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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22화. 최고의 원나잇
작성일 : 18-11-09 16:03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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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무렵,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K가 돌아왔다.

 능력껏 콘돔을 구한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를 맞았다.

 그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새신부처럼 다정하게 맞아주고 싶었다.

 

 발돋움을 하고 그의 목에 팔을 두른 후 윗입술과 아랫입술, 양쪽 입가에까지 부드러운 입맞춤을 퍼부었다.

 그가 웃으며 나를 번쩍 안아들고 침대로 갔다. 그 다음은 예상한 일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과거에 수없이 많이 그러했던 것처럼.

 K는 여전히 쑥스러워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기쁜 듯했다.

 

 서로의 몸을 더듬고 한 몸이 되려고 하던 순간 우리가 둘 다 똑같이 놀란 것은 내가 지독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몸이 굳어진 나는 신음을 흘렸다. K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예전에도 처음엔 이렇게 아팠었나?

 어찌나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었던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애쓰는 한편 하던 일을 계속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아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를 양 팔로 감싸 안고 목덜미와 가슴팍에 코를 묻었다. 심호흡을 하며 그리운 그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셨다.

 말이 없어도 몸으로 대화할 수 있었다.

 예전에 우리가 보냈던 밤처럼 완벽한 관계를 할 수 있도록 나는 대담하게 그를 이끌었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처럼 파도치던 시간이 마침내 지나갔다.

 나는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것처럼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상체를 반쯤 일으킨 K가 무언가에 놀라서 소스라치는 기색을 알아챘다.

 눈을 뜨고 그의 시선을 따라가던 나는 멈칫했다.

 

 하얀 시트에 피가 흥건했다.

 나는 상체를 일으키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갑자기 생리가 시작됐네요. 콘돔을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될 걸 그랬어요. 생리통 때문에 좀 아팠어요.”

 

 K가 나를 보았다.

 명백히 불신하는 눈빛이었다.

 벗은 가슴을 초라하게 시트로 가리며, 나는 깨달았다.

 마법의 시간은 이제 끝났다.

 그가 눈치를 채기 전에, 더 캐묻기 전에, 그리고 그와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더 깊어지기 전에 나는 서둘러 이 자리를 떠야 했다.

 그의 시선을 뒤로 하고 벌떡 일어나서 옷을 주워든 뒤 욕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에는 그가 사랑해준 흔적이 군데군데 피부에 남아 있었다.

 처녀막이 파열된 아릿한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그보다는 기분 좋게 욱신거렸다.

 그와의 하룻밤을 감히 바라지 않았었다.

 더 욕심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뜨거운 물을 틀어 샤워를 하면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했다.

 그와 단순히 하룻밤을 즐긴 것으로 해버리면 어떨까.

 그가 사표를 쓴 것도 웃어넘겨야 할 것이었다.

 그가 제기한 의문에 제대로 된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면 잠시나마 그를 붙들어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나의 도움 없이도 회사를 장악해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목표로 했던 일을 모두 다 이루었으므로 예정대로 그를 떠나야 할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목욕가운을 걸친 후 타월로 머리카락을 꼼꼼히 닦았다.

 파우치 안에 있던 비상용 생리대로 완전히 멎지 않은 출혈을 해결했다.

 그러고 나서 급하게 벗어던졌던 옷을 순서대로 다시 입었다.

 머리를 빗고 부르튼 입술에 립글로스를 바른 후 나는 욕실 문을 열고 나갔다.

 

 K 역시 옷을 다 차려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를 향해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최고의 원나잇이었어요."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싸늘하게 말했다.

 

 "난 약혼자가 있지만 아직 결혼 전이니 하룻밤쯤은 상관없겠죠.”

 

 K의 얼굴에 충격이 번져가는 것을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참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당신도 알죠, 아서 해리슨. 그가 내 약혼자예요.”

 

 내가 부탁한다면··· 아서는 약혼자 행세쯤은 해줄 것이다. 제발··· K가 믿어주기를···

 K는 나를 부정한 여자로 간주하고 잊어야 했다. 나 같은 여자는, 나처럼 이기적이고 형편없는 여자는 그래야만 마땅했다···

 

 “하룻밤 즐겼을 뿐인 사이니 데려다 주시는 건 사양할게요. 저는 한 사람과 원나잇을 두 번 다시 하지는 않으니, 앞으로도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나는 휴대폰을 꺼내 콜택시 회사에 연결했다.

