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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2화. 계획
작성일 : 18-11-09 15:22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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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란 간판에 불이 환하게 켜진 길모퉁이의 제니스 베이커리 근처에 차를 세웠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제니의 길쭉한 얼굴이 내 쪽을 향했다.

 나는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순간 제니의 서글서글한 눈매에 당황한 빛이 스쳤다.

 이전의 나는 주위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도 않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으므로.

 하지만 제니는 이내 나에게 마주 웃어 보인 후 상냥한 인사말을 돌려주었다.

 나는 흰 유선지를 깐 오크목 쟁반과 매끄러운 크림색 플라스틱 집게를 들고 얼마 남지 않은 먹음직스러운 빵들을 둘러보았다.

 흰 치아바타 빵과 계피향이 나는 롤빵을 골라 카운터로 가져갔다.

 “내일은 라스베리 파이를 만들 계획인데. 우리 할머니가 특급 라스베리를 잔뜩 보내주셨거든요.”

 “거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내일은 꼭 들러야겠는걸요.”

 경쾌하게 대답한 후, 달콤한 향이 나는 갈색 종이봉투를 받아들었다.

 빵가게를 나서는 내 발걸음은 가벼웠다.

 

 과거의 나는 언제부터인가 당연한 듯 가지고 있었던 일상을 하나씩 잃어버렸다.

 나는 SNS에 사생활이 낱낱이 노출되는 유명한 모델이었다.

 내 뒷배경과 나에 얽힌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구경꾼들을 피해서 K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정성껏 단장했던 아름다운 전원주택을 떠나 인적이 드문 산기슭의 집으로 야반도주하듯 이사해야 했다.

 그곳에는 얼굴을 아는 이웃도 산책길도, 걷다가 쉬어가면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도 없었다.

 철저한 비밀엄수를 조건으로 계약한 무뚝뚝한 중년의 가사도우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대신해서 장을 보아주었다.

 뜯지 않은 식료품은 하나둘 유통기한을 넘긴 채 폐기되었다.

 휑한 서재에는 술병만 오갈 뿐, K가 가져다놓은 몇 권의 책과 CD들도 옅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빛이 바래갔다.

 K는 나에게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없다고 믿었다.

 그것은 대체로 사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K가 내 곁에 머물면서 돌봐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연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K는 늘 바빴고 그에게는 나와 함께하는 시간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넘쳐났다.

 K가 생각해낸 최선의 해결책은 나를 시설이 잘 갖춰진 지중해의 병원에 입원시켜서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동안 자신은 전력질주해서 원하던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믿지 않았다.

 K는 우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라도 함께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오래 기다렸고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K는 칼로 무 자르듯 나를 버리고 떠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지금에야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내 손으로 K를 죽이고 나서야 그를 믿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대체 왜, 진즉에, 마지막 순간에야 보여주었던 꾸밈없이 솔직한 표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식료품점에 들러서 서너 종류의 샐러드용 야채와 닭가슴살, 치즈와 과일을 골랐다.

 스튜디오의 부엌에 조리도구가 있었는지도 가물거렸다. 거기서 요리를 했던 적은 아마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식료품이 든 바구니를 계산대로 가져가서 늙수그레한 주인 남자와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예전에 K는 나에게 있어 늘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세속적인 지위와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명성이 중요했다. 늘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나는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애정을 갈구했을 뿐,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게 사회적 지위나 주위 사람들은 거추장스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돈은 수중에 있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차에 오르며 생각했다.

 나는 손수 요리를 하고 내 힘으로 세상을 살 것이다.

 K에게 사랑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보여 준 사랑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K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볼 것이다. 성공할지 확신은 없었지만.

 우리의 파경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절반, 아니 그 이상의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또 한 번의 생이 주어진 이상,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줄 것이다.

 나에게는 그와 함께 할 자격이 없었다. 행복해하는 그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리라.

 나는 하얀 보름달 주위로 달무리가 진 검은 밤하늘을 보았다.

 그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의 애정을 갈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깨어난 후 하루 낮을 보내고 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6.

 이틀째 날이 밝아왔다.

 원 베드룸 스튜디오의 침실 앞에는 오래된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갖가지 새들이 나무에 모여들었다. 예전에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러워서 이사를 갈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부엌 창을 열고 신선한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나는 전날 제니스 베이커리에서 사온 빵과 블랙커피, 사과 하나를 앞에 놓고 새로 배달된 조간신문을 펼쳤다.

