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등록된 작품이 없습니다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21화. 위험한 관계
작성일 : 18-11-09 16:01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51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차마 그의 얼굴을 마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어떻게 하려는 걸까. 내가 꼴도 보기 싫다는 걸까. 회사를 손아귀에 넣고 설쳐대면서 그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K는 회사를 박차고 나가서 이대로 나를 영영 떠나려는 것일까···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 후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몸속에서 들끓는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폭력적이지는 않았다.

 내 팔을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 분명히 거절한다면 타협의 여지는 있어보였다.

 그러나 순순히 그의 차에 올랐다.

 그는 팔을 뻗어 내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묶어놓기라도 하듯 안전벨트를 채웠다.

 얼굴이 닿을 듯이 가까이 있는 그를 의식한 내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렸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나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어. 그 산적같이 생긴 광고주가 실은 독실한 크리스찬이라고 해서···”

 그의 눈빛에서 밤 이슬처럼 서늘한 물기가 느껴졌다.

 그가 나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니 안심해···"

 

 당연히 나는 하나도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앞만 노려보며 운전대를 꽉 붙잡고 있는 그는 무서운 표정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손을 갖다 대면 벨 듯이 날이 선 그를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주먹을 꼭 쥔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복잡한 시내 도로를 빠져가던 차는 이내 간선도로로 진입하더니 날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음악도 없는 차 안에서 그와 단둘이 있는 침묵은 깊고 적막하고, 손에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농밀했다.

 길이 잘 든 그의 승용차는 한동안 강을 따라 잘 포장된 시외도로를 질주했다.

 차창 밖으로 환한 가로등 불빛과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비단폭처럼 검은 강이 빠르게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함께 했던 가슴 아프던 수많은 시간들이 떠올랐다.

 

 제한속도를 아슬아슬하게 맞추며 한 시간여 동안 달리던 K가 깊은 숨을 뱉으며 차를 멈춘 곳은 인적이 드문 커다란 호숫가의 주차장이었다.

 길게 자란 풀들이 호수 주변에서 바람에 흔들거렸다.

 어둠 속에 가라앉은 검은 호수의 표면에 잔물결이 이는 것이 보였다.

 

 핸들에 손을 얹은 채 잠시동안 미동도 않던 이윽고 K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았다.

 그의 등 뒤 자동차 앞유리의 창 너머 호수로 떠오른 만월이 하얗게 빛났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그의 눈은 위험한 짐승처럼 보였다. 그를 보면서 두렵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두려운 것은 K가 아니라, 둑이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지려고 하는, 그에 대한 사랑을 가누고 자제하지 못할 것 같은 내 마음이었다.

 그의 시선 아래 내 표정이 달빛에 또렷이 드러나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그늘이 진 곳을 찾아 어둠 속으로 숨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그가 한발 더 빨랐다. 그가 급히 내 등 뒤로 오른 팔을 뻗어서 내가 그의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했다.

 그의 팔이 내 등을 감싸 안듯이 두르며 다른쪽 어깨를 잡았다.

 따스한 그의 팔과 큼직한 손은 듬직하고, 탄탄하고, 마음껏 기대고 싶을 만큼 힘이 있었다.

 

 그의 눈이 내 눈 속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의 처분을 기다렸다.

 다음 순간, 시야가 어두워지더니 그의 더운 숨이 코끝에 와 닿았다.

 이내 약간 벌린 K의 입술이 내 윗입술을 입안에 살짝 가두었다.

 그의 혀가 내 윗니에 닿았다고 느낀 순간 피할 겨를도 없이 내 혀를 밀면서 깊숙이 들어왔다.

 허를 찔린 내 머릿속이 기준점을 잃고 허둥대면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어깨를 더듬는 그의 손이 뜨겁다고 느낀 순간, 내 몸 안쪽 아랫배 가까운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불붙은 공같은 열기는 심장이 있는 위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듯 빠르게 퍼져나갔다.

 몸이 축축해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사이에 나는 내 뒤통수와 등을 단단히 받친 그의 손과 팔에 완전히 기대어 있었다. 내 입술과 입 안 깊숙이까지 골고루 침범해온 그의 키스는 조심스럽고도 집요했다.

 

 무언가 간지러운 것 같은 느낌에 나는 등을 휘고 손발을 움츠렸다.

