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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13화. K의 인터뷰
작성일 : 18-11-09 15:42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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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유리문 너머로 그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K가 인터뷰를 위하여 JP광고 그룹 한국 지사의 회의실로 들어오는 소리였다.

 호화로운 부사장실 책상에 앉아 문을 열어둔 채 나는 그의 발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전에 나는 특별히 내 사무실에 딸린 회의실을 K의 인터뷰 장소로 지정했다.

 인터뷰 장소에는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참관만 하겠다는 나의 이상한 변덕에 지부장과 제작담당 부사장은 어리둥절해 했다. 보다 못한 아서가 나서서 투자담당 임원이 인터뷰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그렇게 결정했다며 나를 두둔했다.

 지부장 그레이엄과 부사장 킨케이드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경영 전반에 대하여 이래라저래라 시시콜콜 지시를 해댄 주제에 웬일로 겸양을 떠느냐 의아해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마 K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의 눈을 마주보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나는 사무실 안에서 인터뷰 내용을 경청하고 있을 테니, 지부장과 부사장께서 면접을 보시되 채용에 관한 결정은 추후에 함께 논의하자고 못 박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잠깐 짬을 내어 찾아온 K는 청바지에 터틀넥을 입고 가벼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잠깐 마실 나온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를 두고 조금 전에 JP그룹 고위 임원들 간에 벌어졌던 신경전이 우스워질 정도로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회사를 이직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그에게 면접 장소에만 한 번 와 달라고 헤드헌터가 통 사정하다시피 매달렸다고 들었다. 말솜씨가 좋은 헤드헌터는 그에게 새로 진출하는 외국계 광고회사 분위기도 살필 겸, 그의 사무실에서도 가까우니 잠시만 짬을 내어 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나는 일찌감치 나의 사무실과 회의실을 가리고 있는 중후한 우드 블라인드의 각도를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되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도록 조정해 두었다.

 숨소리를 죽인 채 나는 바깥의 동향에 귀를 기울였다.

 

 지부장 그레이엄이 먼저 거만한 태도로 K에게 자기 소개를 해보라고 말했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K는 채용에 대한 부담을 갖고 오지 않아서인지, 대범하고 시원시원하게 응했다.

 

 “저는 K라고 합니다. H대행사에 근무하는 8년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지금까지 다뤄본 광고 분야는 티슈, 주니어용 화장품, 휴대폰 등이고, 그 중에서 'OOO광고 캠페인'이 가장 성공했던 케이스 입니다."

 

 K는 지부장과 부사장을 번갈아보며 예리한 지성이 빛나는 미소를 던졌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번에는 당신들에 대해 알려주시지요. JP광고 그룹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갑자기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사업을 펼칠 생각인지, 저를 부르신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오히려 K가 JP그룹의 임원들을 인터뷰하는 모양새였다.

 K의 영어는 발음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었다. 여유 있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내가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사장 킨케이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마땅히 우리에 대해 먼저 소개해야겠군요. 나는 JP그룹 한국 지부의 제작 담당 부사장 킨케이드입니다. 이쪽은 지부장인 미스터 그레이엄이고요. 우리가 보기에 한국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킨케이드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이어서 말했다.

 

 “한국의 가전제품이나 휴대폰, 자동차 브랜드는 세계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글로벌 제품이지요. 그렇지만 한국 광고대행사들은 아직 글로벌한 광고를 제대로 대행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우리는 세계 각국에 지사를 갖고 있는데다 크리에이티브에 있어서도 초일류 수준입니다. 우리에게는 이곳의 시장을 함께 개척할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지부장 그레이엄이 뚱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파트너는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영업력이 있어야 하지요. 인맥도 풍부해야 하고요. 우리는 한국의 광고주를 우리와 연결해 줄 수 있을 파트너를 원합니다.”

 

 K는 실소를 흘렸다. 어이없다는 기색이었다.

 

 “임원급 파트너의 영입을 원하시는군요. 헤드헌터 측에서 두 분께서 저를 꼭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해서 안 그래도 의아했습니다.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K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기색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사무실과 연결된 회의실 문 앞으로 가서 K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자신이 없나요?"

 

 K는 느닷없이 나타난 나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나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한국의 브랜드는 글로벌 광고를 원합니다. 그리고 JP광고 그룹은 그것을 해낼 능력이 있어요. 그 점이 현재 당신이 다니고 있는 대기업 계열의 광고대행사와 다른 점이죠. 우리는 한국 광고시장의 새로운 장을 펼칠 혁신적인 인재를 파트너로써 원합니다. 경력이 아니라 결단력이, 경험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가 더욱 더 중요해요."

 

 나는 지부장과 제작담당 부사장을 차례로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광고주들이 광고계약을 하게 만드는 것은 인맥인가요? 그들은 바보라서 단지 아는 사람에게 자신들의 소중한 브랜드와 막대한 광고비를 맡기는 것인가요? 광고주가 원하는 것은 대행사의 크리에이티브와 광고능력이 아닌가요? 저의 의견에 동의한다면 말해보세요, 당신은 광고주가 원하는 감각과 판단력을 갖추었나요, 그렇지 않은가요?”

