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귀신과 통하다
허공에 떠있는 여성이 아래쪽을 보고 있었다. 종운은 여성이 보는 곳을 따라 보았다. 그곳에는 얼마 전에 흙을 뒤집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종운은 옆에 있는 키 작은 소나무 가지를 꺾어 땅을 팠다. 교도관은 종운을 따라 손으로 흙을 팠다. 교도관의 손길이 빨랐다. 종운의 얼굴에도 긴장이 가득 찼다. 어두운 산에서 땅을 판다는 것은, 긴장을 불렀다. 허공에 떠 있던 여성이 교도관이 파 논 땅 속으로 사라졌다.
“아, 사라졌어요!”
종운이 놀라서 외쳤다. 교도관은 확신에 차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게 뭐지....”
종운은 나뭇가지를 옆에 던지고, 손으로 조심스럽게 흙을 치웠다. 교도관도 흙을 조심스럽게 치웠다. 흙 사이로 옷이 나왔다. 허공에 떠 있던 여성이 입고 있던 옷이 나왔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손으로 흙을 거두었다.
“어, 어.....”
종운은 여성의 배 부분의 흙을 치웠다. 교도관은 얼굴을 덮었던 흙을 손으로 거두었다. 교도관의 손길이 멈추었다. 눈을 부릅뜨고 여성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어.... 헝!”
교도관은 여성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교도관은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다, 통곡을 했다. 종운은 여성의 얼굴을 살폈다. 뚜렷한 상처는 없었다. 몸 전체가 들어나게 흙을 치웠다. 무릎 밑 정강이에 피가 묻었다. 종운이 손으로 만지니 싸늘한 기운이 전해 졌다.
“다리가 부러졌네요.....”
“여보..... 다리가요?”
“예, 정강이가 옆으로 튕겨져 나갔어요.
교도관이 다리를 자세히 보다가, 무릎 밑 정강이가 옆으로 돌아 간 것을 손으로 확인했다.
“교통사고이거나 추락사 같아요, 그냥 느낌이 그러네요.....”
종운이 여성의 손을 잡고 호흡을 가지런히 골랐다. 머리가 맑아지고 손에 따스한 기운이 흘렀다. 종운의 손에서 나온 따스한 기운이 여성의 손으로 흘러들어 갔다. 교도관은 침을 삼키며 종운이 하는 걸 지켜보면서, 여성의 상태를 살폈다. 종운이 여성의 목을 두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그리고 얼굴과 머리를 손으로 비볐다. 여성의 가슴을 만지다 움칠하며, 교도관의 눈치를 살폈다. 교도관이 괜찮다고 끄덕거렸다. 여성의 몸을 조심스럽게 더듬은 종운이 다시 여성의 손을 잡았다. 따스한 기운이 여성에게 빠르게 전달되었다.
“일어나세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어나세요.....”
종운은 여성에게 일어나라고 주문을 외웠다. 교도관은 종운을 믿고 여성을 주시하였다. 종운이 여성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여성의 눈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여성이 눈을 떴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켰다.
“여보, 여보!”
교도관이 여성이 일어나자 깜짝 놀라서 부인을 불렀다.
“여보, 잠시라도 만나게 해 줘서 고맙습니다.”
여성은 교도관과 눈을 마주하고 종운에게 인사를 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잠시 뿐이라 억울한 사정만 말할게요, 밤 11시쯤에 차가 별로 없는 시간이었어요. 저 밑에 있는 사거리 신호등 밑에 서서 친구와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데, 검정색 승용차가 인도에 서 있는 저를 박았어요. 그런데 운이 나쁜 건지, 신호등 기둥이 차가 전진하는 걸 막아 주어서 저는 다리만 분질러지고, 충격에서 금방 깼어요. 차에서 내린 남자는 독한 술 냄새를 풍기면서 제가 들고 있던 핸드백을 빼앗아 가다, 저하고 눈이 마주쳤어요. ‘우릴 보면 죽어야 하는 거 아냐?’ 그러더니 운전석에 있는 남자를 불렀어요. 운전석에서 내린 사내가 제 목을 졸라서 죽이고, 들쳐 메고 와 여기에 묻고 갔어요. 차번호는 27러 6537이에요.”
여성은 담담하지만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27러 6537요? 27러 6537.....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종운은 땅 바닥에 숫자를 적었다. 여성은 교도관과 눈을 마주했다.
“다희 잘 부탁해,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 진심이야.....”
“가자, 집에 가자, 여보!”
교도관은 여성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종운이 교도관의 손을 쳤다.
“잡지 마세요, 혼이 옮겨와요!”
종운이 급하게 교도관을 말렸다. 여성이 교도관을 보며 웃었다.