 그러나 이미 나를 두 팔로 단단히 끌어안은 채 거칠게 키스를 퍼부어오는 그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그의 키스에 신음하며 몸을 비틀수록 그의 팔은 내 몸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달빛에 눈이 부셔서 나는 눈을 감았다.

 그의 키스는 어둠 속에서도 끝까지 따라와 숨이 막힐 정도로 열정적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부드러운 입술과 입 안은 그립고도 그립고도, 또한 익숙했다.

 그의 입술에서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 맛이 났다.

 

 행복한 기분이 머릿속에 차오르다가도 곧 그를 영영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흐느낌이 내 속에서 새어나왔다.

 그가 나의 눈꺼풀과 속눈썹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눈물을 핥았다.

 내 뒤통수를 받치고 머리카락을 헤집는 단단한 손가락의 느낌도,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입 안쪽과 혀를 희롱하는 혀끝의 감각도, 아늑한 그의 체취도, 어느 사이에 등과 허리를 조이고 더듬어 오는 팔과 다른 한 손의 느낌도 아득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와의 사랑이 나에게 허락될 리 없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그의 입술을 피하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쳐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내 K가 내 손목을 꽉 잡았다.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윽고 입술을 뗀 K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름답고 끝을 알 수 없이 검은 그의 눈 속에 터질듯한 정념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목이 쉰 음성으로 그가 물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어."

 

 내 앞에서 사표를 내던지던 그를 떠올리며, 나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궁금한 건··· 딱 한 가지 뿐이야.”

 

 듣고 싶지 않았다.

 그가 다그쳐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고 추궁하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왜 자신을 회사에 끌어들여서 높은 지위에 앉혔느냐고 물어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나에게는 없었다.

 내가 했던 짓을 그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그를 나의 소유라고 여기고, 나를 떠나려던 그를 죽이려 했던 것을, 그에게 속죄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준비했다는 것을 말할 방도가 있을 리 없었다.

 

 절망감과 함께 그와의 격렬한 키스 때문에 나른함과 어지러움이 한꺼번에 몰려든 탓에 나는 기진맥진했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려는 나를 K가 다시 팔을 두르고 힘주어 안아서 그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다른 한 손으로 그가 차창이 열리는 버튼을 눌렀다.

 시원한 밤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들어와 내 이마의 땀을 식혀주었다.

 K는 팔을 들어 만월이 떠오른 호수 건너편을 가리켰다.

 

 “달빛이 아주 멋있어. 저기 있는 호텔 객실에 올라가면 호수에 비친 달이 더 잘 보일거야. 나랑 같이··· 올라가서 보겠어?”

 

 나는 두려움에 가득 차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감히 승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더욱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화를 내고 떠나려는 것 보다는 이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든 시간을 벌고 그를 붙들어야 했다.

 아니, 그것이 아니었다. 이유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그를 원하고 또 원했다.

 단 하룻밤 만이라도 그에게 마음껏 안기고 싶었다.

 그의 입술이 귓가로 바짝 다가왔다. 더운 숨을 내뿜으며 그가 재촉했다.

 

 “지금 당장.”

 

 큼직한 손이 내 한쪽 어깨를 쥐고 있었다.

 긴장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그가 아름다운 검은 눈으로 다시 한 번 나를 보았다.

 그 눈빛 속에 고여 있는 나와 똑같은 간절함이 다시 한 번 내 영혼을 뒤흔들었다.

 내일과 모레,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며 일깨우려 드는 내 이성과 반하여,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오늘밤이 지나면 나의 존재가 공기방울처럼 흩어지고 사라져버려도 좋았다.

 하룻밤, 단 하룻밤만 나에게 허락해주기를, 나는 캄캄한 하늘에서 빛나는 별빛들 사이에 대고 빌었다.

 그리고 그를 쳐다보며 또렷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네.”

 

 그는 안도한 듯 가벼운 한숨을 내쉰 후 부드럽게 입술을 마주쳐왔다.

 아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의 입맞춤은 조금 전에 막 첫사랑을 고백한 후 조마조마해 하다가 연인에게 허락을 받은 십대처럼 수줍고도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한없이 다정했다.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준 후 그가 싱긋 웃더니 차의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가 호숫가 도로를 빙 돌며 미끄러지듯이 달렸다. 나도, K도 말없이 앞만 보고 있었다.

