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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16화. 타운하우스
작성일 : 18-11-09 15:53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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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새로 이사한 곳은 타운하우스 단지 끝자락에 위치한 단독주택이었다.

 네다섯 세대가 같이 사용하는 연립주택형 타운하우스도 있었지만 내가 선택한 곳은 정원과 차고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단독주택형이었다.

 

 계약을 진행한 직원이 가고 나서, 나는 거실의 널따란 베이지색 소파에 기대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나지막한 산자락에 인접한 이층집의 앞마당에는 햇볕이 잘 들었다.

 늦가을의 잔디는 밀짚 빛깔로 시들고 정원의 나무 몇 그루는 곱게 단풍이 들어 있었다.

 작은 이층집은 외국인 임대 전용으로 단장한 곳답게 단기간 머무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가구와 집기가 구비되어 있었다.

 차분한 색조의 커튼, 패브릭 소파와 북유럽풍 원목 소재의 가구들은 누구의 취향에나 거슬리지 않도록 무난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였다.

 북쪽으로는 거실과 맞닿은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2층의 중앙에는 넓은 테라스가 딸린 서재가 있었고 양 옆으로 욕실과 드레스룸이 딸린 침실 두 개가 있었다.

 

 적어도 1년 이내에 나는 K가 회사를 완전히 장악하도록 도와주고 한국을 떠날 예정이었다.

 앞으로 몇 달이 될지 모르지만 이곳은 내 집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의 공간.

 

 예전에는 무엇을 상상하든 내 마음속에는 K가 있었다.

 항상 그와 함께 사는 공간을, 그와 함께 하는 생활과 여행을 꿈꾸었다.

 나의 기대는 자주 일그러졌고, 그가 없는 곳에는 내가 존재할 가치가 없었다.

 그 공허함을 잊어버릴 무언가를 늘 필요로 했지만 상실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와 나 자신을··· 내 손으로 죽이고서야 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복을 맡겨놓은 듯 요구했던 죄를···

 

 이제 이곳은 오롯이 나만의 공간이었다.

 K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과 별개로 나는 나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 방법을 이제부터 찾아야 했다.

 앞으로 K가 출근하기 시작한다면 회사에서는 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만 보낼 생각이었다.

 그와 함께 할 시간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그의 곁을 맴도는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뉴욕으로 돌아가 휴학 중인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를 계속하거나 진과 그레타의 패스트패션 회사에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동안 아주 먼 곳까지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캐리어를 들고 열차를 타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지나다보면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나는 홀가분한 해방감을 느꼈다.

 동시에 상처 투성이었던 마음이 치유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번 일만 잘 끝난다면, K에게 그가 원하던 날개를 온전히 달아주고 난 후라면,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으리라.

 

 38.

 지부장이 원하는 스타 광고인의 영입은 내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제시한 조건을 듣고 화를 내다시피 한 대상자가 몇 명 있었던 모양이었다.

 노련한 헤드헌터는 한국식 유화법을 써서 지부장의 비위를 맞추었다.

 그 때문에 지부장은 그들이 무엇 때문에 거절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그들이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한 후보자 몇 명을 더 만났다.

 그들은 최근에 업계에서 큰 실패를 겪었거나 정치적인 스캔들로 몇 년간은 활동이 어려운 이들이었다.

 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지부장과 부사장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나와 킨케이드 부사장은 다시 한 번 K이 영입을 강하게 주장했고, 지부장은 연봉을 올리는 건 어림없다고 엄포하며 마지못해서 동의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K의 영입을 확정지은 후, 그의 의사를 다시 한 번 타진했다.

 

 K는 시니컬하게 승낙의 의사를 알려왔다.

 단, 그가 함께 일할 직원들을 데리고 이직하겠다는 것이 그의 조건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새로운 인력이 필요했으므로 그의 제안은 기꺼이 승인되었다.

 

 그가 다니던 회사에 이직을 통보하고 업무를 정리하는 한 달 동안 나 역시 빠르게 일처리를 해나갔다.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전략기획팀 애널리스트를 풀가동하여 예전에 어깨너머로만 알던 한국의 대광고주 동향 파악과 그들의 니즈를 분석하는 일에 박차를 가했다.

 

 매일같이 유능한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나는 집중 공략할 대상의 우선순위 리스트를 작성해 나갔다.

 제작담당 부사장 킨케이드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는 내가 제공하는 정보들을 빠른 속도로 숙지했다. 그리고 제작팀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그들을 유혹할 전술을 다방면으로 구상했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롱아일랜드 캐피털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처럼 아침마다 체력 단련을 위하여 조깅을 하기 시작했다.

 출근 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판단을 하고 업무지시를 내렸다.

 그 사이 아서가 돌아와서 두어 번 점심을 먹었다. 그러나 나는 거의 업무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아서의 얼굴에서 서운한 기색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를 위로할 방법이 없었다.

 

 얼마 후 아서는 어두운 얼굴로 뉴욕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서 급하게 처리할 일들을 해치우고 장기휴가를 받아서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의 귀국을 환영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공항까지 함께 가 아서를 배웅했다.

 

 출국장에 들어가기 전, 아서가 나를 가볍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맞춤했다.

 명주실처럼 부드러운 그의 금발이 내 얼굴을 가볍게 스쳤다.

 이곳을 기억하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아무런 선물도 하지 않았다.