“이제 눈을 감을 수 있어요, 다희 잘 부탁해..... 좋은 사람 만나.....”
여성은 눈을 감더니 제자리로 누웠다. 교도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종운과 여성을 번갈아 보았다.
“선생님, 살려 주세요, 제발, 선생님!”
교도관은 종운에게 울먹이며 사정했다.
“저도 몰라요, 이런 거 처음이에요..... 그냥 그래야 할 거 같아서 그런 거 뿐이라서요....”
종운은 미안한 표정으로 둘러댔다. 깊은 호흡을 하고 난 후로는 몸이 가벼웠다. 그게 전부였다. 전부터 예언 비슷한 걸 하긴 했지만, 근거 없는 종운의 감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귀신이 보였다. 귀신을 잠깐이지만 살려 낼 수도 있었다. 왜? 그런지는 종운도 몰랐다. 호흡을 제대로 하면 신은 몰라도, 신령정도는 될 수 있다는 아버님 말씀을 믿기는 했었다.
“선생님 이젠 어쩌죠?”
교도관은 울음을 멈추고 종운에게 물었다. 범인을 잡아넣는 게 상책이었다.
“잡아넣어야지요, 차번호 알면 금방 잡지 않아요?”
“잡아넣으면 뭐해요? 교도소에서 몇 년 지내다 다시 세상에 나가서 보란 듯이 살 건데요, 죽일 겁니다, 우리 가정을 파괴한 놈은 죽어야지요.”
“그건 그렇지만.... 위험 할 건데.....”
“제가 알아서 할게요.”
교도관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여성을 흙으로 묻었다.
“여기 잠시 있어, 편한 곳으로 옮겨 줄게..... 반드시 갚아 줄게, 반드시!”
교도관과 간단히 목례를 하고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신호등에서 헤어졌다.
종운이 교도관과 헤이지고 난 후, 일주일 뒤 여성이 죽었던 사거리에서 음주 운전차량이 트럭과 정면충돌 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카톡으로 받았다.
“제대로 갚았네....”
중앙선을 넘은 검정 승용차가 트럭에 깔렸다. 앞 번호는 찌그러져 보이지 않았지만,
XX러 6537은 정확하게 보였다. 사고 시간은 오후 11였다.
“쫌 비싸게 받아야 대접도 받고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사고 있고 난 후, 교도관이 종운에게 전화가 왔다. 교도관은 징역사는 사람들은 사연이 많기도, 살인 사건도 많아서 처리 할 일도 많다고,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종운은 용역비를 비싸게 받으라고 교도관에게 일렀다.
“뭔가 해야 하는데.....”
종운은 징역을 치루고 나와 갈 곳도 마땅하게 없어서, 찜질방에서 자고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우고 있는 중이었다. 용역비는 종운이 7 교도관이 3으로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첫 번 째 일이 들어왔다. 면회실에서 60대의 부동산 부자를 만났다.
“김상필이라 하오, 억울하고 분해서.....”
김상필은 강남에 빌딩 두 채를 소유한 부동산 부자였다. 편하게 김회장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부인을 일찍 여의고, 아이 둘은 미국에서 사업한다고 했다. 그리고 3년 전에 40대 미모의 설계사를 지인의 파티장에서 만났단다. 김회장은 마침 건물을 리모델링하려던 참이라 그 여성을 자주 만났고, 결국은 새부인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그날은 술 마시고 온 그 사람하고 다투었어, 좀 심하게 싸웠지.....”
부인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끝장을 보는 게 흠이었다. 사고가 나던 날 부인은 밤 12시가 넘었는데, 직접 운전하고 집에 왔다. 김회장은 전에도 음주로 큰 사고 났으니 자동차 키를 빼앗으려 했다.
“자동차 키를 왜 달래, 내가 소유물이야? 직원이냐고?”
“내가 차 사줬잖아, 키 내 놔!”
“싫어, 이럴 거면 나간다, 더러워서.....”
“뭐?”
김회장이 부인 손에 들고 있는 키를 빼앗고, 키를 안준다고 버티던 부인이 김회장의 손목을 이빨로 물었다. 화가 난 김회장이 부인을 죽인다고 목을 졸랐다. 부인은 숨이 넘어 갈 것 같아 멈추고, 차 키를 빼앗았다. 부인은 못 산다고 고함을 치면서, 울고불고 난리를 떨다가 방에 들어갔다.
