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등록된 작품이 없습니다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위험한 투자가
작가 : 새라새
작품등록일 : 2018.11.7

기적의 투자가라고 불리운 여자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의 한판승!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감한 루비가 신의 손을 가진 투자가로 돌아왔다.
12년 전으로 회귀한 루비는 증시의 폭락과 화려한 부활을 꿰뚫고 있다.
그녀는 금융가에서 '미래를 아는 소녀'라 불리며 베일에 싸인 어둠의 여왕이 되었다.
어느덧 사랑하는 K와 재회한 루비.
그를 낭떠러지로 떠밀었던 비참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1화. 프롤로그
작성일 : 18-11-09 15:20     조회 : 485     추천 : 2     분량 : 494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

 눈을 뜨자 네모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몸을 뒤척여 보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죽은 것일까. 이곳은 어디일까.

 창문의 모양이 눈에 익었다. 커튼 대신 우드 블라인드가 반쯤 쳐져 있었다.

 조각난 파편처럼 기억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은 십여 년 전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에 내가 혼자 살던 뉴욕 근교의 스튜디오였다.

 희뿌옇게 날이 밝아왔다. 창밖에서 힘찬 새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두려움을 누르고 쳐다본 거울에는, 정확히 스무 살 무렵의 내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삼키기 위해 나는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손가락으로 눈을 가렸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모든 일이 그저 꿈이었다는 것일까.

 

 2.

 K와 나는 남부 이탈리아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중이었다.

 여느 때처럼 그가 운전대를 잡았다. 햇살은 눈부셨고 시야 가득이 펼쳐진 바다는 완벽한 에메랄드빛이었다.

 자동차 뒷좌석에는 K가 나를 위해 사들인 옷과 액세서리가 든 쇼핑백들로 가득했다.

 화사한 여름 드레스를 입은 나는 시골 성당의 기념품점에서 고른 붉은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왼손에 쥐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여 날이 저물면 우리는 오래된 성을 개조한 고풍스러운 호텔에 머물 예정이었다.

 오랜만에 밝은 기분으로 들떠 있는 나와 달리 K는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심지가 굳은 그의 옆모습은 흰 눈으로 빚어낸 사람처럼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그가 입을 열어 뭐라고 말했던가. 똑똑히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다만 칼로 심장을 가르는 것 같던 고통뿐이다.

 아마 그는 나를 여행 종착지인 도시에 남겨 두고 떠나겠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가 뭐라고 했든 간에 내가 받아들이기에 그 말의 의미는 K가 나를 버리고 헤어지려고 한다는 뜻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자동차는 절벽을 휘감아 돌며 해안도로의 좁은 길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푸른 바다에 반사된 햇살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커브를 돌면서도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느닷없이 나는 오른손을 뻗어 핸들을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바다 쪽으로 홱 꺾었다.

 곧이어 자동차의 앞바퀴가 가드레일을 뚫고 나가는 충격이 느껴졌다.

 K의 크게 뜬 눈과 경악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가 입을 열고 무어라고 말했다.

 나를 저주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사랑해.”

 

 K의 갈라진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그의 창백해진 얼굴은 마치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했던 눈부신 미소.

 한편으로는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차라리 죽기를 간절히 원했을 만큼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눈이 멀 것 같이 찬란한 미소였다.

 큰 소리를 내며 차체가 수면과 충돌하던 아득한 충격이 마지막 기억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가.

 모르겠다.

 이젠 끝이라는 것에, 마침내 끝이 났다는 것에 나는 안도했던 것 같다.

 처음 그를 만난 이후,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이 파국을 향해 치달았다.

 피할 수 없었으므로 후회하지도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고 나는 생각했다.

 

 불현 듯 나는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의식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책상 위에는 기억에도 희미한 구형 휴대폰과 투박한 노트북이 있었다.

 폴더폰의 날짜는 십여 년 전 어느 날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의 액정에 뜬 날짜를 응시했다.

 

 2006년 9월 11일 토요일.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나는 십이 년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기억대로라면 오늘부터 일주일 후, 나는 소호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K를 만나게 된다.

