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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20화. JP광고그룹의 뮤즈(5)
작성일 : 18-11-09 16:00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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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D건설 광고 주수를 위한 경쟁 PT가 있는 날이 되었다.

 나는 굳이 따라나서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지만 앞으로 같이 일할 가능성이 큰 광고주이니 브랜드 전략 본부장 자격으로 동행했으면 한다는 K의 언질에 선선히 수긍을 하였다.

 K와 같은 회사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동료로 일하는 것은 나에게는 몹시 생소하고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가끔은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K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무대 위에 서서, 사람들을 설득할 때 가장 빛이 났다.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말할 때, 그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반응을 자유자재로 끌어내며 분위기를 주무르는 그는 무대를 장악한 아이돌 스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과거의 나는 그가 일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음으로써 자아를 실현하는 스타일의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었던 나는 늘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곁에 다가갈 수 없어도, 나의 목표를 하나씩 실현해가면서 지켜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초조해졌다.

 

 48.

 D건설 본사 최고층에 자리 잡은 대회의실은 두터운 카펫과 체리목으로 특급호텔의 컨벤션 센터 못지않게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앞자리의 넓은 회의용 테이블에 임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프리젠터가 서 있는 단상은 낮았다.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발표를 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K의 큰 키와, 조명에 은은하게 빛나는 검푸른 실크 슈트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훤칠한 스타일은 소박한 무대마저도 화려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K의 등 뒤로, 정면의 스크린에는 화려한 거실에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K의 손동작에 따라 화면이 움직였다.

 

 CG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 하나가 유난히 빛나더니 아내의 가슴으로 날아왔다.

 젊은 부부가 환히 웃었다. 부인의 얼굴은 행복하게 빛났다.

 

 ‘당신의 마음에 별을 따다 드리겠습니다’

 

 별들이 모이면서 D건설 아파트 브랜드의 로고 주위로 반짝였다.

 

 광고 카피를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며 K가 문구를 따라 읽었다.

 라디오 DJ처럼 듣기 좋은 그의 음성이 한 음절 한 음절 내 가슴에 새겨졌다.

 

 K가 PT를 경청하는 광고주를 돌아보며 말했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이 광고의 타겟은 새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남성일까요?”

 

 그가 빙그레 웃었다.

 K의 핸섬한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렇지 않습니다. 진정한 타겟은, 바로 남편이 별을 따다 주기를 원하는 주부들이죠.”

 

 그의 설명에 광고주들 사이에서 와르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마가 달걀처럼 맨질맨질한 CEO가 흐뭇하게 임원들을 둘러보았다.

 

 “광고 나가면 애꿎은 남편들만 무지 들볶이겠구만.”

 

 이번 PT도 성공이었다.

 나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가슴 한켠으로 허무함이 밀려왔다.

 광고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남편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광고모델이 부러웠다.

 

 예전에 K와 결혼하고 허니문으로 찾아간 리조트에서, 그와 나란히 누워서 별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었다. 당신이 나의 별이라고. 나는 별을 딴 것이라고.

 너무도 행복해서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가 나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 너 역시 나의 별이라고. 나도 마침내 나의 별을 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사방에서 반짝이는 별들에 둘러싸여 따스한 이국의 리조트 해변에 누워 있었다.

 우리가 서로의 별이라는 말은 빛나는 별처럼 영원하고도 확고한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지.

 

 하지만 그 기억은 그저 입 밖에 나오면 사라지는 말처럼, 덧없고 허무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구름에 가리고 태양빛에 보이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그 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연단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이 무척 잘 어울리는 K를 보다가 눈을 감았다.

 나는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의 빛나는 모습을 나는 오래도록 뇌리 속에 담았다.

 나를 향해 한 말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의 목소리를 기억할 것이다.

 

 감았던 눈을 뜬 순간, 나는 K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꽤나 한동안 쳐다보았던 듯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나는 놀란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지하니 애를 써야 했다.

 

 48.

 PT가 끝나고 나서 화기애애하게 질의응답을 이끌어나가던 K는 광고주 측 실무자 본부장에게서 저녁 초대를 받았다. 좋은 징조였다.

 K는 몇몇 직원들과 함께 초대에 응했다. 산적처럼 체구가 큰 D건설 마케팅 본부장은 나도 함께 동석할 것을 권했으나 나는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사양했다. 채리나가 눈치 빠르게 끼어들어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는 사무실 근처의 단골 카페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나는 강남 뒷골목의 작은 단독주택을 개조한 카페 겸 레스토랑 앞에 도착하자 택시에서 내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니었으므로 가게는 늘 한산했다. 30대 부부인 쉐프는 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함께 유학한 사이라고 했다. 나를 알아본 상냥한 부인이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나는 늘 먹던 대로 토마토소스에 치즈와 미트볼을 곁들인 에그인더헬을 주문하려고 했으나 평소 과묵한 편이던 쉐프가 웬일인지 신선한 대하가 들어왔다며 새우 비스큐소스 리조또를 권했다.