“여기 까지가 나하고 있었던 일이요,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부인이 안 보이기에 방문을 열었더니 없어, 집 안을 찾다가 마당에 나갔더니, 화단에 장식용으로 만든 인공연못에 머릴 처박고 죽었어..... 이미 관리인이 전화를 해서 경찰이 출동했는데, 내가 범인이라는 거야... 관리인이 밤새 부인과 내가 싸웠다고 증언을 했고, 부인 목에 내 손톱자국이 있어서 꼼짝 없이 범인으로 몰렸어..... 변호사도 내 말을 안 믿어, 허, 참!”
“관리인은 몇 살이지요?”
“칠십이 넘었어, 순진한 노인네야..... 코 박고 죽어서 날 이 지경으로 만들었지만 원혼이
있으면 한이라도 풀고..... 벌써 일 년 지났네...범인을 잡으면 더 좋고, 가능하겠소?”
김회장은 체념한 표정으로 종운을 지긋하게 보았다. 거래에 능숙한 사람의 방식이었다.
속으로는 간절히 매달리고 싶지만, 용역비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정하는 것이라 여유를 보였다. 종운은 사람의 심리정도는 제대로 읽었다. 보이지 않는 것 까지도 보일 때가 있었다.
“제가 무슨 재주로 범인을 추려 냅니까, 원혼을 위로 하는 의식이나 치루시지요.”
“그래 주겠나?”
김회장은 순순히 원혼식을 치루라고 승낙을 했다. 종운이 원혼식을 치루는 사람이 아닌 줄은 김회장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긴 말을 해서는 용역비가 내려 갈 일만 남았다.
“교도소 생활이 힘드시죠? 단전호흡이 마음을 추스리는데는 좋습니다.”
“단전호흡? 숨은 잘 쉬는데 뭐.....”
김회장은 종운이 화제를 돌리자, 반응이 시큰둥했다. 종운은 단전호흡 찬양을 늘어놓았다.
“코와 입으로 호흡을 나누어 자연스럽게 숨을 끌어 올리면 정신이 맑아지는데....”
“다음에 얘기 하세, 들어가 보겠네.”
종운의 너스레에 김회장은 항복을 했다. 이미 거래의 주도권은 종운이 잡았다.
“성공하면 석장 주겠다는데요.”
“성공하면요? 뭘 성공해요? 그런 사람들은 일이 성공하면 딴 말해요. 선금으로 석장 꼽고
김회장이 석방되면 다섯 장 지불하겠다는 계약서를 변호사와 작성하세요.”
“그러게요.... 응할까요?”
“예!”
교도관은 망설였지만, 종운은 확고했다. 김회장은 교도관이라는 확실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믿을 것이고, 십 오년을 교도소 안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 요구해도 줄 수 밖에 없는 김회장이었다. 종운은 범인은 집안사람이라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김회장의 집은 사직공원 옆에 있었다. 사직공원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올라가는 경사 심한 길 옆이라 축대가 높았다. 축대 높은 집에 씨씨티브이도 요소요소에 배치되었다. 외부 사람이 침입해서 내부 사람을 불러내 죽이기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다.
“칠십대 관리인과 그의 하체마비 아들과 가정부 둘 그리고 경호원겸 운전수가 집에 있습니다. 관리인은 채용한지 십년이 넘고, 가정부는 먼 친척이면서 이십년을 넘게 그 집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경호원은 오십인데, 채용 된지 삼십년이 넘는 답니다. 한 집안 식구들처럼 살아서 한 번도 말썽이 없었고,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회장님 생각입니다.”
종운은 현장에 도착해서 둘러보면서, 김회장 집에 들어 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들어가는 건 고사하고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외부 사람이 침입하려면 중장비를 동원해도, 경비업체가 출동할 시간 안에는 침입이 불가능해 보였다.
“어디로 들어가지.....”
현관 앞 씨씨티브이를 피하느라 길 건너편 쪽으로 걸으면서 살폈다. 뒤쪽으로는 오래된 모텔이 있었다. 모텔은 김 회장네 집 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3층 건물의 모텔에서는 김 회장네 집 마당이 보일 것도 같았다.
“안을 볼 수도 있겠다.”
모텔이 낯설었지만, 들어갔다.
“3층으로 주세요!”
303호라고 씌인 방으로 들어갔다. 오래 된 모텔이지만, 내부는 깨끗했다. 방에 들어가니 큰 유리창이 보였다. 유리창에 붙어서 김 회장네집 마당을 보았다. 마당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적막함이 마당에 가득 찼다. 김 회장이 말하던 큰 거실 두 개 정도 크기의 연못이 저택 앞 화단 가운데 있었다.
“오늘은 저녁 내기에요!”
“그러지, 단판 승부다!”
김 회장 집에서 운동복차림의 40대 여성이 배드민튼 채를 들고나오고, 뒤따라 건장한 50대 사내가 따라 나왔다. 종운의 시선은 두 사람에게 쏠렸다.
6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