 주택가 지붕 위로 아침 해가 서서히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에 손바닥을 파고들던 붉은 보석의 매끄러운 촉감이 떠올랐다.

 나의 절망적인 울부짖음을 대신하듯 작은 파동이 느껴지던 것이 생생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일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운명이 나를 비웃기 위해서 이곳에 고스란히 되돌려 놓은 것일까.

 

 3.

 손에 익은 모카포트로 블랙커피를 끓인 후 막 배달된 조간신문을 펼쳐놓고 식탁 앞에 앉았다.

 1면 헤드라인 기사는 혁신적인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휴대폰에 관한 것이었다.

 기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썼는지 어려운 과학기술용어를 횡설수설 늘어놓은 기사는 곧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폰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었다.

 조간을 멍하니 보며, 나는 입안이 델 정도로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컵을 입가에 갖다 댔다.

 훗날 캡슐 커피나 에스프레소 머신이 일반화된 후에도 나는 단순한 알루미늄 모카포트로 원두커피를 추출하는 것이 좋아했다. K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방식으로는 이 정도로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만들 수가 없다.

 K를 만나기 전, 즉 지금의 나는 뉴욕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부모는 오래전 이혼했고 열 살 무렵 기숙학교로 보낸 나와는 거의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대학 입학식 날 어머니는 입학 선물이라며 변호사를 통해 주식과 배당금 등 상당한 금액이 예치된 신탁 통장을 보내 주었다. 그것으로 그들과의 인연은 끝났다고 여겼다.

 규칙이 엄격한 스위스의 기숙학교를 졸업한 후에 나는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 입학했다.

 원하는 대로 옷을 차려입고 운전면허를 따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스튜디오를 임대해서 혼자 살았다.

 대학에서 나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관심 가는대로 철학과 문학, 예술 분야도 폭넓게 섭렵했다.

 세상은 넓었고 지식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보였다. 갓 성년이 된 나는 한껏 자유로웠다. 앞으로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K를 만난 후 모든 것은 내 의지를 벗어났다.

 그를 향한 내 감정은 처음부터 둑이 터져버린 것처럼 걷잡을 수 없었다.

 나는 맹목적으로 K를 원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애정을 갈구했다.

 나는 K가 간직한 오랜 금기를 깨뜨리고 결혼식을 올리는데 성공했지만 모든 것을 망쳐놓고 말았다.

 급기야는 그와 나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고야 말 때까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대체 나는 무엇을 잘못했던 것일까.

 

 4.

 품이 넉넉한 가벼운 리넨 셔츠와 흰색에 가까운 물 빠진 청바지, 대학 로고가 있는 나일론 백팩을 등에 메고 캔버스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늦여름의 거리에는 따가운 여름 햇살과 청명한 초가을의 바람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대학 캠퍼스까지 소형차를 몰고 가서 정확히 주차선 안에 정차했다.

 정해진 스케쥴에 따라 두 과목의 수업을 듣고 점심시간이 되자 대학 내 카페테리아에서 치즈와 피클을 넣은 샌드위치와 차가운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간간이 아는 얼굴들과 마주칠 때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시답지 않은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친 후에는 도서관에 가서 저녁 늦게까지 다음 수업의 과제로 제출할 레포트를 작성했다.

 강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몇 편의 논문을 참고하여 꼼꼼히 레포트를 작성했다. 그러면서도 머리 한구석으로 내내 K를 생각했다.

 

 몸이 가뿐하고 머리가 맑은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알코올을 찾았다.

 일에 바빠 자주 집을 비웠던 K는 나를 위해 한 달간 휴가를 내고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었다.

 그가 아직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 남부 이탈리아의 해안 도로를 지나며 마음이 밝아진 나에게 K는 말했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네가 요양하면서 치료받을 시설을 예약해 두었다고.

 자신이 일을 정리하고 데리러 올 때까지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으라고.

 지금도 나는 믿지 않는다.

 내가 알코올에 의존하게 된 것은 그가 지독한 워커홀릭이기 때문이었다.

 K가 나를 위해, 아니 그 무엇을 위해서라도 일과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를, 세속적인 명성을 포기할 리 없었다.