 그는 왼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손을 깍지 낀 채 꼭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힘을 주어 죄었다 풀었다 하며 내 손바닥에 대고 말을 걸었다.

 

 어디로도 도망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듯이 놓지 않은 채.

 

 50.

 내가 K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텔로 들어가서 프런트에 숙박계를 쓰는 그의 손은 긴장으로 인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직원에게 키를 받아들고 내 손을 잡은 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가는 그는 수줍은 소년 같았다.

 K는 주위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던 평소의 여유를 잃고 긴장한 기색을 숨기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여자를 호텔에 데려가는 것이 처음인 듯 좌불안석인 그가 어찌나 귀여워보였던지 나는 표정 관리를 하는데 무지하니 애를 먹었다.

 객실의 문을 열어준 그가 쑥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았다.

 

 “잠깐만 쉬고 있어.”

 

 문을 닫고 나간 그가 무엇을 구하러갔는지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겉옷을 벗고 침대에 누워 그를 기다리며 나는 소리 내어 킥킥 웃었다.

 창밖에는 하얀 보름달이 호수를 비추고 있었다.

 그와 만날 날을 기다리던 수많은 밤, 창가에 앉아 혼자서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또다시 그와 함께 밤을 보낼 날이 오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내 기억속의 K는 차갑고 다가가기 힘든 남자였다. 먼저 접근하여 그를 유혹하려 하지 않은 이상, 그가 나에게 단 하룻밤이라도 청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왜 나를 안고 싶어 하는 걸까.

 그저 하룻밤의 상대를 원해서일까.

 그가 나에게 하려던 말은 왜 그의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서 재킷을 입어보는 수상쩍은 짓을 하느냐는 것이었을 텐데, 대체 언제부터 나에게 키스하고 싶어 했던 걸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화. K의 이야기 2019 / 3 / 21 6 0 5826   
26 26화. 성녀의 선물 2019 / 3 / 15 6 0 5219   
25 25화. 한밤의 격투 2019 / 2 / 10 18 0 5079   
24 24화. 아서 해리슨(2) 2018 / 11 / 9 276 0 5420   
23 23화. 아서 해리슨(1) 2018 / 11 / 9 288 0 5882   
22 22화. 최고의 원나잇 2018 / 11 / 9 271 0 4446   
21 21화. 위험한 관계 2018 / 11 / 9 265 0 5154   
20 20화. JP광고그룹의 뮤즈(5) 2018 / 11 / 9 273 0 5130   
19 19화. JP광고그룹의 뮤즈(4) 2018 / 11 / 9 264 0 5633   
18 18화. JP광고그룹의 뮤즈(3) 2018 / 11 / 9 265 0 5119   
17 17화. 에그몽 2018 / 11 / 9 262 0 5282   
16 16화. 타운하우스 2018 / 11 / 9 266 0 5111   
15 15화. JP광고그룹의 뮤즈(2) 2018 / 11 / 9 270 0 5135   
14 14화. 제주도 별장 2018 / 11 / 9 284 0 5266   
13 13화. K의 인터뷰 2018 / 11 / 9 285 0 5218   
12 12화. JP광고그룹의 뮤즈 2018 / 11 / 9 248 0 5264   
11 11화. 기적의 투자가(1) 2018 / 11 / 9 264 0 4921   
10 10화. 롱아일랜드 캐피털(2) 2018 / 11 / 9 265 0 5188   
9 9화. 롱아일랜드 캐피털(1) 2018 / 11 / 9 260 0 5528   
8 8화. 투자자 아카데미(3) 2018 / 11 / 9 251 0 5148   
7 7화. 매컬로우 교수 2018 / 11 / 9 272 0 5235   
6 6화. 재회 2018 / 11 / 9 284 0 5454   
5 5화. 투자자 아카데미(2) 2018 / 11 / 9 269 0 5114   
4 4화. 투자자 아카데미(1) 2018 / 11 / 9 258 0 5316   
3 3화. 실행 2018 / 11 / 9 264 0 5109   
2 2화. 계획 2018 / 11 / 9 285 0 5063   
1 1화. 프롤로그 (2) 2018 / 11 / 9 485 2 49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