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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불안을 먹는 괴물
작가 : 신주
작품등록일 : 2018.11.1

흥신소를 운영하는 준월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의뢰로 실종된 여성을 찾아 나선다.

 
1. 광주국제파 (3)
작성일 : 18-11-08 22:33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5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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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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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입장에서 보자면 광주국제파와 마주친 일은 여느 일과 다름 없는 평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일반인,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태순에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졌을까. 아마도 재앙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틀림없이 이 일을 계기로 태순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다음 날 태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출근했다. 그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의 다음 날에도 말이다. 태순의 정신건강이 염려된 내가 먼저 태순과 면담을 시도했다.

 

 "혹시 억지로 일을 다니는 거 아니야? 많이 힘들면 잠깐 쉬는 시간을 가져도 괜찮은데."

 

 "아니요. 괜찮아요. 이런 범죄와의 아슬아슬 경계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게 멋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대답한 태순의 눈동자는 내 걱정을 방구석에 쌓인 먼지만큼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어줬다. ...어린 친구 치고는 멘탈이 좋네. 그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자. 태순의 뇌구조가 궁금해졌지만, 어쨌건 내 마음 속에서 태순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었다.

 

 

 

  ▣

 

 

 

 “근데 대표님도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날도 평소처럼 일이 없어서 오전 동안 빈둥거리다가 태순과 외식을 하던 날이었다. 나는 태순의 말은 대충 한 귀로 흘리면서 눈앞에 놓인 돈까스의 맛을 즐기고 있었다.

 

 “이동주 사건 때도 그 깡패들이 ‘무슨 말 하는지 알겠지?’ 했는데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거 보고 기절할 뻔 했어요. 진짜.”

 

 나는 그때를 다시 되새김질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태순은 분명히 내 말을 듣고 머리를 벽에 몇차례 부딪쳤다. 과연.진짜 기절하고 싶어서 머리를 벽에 부딪친 거였구나. 나는 속으로 납득하면서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에는 부드러운 살로 가득 차있는 돈까스를 입에 넣었다. 이곳의 돈까스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내가 아무런 대꾸도 없자, 태순은 혼자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 사람이 이동주가 사실 성범죄자였다는 말을 듣고 바로 태도가 바뀌었잖아요? 그때 확 느꼈어요. 대표님이 강박관념이 있으시단 거.”

 

 “어떤 강박관념 같은데?”

 

 "어.... 음...."

 

 자신감 넘치게 말하던 태순은 막상 물어보니까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거기까지는 생각도 안하고 말한 거였어?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태순다운 패턴이었다.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던 태순은 드디어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범죄에 대한 강박관념!”

 

 그렇게 말하면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 하는 건지,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는 건지, 아니면 범죄학 연구에 집착을 한다는 건지 구별이 안 가잖아. 태순 내 마음 속의 불평을 들은건지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대표님은 뭔가, 범죄자를 싫어하고 증오하고 그들을 어떻게든 처벌하고 싶어하는 그런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태순은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마냥 말했다. 나는 태순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뭐, 맞긴 맞는데.... 하지만 다들 그렇지 않나? 너는 범죄자가 벌도 안 받고 밖에 돌아다니는 게 좋냐?”

 

 “...음.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대표님은 뭔가 다른데....”

 

 태순은 또다시 고민해 빠졌다. 덕분에 기껏 시킨 따뜻한 파스타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돈까스를 마저 입에 넣었다. 역시 맛있어. 결국 식사하는 내내 태순은 본인이 말한 ‘나의 다름’이 무엇인지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다.

 

 

 

  ▣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상황에서 당당하게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태순의 오준월 특이설(特異說)은 사무실로 가는 길에도 이어졌다. 정작 나는 듣고 싶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자기 이야기에 실컷 몰입하고 있는 태순을 쳐다봤다. 평소에는 겁이 많은 주제에 돈을 주고 있는 대표이자 직장 상사인 나에게는 겁은커녕 오랜 동네 형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다. 이게 좋은 상사라는 뜻인지, 만만한 상사라는 뜻인지. 쓴웃음을 지으며 걸아다가 태순의 등에 얼굴을 부딪쳤다. 사무실 문을 연 태순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멈춰서 있었다.

 

 “뭐해? 안 들어가고?”

 

 “어따. 이제야 선생님 오셨나보네. 점심은 든든히 드셨어야?”

 

 사무실 안에서 걸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태순을 옆으로 사무실 안을 쳐다봤다. 창백해진 태순의 얼굴과는 반대로, 불그스름한 빛을 띄고 있는 남훈과 대호가 그곳에 서있었다.

 

 

 

  ▣

 

 

 

 “그 뒤로 2주만이던가?”

 

 나는 호쾌하게 말을 이어가는 남훈과 그 뒤에 서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대호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앞으로 서로 마주치지 말고 살자는 말은 그쪽에서 먼저 꺼내지 않았나?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말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남훈은 오른쪽 손으로 콧등을 비볐다.

 

 “어따. 섭하네. 원래 여기는 손님이 오면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묻는당가? 보통 어쩐 일로 왔냐고 물어야 되지 않겠어?”

 

 잔뜩 내리깔며 말하는 남훈의 목소리에서는 뒷세계 특유의 위압감이 묻어났다.

 

 “저는 정말로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

 

 나는 일부러 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런 부류에 사람들은 자기 한테 기죽은 인간을 집요하게 괴롭히기 때문이었다. 남훈이 살짝 인상을 썼다. 좀 심했나? 내가 한 행동을 검증하려던 차에, 뒤에 서있던 대호가 나를 향해 한 발자국 걸어나왔다.