 나는 선선히 그리해달라고 부탁한 후 레몬 조각을 띄운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가게였다. 홈메이드 스타일의 음식에 다양한 도자기 접시로 플레이팅을 해주는 이곳은 아서와도 곧잘 들렀던 곳이었다. 진과 제이슨이 서울에 놀러온다면 함께 와서 저녁을 먹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럴 일은 없겠지. 회사가 자리잡는 대로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었다.

 땅거미가 내리는 정원의 하얀 플라스틱 의자에 꿀색 고양이가 한 마리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고양이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앞발을 들고 하품을 하더니 잔디밭으로 폴짝 뛰어내려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흰 앞치마를 두른 여성 쉐프가 핑크색 도자기 접시에 새우가 푸짐하게 든 먹음직스러운 리조또를 가져다주었다. 뜻밖에도 그녀는 화이트 와인 한 잔을 함께 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건 서비스예요. 저녁이라 가볍게 한잔 곁들이면 좋을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조금 의아했지만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나는 감사를 표했다.

 스푼으로 한입 떠 먹어본 따뜻한 비스큐소스는 놀랄 만큼 맛있었다. 해산물의 풍미가 감칠맛을 더했다.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입 안에 머금었다. 와인 향이 퍼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사라졌던 꿀빛 고양이가 형제처럼 보이는 다른 고양이 한 마리를 더 데리고 돌아왔다. 어린 고양이 두 마리가 정원의 의자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리조또를 먹었다.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한 병을 새로 주문했다. 창밖으로 오렌지빛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정원을 비추는 것을 보며 혼자서 와인을 두 잔 더 마셨다.

 

 집으로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부르려다가 나는 바람도 쐴 겸 잠시 걷기로 했다.

 걷다보니 회사 앞이었다. 불 꺼진 창이 대부분인 건물을 바라보다가 나는 사무실에 들러서 다음날 회의 자료를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임원용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건물 옆의 쪽문에 보안카드를 대고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임원들이 사용하는 최고층에는 복도에만 불이 켜져 있었을 뿐 다들 불이 꺼진 채 비어 있었다.

 서가를 뒤져서 필요한 자료를 서류봉투에 넣은 후 문을 닫고 나오려던 나는, 회의실을 가로질러서 비어있는 K의 사무실을 유리문 밖으로 보았다.

 K의 책상은 평소처럼 쌓인 물건이 하나도 없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몇 개의 서류 파일이 책상 위의 원목 서류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화려한 색상에 기하학적 무늬가 있는 펜 꽂이에 서너 자루의 볼펜이 꽂혀 있었다. 서가의 책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을 정도로 알맞은 분량이었다. 매사에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그의 성격대로 미술관의 아트숍만큼이나 깔끔하고 잘 정리되어 있는 사무실이었다. 그는 자신이 결혼생활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곳에 틀어박혀 죽도록 일이나 하는 것이 행복할 남자였다.

 

 몸을 돌려서 방을 나오려다가 나는 유리창 앞 간이 행거에 그의 옷 몇 벌이 걸려있는 것을 보았다. 평소처럼 비즈니스 캐쥬얼 차림으로 출근했다가 광고주 PT에 들어가기 전에 따로 준비해온 실크 슈트로 갈아입고 나간 모양이었다. 옷걸이에는 최근에 그가 입고 다니던 다크 초콜릿 빛깔의 코듀로이 재킷이 얌전히 걸려 있었다.

 나는 부드러워 보이는 옷감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았다. 그리고 재킷을 옷걸이에서 벗겨내어 팔을 하나씩 넣어 보았다. 큼직한 옷은 부드럽고 약간 묵직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어 보았다. 옷에서 그의 체취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팔꿈치를 들어 올려 코를 대어 보았다.

 맛있는 리조또와 와인 때문에 나는 몸이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져 있었다.

 발끝으로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면서 사무실의 어두운 유리창에 반사된 내 모습을 보던 나는 어느 순간 얼어붙었다.

 

 사무실 밖에서 키가 큰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 앞에 섰다.

 

 무서운 표정을 한 K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49.

 그토록 화가 난 K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창백해진 그의 얼굴은 바늘 끝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뭐라고 변명을 해 보려고 했지만 그는 내가 변명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한참동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K가 나에게서 두 눈을 떼지 않은 채 책꽂이에서 백지 한 장을 꺼냈다.

 안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낸 그가 흰 종이 위에 글씨를 휘갈겨 썼다.

 나는 날듯이 글씨를 써 내려가는 그의 펜 끝을 망연자실하여 쳐다보았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하고자 하오니···’

 

 종이 하단에 날짜와 이름을 쓰고 사인까지 마친 그가 내 팔을 세게 붙잡았다.

 

 “이젠 당신 회사 직원이 아니니, 나와 얘기 좀 해 봐야겠어.”

 

 그는 내 팔을 아프리만큼 꽉 붙잡고 사무실을 나가서 복도의 엘리베이터로 데리고 갔다.

 그의 재킷을 그대로 걸친 채 아무 말 못하고 질질 끌려가다시피 한 곳은 주차장에 세워진 그의 차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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