 경제면의 기사 대부분은 끝도 없이 가격이 오르는 부동산 경기 활황에 관한 것이었다.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이고 있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은 손쉬웠고 부자가 될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었다. 긴 드라이브 웨이를 지나 푸른 수영장이 딸린 저택을 갖는 것이야말로 한번뿐인 인생에서 누릴만한 것이 아닌가!라는 말로 기사는 끝을 맺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시골구석까지 휩쓸었던 부동산 거품은 집값이 하락하면서 엄청난 재앙이 되어 돌아왔다.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주택구입자들과 부실한 채권을 판 은행들은 벼랑 끝까지 몰려서 파산해갔다.

 그 와중에 거품 붕괴에 베팅하여 큰돈을 번 투자자들도 있었다.

 단 하루 후에 일어날 일만 정확히 알더라도 큰돈을 버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하루 앞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생은 그토록 불완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12년 동안 벌어질 일을 일고 있는 나는 신인가, 괴물인가.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푸른 잎을 단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을 타고 흔들거렸다.

 가지 끝에는 바람이 흩어놓은 흰 구름이 걸려 있었다. 하늘은 깊고 푸르렀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이전의 생에서 한 순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나는 갓 성년이 된 스무 살의 육체와 미쳐서 생을 마감한 서른 두 살의 영혼을 가진 부조리한 존재였다.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다.

 앞으로 K를 찾아가더라도, 나는 K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끔 해주고 그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기로 결심했다.

 사랑한다는 K의 마지막 속삭임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젠 그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좋았다.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이어리를 가져와 달력을 펼치고 꼼꼼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K는 한국의 대기업 계열 광고 대행사에 근무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철두철미한 노력파인데다가 타고난 감각에 성취욕까지 더해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인정받았다.

 임원으로 승진한 그는 중소 광고회사 대표직을 제의받고 고민했었다. 마음 맞는 클라이언트만 찾아낸다면 조직의 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원하는 대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는 알 수 없었던 K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망가져버린 나를 지중해의 치료시설에 데려다놓고, 자신의 한계에 끝까지 도전해서 명성을 쟁취하고 싶었던 절망적인 욕망을.

 아무리 나를 사랑하더라도 그는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었으리라.

 

 나는 달력을 보면서 기억나는 경제 사건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관심이 없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굵직한 틀은 대략 기억하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구형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내 금융 계좌를 살펴보았다.

 내가 가진 금융 자산의 대부분은 한국의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의 주식이었다. 살아가는데 부족함이 없을 만큼의 배당금을 매년 안정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우량주였다.

 

 다이어리의 페이지를 몇 장 넘겨 흰 종이에 오늘 날짜를 적었다.

 파생금융상품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일 년 내에 내가 가진 금융자산을 수십 배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스튜디오의 흰 천장을 보았다.

 그의 꿈을 이루게 해주는 것은 이제 나의 꿈이 되었다.

 그는 아직 젊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나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한 후 한국으로 건너가서 중소 광고대행사 중 하나를 매입할 생각이었다.

 소호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K에게 한눈에 반해, 서울까지 건너가서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광고모델로 오랫동안 일했던 나는 그곳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K가 일했던 대기업 산하의 광고대행사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가진 대신 틀에 박힌 형식으로 일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업계에는 새로운 광고 방식으로 급성장하는 신생 광고대행사도 있었고, 모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 대행사도 있었다.

 한국은 산업구조가 수출주도형이었으므로 해외 소비자들을 겨냥한 광고가 필요했다.

 글로벌 광고대행사 다수가 서울에 지사를 세우고 사세확장을 노렸다.

 그들에게 한국 광고주나 소비자들과의 소통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운명이 이후 십여 년 간 어떻게 엇갈릴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를 광고업계의 거물로 만드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손쉬운 일은 아닐지언정,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엿새 후, 소호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K를 떠올렸다.

 그는 아직 나를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그를 위해 일을 벌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날카로운 바늘로 깊숙이 찌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파왔다.

 그렇지만 나는 K의 마지막 미소를 떠올렸다.

 ‘괜찮아.’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모든 것을 빼앗겼지만, 그것은 내가 자초한 결과였다.

 불가사의한 이유로 과거로 돌아온 나는 다시 병들지 않은 육체와 정신을 소유하게 되었다.

 괴로움으로 얼룩졌을망정 과거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와 서로 사랑했던 기억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것이다.

 그가 나를 보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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