 

 “이 개자슥이. 성님 말이 좆같냐?”

 

 “아야. 아야. 괜찮디야.”

 

 “성님. 성님이 너무 잘해주시니까 개자슥이 우리를 호구로 본당께요!”

 

 대호의 찢어진 눈이 높게 솟았다. 당장이라도 나를 찢어죽일 듯한 무시무시한 안광이었다. 나는 침을 삼켰다. 몇몇 조폭들은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괜히 자기들끼리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의 기를 죽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방금 대호가 보여준 모습은 그러한 수작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분명 남훈이 말리지 않았다면 대호는 틀림없이 나에게 폭력을 가했을 것이다.

 

 “내가 괜찮다고 말했지야!”

 

 남훈의 걸죽한 목소리가 사무실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남훈은 대호의 머리를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갈겼다. 육중한 남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대호는 뒤로 두발자국 밀렸다. 내 뒤에선 태순의 ‘히익’하는 비명소리가 아주 작게 튀어나왔다.

 

 남훈에게 맞은 대호를 손으로 코를 정리하며 나를 노려봤다. 대호의 오른쪽 눈 위에는 남훈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남훈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아따. 이 친구가 보시다시피 좀 젊으니까 선상 이해하시고 계속 합시다. 뭐였더라? 아. 어떻게 찾아왔냐고. 이거 보고 찾아왔는디요.”

 

 남훈은 핏자국이 가득 서린 명함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내 명함이었다. 핏자국이 묻어 있는 나의 명함. 나는 남훈이 동주로부터 이 명함을 받았다는 것을 손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우리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알겠지라? 그럼 이어서 우리가 왜 왔는지 알려드리면 되겄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훈이 무엇을 부탁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지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약 운반? 범죄 은닉? 돈 세탁? 경쟁조직 미행? 나는 남훈이 나에게 시킬 수 있는 모든 일을 상상해봤다. 모두 끔찍한 일들이었다.

 

 “이 여자. 이 여자 좀 찾아달란 일인디.”

 

 남훈은 두툼한 가죽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사진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사진 안에는 짧은 머리를 한 단아한 여성이 희미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예쁘긴 했지만, 미인이라고 하기에는 희미한 이목구비가 아쉬워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의 미소는 남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가 선생에 대해 좀 알아봤는디. 일도 잘하고 깡다구 좀 있담시라? 검사랑도 한방 받아 불고.”

 

 나는 남훈을 노려봤다. 이 남자의 입에서 '그 사건'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 내 과거가 더럽혀진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또 퉁명스러운 말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뒤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대호와 눈이 마주치니 그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나는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진을 바라봤다.

 

 “...이 여자는 누구죠?”

 

 “...내 애인이요.”

 

 예상했던 대답이지만 막상 남훈의 입으로 들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사진 속에 여자는 이십대 초반, 많아 봤자 이십대 중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반면 남훈은 최소 사십대. 오십살이 넘었다고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비쥬얼이었다. 이 둘의 관계를 일반적인 연인의 관계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선생이 믿을랑가 모르겠는디. 참말로 이상케 생각하지 말고 들으쇼. 야가 내가 서울에서 만난 아인디, 증말로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아여야.”

 

 남훈과 어울리지 않는 말이, 남훈의 입에서, 아주 진지하게 흘러나왔다.

 

 “자랑할 것은 아니지만 나도 지금까지 이쪽에서 살면서 여러 여자 만나봤으니께. 돈 많은 여자, 가난한 여자, 나이 많은 여자, 나이 어린 여자, 쉬운 여자, 어려운 여자. 그니까 나 나름대로 여자 보는 눈이 있지. 근디 야는 정말 다른 여자랑은 다른 아여. 참마로 이쁘고, 참하고, 선한 아니께.”

 

 남훈은 굵은 양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선생은 야가 내 돈 때문에 나를 만났다고 생각할지 어떨지는 모르겠는디, 나는 증말로 야를 좋아혔어. 근디. 근디 저번 주에 갑자기 사라져부랐당께. 아무런 말도 없이."

 

 진지하게 말을 토해내는 남훈의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남훈의 말이 더욱 진심처럼 들렸다.

 

 "부탁하는디, 선생. 야 좀 찾아봐주요잉. 돈은 충분히 줄텐께. 선생은 검사를 받아부렀지만 살아남은 만큼 실력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니께. 제발 좀 부탁하요잉."

 

 그 말을 끝으로 남훈은 자켓 안 쪽에서 두꺼워 보이는 봉투를 꺼냈다. 백만원은 우스워 보이는 두께였다. 나는 그 돈을 보자마자 거부감이 생겼다. 남훈이 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나쁜 짓을 얼마나 많이 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당장에라도 경찰에 신고를 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당장 다음 달 태순의 월급을 주기도 힘들 만큼 재정상태가 나쁘긴 했지만, 그렇다고 남훈이 보여준 두꺼운 돈봉투 때문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나에게 부탁하는 남훈의 모습과 사진 속에서 웃음을 보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름이 뭡니까?”

 

 내 질문을 들은 남훈은, 내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이윽고 남훈은 웃음을 지었다.

 

 “진서연.”

 

 진서연. 진서연. 나는 그 이름을 되뇌이며,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진서연 얼굴을 머릿속에 온전히 담기 위해 계속해서 쳐다봤다.

 
작가의 말
 

 회사 다니면서 글을 쓰는 게 정말 피 토할 만큼 힘든 일이네요.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다들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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