 

 상담원에게 행선지의 주소를 부르려는데 갑자기 K가 팔을 뻗어 내 핸드폰을 빼앗았다.

 제멋대로 통화를 종료해버린 그가 나에게 말했다.

 

 “증명해봐.”

 

 “무엇을요.”

 “그 남자가 당신 약혼자라는 것을.”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내가 보기에 당신과 그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어떻게 증명해요?”

 “아서 해리슨은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잖아. 이리로 불러봐. 약혼자라면 당신이 몸이 아픈데 이유 불문하고 당연히 데리러 와야 하지 않겠어?”

 

 그의 말대로 아서는 지부장과 롱아일랜드 캐피털이 받을 배당금 문제를 의논해야 한다며 며칠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바람을 피운 주제에 그러는 건 너무 심하잖아요. 나에게도 그 정도의 양심은 있어요.”

 

 K가 나를 보았다. 그의 눈빛에 강철 같은 의지가 보였다.

 

 “그와 당신 사이의 관계가 그 정도로 굳건하지 않다면 나한테도 기회가 있을 거라 믿어. 당신 말대로··· 아직 결혼한 건 아니잖아. 약혼은 파기하면 그만이지.”

 

 나는 그를 피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말도 안돼요. 난··· 그를 사랑해요. 그는 최고의 파트너예요.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그에 비해서··· 당신과는 그냥 한번 즐긴 것뿐이에요.”

 

 “······”

 

 “나한테 왜 이래요? 당신도 즐겼잖아요.”

 

 나에게 다가오는 그를 피해서 한 발짝씩 물러섰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등이 벽에 닿았다.

 그가 두 팔을 벽에 짚고 그 사이에 나를 가두었다.

 

 “그가 못 온다면 내가 데려다줄게. 당신 혼자 보낼 수는 없어.”

 

 그의 말에 울컥 눈물이 솟구칠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당신 혼자 보낼 순 없어···

 기억 속 깊이 남아있는 말이었다.

 그의 연인으로, 아내로 지내는 동안 갖은 종류의 불화를 겪었지만, 냉정한 그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지만 그는 한 번도 내가 혼자서 집으로 돌아가도록 내버려둔 적은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올렸다.

 그를 단념하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신호음이 울린 지 한참 만에 전화를 받은 아서는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용건으로.

 그러나 아서는 가타부타 토를 달지 않고 서둘러서 데리러 오겠노라 말했다.

 

 “이제 됐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K를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참담한 심정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서 마음이 약해지면 끝장이었다. 나는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아서가 올 때까지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마시고 싶어요. 먼저 가보셔도 돼요.”

 

 그의 위험한 시선이 내 얼굴을 구석구석 핥듯이 쳐다보는 것을 줄곧 느끼고 있었다.

 룸에 그와 단둘이 남아 있다가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알았어.”

 

 그가 짧게 대꾸한 뒤 문을 열어주었다.

 나를 뒤따라오는 그의 상처받은 마음을 알고 있었다.

 그가 더 이상 나로 인해 가슴 아프지 않기를 원했다.

 슬픔이나 고통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충분했다.

 

 51.

 빈틈없는 복장으로 로비의 카페에 나타난 아서는 K에게 깍듯이 인사를 건넸다.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예의바르게 인사를 주고받은 두 남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졌다.

 아서는 나에게 몸이 불편하냐는 의례적인 인사조차 건네지 않은 채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그는 앞만 똑바로 쳐다보았다. 얼음짱처럼 차가운 얼굴이었다.

 평소의 수다스러움은 어디로 가고, 나에게는 단 한 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집 앞에 차를 세운 그가 내뱉은 한 마디는 나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당신은··· 나를··· 속였어.”

 

 그 말을 하는 아서의 푸른 눈은,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액셀을 밟아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서는 내가 K와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했던 거짓말을 믿지 않았다.

 나와 그가 하룻밤을 보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나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며, 막막하게 밤하늘을 보았다.

 아서의 감정도, K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스쳐가는 여자였다.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에는 나는 너무 피곤했다.

 하룻저녁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익숙한 내 방의 침대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52.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출근했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직서를 박박 찢어서 그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기 위해서였다. 그 대신 메모지 한 장을 남겨놓았다.

 

 ‘추워서 잠깐 쟈켓 빌려 입었어요. 고마워요.’

 

 이 정도면 K도 충분히 내 의도를 알아차리리라.

 남은 일은 한시바삐 이곳을 떠날 수 있도록 업무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내 사무실로 돌아와, 출국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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