 오늘부터 일주일 후, 나는 그를 만나러 가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예전처럼 소호의 카페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명함 한 장을 받은 후, 단박에 사랑에 빠져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그를 찾아간다면 그 다음에 닥칠 일은 뻔했다.

 K와 나는 서로 사랑했지만 그 마음은 늘 엇갈릴 뿐이었다.

 우리는 행복하지 못했다.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다 해도 나는 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못 견디게 그가 보고 싶었다.

 처음 보았던 K의 모습을 나는 지금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던 조금 야윈 뺨, 갸름한 턱의 선, 하얀 귓바퀴가 드러나 보이던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마지막으로 나를 보던 K의 출렁이던 눈빛이, 까칠해진 입술과 목이 쉬고 갈라진 음성이 또렷이 되살아났다.

 그는 해안 절벽 길을 따라 급커브를 돌면서도 자동차의 속력을 줄이지 않았다.

 그가 여행 중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대학 도서관의 두꺼운 나무 테이블을 응시했다.

 오랜 세월의 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표면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상처들이 무수히 나 있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는 K가 원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준비를 모두 마친 후 그를 찾아갈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그것들을 손에 넣을지는 아직 몰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빈틈없이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만 할 것이다.

 내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크나큰 대가를 치른 끝에 얻은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

 예전처럼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마구잡이로 도박을 벌인 끝에 직면했던 결과를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K의 마지막 미소를.

 

 넓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별이 총총한 청색 밤하늘을 보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분명한 것은 어떤 불가사의한 힘이 나를 이곳으로 되돌려 놓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시간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조한나 19-02-11 08:43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이태희 19-03-28 10:33
 
안녕하세요.
축하드리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화. K의 이야기 2019 / 3 / 21 6 0 5826   
26 26화. 성녀의 선물 2019 / 3 / 15 6 0 5219   
25 25화. 한밤의 격투 2019 / 2 / 10 18 0 5079   
24 24화. 아서 해리슨(2) 2018 / 11 / 9 276 0 5420   
23 23화. 아서 해리슨(1) 2018 / 11 / 9 288 0 5882   
22 22화. 최고의 원나잇 2018 / 11 / 9 272 0 4446   
21 21화. 위험한 관계 2018 / 11 / 9 265 0 5154   
20 20화. JP광고그룹의 뮤즈(5) 2018 / 11 / 9 273 0 5130   
19 19화. JP광고그룹의 뮤즈(4) 2018 / 11 / 9 264 0 5633   
18 18화. JP광고그룹의 뮤즈(3) 2018 / 11 / 9 265 0 5119   
17 17화. 에그몽 2018 / 11 / 9 263 0 5282   
16 16화. 타운하우스 2018 / 11 / 9 266 0 5111   
15 15화. JP광고그룹의 뮤즈(2) 2018 / 11 / 9 271 0 5135   
14 14화. 제주도 별장 2018 / 11 / 9 284 0 5266   
13 13화. K의 인터뷰 2018 / 11 / 9 285 0 5218   
12 12화. JP광고그룹의 뮤즈 2018 / 11 / 9 248 0 5264   
11 11화. 기적의 투자가(1) 2018 / 11 / 9 265 0 4921   
10 10화. 롱아일랜드 캐피털(2) 2018 / 11 / 9 266 0 5188   
9 9화. 롱아일랜드 캐피털(1) 2018 / 11 / 9 260 0 5528   
8 8화. 투자자 아카데미(3) 2018 / 11 / 9 252 0 5148   
7 7화. 매컬로우 교수 2018 / 11 / 9 272 0 5235   
6 6화. 재회 2018 / 11 / 9 284 0 5454   
5 5화. 투자자 아카데미(2) 2018 / 11 / 9 270 0 5114   
4 4화. 투자자 아카데미(1) 2018 / 11 / 9 258 0 5316   
3 3화. 실행 2018 / 11 / 9 265 0 5109   
2 2화. 계획 2018 / 11 / 9 285 0 5063   
1 1화. 프롤로그 (2) 2018 / 11 / 9 486 2 49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