 

 39.

 “부사장님, 이것 좀 보세요.”

 

 수석 애널리스트 진영 씨가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호들갑스럽게 나를 불렀다.

 

 “D식품이 A기획과의 파트너십을 이번에야말로 깨겠는데요.”

 

 뉴스에는 자사의 자극적인 광고 카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마음 상하셨을 고객에게 사죄한다는 D식품 CEO의 사과문이 게재되어 있었다.

 

 “A기획 대표가 오너일가로 바뀐 이후로 실수가 한두 번이 아니었잖아요. 이 정도면 대형사고죠. 마침 연간 계약갱신 날짜도 얼마 안 남았어요.”

 

 “진영 씨, 우리가 거기 공개입찰 PT에 들어갈 수 있을지 세부사항 체크해 봐요. 이전의 그쪽 캠페인 반응하고 오너 취향도.”

 

 직원이 캠페인 동영상을 플레이하자 흘러나온 음악 소리에 주위 직원들까지 몰려왔다.

 

 “야, 이건 아무리 봐도 진짜 구리다.”

 

 “물건 사려는 사람 욕하는 거나 다름없네. 어쩌자는 거냐.”

 

 사무실 문이 열린 기척에 돌아봤더니 문가에 K와 인사부장이 서 있었다.

 예기치 않은 그의 등장에 나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회사를 방문한 K를 인사부장이 안내하는 중에, 나와 직원들이 한국말로 떠드는 것을 구경한 모양이었다.

 인사부장이 죄지은 사람처럼 나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지나다가 들렀다고··· 회사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나는 인사부장을 향해 잘 했다는 사인을 보냈다.

 K가 나를 보았다. 흥미롭다는 눈빛이었다. 개성이 강한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예기치 않게 그의 미소를 보았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어? 안녕하세요, K 선배. 여긴 웬일이에요?”

 

 진영 씨가 K를 보고 대뜸 반갑게 인사했다.

 

 “너 이리 옮겼다는 얘기 들었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애가 웬일이냐.”

 

 “여기 영어 못하는 애들 많아요. 루비 부사장님은 한국말 완전 잘 하시고 제작담당 부사장님은 손짓발짓에 워낙 능하셔서··· 난 아무 불편 없던데.”

 

 “···나도 여기로 오려고 하는 중인데.”

 

 “진짜? 대박이심! 잘됐네. 여기 완전 좋아요, 형.”

 

 머리를 솜사탕처럼 염색한 진영 씨가 K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나와 K는 가볍게 목례를 건네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나는 직원 채용 시 어학능력 위주가 아닌 실력 위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어학능력 위주로 직원을 채용한 외국계 회사들의 실패 사례를 다양하게 동원하여 지부장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지부장은 긴가민가했지만 킨케이드 부사장은 본인도 한국말을 배우는 중이라며 태평스럽게 동의했다.

 그 결과 사내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국어 위주였다.

 비서의 통역에 의존하는 지부장은 자연히 회사일이나 직원들에게서 더 멀어져갔다.

 우리의 광고주도, 1차 소비자도 어차피 한국인이므로 영어에 의존하는 타 광고대행사와 달리 이는 분명히 JP사의 강점이 될 것이었다.

 어학능력이 아닌 실력 우선주의를 주장한 것도, 실은 물밑으로 은밀히 K의 학교 선후배 등 인맥이 닿아있을 만한 직원을 우선순위로 영입한 것도 인사부장과 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제작 쪽 부서도 안내해주세요.”

 

 나는 인사부장에게 말했다. 그리고 얼음처럼 냉랭한 얼굴로 K에게 가벼운 목례를 건네고는 사무실을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올라가 한참 동안 호흡을 조절했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킨케이드 부사장이 지휘하는 제작 쪽도 기획 쪽 못지않게 분주할 것이다.

 그는 새로운 스타일을 한국에 선보이겠다며 아주 열심이었다.

 현기증이 나서 이마를 짚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그와 함께 일을 할지 혀를 찼다. 그렇지만 도저히 그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그룹웨어로 간단한 지시를 내린 다음, 조퇴를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외투를 집어 들고 가방을 메고 복도로 나가던 나는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인기척 소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킨케이드 부사장과 K가 나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 루비 양. 이 친구가 방금 나한테 재미있는 태클을 걸었어요. 제작 스토리 보드를 우리가 하던 식대로 하면 안 된다나. 들어보니 그럴듯한 것 같기도 해서 둘이서 직접 점검해보려고 하는데 당신도 같이 가요.”

 

 “저는··· 퇴근하려던 참인데요.”

 나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내 말에 대꾸한 것은 뜻밖에도 K의 음성이었다.

 

 “그 통통 튀는 에그 캐릭터를 고안한 건 당신의 아이디어였다고 하던데요. 저는 방금 그걸 쓰면 안 된다고 제안했고요. 이유가 궁금하지 않나요?”

 

 K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그 눈꼬리의 주름이 얼마나 멋있었는지, 나는 거의 정신줄을 놓을 뻔 했다.

 빙긋빙긋 웃고 있는 K의 표정을 보아하니 나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좋을 대로 하시라고 대답하고 그의 도발을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정 반대였다.

 

 “고루한 생각을 갖고 계신 모양이네요. 우리가 어떻게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고 있는지 설명해드리죠.”

 

 두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나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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