓고 김강석이라는 사람을 죽인 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은 제가 호텔에 있다가 룸살롱에 간 것, 그곳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어제 그 사건은 일종의 선전포고이자 제게 날리는 경고였던 겁니다.”

  “나도 자네 말이 맞을 거라 생각하네. 하지만 그들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이유가 어찌됐든 자네가 외교관직에서 내려오기를 바라고 있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걸세. 만약 자네가 초조해서 난동을 부리면 그거야말로 그들이 더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포르페의 말이 맞았다. 그는 나보다 이 상황을 훨씬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보고 있었다.

  나는 지구로 넘어와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는 포르페가 신선했다.

  이 할아버지가 내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오다니.

  마치 뒤에 후광이 비춰지면서 포르페의 대머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팀을 데리고 와야 합니다. 그들이 살해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만 사람을 죽이는 걸 언제든지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놈들이에요. 제가 외교관직에서 해임됐다는 공식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릅니다.”

  “그럼 방법을 좀 바꿔보는 것 어떤가? 자네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을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이후에 일정을 몰래 조정하는 것이 좀 더 쉬울 걸세.”

  그건 즉 결재서류를 다시 올리라는 말이었다. 이미 기각된 서류를 두고 더 왈가왈부해봤자 의미가 없는 건 사실이었다. 나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법부 사람들 다 갔어요?”

  “다 떠나셨습니다. 몇몇 분들은 다 같이 점심식사로 맛집으로 소문난 추어탕을 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나머지 분들은 아예…….”

  “…….”

  나는 추어탕에 들어간 미꾸라지들처럼 모두를 갈아 넣어버리겠다고 전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침착했다.

  “내일 아침에 회의 일정 다시 잡아주세요. 결재서류 다시 올리겠습니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다시 서류를 작성했다. 편의점에서 사온 자양강장제와 음료수를 옆에 쌓아두고 하루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머리를 굴렸다.

  “하나 드실래요?”

  나는 자양강장제를 하나 권했지만 포르페는 사양했다.

  “아니, 나는 이거면 됐네.”

  포르페는 대신 감자칩을 열심히 먹어댔다.

  “…….”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보군.

  나는 내일도 서류가 기각된다면 회의장에 쳐들어갈 각오로 빈틈없이 서류를 작성할 생각이었다.

  오늘 아침 내가 올린 서류가 기각된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내가 필요한 것들을 요구했을 뿐, 그들에게 도움 될 것이 없으니까.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리한테도 떡이든 감이든 떨어져야 할 것 아니야.”

  라고 말을 하고 있는 셈이었는데, 전문용어로 땡깡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비서의 말로 유추해보자면 경찰 수사권을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 말라는 일종의 항의로 보이기도 했다.

  나는 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김강석 살인사건에 대한 특별수사팀을 꾸려 달라. 파미에 대륙에서 마법사를 데리고 와 수사팀에 합류시키겠다.

  특별수사팀에 대한 지휘권은 경찰이든 검찰이든 그쪽에서 가져가도록 해라.

  마법사들은 어디까지나 ‘마법으로 사건이 일어난 경우’만을 생각하며 움직이겠다.

  나는 그 외에 수사절차를 보고하겠다든지 앞으로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 사람들의 교육에 더욱 힘써주겠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것 없이 말만 좋은) 조항들을 대충 추가한 다음에 서류를 대충 그럴듯하게 꾸렸다.

  서류를 완성했을 때는 이미 아침 여덟 시였다. 포르페는 과자를 먹으며 나와 의견을 나누다가 도중에 침대에 널브러져 잠들었다.

  나는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는 비서를 통해 아침 회의에 서류를 올렸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승인이 났다는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놈들은 몇 시간이고 회의에 불을 붙이는 게 아니라 점심식사 하기 전까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뿐이라고.

 
작가의 말
 

 작품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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