 

 나의 시선이 K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는 둘 다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지부장 그레이엄이 기분 나쁘다는 듯 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던 아서가 어느 사이에 나를 따라 나와 내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그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소개가 늦었군요. 이쪽은 JP광고그룹 한국지부의 재정 및 투자담당 부사장 루비 홍이에요. 저는 아서 해리슨, 롱아일랜드 캐피털의 부사장입니다.”

 

 아서는 K를 향해 정중하지만 위엄을 갖추고 말했다.

 

 “갑자기 저희가 나서서 의아하시겠지요. 조금 전에 질문하셨던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을 드리겠습니다. JP광고그룹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저희 회사 롱아일랜드 캐피털이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물론 돈이 될 것 같아서이지요. JP광고 그룹이 유능한 현지 파트너를 영입한다면, 한국의 로컬 광고대행사보다 월등히 경쟁력을 가질 것이 분명합니다.”

 

 아서가 지부장을 흘낏 쳐다보더니 이어서 말했다.

 

 “우리는 확실한 전략에만 투자를 합니다. 대신에 한번 결정하면 투자를 아끼지 않지요. 따라서 경영에도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스트레터지스트이자 주요 주주인 루비 홍이 이곳에서 재정 및 투자 담당 부사장 직함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아서의 발언은 지부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경영에 관한 심각한 이견이 있을 경우 롱아일랜드 캐피털은 임직원의 인사이동에 대해 본사에 건의할 수 있었다. 아서는 지부장 그레이엄에게 분명한 경고를 날리고 있는 것이었다.

 침묵이 길어지자 부사장 킨케이드가 나서서 험악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K, 우리는 당신에게 우리의 파트너이자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활동해보는 것이 어떨지에 대해 검토해보기를 제안합니다. 첫 만남이니 양쪽 모두 이 자리에서 당장 결정할 수는 없지요. 일주일 정도 시간을 갖고 다시 만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K가 나를 보았다. 찌르듯이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윽고 K는 일어서서 나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보이고 지부장과 부사장에게도 인사를 했다.

 

 K가 회의실을 나가자 온몸에서 피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처럼 현기증이 일었다. 나는 회의실 문을 붙잡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제가 나설 생각은 아니었는데··· 실례했습니다.”

 

 나는 침착하게 말하려고 애썼다. 내 뒤에 서 있는 아서가 나의 한쪽 팔을 잡고 감싸 안듯이 부축해 주었다.

 지부장을 향해 무언가 눈치를 주고 있던 킨케이드가 나를 향해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잘 했어요. 당신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임원이니 처음부터 인터뷰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마땅했어요.”

 

 부사장 킨케이드는 적어도 지부장 그레이엄보다는 눈치가 빨랐다. K의 영입을 반대한다면 나는 서슴치 않고 이들을 해고할 용의가 확실히 있었다.

 

 29.

 아서가 이끄는 대로 택시를 타고 내려서 아무 생각 없이 걷다보니 김포공항이었다. 그동안 그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서는 나를 데리고 국내선 비행기의 매표 데스크에 줄을 섰다.

 그제야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아서를 보았다.

 

 “바람 좀 쐬러 가요. 롱아일랜드 비치에서 산책을 하면 늘 마음이 가라앉고는 했잖아요. 제주도는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간다니 함께 갔다가 와요.”

 

 나는 간절히 비취빛 바다가 보고 싶었다.

 아서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만 미루고 싶었다.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항공사 창구의 여직원에게 여권을 제시하고 티켓을 받았다.

 우리는 계단을 올라가서 공항의 긴 로비를 가로지른 후 다음 편 비행기에 올랐다.

 

 여승무원이 무슨 음료를 원하는지 물었다.

 필요 없다고 사양하던 나는 이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울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바람에 몸이 떨렸다.

 아서가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내 쪽을 가리고 승무원에게서 생수 두 컵을 받아들었다.

 스트로가 있는 컵 하나를 내 쪽 테이블에 올려놓은 후 아서는 이어폰을 꺼내더니 귀에 꽂고 다리를 쭉 뻗고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창 측 좌석에서 흰 구름이 융단처럼 깔린 창밖만 응시하면서 나는 소리죽여 울었다.

 나는 그대로 K를 따라 회의실을 나가고 싶었다.

 그의 손을 꼭 잡고 그의 코트 주머니에 함께 손을 넣은 채 나란히 걸어가고 싶었다.

 K에게 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며 회사에 들어가지 말라고, 몇 시간만 나와 같이 있자고 조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돈벼락을 맞은 거만한 미국인 투자자의 가면을 쓰고 일개 샐러리맨에 불과한 K를 몰아붙였을 뿐이었다. 그는 내가 재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나로서도 그것이 나았다.

 미국에서 온 재수 없는 투자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 돈의 수익에만 관심을 보이는 탐욕스러운 여자. 돈을 위해서는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는 새파랗게 어리고 냉혹한 여자.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았다.

 나는 그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었으므로.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떠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나는 매순간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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